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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7634
2007.04.20 (06:17:36)
중부매일 4월 1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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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나의 큰 아이가 청주의 한 중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여 저녁마다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곤 하였다. 그런데 같은 반 아이가 입학 다음날부터 결석을 하기 시작해서 자주 결석을 한다고 했다. 그 아이는 학교에 오는 경우에도 점심시간에야 와서 급식을 먹고 오후 내내 자다시피 하다가 하교를 한다고 했다. 점심시간이야말로 그 아이가 학교에 와야 할 이유였다. 내 아이도 중학교에 와서 좋은 점으로 급식을 꼽는다. 학교에서 먹는 밥이 맛있다고 한다. 매월 나오는 식단표에 대한 관심도 커서, 기대되는 메뉴에는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 놓곤 한다. 아이의 급식비는 월 4만원 정도이다.

지난 3월 30일에 <청주시 학교급식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다. 급식에 관한 경비에는 급식시설․설비비, 급식운영비, 식품비가 있는데, 위 조례는 청주시장이 식품비를 지원할 수 있음을 규정한다(제3조). 지원방법은 품질이 우수한 우리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현물 또는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제5조 제1항). 지원신청은 학교장이 하게 되는데, 지원신청 시기와 절차 등 세부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고 한다(제6조). 학교장에 대한 급식비 지원규모와 내역은 청주시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고 한다(제10조).

제8대 청주시 의회가 제정한 이번 조례는 유감스럽게도 2006년 7월 6일에 청주시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본부 대표 김병우 외 11,540명이 제출한 <청주시 학교급식 조례안>을 폐기하고 탄생한 조례이다. 2007년 3월 14일 청주시의회 운영총무위원회는 위 주민조례안을 폐기하고 자체 조례안을 통과시켰으며 본회의는 바로 그 이튿날인 3월 15일에 그 조례안을 의결하였다. 만 명이 넘는 청주시민들이 서명한 조례안은 본회의에서 논의될 기회마저 빼앗겼다. 청주시의회는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하였다. 1997년 7월 청주시민 535명의 진정서를 접수한 청주시가 <청주시 학교급식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하여 의회에 제출하였는데, 그해 9월 26일 제5대 청주시의회 내무위원회는 위 조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하였다. 당시 한 내무위원은 청주시는 ‘빚진 주제에 뭘 이렇게 벌리느냐’고 질책하였다.

주민조례안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청주시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문제였다. 학교급식지원센터란 학교급식 식재료의 원활한 생산과 물류, 공급관리 기능과 관련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을 말하는데, 학교급식법 제5조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그 소속하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그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지차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주민조례안 제11조 제1항은 시장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05년 말에 제정된 <음성군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도 “군수는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설립안을 기초로 공공성과 공익성을 가진 비영리법인 형태의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우수한 지역농수산물의 생산과 공급체계를 형성하고 실천한다”는 조문을 두고 있다. 학교마다 따로따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보다 이러한 지원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으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재료를 얻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작년 11월, 학교급식센터를 설치할 경우 “과다한 예산소요 및 이중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을 청주시의회에 제출하였고 청주시의회는 이에 동조하였다.

학교급식법이 학교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과다한 예산이 들어간다고 반대하고 나선 청주시와 의회에 나는 ‘살림을 꾸리는 데 있어서 밥은 최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학교 점심시간은 결식아동이 그나마 밥을 먹는 기회이다.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나마 제대로 된 밥을 먹이자. 밥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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