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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4 (00:00:00)
월드컵과 6월 항쟁
                                                                                              (이창호,경상대)                          


  L형,잊혀지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L형! 우리는 오늘 전국을 흥분과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15년 전 전국을 뒤흔든 함성을 생각합니다. 당신이 연세대 교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때가 바로 15년 전 이맘 때 즈음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해 6월은 대단했지요. 전국에 걸쳐 연일 군부독재 타도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그것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의 폭력이 난무하였지요, 당신은 바로 그 한가운데서 당신의 온몸으로 그 지독한 페퍼가스와 최루탄의 독기를 마시고 급기야는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지요. 지금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 월드컵의 열기가 그때의 열기를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붉은 악마’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오늘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 붉은 악마를 보노라면, 그 때 우리 민중에게 희망을 노래하던 사회주의자들이 연상됩니다.

그때의 사회주의자들 그 때의 붉은 악마들이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권이 변화되고, 중국이 탈바꿈하는 거대한 역사의 변화를 겪으면서, 어쩌면 저렇게 운동장의 붉은 악마로 둔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때 우리가 품었던 염원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평등세상을 향한 우리의 염원은 결코 가라앉힐 수 없는 인간의 보편적 심성의 하나임을 믿기 때문이지요.

지금 이 땅에는 월드컵 이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공허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있을 지방선거는 그때 당신이 흘린 피의 대가를 집어삼킴으로써 나중에 대통령까지 된 양 김씨에 의해 고착된 지역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대다수 민중의 외면 속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외쳤던 민주주의는 그들 자신의 권력을 위한 거짓된 민주주의였음이 판명된 셈이지요.

월드컵에 대한 열광과 환호의 뒤안길에는 민중의 한숨과 분노가 속내 앓듯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와 관련하여 줄줄이 구속되어도 분노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김영삼의 아들이 구속되었을 때 그렇게 분노하던 김대중 대통령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경기장에 나와 열심히 축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당신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그들은 이미 15년 전에 민중의 열망을 외면하고 반민중의 길, 자신만을 위한 권력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지요. 그 권력은 민중의 권력이 아니잖아요.

L형! 당신이 외친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회복은 이미 실현되었다고들 하지만, 민중들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이 슬퍼집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형태의 독재와 반민주가 다시 이 땅의 민중을 집어삼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때로는 ‘세계화’의 미명으로, 때로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 민중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우리 민중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L형! 당신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넥타이 부대와 학생들이 뒤섞인 인파를 뚫고 지나간 후, 그들은 6·29선언에 속아서 다시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그들의 뒤를 이어 마침내 이 땅의 민중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노동자들의 대투쟁이었지요. 6월항쟁이 군부독재에 맞선 투쟁이라면, 노동자 대투쟁은 권력과 자본의 연합군에 맞서 싸운 투쟁이었지요. 그 투쟁은 지금도 힘겹게 진행되는 투쟁이지요.

L형! 그래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그래도 끊임없이 민중의 민주주의를 향하여 전진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 때 당신이 뿌린 고귀한 피가 권력에 눈먼 자들에 의해서는 더럽혀졌지만, 반면에 이 땅의 민중들에게는 참된 민주주의를 일깨우는 각성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월드컵의 광기에 짓눌려 잊혀지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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