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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5 (00:00:00)
농촌을 다시 생각하며...

(박승룡,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정말 오랜만에 시평을 쓰게 되었다. 마감일을 잘 맞추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나는 아직도 공력이 많이 모자란 것 같다. 얼마나 늦었느냐고 묻지 마라!

시평을 쓴다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시평이라 하면 ‘때’에 맞는 이야기여야 할텐데, 지금 할 이야기는 2002년 10월이라는 ‘시’에는 맞지 않지만 해마다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작년 가을부터 생각했던 농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농촌 이야기라고 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사고과정이 대단히 단순한 나로서는 ‘농사를 지어도 빚지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것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대단히 이론적인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정연하게 풀어나가지 못하더라도 잘 정리해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우리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농사를 지어도 생산비도 못 건지고 오히려 빚만 는다’는 데 있다. 이것은 그 해의 작황과 무관하게 해마다 그런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철저하게 농산물 가격은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고 농민들은 그 수급상황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비의 수입농산물이 등장하자 국내 농민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생산량 조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위시한 1차산업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태국, 호주 등과 같은 1차산업 수출국들도 수입국의 수출장벽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고, 우리와 같은 수입국들은 국내 1차산업의 기반붕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TV나 잡지 등에서 소개된 일본과 중국의 농업(주로 전답농업)에 대한 기사를 주의 깊게 보았다. 특히 수입국으로서 일본이 농업기반이 무너지지 않고 어느 정도 성공한 이유를 듣고는, 역시 생산량 조정이 살길이 아닐까 생각했다.

TV프로그램에 소개된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옮기면, 일본에서는 자치단체별로 자기 지역의 전답의 경작률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일정 비율을 휴경지로 남기는 형태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생산량 조정만으로는 가격경쟁력면에서 수입농산물에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 일본에서 이것을 돌파한 방법이 바로 ‘농산물 브랜드화’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철원 오대미’ ‘여주 임금님쌀’ 등과 같은 브랜드 쌀이 나오는 것과 같다. 휴경지를 소유한 농민에게 보조금이 지급되는지 여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여하튼 생산량을 조정하고 경작률을 유지하면서 브랜드화에 성공한 일본 농업은 자국내에서 소비자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무농약쌀, 유기농쌀과 특수작물 등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고 농가소득도 적어도 ‘생산비를 하회’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농촌이 이렇게 가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그 방법이 자치단체별 생산량 조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우리는 이미 자치단체에서 생산량 조정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기억 하실런지 몰라도, 수년 전에 감귤농사가 대풍이어서 감귤값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이때 제주지사가 나서서 생산량 조정을 제안하였고, 제주지역의 감귤농민들이 동의해서 생산량 감축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 농장에서 감귤나무를 얼마나 벨 것인가에 있었다. 생산량 조정에는 찬성하지만 내 농장의 감귤나무는 안된다는 것이다.

쌀의 브랜드화 또는 고급화는 농민이라면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어느 미친놈이 농약 마셔가면서 농사짓고 싶어하겠는가? 왜 안되는가? 돈이 없어서 안된다. 수 십 년 동안 농약을 뿌려서 산성화된 논을 유기농에 적합하도록 바꾸기 위해서는 3~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내 논만 해서는 안되고 인근 지역의 농민들이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한다. 이게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결국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누군가가 감당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그 역할을 지자체가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미 늦지 않았느냐라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우루과이라운드 이야기가 나돌았던 1986~7년 경부터 준비를 했더라면 지금은 걱정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이대로 살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하루 빨리 지자체별로 농산물 생산량 조정과 작물고급화를 동시에 추진하여야 한다. 적어도 이 방법이 농촌을 굶겨 죽이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빚내서 농사짓고 그 빚 갚으려고 또 빚내서 농사짓고. 언제까지 농민들을 채무자로 살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지금 이만큼 살게 된 데에는 우리가 농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진 덕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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