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수술이 아니라 미군철수를...

  (이창호, 경상대학교 법학과)                    


신효순·심미선, 두 어린 여중생을 깔아뭉갠 미군 병사들에 대한 재판이 끝났다. 한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여 재판정을 엄습하는 분위기로 진행된 재판에서 미군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그래도 자랑스런(?) 미군답게 당당하게 무죄평결을 내렸다. 검사는 항소를 할 수 없다는 미국법에 따라 그들의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후 한국 국민들의 반미의 분노가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시대통령까지 주한 미대사와 미군사령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사과의 메시지를 표명했다. 그래도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해방 후 50여 년 동안 억제되어 왔던 반미의 물결이 올해 초 동계올림픽 금메달 강탈 사건 이후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미국은 한마디로 ‘깡패국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국은 한마디로 ‘깡패국가’다. 주한미군은 그러한 깡패국가의 ‘조직폭력단’이다. 남의 나라에 자기들 멋대로 들어와서 자기들이 주인처럼 행세하는 전형적인 조폭이다. 막강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그 지위와 관련되는 한, 배짱으로 일관하는 주한 미군의 행태는 ‘조폭’의 그것과 너무도 유사하다. 일단 한번 차지한 것은 도무지 내놓으려 하지 않고,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깡패와 흡사하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만 해도 그렇다. 1967년 협정이 체결 될 당시에 이미 그것은 전 세계 어느 주둔국지위협정보다도 불평등한 조약이었다.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국민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무마시키기 위한 생색용 개정으로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면 개악된 측면이 많다. 그러기에 소파협정은 개정되자마자 다시 또 개정을 요구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군과 관련한 어떤 사건에서도 한국민의 감정을 존중한 해결책이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지난 50여 년 동안 주한미군은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끔찍한 범죄들을 저질러 왔는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저지른 만행으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물론, 소파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던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미군은 엄청난 규모의 범죄를 저질러 왔다. 1990년 대 이후에만 하더라도 윤금이씨 살해사건처럼 종종 야수가 저지른 만행에 가까운 범죄들도 있다.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조차 우리는 주한미군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다. 주한 미군과 관련된 한, 범죄의 피해자는 ‘재수가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었다.

주한 미군은 전국적으로 8000만 평에 이르는 땅을 자기들 멋대로 이용하고 있다. 이 중에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처럼 이미 1996년에 되돌려 받기로 했던 땅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의정부·인천·부평·대구·부산·광주·춘천 등 도시의 금싸라기 땅을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 전국적으로 93개소의 광활한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오염은 기본이고, 매향리처럼 수십 년 간 폭격장으로 이용되거나, 용산처럼 수십 년 간 도시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해 온 기지들도 있다. 게다가 정부는 매년 수 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불과 수 만 명에 불과한 미군의 주둔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당당한 목소리 낼 때

지금 전국적으로 다시 소파개정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게 있어서 아직까지 한 번도 양보한 적이 없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권력기반이 약한 한국정부를 통제함으로써 한국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지금까지 역대정권이 모두 그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최근 반미여론에 편승하여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들도 하나같이 자신이 당선되면 소파를 수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당선되면 기껏해야 깡패두목 미국에게 소파수술을 해달라고 애걸하는 수준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미국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국가이다. 이것은 미국이 최근 일으킨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침공 위협 그리고 대북정책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전쟁의 억지력이 아니라 바로 전쟁 위험 그 자체다. 우리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라도 미군은 철수하여야 한다. 그러기에 이제는 미군주둔을 전제로 하는 소파개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미군철수를 당당하게 외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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