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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529
2003.11.12 (00:00:00)
왜 교수노조인가

  (박병섭, 상지대)


“교수노조의 합법화에는 법적 문제점은 별로 없지만, 교수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가 부담스러운 것도 현실이다.” 지난 8월 26일 공무원․교수 노동기본권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노동부 노정국장(노동조합 담당)의 발언이다. 교육부총리와 노동부장관도 교수노조와의 간담회에서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교수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 이러한 정서의 근저에는 “교수들이 명예도 있고 생활도 괜찮은데 또 제 밥그릇 챙길려고 노조까지 하느냐”는 생각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전적으로 교수사회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나 오해에 기인하고 있다.

첫째, 과연 교수는 노동자인가? 물론 교수도 당연히 노동자다.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근로기준법 제14조),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자(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1호)”이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교수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수사회 내부에서도 “교수가 노조를 하려면 공장에나 가라”라든가 “노동자가 되려고 외국유학까지 다녀오면서 십수년 동안 노력해서 교수가 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자신들을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기 싫은 교수들이 아직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노동자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에서 기인하거나, 우리사회가 교수를 사회적 실체에 비해 ‘과잉대접’(대부분 말로만)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보고 있지 못해 나온 말이다. 교수를 “스승, 사회지도층인사”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공대어일 뿐, 봉급생활자로서 교수의 본질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교수는 국가․지방자치단체(국․공립)나 학교법인(사립)에 종속적으로 고용되어 연구와 교육이라는 신성한 노동을 하는 정신노동자임에 틀림없다.

둘째, 과연 교수들이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려고 노조를 만들었는가? “교수 좋던 시절 다 지나갔다”는 말도 있듯이 이제 계약제․연봉제 등의 시행으로 소신있는 연구와 강의, 사회활동이 어렵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수많은 교수들이 재단의 횡포에 맞서다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되었지만(오죽하면 헌법재판소까지 재임용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을까!), 이제는 신임교수직을 전면적인 계약제로 함으로써 교수신분은 사실상 비정규직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경우는 교수시장이 넓고 교수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와 전혀 달라 자유롭게 대학을 옮겨 다닐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가 다른 대학에 다시 임용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기존의 전임교수이외에도 연구교수, 강의교수, 대우교수 등의 다양한 형태의 전임교수들이 임용되고 있는데, 계약제인 것은 물론이고 임금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서울에 있는 모대학의 경우 강의교수 초임이 월 78만원!). 노동시장의 탄력성과 교수의 경쟁력 확보라는 미명하에 도입된 계약제․연봉제의 실체는 다른 비정규직에서와 같이 결국 임금의 착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전임교수의 임금수준도 일반의 오해와는 달리 결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학마다 편차가 존재하지만, 나이, 학력, 경력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직종의 약 80%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돈 때문에 학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 연구에 정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는가.

셋째, 나아가 교수노조는 교수들의 근로조건에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교수노조가 필요한 더 절박한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이다.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개혁이라는 미명아래 대학사회에 강요한 교육정책의 결과는 과연 어떠한가? 학부제? 그럴듯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의 부실화만 초래하고, 많은 대학들이 학과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초기에는 교육인적자원부도 기세등등하게 행․재정 제재 등을 운운하더니 요즘에는 대학자율이라며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 대학설립을 자율화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더니, 정원미달로 무너져가는 지방대를 보고 이제는 슬그머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순진한 것인가? 무식한 것인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이나라 대학교육정책의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대학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일부 교육전문가와 교육관료의 탁상행정에 기인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의 무분별한 대학정책은 위기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이제라도 교수들이 다른 대학구성원들과 함께 대학개혁의 실질적인 주체로 나서야 한다. 대학별로, 지역별로, 그리고 전국 수준에서 교수들의 전문성과 현장경험이 다단계로 조직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때 대학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교수협의회는 아직도 대부분 임의단체로 영향력을 별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교수협의회의 연합단체인 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사립대학교수협의회, 전국교수회 그리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임의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학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교육인적자원부와 사학재단을 상대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교섭권을 가진 교수노조를 결성하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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