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연구회 마당

시평

 

민주법연 회원들이 작성하는 시평입니다.
이 게시판은 RSS와 엮인글이 가능합니다.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 게시판은 최근에 변경된 순서로 정렬됩니다.
* 광고성 글은 바로 삭제되며,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글은 삭제 또는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될 수 있습니다.
글 수 194
조회 수 : 7845
2002.05.08 (00:00:00)
화해와 상생 그리고 4.3 -'4.3특별법의결행위취소등'에 관한 헌재결정과 희생자기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인하대,이경주)

새봄이 한창이다. 봄은 겨울과 여름이 화해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발맞추려는 듯 정부도 분단현대사의 화해와 상생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에 따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이하 4.3위원회)'를 가동하고 희생자로 신고된 1만 4,028명에 대한 1차 실사조사를 하는 등 조사를 계속하여 2004년 6월말까지 희생자 판정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화해와 상생의 움직임에는 우여곡절도 많다. 누구의 명예를 회복시킬 것인가 즉 누구를 '희생자'로 볼 것인가하는 문제 때문이다. 지난 2000년 3월 14일 이 한동 국무총리 주제로 열린 4.3위원회는 '희생자'의 심의 제외대상으로 ①4.3사건 발발에 직접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②군경의 진압에 적극적 주도적으로 대항한 무장대의 수괴급 등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철승씨와 예비역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등은 ③진압군경 및 제헌선거 관여자를 살해한 자, ④경찰관서 방화 등 폭동행위 적극 가담자도 '희생자'의 범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앞서 언급한 ①②③④는 헌법재판소에서도 희생자의 대상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4.3 위원회는 ②에서 무장대의 수괴급만으로 한정한 것이 아니라 '수괴급 등' 규정함으로써 이때의 '등'에 ③④가 포함되니 '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을 반영할 수 있다'고 여름도 아닌데 땀을 뻘뻘 흘리며 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성우회 등이 자신들의 '희생자'기준의 준거로 삼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좀 문제가 없지 않다. 보통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결정을 내리고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갖춘 사건에 대하여 위헌이나 합헌 또는 인용여부에 대한 본안판단을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더라도 본안판단의 결과 그것이 위헌이라고 결정되었을 때 이것이 국가권력을 구속하는 헌법해석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희생자'의 기준①②③④는 이례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왜 이런 이례적인 의견을 내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 지는데, 여기에는 아마도 대한민국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우국충정이 작용하고 있다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화에 따른 각종 역사바로잡기에 대한 위기의식까지도 엿보인다.

  물론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에서 후퇴한 자유로운 민주주의(Free Democracy) 로 이해될 여지가 많다는 것은 헌법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독일의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 즉 전체주의 및 공산주의와 대결하기 위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인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조차 언급하지 않은 경제질서까지 덤으로 추가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한국적 등식이 헌법재판소의 표현처럼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일관되게 우리 헌법을 관류하는 지배원리'인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명문으로 등장한 것은 1972년의 유신헌법이며 아무리 길게 잡더라도 1962년 헌법인데 1948년에 일어난 그것도 해방공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현재의 잣대로 이를 재단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분단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 그리고 화해와 상생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보인다. 더군다나 우리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폐쇠성을 비판하여 헌법개정의 제1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는 헌법연구자들의 주장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화해와 상생이라는 시대적 화두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우여곡절에서 우리가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희생자'규정일 것이다. 4.3위원회에서 조차 제외하고 있는 ③진압군경 및 제헌선거관여자를 살해한 자,④경찰관서 방화 등 폭동행위 적극 가담자를 희생자의 범위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사실 이 4.3특별법의 앞날을 가름하는 중대한 척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진압군경 및 제헌선거관여자를 살해한 자, 경찰관서 방화 등 폭동행위 적극 가담자를 어떻게 희생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겠지만, 1945년 8월 15일 이후의 이른바 해방공간 속으로 우리가 시간여행을 하여 본다면 관점이 많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때는 선거인등록저지=단선저지=통일이라는 시대적 명분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또한 당시의 기록 등을 종합하여 보면 미군정의 경찰 등은 질서유지자, 중립자라고 인식되기 보다는 서북청년회와 같은 집단을 옹호 방조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한통속이라고 보여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친일경찰의 대부분이 다시 컴백한 상태였다고 한다면 미군정의 경찰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1947년 3월1일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군과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미군정의 군과 경찰을 적대시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친애하는 경찰이여!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호소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였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적법한 절차보다는 신속한 재판 아니 신속한 사건처리만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졌을 당시의 군사재판을 고려한다면 진압군경 및 제헌선거관여자를 살해한 자, 경찰관서 방화 등 폭동행위 적극 가담자라고 하여 반드시 이를 오늘날의 척도로 미리부터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요청은  4.3특별법이 정식이름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하는 곳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상규명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도 미리 폭도라도 못박고 출발할 것이 아니라 입법취지를 살려 사안별로 이에 대한 실증적 접근과 조사가 필요하다할 것이다. 4.3위원회가 전문위원들로 하여금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의 국립공문서관을 통한 기초자료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 4.3특별법에 대하여 '이념대립으로 인한 내전 중에 발생한 반대측의 인명피해에 대하여......법률로 그들의 명예회복까지 시켜준다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추종하여 조사를 진행한다면 4.3특별법과 이에 따른 4.3위원회의 취지인 화해와 상생에 근본적으로 역행하게 될 것이며 국민들은 4.3위원회가 화해와 상생에는 관심이 없고 퇴행적 이데올로기 대립에 집착하는 곳으로 그래서 본질적으로 헌법재판소와 같은 곳이라고 인식하고 말 것이다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1:27)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1:28)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7:05)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7:05)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74 no image 농촌을 다시 생각하며...
박승룡
9341 2002-10-15
73 no image 미군의 공무집행과 한반도 문제
전영주
7095 2002-10-08
72 no image 미군범죄..단상
박지현
12811 2002-09-29
71 no image 주한미군범죄와 한국형사법
한상훈
7587 2002-09-19
70 no image <책임을 다하는 상류층>< ...그리고 '여성'상류층>을 읽고
이상수
13107 2002-08-13
69 no image ..... 그리고 '여성' 상류층
박지현
10783 2002-08-13
68 no image 책임을 다하는 상류층
이은희
8252 2002-07-25
67 no image 남녀평등에 대한 단상
조국
8850 2002-07-23
66 no image 월드컵과 6월 항쟁
이창호
9599 2002-06-14
65 no image 통일논의에 대한 단상
박병섭
7482 2002-06-05
64 no image 아직도 국기에 대한 맹세인가
송기춘
10212 2002-05-22
63 no image 노동판결속의 파시즘과 노동자 길들이기
조경배
7871 2002-05-08
Selected no image 화해와 상생 그리고 4.3
이경주
7845 2002-05-08
61 no image 테러방지법과 월드컵
김종서
7915 2002-04-16
60 no image 꽃샘추위와 황사가 휘몰아쳐도 봄날은 간다
이창호
10392 2002-04-02
59 no image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제의 의미
김승환
10834 2002-04-01
58 no image 탈북자 - 스페인 대사관
정태욱
11738 2002-03-22
57 no image 위협받는 국제법의 현주소
정경수
9445 2001-09-25
56 no image 돌파의 물꼬를 위한 노력에 찬사와 동감을 보냅니다
이상영
14457 2001-06-21
55 no image 남북 화해의 숭고미(崇高美)
정태욱
10334 2001-06-15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