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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만장일치로 합헌결정을 선고하여 그 시대착오적 보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결정을 통하여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으로 급부상함은 물론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헌법개정권력까지 찬탈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변화하게 될 때 맞게 되는 결과는 시장만능주의의 약진과 민주주의의 후퇴, 보수의 득세와 진보의 쇠퇴, 재산권의 절대화와 사회권의 형식화 등이다. 가히 절망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극히 보수적인 결정의 홍수 속에서도 그나마 우리를 달래 주는 것은 들릴 듯 말 듯 한 소수의 반대의견들이다. 무릇 반대의견 또는 소수의견이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다양성의 존재를 증명하고 더 나아가 그러한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년간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전원재판부 결정 7000여 건 가운데 반대의견(별개의견이나 보충의견 제외)이 개진된 경우는 모두 624건이다(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서 ‘반대의견’을 검색어로 하여 검색한 결과이다). 이를 역대 대통령 재임기간별로 본다면 노태우 정권 49건, 김영삼 정권 151건, 김대중 정권 224건, 그리고 노무현 정권 200건이다. 즉 해가 갈수록 반대의견의 개진빈도는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이 정착되면서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 개진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반대의견 중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또는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될 만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었는가? 노무현 정권하에서 선고된 결정 중 이에 해당하는 것은 10여건 정도이지만, 그 중 5건 정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압권은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헌법소원심판에서 나온 각하의견이다(2004. 10, 전효숙). 이것을 제일로 꼽는 이유는 관습헌법이란 다수의견의 논리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억측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대다수의 강변에 맞서서 합헌도 아니고 아예 적법한 심판청구가 아님을 주장했던 이 의견은 민주주의적 정당성이 극히 취약한 헌법재판소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두 대표기관의 동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법률의 위헌여부를 재단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러한 견해를 표명했던 재판관이 이라크 파병문제에서는 사법부자제론을 빙자한 통치행위론의 편에 섬으로써 이라크파병문제의 헌법심판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는 점이다(전효숙의 가담으로 각하의 근거가 종전의 자기관련성 부재에서 사법부자제론으로 변경되었다). 이 점은 여전히 헌법재판관들이 임명권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전효숙은 이라크파병을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다).
둘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제88조가 위헌이라고 밝힌 의견이다(2004. 8, 김경일, 전효숙). 이미 상당한 정도로 찬반논의가 진행되어 있었고, 하급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이 선고된 후에야 나온 것이긴 하지만(2004. 5, 서울남부지법), 국제인권규약을 그 주된 근거로 삼고 대체복무제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한 바탕위에서 국방의 의무에 대한 양심의 자유의 우위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이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등록법상의 지문날인제도에 대한 위헌의견이다(2005. 5,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중요성에 입각하여 현재의 지문날인 강제와 그 수집 및 보관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됨은 물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위헌적 침해를 이룬다고 함으로써, 너무나 당연시되어 왔던 주민등록제도와 지문날인제도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특히 10년 이상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던 주민등록제도의 문제점이 소수의견이나마 최고의 헌법재판기관에서 공식적인 견해로 확인되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넷째,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제도가 위헌이라는 의견이다(2003. 5,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송인준). 이 의견은, 다수 국민의 생명·신체·건강 등과 국민경제 전체의 유지·보존이라는 공익을 내세워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는 것으로 기능해 왔던 직권중재제도에 대하여, 공익은 불합리하게 과도한 정도로 보호되고 있는 반면에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축소되어 있어 최소침해의 원칙이나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는 그간 이른바 자유권에 비하여 홀대를 받아왔던 사회적 기본권, 특히 노동기본권 중에서도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평가된다. 1996년에는 직권중재에 대하여 5명이 위헌의견을 보인데 비하여 1명이 줄긴 했지만, 그간 직권중재의 적용대상이 공익사업장 전체에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축소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는 상당한 진전이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각급법원 주변의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1조 제1호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한 4인의 의견을 들 수 있다(2005. 11, 윤영철, 송인준, 전효숙, 이공현). 2년 전인 2003년에 외교기관 주변의 집회 제한에 대하여 위헌의견을 취하였던 재판관 중 이 결정에 참여한 4명의 의견이 법원 주변의 집회에 대해서는 위헌 2(윤영철, 송인준) : 합헌 2(김효종, 주선회)로 나누어졌음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집회의 장소로서 외교기관 주변과 법원 주변을 구분하여 법원 주변의 집회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자 한 다수의견은 종전 결정과 상호 모순될 뿐 아니라 사법권 독립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를 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에 반하여 종전의 결정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집회의 자유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반대의견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헌법재판소내에 법원중심주의가 판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그나마 숨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은 위안을 삼을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헌법재판관 5인의 교체 시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법관자격자만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헌법 규정하에서는 법관의 범위를 넘어선 구성의 다양화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다. 그나마 새로운 헌법재판관 자격으로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한계를 잘 인식하면서 민주주의를 신장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는 법해석을 외면하지 않는 법관자격자를 구하는 정도일 것이다. 검찰출신으로 노태우 대통령에 의하여 지명되었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건들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수많은 소수의견들을 내놓았던 제1기의 한 재판관과 같은 인물들을 적극 발굴해 내는 것, 그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월간 사람(인권재단 사람), 2006년 8월호, 2006. 8. 3, 31-32쪽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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