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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1020
2006.11.16 (08:10:54)


(2006.11.16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거꾸로 가는 ‘특수고용노동자’ 대책


정부는 지난 10월25일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 모집인, 레미콘 기사들의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이들에게 부분적인 산재보험법을 적용하고,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한 거래행위로부터 보호하고자 공정거래법, 약관법, 보험업법과 같은 경제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보고 노동법이 아니라 경제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법과 달리 공정거래법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저 노동조건과 노동삼권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경제법을 적용하여 실질적인 보호가 가능하려면 이들이 사업자여야 한다. 이들이 노동자인데도 경제법을 적용하는 것은 보호 내용도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영원히 제한하는 것이 된다. 정부 대책에 대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계에서 강하게 반대하며 노동자 지위 인정과 노동삼권 보장을 요구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관계법 적용 여부는 연내에 검토하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특수고용 노동자를 이미 사업자로 전제하고 경제법을 적용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노동관계법을 검토한들 대책이 얼마나 알맹이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특수’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비교하여 노동의 수행이 좀더 자유롭고 회사로부터 지휘감독을 덜 받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실태를 보면 해당 회사는 이들의 업무 내용이나 수행 방식을 직접 정하고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 사업자란 경제시장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하면서 이 과정에서 이윤을 얻을 기회를 가지며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자를 말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이런 사업자의 성격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애초에는 해당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된 근로자였으나 회사의 구조조정에 따라 근로계약 대신 도급이나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회사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로부터 똑같은 이익을 얻고 있지만 이들을 사업자라 하여 노동법상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업상의 위험은 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이처럼 회사가 ‘위장한 자영업자’에 해당한다. 대법원의 낡은 노동자성 판단 기준과 적용 방식으로는 위장된 자영업자와 진정한 사업자를 분별할 수가 없다. 나아가 고용 형태의 다양화로 사용자의 엄격한 지휘명령을 받지 않는 노동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사업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수’란 말은 이제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 단지 노동자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노동현실을 반영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입법을 통해 종속적인 자영업자에게까지도 노동삼권 보장을 비롯하여 일정한 노동조건을 보호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 6월15일 ‘고용관계 권고’를 채택하여 회원국가들에 사실상 노동자이면서도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위장된 고용관계’를 방지하고 노동현실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동자성 판단기준을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올바른 입법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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