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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034
2001.09.05 (12:56:36)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국회의 표결로 해임된다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여기 한나라당이 발의한 해임안과 그에 대한 민주당 정범구의원의 반대의견의 전문이 포함된 기사를 옮겨 봅니다. 한 번 쯤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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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지나간 자리,
이제 당신이 표결할 차례입니다
전문으로 다시보는 임장관 해임 찬반논리


공희정 기자 khj@ohmynews.com   

 
▲지난 3일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 건의안에 투표하는 여야 의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9월3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것은 일대 폭풍이었습니다. 민주-자민 공조는 파괴되고 여권인사들의 사표제출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했으며, 행정부의 장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9월5일, 이제 폭풍은 일시 멈췄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정-청의 새 진용을 짜기 위해 숙고에 들어갔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해냈다"는 만족감으로 흐트러졌던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 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역사적인 두 개의 글 전문을 독자 여러분앞에 펼칩니다. 하나는 9월3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낭독한 '임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이유서'입니다. 또 하나는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그날 본회의 5분발언을 위해 작성한 '임장관 해임반대 이유서'입니다. (정의원의 글은 본회의가 아닌 민주당 의총에서 대신 낭독되었음)

이 두 글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역사와 민족이 이번의 해임안 통과를 어떻게 심판할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컴퓨터 앞에서 차분히 두 개의 글을 다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해임안에 찬성하시렵니까, 반대하시렵니까?

뒤늦게나마 그렇게 묻는 이유는 이번 해임파동은 어쩌면 다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에 불과합니다. 해임파동은, 두 글에서 대조되듯이, 너무나도 다른 두 정치세력이 2002년 대선고지를 향해 달리면서 치른 '첫번째 본격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해임파동은 '남남갈등'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남북통일은 무엇이며 또 그것은 어떤 방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지를 다시 처음부터 숙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음은 두 글의 전문입니다.

"통일부를 북한지원부로 전락시킨 자입니다"
- 해임건의안 제안 이유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 낭독)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이 낭독한 3쪽 분량의 임 장관 해임건의안 ⓒ 오마이뉴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현 정부는 대북정책을 독점한 채 국가부담을 가중시키는 양보일변도의 대북지원을 지속하였고, 그러면서도 할말도 제대로 못하고 끌려만 다닌 저자세 정책으로 일관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주권을 농락당하게 만들었고 국가경제에는 심대한 부담을 안겨주었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극심한 위기상황에 빠뜨려 버렸습니다.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집행을 총지휘한 인물로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국정원장을 역임하고 통일부장관을 두 번씩이나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까지도 성사시킨 햇볕정책의 핵심 사령탑입니다.

또한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김정일과 귓속말을 나누고 북한 김용순비서의 수행비서역할을 자임하는 등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국정원을 북한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바 있으며,

북한 선박의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침범시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NSC)으로서 북한선박의 계속적인 영해침범을 사실상 묵인하는 등 군의 사기와 목표를 없애 버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에도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그간 국회 상임위원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대북경협의 일관된 원칙은 정경분리임을 강조하면서 한국관광공사의 금강산관광 참여문제에 대해서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국관광공사의 자체 결정이며 통일부는 관여하지도, 관여할 수도 없다"고 강변해왔으나,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시인, 통일부장관 임동원의 이중성과 기만성을 만천하에 폭로한 바 있습니다.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국민을 우롱하고 국회를 능멸한 자신의 거짓보고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통일부를 북한지원부로, 남북협력기금을 대북상납기금으로 전락시킨데 대해 국민에게 백배사죄하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에도 적반하장으로 야당의원과 국회를 겨냥해 공격적인 비난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반이성적 도발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총체적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햇볕정책에 대한 통일부장관 임동원의 그칠 줄 모르는 아집과 독선이 낳은 국가적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남북관계를 정략의 제물로 간주하는 듯한 통일부장관 임동원의 국가의 기본 틀을 뒤흔든 결정판은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 대축전 파문입니다.

8.15 평양축전을 앞두고 친북자들의 노골적인 이적행위가 예상되었음에도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하루만에 방북불허를 방북허용으로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 등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소속 간부들에 대한 방북불허요청도 묵살해 국가전체를 남남갈등, 보혁갈등으로 갈갈이 찢어 놓아 버렸습니다.

방북단 일부가 방북승인도 나기 전에 북측과 사전 협의했고, 북한에 가서도 북측인사들과 비밀접촉한데다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명난 범민련과 한총련 관계자들이 다른 단체 이름으로 방북 신청을 했는데도 승인해 줘 친북인사들의 이적행위를 통일부장관 임동원이 방조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방북단중 일부 친북세력들은 정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연방제 통일을 상징하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 참관, 반국가 이적행위인 만경대 방명록 서명, 김정일 찬양, 김일성 밀랍상에 대한 큰절과 눈물, 연방제 통일 주장 등등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 이적행위를 공개적으로 자행했습니다.

