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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962
2000.12.25 (00:00:00)
법학자로서의 辯

장덕조(아주대 교수)



  본인은 나의 전공에 대한 많은 열정을,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장래에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전공분야에 대하여는 만족할 만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싶고 그러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한다. 이는 나뿐 아니라 모든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학자로서의 삶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도 가지고 있다. 나의 전공에 대한 훌륭한 연구업적물을 내는 것, 그리고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나의 사명을 다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이 학자로서의 기본적인 삶이고 성취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것임을 안다. 하지만 만약 나 스스로가 이러한 것들만 제대로 이룬다면 학자로서의 나의 본분은 다하게 되는 것인가? 만약 공부나 연구작업을 훌륭히 수행하여 뛰어난 업적물을 내게 되는 경우 명성을 쌓게 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행 학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 학자들이 우리의 사회나 법학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심히 의문이 생길 때도 적지 아니하다. 그 분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고시수험생들로 하여금 시험치는 것을 도와주는 것, 공부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것, 또는 영향력이 있으니 잘 보여 두어야 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인가? 몇몇 훌륭하신 선배학자 분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학자로서 올곧은 意識과 良心을 가지고 그릇된 행위에 대한 비판세력으로서, 또한 그 나아갈 방향을 정립함에 올바른 기여를 하는 역할도 수행하여야 하지 않은가? 학자라면 이러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학자로서의 自尊心 또한 지켜야 하지 않은가?

  돈 몇 푼에 눈이 멀어 용역 건을 따기 위하여 학자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학생들이 그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인기에 부합하거나 귀찮은 일은 피한다는 식으로 방관하고 있음은 선생이자 학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또한 학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적인 출세를 지향하거나 보직에만 욕심이 있는 사람들도 그러하다. 기타 소수의 학자들은 자신이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법조에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듯한 행보를 하면서 비판과 견제세력으로서의 학자의 역할이나 자존심을 팽겨치는 듯한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이 동종의 직종에 있는 소수의 학자들이 학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할 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학자로서의 올바른 상과 바람직한 의식을 정립하여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보다 거시적으로 사회가 방향감각을 잃고 흔들릴 때, 명백한 불의가 횡행하고 있을 때 분연히 일어서서 그것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바로 잡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물론 그 方法論상의 이견이 존재할 수 있으나 그러한 문제의식과 투철한 삶의 태도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학자들마저 왜곡된 현실을 방관한다면, 또한 학자마저 금전이나 출세욕 등으로 병들어 썩어간다면 그 사회의 구조적 피폐는 보다 심각해 질 것이다. 학자로서의 자긍심을 지키면서 微視的, 巨視的 차원에서의 사회병폐와 오류, 부패, 부정직 등과는 끊임없이 다투어 나가야 한다.

  나 스스로가 욕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나, 공부나 연구를 잘하는 기계 그 이상이 되고 싶은 것 또한 나의 심정이다. 연구물을 생산함에도 어떠한 의식이 있는 목표를 지향하는 글을 쓰고 싶고 학생들에 관한 지도도 그러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속한 법학자들 중 권위주의적, 사대적이거나, 학문을 한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거나, 또는 명성을 쌓아 출세만을 하려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는 과감히 비판하고 싶다. 설사 그것이 지금 당장 고쳐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노력들을 통하여 조금씩은 개선이 될 것이고, 우리의 세대가 주축이 될 때에는 보다 큰 희망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본인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들은 이러한 면에서 훌륭한 학자이고 또한 그 후보자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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