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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8109
2007.05.18 (11:05:44)
중부매일 2007년 5월 17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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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의결되었다. 정부가 이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2005년 12월 6일이었으니, 꽤 오래 묵은 법률안이 통과된 것이다. 피고인이 과연 죄를 범하였는지, 죄를 지었다면 어떠한 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형사재판은, 검찰의 기소로 시작하여 법관의 판결로 매듭지어진다. 여기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 법률에 따라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선정된 사람은, 배심원으로서 배심원들끼리의 회의를 통해 피고인이 유죄인지 또는 무죄인지를 가린다. 배심원들이 내린 이 결정을 평결이라고 부르는데, 유죄평결을 내린 경우에는 어떤 벌을 내릴 것인지에 관하여 판사와 함께 토의하고 양형에 관한 의견을 밝힌다. 그런데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과 양형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제46조 제5항). 다시 말하면 판사는 평결대로 판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배심원의 평결이 곧 그 피고인의 유죄, 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기 때문에,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진정 배심제를 도입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만한 수준으로라도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은 힘겨웠다. 작년 9월27일에 열린 사법참여공청회에서 한 의원은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참여재판을 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한 사법개혁위원의 답변은, 대통령 직선제,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우리 국민이므로 충분히 재판참여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국민을 믿는다.

이제 국민은 방청객 또는 피고인으로서만이 아니라 배심원으로서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낳을 씨앗이다. 중죄사건의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경우, 검사는 이제 그 피고인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판사에게만 납득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고 배심원들에게도 입증하여야 한다. 변호인은 그 피고인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판사에게만이 아니라 배심원들에게도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와의 학연, 지연 등에 의존하기보다는,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승소하고자 할 것이다. 판사는 배심원들과 함께 증거를 보고 들으므로 자의적인 취사선택으로 결론을 왜곡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배심원에게도 학연과 지연은 존재할 수 있으며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여러 외압이 있을 수 있다. 그리하여 위 법률은 배심원에 대한 청탁, 위협을 처벌하는 조항들과 배심원의 비밀누설과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조항들을 두고 있다.

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디 그 말은 옛 법정, 즉 권한 있는 자리에는 법률전문가만이 앉을 수 있고 나머지 국민에게는 피고인석 아니면 방청석만이 주어졌던 법정에나 어울리는 표지이기를 바란다. 판사석과 검찰·변호인석 사이에 배심원석이 마련되는 새로운 법정에는 “유증유죄, 무증무죄”라는 새로운 표지가 붙여지기를 바란다.

마침 어제 읽은 레위기 19장 15절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하지 마라. 영세민이라고 하여 두둔하지 말고, 세력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봐주지 마라. 이웃을 공정하게 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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