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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9080
2007.01.20 (11:16:49)


인터넷 참세상 2007.1.20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참세상은 진보넷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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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이 훨씬 더 심각한 고집증 환자"  
-- 수학자와 판사 간의 목숨 건 싸움--  
  


“그게 판결이야!”


“그게 판결이야!” 지난 15일 한 수학자가 현직 판사를 향해 석궁을 발사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가 바로 한 때 성균관대에 재직했던 수학자 김명호이다.

김명호는 판사에게 테러를 가함으로써, 해직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으며 엉터리 재판을 한 판사를 응징하고자 했다. 그가 판사를 응징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세상에 알리려는 의도는 완전 성공했다. 이로 인해 그의 해직을 둘러싼 논란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테러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의견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김명호에 대한 적극적 옹호론 내지 동정론으로 흐르고 있으며, 심지어 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비판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권력에 빌붙고 약자를 무시하는 사법부에 대해 통렬한 비난과 비판을 쏟아내었다.

이에 대해서 가장 당혹해 한 것은 이 사건 담당 판사였다. 판결문을 쓴 이정렬 판사는 문서를 통해, 재판과정에서 어떠한 외압도 없었으며 오로지 법과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재판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법과 판결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 ‘통분’을 금할 수 없으며,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 단정했다.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하고 테러로써 음습한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려고 소시민 수학자와, 법원 내외적으로 ‘진보적 판사’로 알려진 한 젊은 판사 간의 대결은 마치 한 폭의 무협지를 보는 듯하다. 판사는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수학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칼로는 수학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번 대결을 관전하는 묘미이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싸움이 쉽게 결판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둘 다 자신의 입장에 대해 흔들림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 확신에 상응하는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호-이정렬 : 성적은 교수가 주지만, 판결은 판사가 내리는 것


김명호는 출제 오류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것이 명백한 이상 더 이상 쟁점을 확산시키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 이정렬 판사는 ‘출제에 오류가 있었고 그것이 미움을 사 재임용되지 못한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심지어 그는 ‘입시문제 오류지적 행위가 양심적으로 용기있고 정당한 행위’라고 했다. 그렇지만 정작 판결문에서는 그것이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판사는 김명호에게 교육자적 자질이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고, 김명호 교수는 가정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로 일축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사람이 그리는 평행선을 본다. 이 둘은 서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각자 자기 입장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명호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판사가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판사는 김명호가 교육적 자질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는 것을 답답하다고 여긴다. 성적은 교수가 주지만, 판결은 판사가 내리는 것. 따라서 김명호 패소.

하지만 김명호는 납득할 수 없다. 판결은 분쟁을 종식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었다. 김명호는 판사에게 석궁을 쏘았지만, 판사는 그를 교도소에 집어넣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김명호는 결코 굴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판사를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까지의 싸움양상을 볼 때 앞으로 더 큰 사건이 터질 것이고, 아마 끝장을 볼 것이다. 소시민 김명호의 나락을 보면서 이미 충분히 슬펐지만, 앞으로 이어질 더욱 처절하고도 슬픈 비극적 결말을 생각하면 나는 소름이 끼친다. 여기에서 이 싸움의 굴레를 멈추어야 한다.


상대방의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들


왜 싸움이 이토록 치열하게 전개되는가? 그 요인 중의 하나는 두 사람 모두 진리와 원칙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고집스러운 인물이 되기 쉽다. 일종의 직업병인 것이다. 수학자 김명호의 고집도 대단하지만, 판사 이정렬도 못지 않게 한 고집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두 고집쟁이가 충돌할 때 생기는 불똥의 치열성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의 차이가 싸움의 원인이지만 깊이 보자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둘은 너무 비슷하기도 하다. 즉, 이 둘은 모두 상대방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에 매여 있다. 이들은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가치의 차이가 세상의 혼란을 낳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자기의 가치를 상대방에서 강요하려고 한다. 이것이 이들 간의 싸움을 비극으로 이끄는 근거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이미 다양성을 시대정신으로 하는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전체주의 시대에 생각의 차이는 목숨을 건 투쟁을 낳지만, 다원성의 시대에 생각의 차이는 자유와 해방과 생산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감히 주장하건대, 김명호가 제정신이면 패소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정렬 판사가 제정신이면 판결로써 구원해주지 못한 판사 직업의 한계와 부조리를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김명호의 한계이고 담당판사의 한계이다. 그리고 그 한계가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와 파멸을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양비론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판사라고 본다. 수학자의 고집이야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만, 판사는 사회적 가치를 대변해야 할 공무원이고, 나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먼저 변화되어야 할 사람은 김명호라기보다 판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판사, 적어도 비겁했노라고 고백하라


그러나 이정렬 판사나 그로 대표되는 판사 집단이 결코 스스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데 나의 심각한 고민이 있다. 김명호와도 많은 대화를 해보고, 많은 판사들과도 대화해 본 나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판사들이 훨씬 더 심각한 고집증 환자이다.

판사들은 사법시험 합격 말고는 아무런 성취나 노력도 없으면서, 자신들이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스스로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고집불통들이다. 대법원장의 공식발언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고, 소위 ‘진보적 판사’, ‘튀는 판사’라는 이정렬도 별 수 없다. 그가 법원게시판을 통해서 열정적으로 자기 판결을 변호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이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국민 여론이 잘못이라고 단정했을 때 나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국민을 멋대로 재단하는 판사, 그것이 전체주의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전체주의 시대가 가고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함을 아직도 못 느끼는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국민이 나서서 법원을 확 바꾸어야 한다. 대법관을 포함한 모든 판사의 선발과 인사과정에 국민이 개입해야 하고,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가 광범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다양한 가치가 법률적으로 대표될 수 있기 위해서 변호사 수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 그래봐야 선진국의 평균도 안 된다. 국제화된 다원주의 시대에 이러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특권주의와 권위주의에 물든 판사는 이러한 개혁을 결코 수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제2의 김명호나 이정렬 판사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고, 두 사람도 화해의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결국 판결은 판사가 내리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내리는 것임이 명백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대결은 전체주의적 관료사법의 문제점과 민주적 사법개혁의 명분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말해도 우리의 이정렬 판사나 다른 판사들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당신들의 한계이고 사법개혁의 장애이며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혹여 이해한다면 당장 사법개혁에 나서라. 아니면 적어도 비겁했노라고 고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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