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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9 (00:00:00)
주한미군범죄와 한국형사법

한상훈(국민대 교수)

  1.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경 경기도 양주군에서는 두 명의 여중생이 미군장갑차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민주법연 홈페이지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국민대책위의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이후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재판권행사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과 국민적 행동을 야기하였다. 수차례의 시위와 충돌이 있었다. 당해미군기지에 항의표시로 진입을 시도하였던 기자들이 미군에 의하여 폭행, 감금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9월 14일 저녁 5시 45분경에는 서경원 전국회의원이 경희대에서 열리는 여중생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대학생 100여명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사복차림의 미군과 시비가 붙어 미군에 의하여 폭행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구체적 사건경위에 대하여는 양측간에 다툼이 있다).

이 이외에도 며칠에 한번꼴로 주한미군의 범죄행위가 신문에 보도되곤 한다. 음주사고후 도주, 폭행, 살인, 강간 등이 대체적인 범죄목록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미군당국에 의하여 가볍게 처벌되거나 유야무야되곤 한다. 이러한 미군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주한미군에 대한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중생사망사건만해도 그렇다. 일견 이 사건은 공무(훈련)중의 사고로 보인다. 장갑차운전병이 길가던 여중생을 죽이려는 고의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한 대책위의 공식명칭이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라는 점에서도 알수있듯이, 시민단체는 이 사건을 [고의적인 살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미군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2.

주지하다시피 주한미군에 대한 형사재판권은 한미간의 주둔군지위협정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 정식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과 부속문서로 구성되며, 1966년 체결되어 1967년 발효된 이후 1991년, 2001년 두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형사재판권에 관한 협정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형사재판권의 일반원칙으로써 미군당국은 미국군대의 구성원, 군속 및 그들의 가족에 대하여 미합중국 법령이 부여한 모든 형사재판권 및 징계권을 대한민국안에서 행사할 권리를 가지며, 동시에 대한민국 당국도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범해진 미국군대의 구성원, 군속 및 그들의 가족의 범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동협정 제22조 1항 참조). 즉, 원칙적으로 미군과 대한민국은 모두 형사재판권을 가진다.

둘째, 전속적 재판권으로써, 합중국 법령에 의하여서는 처벌할 수 있으나 대한민국 법령에 의하여서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합중국의 안전에 관한 범죄를 포함한다)에 관하여는 미군당국이, 그리고 대한민국 법령에 의하여서는 처벌할 수 있으나 합중국 법령에 의하여서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대한민국의 안전에 관한 범죄를 포함한다)에 관하여 대한민국이 전속적 형사재판권을 가진다(동협정 제22조 2항 참조).

셋째, 일반원칙에 의하여 대한민국과 미군간에 형사재판권이 경합하는 경우, 다음의 기준에 의하여 일차적 재판권이 결정된다. 오로지 합중국의 재산이나 안전에 대한 범죄, 또는 오로지 합중국 군대의 타 구성원이나 군속 또는 그들의 가족의 신체나 재산에 대한 범죄, 공무집행중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범죄인 경우에는 미군이 일차적 재판권을 가진다. 기타의 범죄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이 일차적 형사재판권을 가진다. 다만, 일차적 재판권을 갖는 당국은 이를 포기할 수 있으며, 타당당국이 일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하면 호의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동협정 제22조 3항 참조).

3.

결국 형사재판권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영역내에서 행해진 미군의 범죄에 대하여 원칙적 형사재판권을 갖는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차적 재판권에서 제한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상호주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일차적 재판권의 배분기준도 합의의사록에 가면 불평등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즉, 당해범죄가 "공무집행" 중의 범죄인가와 관련하여 미합중국의 주무군당국이 발행한 '증명서'로서 충분한 증거가 된다는 규정(협정 제22조 3항 (가)에 관한 합의의사록)이나 합중국 군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대한민국 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함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3항 (나)에 의한 재판권을 행사할 그의 제일차적 권리를 포기한다는 규정(협정 제22조 3항 (나)에 관한 합의의사록)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평등하며, 형사주권을 스스로 제약하는 규정들은 최근의 협정개정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형사재판권 자동포기규정, 재판종료후 범죄인인도 등의 사항이 개정되었다고 하여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조항들의 개정을 위하여 양국의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4.

사족으로 형사재판권과 관련하여 형법학자들의 오해를 지적하고자 한다. 국내의 유명한 형법총론교과서들을 보면 대부분 [형법의 인적 적용범위]라는 표제하에, 한미간의 군대지위협정에 의하여 공무집행중의 미군범죄에 대하여는 형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임웅교수님과 오영근교수님이 교과서에서 적절히 지적하고 있으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군범죄에 대하여 문제되는 것은 형사재판권이라는 소송법적 조건일 뿐이다. 형법상의 범죄를 범했다는 실체법적 사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러한 소송법적 문제와 실체법적인 형법의 적용범위는 구별되어야 마땅하다. 즉, 미군은 범죄를 범했고 대한민국은 원칙적으로 형사재판권을 가지고 있으나 다만 일차적 재판권이 제한될 뿐이다.

그러므로 주한미군의 범죄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옳다. "너희(주한미군)는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우리나라 형법에 의하여 처벌된다. 다만 협정에 의하여 미군이 형사재판권을 가질 뿐이다. 우리의 요청에 의하여 너희가 이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즉시 너희를 우리형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처벌할 것이다."라고 말이다.만약 주한미군에 대하여 형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다수교과서의 설명을 따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너희는 협정에 의하여 우리형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형법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주한미군범죄의 피해자, 유족들이 받게될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철렁하다. 형법학자들, 그리고 형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200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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