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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579
2007.01.06 (00:47:06)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로스쿨법을 둘러싼 ‘빅딜’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개정되었던 사립학교법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재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이고, 목회자 30여명의 삭발 사태에 힘을 받은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의 폐지 내지 완화를 요구하며 두 법안의 연계를 고집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그 개정과정에서 엄청난 진통을 겪은 끝에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형태로 통과된 것으로, 사학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는데 불과하다. 더구나 사학법인으로부터 대학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내용은 완전히 누락된 반쪽 입법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 로스쿨 법안은 어떤가.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유지하는 것을 암묵적 전제로 하여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인가제를 법조계의 영향력 하에서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이 역시 사법개혁이나 법학교육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여야 간의 ‘빅딜’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의정활동을 통하여 획득한 유일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사립학교법을 슬그머니 포기하는 대신 대선정국에 앞서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실적을 올리는 것을 의미하고, 한나라당으로서는 정부 원안대로라면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는 로스쿨법을 내주는 대가로 사학개혁을 무위로 돌리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얻어내는 것이다. 사법개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니 사법개혁의 길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지도 모르는 문제투성이 로스쿨과 사학개혁의 포기를 가져올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바로 그것이 빅딜의 정체이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개혁의 종언을 뜻한다.

사법개혁, 특히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의 요체는 변호사수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변호사 자격시험제의 도입이다. 이는 변호사 시장에서도 경쟁 원리가 도입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위 ‘시장지상주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로스쿨 법안은 물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여·야 모두 변호사수의 증가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현재 사법시험의 틀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로스쿨일 뿐이다. 이는 고시낭인에 이어 로스쿨낭인까지 양산하게 될, 법조특권의 온존을 의미하는 초고비용의 로스쿨이다. 그리하여 대다수 서민은 이제 원천적으로 법조계 진입이 차단될 것이고, 사법은 이제 완벽한 ‘특권’ 사법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한편, 개정 사립학교법의 핵심 목적은 사학재단 운영의 투명성 확보였다. 그리고 이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개방형 이사제이다. 따라서 개방형 이사제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결국 사학개혁의 부정을 의미한다. 반면 개정 사립학교법은 제17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거둔, 거의 유일한 성과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당의 명운을 걸고, 정권의 진퇴를 걸고라도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 사립학교법이다. 빅딜이란 이름하에 개정 사립학교법이 포기될 때, 이 나라 공교육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며,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재앙으로 닥쳐올 것이다. ‘거래’라는 것은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내주고 꼭 받아야 하는 것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받아야 하는 것도,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개방형 이사제를 핵으로 하는 사립학교법은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며, 변호사수의 획기적 증대를 전제로 하지 않은 로스쿨은 도입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여야 간 ‘빅딜’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그 끝은 사법개혁의 좌절과 사학개혁의 실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의 실종을 가져올 ‘빅딜’이 아니라, 사학법인으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변호사수의 획기적 증대를 가져올 변호사 자격시험제의 도입을 위하여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교수신문. 2007. 1. 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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