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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30 (00:00:00)
노무현정부는 법치주의 파괴 정부

  (김승환, 전북대)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률가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법치주의의 틀만은 역대 어느 대통령들보다도 더 잘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취임 이후 그에게는 하나 둘 법치주의 인식수준의 시험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첫 번째 시험대는 현대상선의 대북자금 지원에 대한 특검법안에 서명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거부할 것인가였다.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을 때, 1명의 국무위원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국무위원들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지만 대통령은 ‘나는 정치 9단이니까 나에게 맡겨달라’는 말과 함께 특검법안에 서명하였다. 특검법안 처리에 대한 그의 판단을, 법에서 자유로운 국가영역의 범위를 축소해가는 것으로, 그러니까 법치주의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가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어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당시 필자는 대북자금지원 문제에 관한 헌법적 판단을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에 올린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두 번째 시험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었다. NEIS는 초등학교 입학시부터 고등학교 졸업시까지 모든 학생정보(교사․학무모․직원정보도 모두 포함된다)를 교사들이 컴퓨터에 입력하여 이를 시․도교육청 서버에 집적하고, 이러한 정보들을 다시 교육부 서버에 집적하여 이용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수집․이용되는 개인정보는 해당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부터 50년간 국가가 관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NEIS를 통하여 수집․저장․이용하고자 하는 정보들 중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민감한 정보들(학사정보, 입학․진학정보, 보건정보)이 있고, 그러한 정보들은 입력항목에서 제외할 것을 교육부장관에게 권고하였다. 이와 함께 NEIS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하였다. NEIS를 끝까지 강행하려는 교육부와 교총 및 시․도교육감 그리고 이를 저지하려는 전교조와 일부 학무모단체들 사이의 대치 끝에 교육부와 전교조는 극적인 합의를 도출해 냈다.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3개 항목은 입력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 다만 현재 고3학생들에게는 NEIS를 적용한다는 것, 그리고 연말까지 향후 대책에 관해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교육부(와 정부)는 이 합의를 전격적으로 파기해 버렸고, 이에 항의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투쟁(그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교사들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연가권을 이용하였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대체수업, 보강수업등을 실시하였다)에 대하여 강경대응(징계, 전교조위원장 구속)을 하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그는 NEIS 문제를 인권문제가 아니라 집단간의 갈등으로 보았다. 국가권력이 개인정보를 강제적으로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있어야 하고, 그 법률에는 개인정보 취득에 관한 기본원칙들이 규정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치주의의 기본인식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전혀 없었다. 그는 NEIS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권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로 취급해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세 번째 시험대는 범죄예방을 위한 전자감시장치의 도입이었다. 현재 강남구청에서는 특정 지역에 범죄예방을 위한 CCTV 몇 개를 시범적으로 설치해 놓고, 곧 340개를 강남의 모든 지역에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종로구청에서는 인사동에 웹 카메라를 설치하여 불법주․정차감시를 하고 있고, 이를 여러 지역에 확대 설치할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특히 웹 카메라는 그 속에 컴퓨터 기능이 있고, 현장에서 24시간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저장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7월 24일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의 모든 지역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CCTV나 웹 카메라의 설치․이용은 그것에 의해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당하는 사람들의 초상권과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당연히 법치주의의 형식과 절차 및 한계를 지켜야 한다. 이에 관해서도 역시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는 것같다.

필자는 출범한 지 이제 6개월째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의 법적 실체를 법치주의 파괴 정부로 단정한다. 그에게서는 법률가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규범의식을 가지고 국정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기분에 따라 국정을 처리하려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 그래서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 라는 말을 쉽게 뱉어 버릴 수 있는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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