통일운동을 빙자한 일부 친북세력들의 반국가적 국기문란 광란극으로 국가안보는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하고 국민자존심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방북단이 도착한 김포공항은 해방직후에나 있을 법한 좌우익의 충돌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습니다. 남남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의 기본틀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위기와 혼란이 초래되고 있으며, 친북세력들이 대명천지 민주사회에서 공개적으로 활보하고 있는데도, 정작 책임을 져야 할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현 정부 출범이후 대북정책의 핵심책임자로서 상기에 적시한 것처럼 대한민국을 누란의 위기로 몰아 넣은 햇볕정책의 총체적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물론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지금까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지극히 마땅한 일인데도 사퇴는 커녕 오히려 장관직 고수를 위해 몸부림치는 통일부장관 임동원의 몰염치한 작태를 지켜보면서,

이에 이재오의원 등 한나라당의원 132명은 주권과 안보, 헌법수호를 위해 국무위원(통일부장관 임동원)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것입니다.


"독일에 에곤 바가 있다면 한국에는 임동원이 있습니다"
- 해임안 반대 이유 (민주당 정범구 의원)


존경하는 이만섭 국회의장님!

우리 국회를 소모적인 정쟁과 대립의 장에서 생산적인 토론과 합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의장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국가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정치를 위해 애쓰시는 선배, 동료의원들께도 깊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대단히 무모한 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싸움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자리는 국회의원 271명이 아니라 바로 4800만 국민, 7000만 겨레가 지켜보고 있고, 조국의 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싸우다 숨져간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이 자리를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무궁하게 흘러갈 한민족의 역사가 이 자리를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 없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오늘 민족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 또 하나의 속죄양을 민족의 제단에 올립니다. 화해와 교류보다는 분단과 대립 속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 이 세력이 몰고 오는 광풍 앞에 속절없이 또 하나의 속죄양을 바칩니다.

임동원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임동원 장관 한사람의 실책을 지적하는 것이지 햇볕정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뜻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결국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결혼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함진 애비가 맘에 안 드니 바꿔라! 사주단자를 지고 온 함진 애비 탓하는 것은 결국 그 혼사가 맘에 안드니 어떻게 까탈을 부려서라도 그 혼사를 깨보자는 이야기 아닙니까?

북한하고 자꾸 왔다갔다 하고 화해다 협력이다 하는 게 맘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그걸 반대하면 반통일세력으로 몰리니까 정책담당자 한사람을 집중공격대상으로 삼아 결국 대북화해정책 자체를 무력화시키자는 것 아닙니까?

에곤 바(Egon Bahr)라고 하는 독일 정치가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한 평화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일 서울에 옵니다. 그는 빌리 브란트 수상 밑에서 동방정책의 이론적 기초를 닦고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성사시킨 장본인입니다. 유럽에서 탈냉전의 물꼬를 텄던 동방정책의 기수 브란트의 일급참모였습니다.

그는 동서독관계를 긴장과 대립에서 화해와 협력관계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유명한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접근을 통한 변화(Wandelung durch Annaeherung)"라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하에 동독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과 대화를 통해 결국 독일통일을 이끌어냈던 것입니다.

독일에 에곤 바가 있다면 한국에는 임동원이 있습니다. 그는 "대결청산을 통한 평화만들기(peacemaking through peacekeeping)"란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한 200만 대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쪽에서건 만약 실수로 포탄 한발이라도 발사되면 바로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우리 현실에서, 평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쉽지 않은 평화만들기 정책을 일관되게 실무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 바로 임동원장관입니다. 이 임동원장관을 오늘 우리는 여전히 냉전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정치의 속죄양으로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냉전을 허물고 민족화해와 교류에 앞장섰던 당시 서독정부도 오늘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였습니다. 1972년 4월 당시 서독정부는 사민당과 자민당간의 연립정부였습니다. 그러나 보수당이며 야당인 기민당은 동방정책에 반대하는 자민당 일부의원들과 연합해서 어렵사리 성사된 동서독 기본조약에 대한 비준반대를 획책했습니다.

투표결과 연립여당은 두 표차로 비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자민당의원들의 절반이 야당편을 들었으나 그 나머지 반이 연정파트너인 브란트총리 쪽을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자민당 지도부는 소속의원들의 개별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전체적인 대의에서는 공동여당의 금도를 지켜 유럽에서 탈냉전의 물꼬를 텄던 것입니다.

이제 곧 표결이 있을 것입니다. 표결에 앞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공동정부를 이끌어왔던 자민련 선배, 동료의원들께 묻습니다. 내각을 통괄하는 책임자는 국무총리입니다. 통일정책의 실무부서책임자인 임동원장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내각의 책임자인 이한동 국무총리는 과연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까? 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해 고민하고 계시는 한나라당 선배, 동료의원들께도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정치는 유한하지만 민족은 영원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지만 민족의 역사는 끝없이 계속됩니다. 부디 민족과 역사 앞에 책임지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1/09/05 오전 12:35:16
ⓒ 200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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