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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7 (00:00:00)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와 연대의 힘

  (고영남, 인제대학교 법학과)


미국·영국의 이라크 침공수정결의안을 놓고 유엔안보리에 포함된 15개국의 막바지 외교전이 뜨겁게 펼쳐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어린이들이 집 앞에 만들어 놓은 방공호 어귀에서 놀고 있는 사진 한 컷이 어느 신문에 실렸다.

저 천진난만하고 티없는 웃음에 어떻게 도륙의 칼을 들이댈 수 있단 말인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전평화팀의 보고에 따르면, 바그다드의 거리와 골목에는 구두통을 메고 가는 아이,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거나 공터에서 축구놀이를 하는 아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 아이들의 웃음에서 전쟁의 위협을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전쟁의 기운은 현실로 그들 곁에 다가섰음이 분명하다. 기자들이 막 바그다드를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유엔은 9일 이라크 주재 직원들에게 15일까지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쿠웨이트 주재 미국대사관과 캐나다대사관 쪽도 최근 자국민들에게 이른 시간 안에 쿠웨이트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엔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 저지르는 침략전쟁에는 반대한다고 말할 자신이 있다. 미국이 저지른 위선을 덮으려는 끊임없는 살육의 본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천년 전 로마의 선민들이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하도록 하였듯이,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달러의 힘으로 모든 길을 미국으로 통하도록 만들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청바지에 머물지 않고 윈도우 98이나 XP에 이르기까지 삶의 일상과 노동의 통제가 모두 그 길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미프로야구선수들이 선망하는 타이틀이 이미 월드시리즈로 명명된지 오랬고, 아카데미시상식이 우리네의 공식적 축제가 된지 오래 되었다. 가정, 직장, 학교, 휴식, 놀이, 게임, 언어가 배타적 기준에 맞게 획일화되면서 어느 덧 지구상의 대부분은 성조기의 그늘 아래에서 조금씩 썩어 가는 줄 모르고 그 달콤함과 광란에 젖어 갔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성조기의 그늘을 향해 그 깃발을 치우라는 자존의 소리가 지난 세기 후반 내내 이어졌다. 유엔과 규범, 그리고 정치와 경제의 도구로써 지배하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은 점차 군수산업과 연계된 대자본의 힘에 의한 무차별 전쟁으로 이어졌다. 조선과 베트남의 강산을 무참히 파괴한 전쟁들, 중남미의 사회주의정권을 전복시키려 수없이 개입한 더러운 전쟁들, 오로지 이스라엘을 구원한다며 전쟁을 부추기는 정치모략, 주권국가의 자존을 깡그리 무시하는 수많은 내정간섭과 폭력의 개입... 그러나 지난 세기를 건너면서 팽창한 세계화의 이데올로기와 네트워킹의 발전은 이제 그 이면에서 싹트던 평화와 연대를 낳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힘이 종국에는 탐욕스러운 침략전쟁을 막으리라 믿는다. 모든 전쟁을 막을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오만스러운 침략전쟁만큼은 막을 수는 있지 않을까?
부시가 온갖 주술을 동원하여 안보리에서 전쟁을 위한 수정결의안을 통과하더라도 이미 부시가 작정한 이라크전쟁은 그들만의 이익을 영구히 하려는 침략전쟁이며,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전쟁범죄다. 이번 전쟁계획에 반대하며 사직한 미 외교관과 국무부 직원들의 사직서에 의하면, 양심상 부시의 전쟁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미국내의 반전평화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일에는 테네시·플로리다·뉴욕·캘리포니아 등의 300여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동맹파업이 벌어졌다. 또한 오스카상 수상 여배우 제시카 랭을 비롯한 일단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전세계에 걸쳐 100만명 이상이 서명한 반전탄원서를 미국유엔대표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양심의 외침이 세계적으로 연대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싶다.
이라크와 가까운 파키스탄에서 수만명이 운집하여 미국의 침략계획을 비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의 베이루트, 터키를 지나 스페인에서 반전시위는 이어졌다. 미국의 전쟁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전쟁은 어리석다. 우리에게 평화를 달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특히 정부가 대이라크 무력사용을 지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불가리아, 그리고 일본에서도 수만의 시위대가 동참하였다.
한국에서도 반전평화지킴이로 나선 활동가들이 이라크로 들어갔고, 여야정치인 4명이 이라크 현지에서 반전활동을 하고 있다.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노동운동세력과 시민운동세력들이 반전운동에 속속 모여들고 있으며 큰 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노총 '국제반전노동자대표단'이 곧 이라크 현지로 떠난다고 하고, 미국의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1인시위가 부산의 미군부대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전쟁의 현실성에 대해 하루하루의 기운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평화를 옹호하고 미국의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연대가 있는 한, 지금의 새 세기에는 살육과 광란의 역사를 넘어 모든 지역의 공동체가 나름의 역사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희망의 역사로 진전되었으면 한다. 그 가운데 우리네의 공동체가 들어가고, 이제는 더 이상 전쟁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강산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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