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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650
2006.09.21 (09:16:43)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05382006년 09월 09일 교수신문 [딸각발이]에 실린 글입니다.

투쟁하는 교수 / 이상수 / 편집기획위원·한남대    
  
개학 첫날부터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교문에는 학생들이 몰려오는데 교수들이 띠를 두르고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있다. 대학본관 앞에서는 교수들이 투쟁선포식을 하고 있다.

몇몇 교수들은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교정의 구석구석이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대학 본관은 아예 무당집인지 뭔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현수막이 주렁주렁 널려 있다.
  
이어 날마다 아침마다 교문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나누어준다. 점심시간에는 교수들이 피켓과 핸드마이크로 무장하고 책임자의 처벌과 문제해결을 촉구하면서 교정을 순회한다. 그 뒤를 이어서 학생들이 북을 치면서 따라간다.

이쯤 되면 학교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난리북새통의 한 모퉁이를 지키면서 투쟁의 대열을 뒤따라가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이런 일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첨단 지식을 생산하고 그것을 교육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따위 일로 땡볕에서 구호를 외치고 돌아다니다니. 저절로 분노가 치밀고 악이 받힌다.

물론 이 일이 ‘이따위’라는 식으로 폄하될 사소한 일은 아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교수에 대한 부당해임이다. 우리 대학에서 누구보다 유능하고 정의감이 있으며 학교발전에 기여한 동료교수가, 그것도 황당무계한 이유로 해임되었는데 이것이 어찌 사소한 일이겠는가? 이 일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면서 캠퍼스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니 결코 사소하지도 않고 뒤로 슬그머니 물러설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투쟁이 하루 이틀 지속되면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만약 면전의 이 엄청난 불의를  외면한다면 나는 앞으로 학생들에게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크게 후회할 것임을 직감한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나의 느낌을 내면세계로 옮겨 심는다. 그러면서 나는 점차 투사가 되어가는 나 자신을 문득 발견한다.

아, 투사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는가? 나는 이제 교수의 길을 접고 투사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두려움마저도 솔솔 피어난다. 나는 과연 교수로서 제대로 처신하고 있는가?

교수가 싸움판으로 내몰리고 투쟁을 업으로 삼을 때 그 대학과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바로 그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시간을 쪼개서 싸움현장에 나오는 사람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미래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왜인가? 이 아이러니를 설명하는 것은 단 한가지이다. 이 싸움이 정의와 공익을 도모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싸움이 없어야 하지만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비극적 딜레마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교수들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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