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연구회 마당

시평

 

민주법연 회원들이 작성하는 시평입니다.
이 게시판은 RSS와 엮인글이 가능합니다.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 게시판은 최근에 변경된 순서로 정렬됩니다.
* 광고성 글은 바로 삭제되며,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글은 삭제 또는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될 수 있습니다.
글 수 194
조회 수 : 11618
2003.07.01 (00:00:00)
북핵문제와 피플스 파워

  (곽노현, 방송대)


북핵문제만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방장관의 지난 5월 19일자 예일대 특강내용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한두 달만 지나면 북핵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전에 군사행동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대변해온 대표적인 온건파의 입에서 '8월초 전쟁불사론'이 튀어나온 것이다. 페리의 입장이 이럴진대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긴다.



페리는 7월말까지 북핵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더 이상 시간을 끌게 되면 북한은 연말쯤 4-5개의 핵폭탄을 갖게 되며, 이 경우 미국의 억지력이 현저히 약화된다. 둘째,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할 경우 일본, 남한, 대만의 핵개발을 저지할 명분이 없다. 결과적으로 핵비확산체제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게 된다. 셋째,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면 북한은 외화벌이 차원에서 테러집단에 대해서도 핵무기 및 핵심기술을 수출하기 쉽다. 넷째, 북한 정권은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혼란기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위와 같은 페리의 전쟁불사론은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기본관점과 계산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또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강경파와 온건파간에 초당파적 기본합의, 곧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기본합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의회와 국방성에 포진한 공화당 매파들은 이것을 적나라한 언어, 예컨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자'는 따위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요컨대 미국의 여야는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될 경우 조만간 군사적 응징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우리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이 전쟁불사론을 전개할 때 기본전제는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서 수백만의 생명이 희생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본전제에 대해 결단코 NO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 집이 불탈 것이 뻔한데 친구의 불장난을 고무, 찬양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들려오는 고무, 찬양의 소리는 미국과 우리의 결정적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전쟁이 터지면 살육과 파괴가 오직 한반도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2천만 이상이 몰려 사는 수도권은 대재앙을 만날 것이다. 미국의 정책당국에게 이것은 머리로 인식될 뿐 우리처럼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게 아니다. 우리한테 살고 죽는 문제가 이들에게는 숫자놀음이고 우리의 아비규환이 이들에게는 구경거리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미국이 곧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이 다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은 전쟁을 결단할 것이다. 불행히도 한반도에 전쟁의 시간이 째각째각 다가올 때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우리 모두가 휴전선을 열어 재끼고 영변으로 올라가서 '인간방패'가 되는 꿈을 꾼다. 떨어지는 폭탄을 막기 위해 수백만이 손에 손을 잡고 영변으로 모여드는 광경을 꿈꾼다. 북한의 민중보다 먼저 깨어난 남한의 민중이 이렇게 움직일 때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의 패권주의, 북한의 생존주의, 남한의 경제주의가 제어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위대한 역사가 그렇듯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도 미국 CIA의 분석과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위와 같은 폭발적인 피플스 파워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1:27)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1:28)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7:05)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12 17:05)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94 no image 재외한인의 인권을 생각하며....
조상균
9852 2004-01-08
93 no image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이창호
10024 2003-12-16
92 no image 왜 교수노조인가
박병섭
9532 2003-11-12
91 no image 호주제폐지와 그 대안
이은희
10231 2003-09-03
90 no image 새로운 노사관계와 노동법을 향한 단상
조임영
7493 2003-08-12
89 no image 노무현정부는 법치주의 파괴 정부
김승환
9732 2003-07-30
88 no image 고기잡는 방법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박광수
10252 2003-07-01
Selected no image 북핵문제와 피플스 파워
곽노현
11618 2003-07-01
86 no image 중국에서 보내는 안부편지
김범준
11270 2003-05-09
85 no image 유엔의 북한인권문제결의안에 대한 느낌
조승현
9480 2003-04-25
84 no image 이라크전쟁에 대한 지지 및 참전결정은 헌법파괴행위이다.
이계수
13845 2003-03-31
83 no image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와 연대의 힘
고영남
9686 2003-03-17
82 no image 곽노현 교수님의 글을 읽고
김진욱
13460 2003-02-13
81 no image 재벌의 '편법상속', 포괄주의 상속세법이 아니라 형사처벌이 해법이다
곽노현
8401 2003-02-10
80 no image 한상훈-박지현 회원의 논쟁을 보면서
이상수
12000 2002-12-14
79 no image 소파 수술이 아니라 미군철수를...
이창호
10339 2002-12-11
78 no image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과 노동법
최홍엽
9972 2002-12-06
77 no image Re 1: SOFA의 불평등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무엇인가??
오현석
6432 2002-11-30
76 no image [시평] 주한미군범죄와 한국형사법
손님
8404 2002-11-30
75 no image <주한미군범죄와 한국형사법>에 대한 비판에 답함
한상훈
9221 2002-10-25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