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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024
2003.12.16 (00:00:00)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이창호, 경상대)


1948년 12월 10일 제3회 유엔총회는 다음과 같은 엄숙한 선언을 하고 있다.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갖는 고유한 존엄과 평등하고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승인함은 세계의 자유, 정의와 평화의 기초이기에, 인권 무시와 멸시는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만행을 초래하였으며, 언론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공포와 결핍 없는 세계의 도래는 사람들의 최고의 소망으로 선언되어 왔기에, 인간이 전제와 탄압에 저항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법의 지배에 의해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여러 국가 사이의 우호적 관계의 발전을 증진시키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 사회의 모든 개인과 기관이 이 세계인권선언을 항상 마음에 새기면서, ......................... 모든 인민과 모든 국가가 이룩해야 할 공통의 기준으로 이 세계인권선언을 공포한다." 이 선언은 수 천만 인류의 생명을 희생시킨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인류가 지난날을 반성하는 엄숙한 자기고백이었다. 2년 후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이 날을 세계인권선언기념일로 채택하였고, 각국은 대체로 이 날을 '인권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일 바로 이 세계인권선언 제55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는 특이한 시위가 전개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 축사를 낭독하기 위해 입장하는 순간, 기념식에 초청되어 참석한 일부 인권활동가들이 '근조 인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침묵시위를 하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대통령이 참석한 '지엄한(?)' 행사에서 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의 인권수준이 높아진 것 아니냐고 강변할지 모른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일리밖에는 없어 보인다. 바로 그날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대폭 축소시키는 '집시법' 개악안이 통과되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의 현재 인권수준은 과연 어떠한가? 바로 이 날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표한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활동가가 함께 뽑은 2003년 10대 인권소식'은 현재의 인권수준을 예시적이긴 하지만, 너무나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었다. '10대 인권소식'을 순서대로 그대로 옮겨 보자. 전체 국민의 정보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교육부의 네이스 강행,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지원을 위한 한국군 파병, 부안주민들의 사전 동의도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핵폐기장 건설 결정,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그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구속 기소, 배달호 열사로부터 시작된 신종 노동탄압에 대한 저항으로서 잇따른 노동자들의 분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추방, 농민활동가 이경해열사의 죽음으로 표현된 벼랑끝까지 몰린 농민들의 처지, 국가보안법보다 더 무서운 테러방지법 제정 기도, 빈곤의 세계화로 인한 생계형 자살의 급증,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악 위기 등이다. 모두가 우리의 가슴을 저미도록 아픈 인권현실이다. 이들의 시위에 대해 대통령은 생떼를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권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대통령의 솔직함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시장권력은 바로 자본의 권력이다. 재벌의 권력이다. 거대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제국주의의 권력이다. 대통령은 이들 권력 앞에 자신이 굴복할 수밖에 없음을 시인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그가 노동자의 분신을 투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던 독설을 이해할 수 있다. 그가 금년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온갖 인권의 요구들을 경찰의 폭력을 동원하여 진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 인권의 역사 두 세기는 국가권력과 시장권력의 폭력에 저항한 투쟁의 역사이다. 이 투쟁의 대열에서 항상 선봉을 지킨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짓밟힌 민중들이었다. 그들의 투쟁은 더러운 탐욕을 추구하는 자본의 권력에 맞서서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희생이었다. 이 투쟁이 계속되는 한 내일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알뛰세르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앞서 남긴 자서전의 제목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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