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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6 (00:00:00)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과 노동법

(최홍엽, 조선대학교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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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한겨레신문 11월 21일자 맨앞면을 보면, 한 젊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있다. 그 앞의 여성은 손사래를 치면서 “비정한 한국사람들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 한다. 사진설명에 의하면, 서울 금천구의 ㅂ기업의 중국 여성 산업연수생 8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쫓겨나고 있었다.

이들은 이른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들로서, 최저임금법에도 못미치는 321달러(36만여원)의 월급을 받고, 외출금지와 강제저축 등의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렸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에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진정서를 냈으나, 그러한 진정내용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쫓기듯 한국땅을 떠나고 말았다. 문제의 ㅂ 기업은 쟌피엘이나는 상표의 신사복 등을 만드는 (주)부흥이다.(자세한 내용은 오마이뉴스 참조) 그리고 지난 추석 직전에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염색업체에서 중국인 노동자들 46명이 농성을 벌였는데, 오래되지 않아 또 해외투자기업 연수생들의 문제가 발생했다.

2.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들은 보통의 산업연수생들과 다른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데,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중에서도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 있다. 원래 이 연수생들을 들여오는 목적은 ‘외환관리법에 의하여 외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외국에 투자한 산업체’, ‘기술개발촉진법에 의하여 외국에 기술을 제공하는 산업체’, ‘대외무역법에 의하여 외국에 산업설비를 수출하는 산업체’가 현지 외국인을 국내에서 연수시키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이 연수생들은 진정한 의미의 연수를 받지 못하고, 국내 모기업의 부족한 단순노동력을 보충하는 구실을 해왔다.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보호지침’이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과 최저임금법, 산재보험법 등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국내 모기업이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때에만 적용하며, 해외 현지법인이 지급하는 때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근기 68201-696, 1999.11.23). 나아가 노동부는 임금 전액을 국내 모기업으로 지급받는 경우뿐 아니라, 임금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지급받고 그 임금 중 일부를 생활비 명목으로 국내 모기업에서 지급하는 경우에도 위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2001.8.30, 근기 68207-2882). 따라서 위의 (주) 부흥 등의 중국인노동자도 한국의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법과 국제사법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위와 같은 결론은 부당하다.

먼저,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산업연수생은 어떠한 명목으로 들어오든지 노동법이 보호하는 근로자다. 산업연수생들은 국내의 연수기업체가 지시하는 대로 노무를 제공하고, 근무장소와 시간이 고장되며, 노무에 대한 대가로서 급여를 받는다. 명목은 산업연수이나 실질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국내기업도 부인하지 않는다. 결국 산업연수생과 국내기업이 체결하는 연수계약은 노동법이 적용되는 근로계약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현지법인이 급여를 직접 지급하거나 외국에서 연수계약(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국내 노동법을 적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국제사법(2001년 개정)에 반한다. 국제사법 제28조에 의하면,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강행규정(한국의 노동법)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준거법으로 선택한 국가나 임금을 실제로 지급한 국가의 법은 그 다음 문제이다. 국제사법 새 규정의 취지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연수생에게도 국제사법의 규정대로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

3.  

더 나아가 외국인력 도입제도로 남용되는 모든 산업연수생제도는 폐지하거나 적어도 축소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7월에 내놓은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산업연수생 총정원이 6만명이나 증원되고 도입경로가 더욱 늘어났다. 중소기협중앙회가 연수추천을 하는 중소제조업 이외에도 농축산업에 새로이 산업연수생이 도입되며, 건설업 분야는 크게 증원된다. 농림부는 농협중앙회에 ‘농업연수협력단’을 설치해 놓고, 외국인 농업연수생을 내년부터 도입하려 하고 있다.

현재의 산업연수제는 송출비리, 저임금, 연수생이탈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앞으로 외국인력 도입과정에 또다른 이해단체인 농협중앙회, 수협, 건설협회를 개입시키게 된다. 아울러 외국인력 도입과정에 위 기관을 산하단체로 둔 농림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이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참여하게 된다. 지금까지 산업연수제의 폐지를 가장 반대해온 것이 중소기업중앙회와 관련 부처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현재의 인력제도 개선방안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산업연수제의 폐지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적어도 농축산업, 건설업, 연근해수산업의 산업연수생만이라도 정상적인 제도인 고용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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