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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10092
2001.01.15 (00:00:00)
나는 '지금' 죽고 싶지 않다.

박승룡(한국방송대 법학과)


새해다. 벌써 보름이 지났다. 정말 시간은 잘 간다. 덜컥 겁이 난다. 마냥 이대로 계속 되는 것은 아닌지 싶다. 아마 이즈음 시평을 써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총무위원장께서 전화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노라 했다. 정말 요즘 들어서 생각이 많아졌다. 몸이 편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몸의 일부인 뇌는 정말 피곤하다.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은가 곰곰이 또 생각해보았는데, 그 생각들이란 게 대게 그렇듯이 나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뭐냐고? 농촌살리기, 기업구조조정, 금융구조조정, 실업대책, 사회안전망 마련, 교육개혁, 사법개혁, 빈민구제, 환경보호. 골 때리지? 더 쓸 수도 있는데, 이만하고 싶다.

천년이 바뀌어도 우리의 문제는 '아직도 그대로'이다. 하지만, 익숙해진 것으로 여기기에는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20대80 아니 5대95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극심한 부의 불평등. 괜히 겁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또 나만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고 세상이 편안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나 혼자서 세상의 불편함을 치워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즘 시민운동이 뜨던데.. 허참, 이를 어이할꼬.

장덕조 회원의 시평을 보았다. 짜~아 하는 느낌이었다.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하는 그런 느낌. 마치 김남주의 시를 읽을 때 그런 느낌. 하지만, 그것은 또한 슬픔이기도 하다. 농사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젊은 농부, 주민등록 재등록 과태료를 내지 못해 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지원도 받지 못하는 쪽방 인생, 졸업이 실업의 시작인 대학생, 학원에 KO패 당한 학교, 아직도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는 재벌가, 계약직은 같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정규직, 예전의 높은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폐업하는 의사들.. 이런 생각을 하면 노여움과 슬픔이 함께 인다. 이것이 울분인가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예전에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무엇이고 해답이 무엇인지.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다. 이제 새롭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답을 구해야만 한다. 이제 새롭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 나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우리는 어떤 사회를 바라는가? 그것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 두자. 그 일에는 다른 선수들이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일국혁명론을 모색하자는 말은 아니다. 사실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 다 알고 있듯이 우리 사회의 문제는 오로지 우리만의 해답으로 우리끼리 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새롭게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농민들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장애자, 노숙자와 부랑인, 도시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좀더 좋은 사회보장제도는 무엇일까? 학원에 참패당한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현장 노동자를 최고의 지위로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어찌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인가? 나 혼자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한다. 그래서 같이 하자는 거다. 함께 고민하고 같이 행동하자는 것이다. 전공별로 분화된 개별법의 구획선을 넘고, 학과별로 나누어진 개별 인문사회과학의 단절을 넘어서 종합예술, 통합(종합)학문으로서 법학을 연구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보자.

내 말이 귀찮으면 그냥 지금까지 지내온 것처럼 지내면 된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지내면 세상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다. 아마 이상수 회원이 말한 '죽음의 그림자'가 감싸고 있어서 그러리라. 하지만, 내 눈은 감겨져 있지 않고 내 귀는 열려 있으며, 내 의식은 잠들어 있지 않고 내 심장은 열심히 고동치고 있다. 결코 '지금'은 죽음을 맞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 있다면.. 산 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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