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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011
2001.09.05 (13:03:55)
강정구 교수를 비롯한 방북단의 처벌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반대논거를 제시하여 보았습니다.

검토해 보시고, 많은 지적있으면 고맙겠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실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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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 처벌에 관한 법적 논점들

방북단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의 문제점들과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의 관계의 재정립

정태욱 기자 tuchung@yu.ac.kr   

진보와 보수의 여러 단체와 성원들이 두루 참여한 8.15 민족통일대축전이 통일이 아니라 분열의 축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태가 빚어진 근본 원인은 남쪽의 화해와 협력의 노력에 화답하지 않고 있는 북한 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동시에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한반도의 문제를 지배하는 현실과 또 그에 기대고 있는 일부 정파 및 언론의 선정주의에 서글픔과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선 드는 생각은 북한 당국도 이제는 적어도 대외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그들의 유일사상체계를 강변하거나, 혹은 남북의 민간교류를 자신들의 체제 강화를 위하여 이용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남한의 보수강경세력에 대하여도 같은 지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북한 체제의 문제점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화해와 협력의 필요성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배타성과 적대감만을 앞세워 햇볕정책이 실패하기만을 바라거나, 혹은 대북정책의 시행착오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고 현 정권을 타격하는 데에만 활용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래에서는 그와 관련하여 두 가지 법적인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강정구 교수 등 몇몇 인사들의 경솔한 돌출행동이 비난받을 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을 법으로, 그것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둘째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과정을 규율하는 척도를 계속 국가보안법에 맡기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이제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관한 일반적인 법으로 재정립하고 남북교류에관한법률(이하에서는 남북교류협력법이라고 약칭 함)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본법으로 새롭게 구성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1. 방북단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의 문제점들

먼저 첫 번째 문제를 보겠습니다. 방북단 일부 인사들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의 죄목은 여러 개이지만, 그 핵심적인 것은 바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즉 이른바 '찬양·고무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그 조항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國家의 存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를 危殆롭게 한다는 情을 알면서 反國家團體나 그 構成員 또는 그 指令을 받은 者의 活動을 讚揚·鼓舞·宣傳 또는 이에 同調하거나 國家變亂을 宣傳·煽動한 者는 7年이하의 懲役에 處한다."

김일성 생가를 기념하는 만경대에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라고 한 표현은 통상적인 단어의 의미에서 "찬양·고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의 법률적 의미 즉, 그러한 행위가 과연 처벌할 정도로 위험한 것인가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에 대한 처벌은 오히려 형벌권의 남용이나 일탈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법률적 논점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가'의 여부입니다. 물론 그러한 찬양행위가 북한 당국에 이용당하고, 북한 주민들을 미혹케 하는 선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사소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는 아직 전쟁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에 이용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남한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현재 한반도에 전쟁위험이 있다고 할 때에, 그 가능성을 단지 북한의 의도적인 침략의 경우만 생각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의 갈등 속에서 상호 오해와 불신에서 촉발될 여지는 생각할 필요는 없는지 역시 의문이 있습니다.

예컨대 1994년 북미 간의 일촉즉발의 전쟁위험과 1999년의 남북 간의 서해교전(두 경우 모두 그 주된 피해자 혹은 잠정피해자는 북한이었습니다) 등이 과연 전적으로 북한의 의도된 침략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현재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적대감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이는 물론 북한과 미국 사이의 당면 과제일 수 있습니다만, 보다 궁극적인 문제는 남북 사이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남북 간에 불신의 벽이 낮아지고 협력의 왕래가 잦아져,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무르익는다면 미국 등 다른 열강들이 계속하여 의구심을 표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햇볕정책과 민간교류의 확대는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분적인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나아가 북한 당국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이용당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도, 북한 일반 주민들 사이에 남한 및 남쪽 사람들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와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또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번 방북단의 일부의 돌출행동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그것을 문제삼아 매카시즘의 선풍을 불러일으켜 남북의 민간교류를 위축시키고 햇볕정책을 파탄내려는 일부 언론과 정파의 행태야말로 더욱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많이 양보해서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또 일부 인사들의 낭만적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필요한 일이고 따라서 언론과 야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과연 자신의 책무를 옳게 하여 왔는가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의문이 남습니다. 그들은 마땅히 그와 아울러 미국 부시정부의 군사적 대결주의의 위험성과 남한 극우세력의 극단주의도 또한 같은 비중으로 고발하고 경계하여 왔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북단 일부의 돌출행동에 대한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법치주의와 법의 일반원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의문의 여지가 많습니다. 물론 이는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국가보안법 제7조에 관한 기존의 여러 사안들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는 다른 것은 생략하고 다만 이회창 총재가 대법관시절에 제시하였던 명판결(소수의견)(1992.3.31. 전원합의체판결 90도2033)을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회창 등 3인의 대법관은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면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하는 다수 의견에 맞서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가 아닌 이상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하였습니다.

