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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9372
2006.10.08 (13:16:23)


[img1]프레시안 2006.10.4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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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참여 재판, 한다면 제대로 해야지…  
--'엘리트 재판'의 개혁--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법원도 국가기관이다. 따라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상식으로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바로 민주재판 제도다.
  
  국민의 사법참여는 당연한 일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법은 해방 이후 60년 간 직업적인 법관, 즉 소수의 엘리트만에 의해 독점돼 왔다. 재판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런 엘리트 사법제도는 결국 점차 사법조직의 폐쇄성과 비유연성을 초래했다. 사법이 관료주의화하고 권위주의화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법원은 그동안 국가 고위공무원과 판·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대기업의 거액 정치비자금 조성 사건,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 노동 관련 형사사건 등에서 일반 국민의 상식이나 법감정과는 판이하게 다른 판결들을 양산해냈다.
  
  이런 현실에서 공판과 법원, 법관에 대해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됐고, 사법의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그동안 관료적 직업법관에 의해 전담돼 온 재판에 일반 시민이 직접 참여해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이 재판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최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 사법참여 제도(국민사법참여 제도)'의 도입은 '직역이기주의의 발로인 전관예우'와 '정치권력에의 종속성'으로 인해 부패해가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의 현실에 비추어 '사법에서의 참여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하고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민사법참여 제도는 선진 사법제도를 갖고 있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들에서 정착된 재판제도를 가리킨다. 이는 시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성을 갖고 있고, 국민의 보편적 참정권을 보장한다는 민주주의 정치이념이 구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국민사법참여 제도는 국민주권주의와 사법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재판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일반 시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여 독립적으로, 또는 직업법관과 함께 범죄 사실과 관련된 유·무죄의 판단을 내리는 국민사법참여 제도에는 크게 참심제(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와 배심제(미국, 영국, 덴마크, 스페인, 러시아 등)가 있다.
  
  참심제는 일반 시민들 중에서 선정된 참심원이 일정한 기간 동안 직업법관과 함께 합의체의 재판부를 구성하여 직업법관과 동일한 지위에서 동일한 권한을 가지고 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배심제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이 시민의 대표로서 형사재판에 직접 참여해 독립적으로 범죄 사실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사개추위 안의 문제점
  
  하지만 사개추위가 제안한 법률안(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은 검찰, 법원, 판사 등 법조 기득권층의 반발로 인해 민주적인 사법의 실현을 지향하는 국민사법참여 제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는 독소규정들이 가득 차게 되었다.
  
  사개추위의 국민사법참여 논의는 애초부터 그 직접 당사자인 국민은 참여조차 하지 못한 채 전문적이고·직업적인 법조인들이 서로 합의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국민사법참여 제도가 이 논의에서 나올 리가 만무했다. 개혁의 대상들이 개혁안을 마련하게 되면서 실패는 이미 예정된 꼴이었다.
  
  사개추위 법률안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사법참여 제도 도입의 도화선이 됐던 사건들 가운데 상당부분이 이 제도의 대상사건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법률안 제5조). 예컨대 국가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는 사건, 국가공권력이 남용된 사건, 기업의 부패 및 비자금 관련 사건, 노동 관련 형사사건,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 등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게 되어 있다. 이 점은 국민사법참여 제도의 도입에 대한 회의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개추위 법률안의 두 번째 문제는 평결에 권고적 효력만을 인정하는 한편 평결결과와 양형의견을 집계한 서면만을 소송기록에 편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제75조 제5항). 국민사법참여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평결의 기속력을 인정하고 평결 결과가 법정에서 구두로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이 규정은 문제가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관료적 직업법관의 평의과정 참여를 허용(제75조 제2항)하고 있어 참여시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국민사법참여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참여시민의 평의과정에 대해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
  
  그밖에도 사개추위의 법률안은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에 의한 평결을 인정하고 있고(제75조 제3항), 국민참여 형사재판의 건수를 연간 100~200건으로 미리 정함으로써 법원에 의한 배제 결정을 허용하고 있다(제9조). 게다가 참여시민이 피고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며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 양형 절차에 참여(제12조 제1항과 제75조 제4항)하게 하여 불필요하게 참여시민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지움으로써 오히려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초기 안착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국민주권주의와 참여민주주의에 근거해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사개추위 안의 문제점들이 조속히 개선·보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사법참여가 갖는 장점, 즉 재판 과정에 일반 시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일반 시민의 직접적인 재판 참여에 의해 법의 생활규범성을 강화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관해 국민을 교육한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된다.
  
  관료적 직업법관에 대한 강력한 견제
  
  일각에서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가 소송을 지연시키고 과도한 비용이 들게 한다는 문제를 들어 비판한다.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 이 제도는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주의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재판기일이 통상의 경우에는 3일 이내, 다소 복잡한 사건의 경우에는 1주일 이내가 소요될 뿐이다. 이러한 재판기일은 기존의 소송기간에 비하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참여 재판의 비용에는 배심 관련 비용과 변호사 비용이 있다. 국민참여 재판을 통해 일반 국민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학습하고 자연스러운 민주적 토론방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배심 관련 비용부담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변호사 비용은 현재 비판받고 있는 전관예우 등에 기인하는 변호사의 비합리적 고액 수임료 등의 소송비용과 비교할 때 오히려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변호사를 대량으로 배출하면 해결될 문제다.
  
  이러한 국민참여 재판 제도는 법과 양심이 아니라 법조에 만연되어 있는 '전관예우'의 관례에 따라 재판의 결과를 왜곡시키는 관료적 직업법관의 영향력에 강력하게 제동을 가할 수 있는 유력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사법참여 제도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도입하여 법을 일상생활 속에 뿌리 내리게 하고, 법의식을 고양시키는 법률교육을 자연스럽게 증진시키며, 유·무죄의 결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사법참여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참여민주주의의 견지에서 제대로 도입해야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러한 의미에서 사법부는 국민주권주의와 참여민주주의에 기초를 둔 민주적 사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진정한 국민참여 재판 제도를 조속히 채택해 실시해야 할 것이다. 사개추위의 법률안처럼 시한부로 국민참여 재판 제도를 실험한다는 발상의 기저에는 특권적이고 관료적인 직업법관들의 엘리트 의식이 그대로 배어 있다. 다수의 국민은 소수의 현자보다 훨씬 더 현명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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