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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7160
2007.02.23 (21:57:20)
2007년 2월 22일자 중부매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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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갖고 있다. 나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여 신입생들을 만났다. 진지한 눈망울들 앞에서 새 출발을 축하하는 인사말을 하면서 나도 대학 신입생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부풀었다. 이제까지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왔을 터인데 적어도 1년은 자유로움 속에서 이성을 키워나갈 것을 당부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언젠가는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오지 않은 신입생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요즘은 애들이 더 바쁘다”는 말을 정말 흔하게 듣는다. 방학 중에도 아이들이 할머니댁에 가서 느긋이 지낸다든가 하기가 어렵다. 여기저기 배우러 다니는 곳이 많아서다. 공자님 말씀에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으면 혼란스럽다”는 말씀이 있는데, 그 많은 배움들을 언제 익히나 걱정스러운 경우들이 있다. 배웠으면 그 다음엔 가르치는 사람의 간섭 없이 스스로 익힐 시간이 필요한데, 배우는 곳에서 배우는 곳으로 옮겨가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공부라는 것조차 일종의 상품이 되어 그것을 소비하는 형국이며, 일부에서는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애들이 더 바쁘다”고 말하고 말 것인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어른은 아이를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아이가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싫어하는 일을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정말 귀한 나의 아이에게 모순되게도 아동학대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이를 가졌을 때의 나를 떠올려보자.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자 했던가? 나의 부모에게 아쉽게 생각했던 것들을 나는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이고, 그보다 훨씬 좋은 부모가 되고자 다짐했을 것이다. 정말 부모로서의 사명을 귀하게 여기는 분들에게 나는 “아이에게 자유를” 주자고 제언한다.

인류의 역사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유를 누리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최근의 역사도 그러하다. 현 수준의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얻기 위해 나의 선배와 동료와 후배들이 얼마나 애를 썼던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꿈이었던 자유를 아이들에게도 인정하자. 아이가 자기의 하루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보낼 수 있도록, 되도록 “하지 마라”는 말을 하지 말자.

재주 있는 자가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자가 즐겨하는 자를 당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재주있는 사람으로, 노력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즐겨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기 뜻과 맘을 좇아 살아보지 못하고 부모의 뜻에 눌려 살다가는 도대체 좋아하는 게 없고 꿈이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나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는 문제를 거론하였으나, 전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도 있다. 나의 아이에게 집중투자된 관심과 재원을 방치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누어주자. 어른으로서 아이를 돌보아야 할 책임대상은 나의 아이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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