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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5 (00:00:00)
남북 화해의 숭고미(崇高美)

정태욱(영남대학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벌써 일년이 지났지만, 저는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후 제 생활의 희노애락은 한반도 정세의 부침의 장단에 맞추어 오르내린 것 같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아마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현대사에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보다 감동적이고 신나는 일은 달리 없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또 많은 이들은 오히려 질시와 혐오의 눈으로 바라보거나 혹은 반공안보의 약화로 두려움과 위태로움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새삼 국가의 안보와 민족의 평화에 대한 염원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에 이영희라는 한복 디자이너가 평양에서 패션쇼를 하였습니다. 저도 TV에서 잠깐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패션쇼가 끝나고 그 디자이너가 어린이 모델들과 손을 잡고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하는데, 장내의 박수에 화답하여 손을 흔들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더군요. 그리고 뒤에 둘러 서 있던 한국의 여성 성인모델들도 모두 눈물들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가슴에도 서늘한 기운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보통사람들, 즉 정치에 무관심하고 일상에 묻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순박한 덕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정치와 진보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 평범한 이들의 감격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남과 북의 분단과 전쟁 그 후의 반목과 대결 그리고 그를 빌미로 한 탄압, 이 참담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그 눈물의 샘을 이룬 것은 아닐까? 즉 남과 북의 화해는 암암리에 우리 사회 곳곳에 그리고 보통 사람들 심성구조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그 비극의 상처를 상호 인간적 연대감과 민족적 충만감으로써 치유해 주는 과정이 아닐까? 배반당한 애정과 갈라진 인간성의 회복, 이것이 바로 그 감격의 정체가 아닐까?

저는 현재 진행중인 한반도 평화의 도정은 단지 이산가족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역사의 비극을 현재의 감동의 원천으로 승화시키는 숭고한 민족적 의식(儀式)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남북문제는 정치현실이며, 정치현실에서 어설픈 감상은 무책임하고 무익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그러한 깨끗한 눈물이야말로 모든 정치문제에서의 궁극적 척도가 되리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 햇볕정책에 불편해하는 많은 식자들은 모름지기 한 번쯤 그러한 보통사람들의 순수한 정치적 감수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수구냉전세력이란 바로 그러한 감동을 느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정권도 또한 항상 그러한 보통사람들의 순수한 감동을 거울로 삼아 항상 겸허하게 자신을 성찰하여, 한반도의 평화라는 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민족적 의식(儀式)을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굳은 결의로써 치루어 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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