그 소수의견은 무척 정교하고 또 상세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아쉬운 대로 그 핵심 부분만 옮겨보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는 논의입니다. 한 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font color=blue>
......결국 국가보안법 제7조가 규정하는 표현범죄에 있어서 반국가활동성, 즉 불법성의 판단기준은 위와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방어를 위한 표현자유의 한계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의 규제대상인 불법한 표현행위란 국가의 안전 등을 위협하는 표현행위, 즉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보안법 제7조의 경우와 같이 표현행위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 표현범죄에 있어서는 법익침해의 가능성, 즉 위험성은 법익을 침해하는 해악의 내용과 그 해악으로 인한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으며, 위에서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라고 함은 법익을 침해하는 해악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그로 인한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우선 해악의 내용이 구체적이라고 함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중대한 것을 의미하고, 또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이 가능하다고 함은 법익침해의 결과가 초래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표현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념과 가치에 동조하지 아니하고 이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이와 반대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러한 정도의 의사표현만으로는 해악의 내용은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해악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적극적으로 폭력 기타 비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폐지할 것을 유도 또는 선동하는 경우에만 해악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존질서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기존질서측에서 볼 때에는 매우 불쾌한 공격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지·전복을 유도·선동하는 행위의 일환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상·의견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font>

2.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의 관계의 재정립

다음은 두 번째 문제를 보겠습니다. 위에서 저는 문제의 방북 인사들의 사법처리에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만,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에 대하여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정부에 각서를 써 놓고도 그 약속을 위반한 일부 방북단의 행태에도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의 정신인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점을 탓하는 것이며, 또 실제로 그로 말미암아 현재 남북교류의 거의 유일한 통로로서 어렵게 성사된 남북공동행사의 의의와 성과가 반감되었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몇몇 돌출행동과 시행착오를 이유로 이번 민간교류를, 보수와 진보의 다양한 단체와 성원들로 이루어진 이번 대규모 민간교류의 성과를 모두 무로 돌리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든 일부 언론과 정파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 관계된 일차적인 주무법률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입니다. 방북단은 그 법률에 규정된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또 그 법률에 의하여 정부의 승인을 받고 통일대축전의 행사에 참여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남북교류협력법은 도외시하고 오직 국가보안법만 거론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바로 남북교류협력법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동법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南韓과 北韓과의 往來·交易·協力事業 및 通信役務의 제공등 南北交流와 協力을 目的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法律에 우선하여 이 法을 適用한다. "

비록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이지만, 이 법률은 국가보안법에 앞서 고려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의 돌출행동이 그 '정당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방북단의 일원으로 간 이상 그들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방북단 전체의 행동과 그 성과를 전제로 하여 평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교류의 전체적인 내용과 방북단 전체의 태도가 이적행위에 가까웠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상, 즉 대체로 정당한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되었고 또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이바지하는 바가 있었다면, 일부의 돌출행동은 다른 법규 즉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처벌해야 하는 이적행위라기보다 이 법의 목적인 남북교류와 협력의 과정에 수반된 시행착오로서 이해될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남북교류협력법은 지금 당장 민간교류의 기본법이 되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습니다. 그것은 경제적 교역을 주된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어,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관한 규범적 척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서면 곧바로 국가보안법의 개입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점에서 남북교류협력법은 앞으로 시급히 개선되고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민간교류에서 이번과 같은 시행착오들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행착오를 계속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게 된다면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상호 이해와 불신해소는 그만큼 요원해질 것입니다.

나아가 저는 남북교류협력법을 확대 재편하여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본법제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보며, 국가보안법은 그야말로 외환과 내란에 대한 국가방위의 차원으로 축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국가보안법을 대폭 수정하든지 아니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신 형법을 조금 보충하여 국가안보의 핵심적인 사항들을 수용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이제 한반도의 평화에 관한 문제를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이 관장할 수 있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001/08/28 오전 1:15:05
ⓒ 200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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