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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09:51:02)


교수신문 2006. 12. 26자 <딸깍발이>란에 실린 칼럼글입니다.

비정년트랙 교수의 비애


올 상반기 대학 신임교원의 1/4가 비정년트랙 교수였다고 한다. 우리 학과에도 비정년트랙 교수가 외국인을 포함하여 3명이나 있는데, 이제 한 학기만 지나면 계약기간이 종료한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교수이면서도 교수가 아닌 사람들이다. 먼저 교수인 이유는 이들이 교수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의, 학생지도, 학내행사 참여 등 모든 면에서 정규 교수와 동일하게 일한다. 심지어 우리 학교의 경우 매주 4일 출근과 대전 거주를 요구한다. 한마디로 전적으로 교수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로서의 권리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 반대이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같은 날 입사한 동기 교수의 월급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생활비만으로도 부족하다. 교수회의에 참석해도 교수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으며, 인사와 관련된 회의에는 불러주지도 않는다. 이들에게는 교수협의회의 회원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 곳이 많다. 한마디로 교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비정년트랙 교수는 자유롭게 처신할 수 없다. 어쩌면 이 대학에서 정년트랙 교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요상한 암시가 흘러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에 다른 대학에 응모하더라도 결국은 이 대학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수 중에는 비정년트랙 교수의 이러한 약점을 교묘히 남용하는 자도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비정년트랙 교수의 자존심과 인간성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교수사회 전체가 강퍅해지고 잔인해진다. 이 제도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고 이제라도 없애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의 입장 선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비정년트랙 교수를 전임교원의 수에 산입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사실 비정년트랙 제도가 난무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교육부 정책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만 성사되어도 비정년트랙 교수의 상당수가 전임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비정년트랙 교수를 정규직 교수로 전환하는 것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단순히 재계약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겠고, 계약 만료전에 정규직 신임교수의 공개채용이라는 형식을 거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기존의 비정년트랙 교수에게도 응모기회를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우선적 임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이 그간의 고통을 바로잡는 정의이며 인간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교수를 전임으로 전환하고 철밥통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교정에서 자행되는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자는 것이다. 재정의 확보나 객관적인 교수평가 체제의 구축은 그 다음 과제이다.  

새해에는 모든 교수들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보다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비정년트랙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교수로서 이 문제를 방치한 채 진리와 정의를 말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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