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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821
2001.06.09 (08:35:06)
북-미 대화재개의 성격과 전망에 관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는 좌담입니다.

중앙일보에서 퍼왔습니다. 참고로 말하면 여기 사회를 본 김영희 대기자라는 사람은 국제관계와 한반도 문제에서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중앙일보에 칼럼이 실리는데, 일독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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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 북·미-남북관계 진단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일 북.미대화 재개를 선언해 그동안 중단됐던 북.미관계는 물론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또 북한 상선들의 영해침범을 계기로 남북간에 물밑접촉이 진행돼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김영희(金永熙) 대기자의 사회로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부차관.장달중(張達中) 서울대교수와의 좌담을 마련, 최근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다.

▶金〓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선언한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강경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인가.

▶宋〓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제네바합의 이행 '개선' 을 협상의제에 포함시켰다. 이는 북한의 과거 핵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 조기사찰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다. 또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한 '검증' 과 재래식 군비 태세 등도 협상의제에 포함시켰다. 개선.검증.재래식무기 등은 클린턴 행정부가 사용하지 않던 용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자세를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張〓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과 확연히 구분된다. 다만 공화당은 과거에 이데올로기를 중시해 공산 독재체제와의 협상을 거부했는데, 부시 행정부는 이런 자세에선 한발 물러서 있다. 이는 대북협상에서 실리를 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클린턴 행정부는 대북협상에서 우리 정부와 역할을 분담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남북관계도 자신의 대북정책의 틀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金〓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에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워싱턴에서 나온 강경발언과 이번 부시 성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張〓부시 행정부는 초기의 대북 강경자세에서 '실용주의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 같다. 이는 미국내 정치역학이 변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노선갈등에서 온건파가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 강경파를 일단 끌어안았으나, 민주당의 상원 장악으로 강경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대북 강경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재빨리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한 것이다.

▶宋〓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자세를 다소 누그러뜨린 것은 세가지를 고려한 결과다. 첫째, 미사일 방어(MD) 망을 둘러싼 미국내 정치적 분위기다. MD와 관련해서 부시 행정부는 이중적 사고를 갖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가 잘 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북한을 MD 프로젝트 추진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같다. 둘째,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포괄적 접근을 취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밝힌 '포괄적 상호주의' 와 맥을 같이한다. 셋째, 북한의 입장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비록 긍정적 호응 등의 조건은 붙었지만 경제지원.제재완화 등의 방침이 포함된 것이 그 예다.

▶張〓부시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서 일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맹국들로부터 지지를 못받는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金〓미국이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해 검증을 요구했는데, 과연 북.미간에 미사일 검증을 둘러싼 의견 차가 좁혀질 수 있을까.

▶宋〓북한은 미사일의 개발.생산.배치는 자주권 문제이기 때문에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미사일 수출도 무역행위이므로, 이를 중지하라는 미국에 대해 현금보상을 요구해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 검증 요구에 대해 '속옷을 벗긴 후 속속들이 들여다보자는 속셈' 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북.미간에 미사일 검증 합의가 설사 이뤄진다 해도 형식상의 검증에 그칠 공산이 크다.

▶金〓북.미협상에서 재래식 무기를 의제에 포함시킬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큰데, 미국이 굳이 이 문제를 다루려는 이유가 뭔가.

▶宋〓미국이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북.미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바람에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한국의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다. 북.미가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직접 논의한다면 자연 한국은 입지가 좁아진다. 부시의 성명은 핵.미사일 같은 대량살상 무기 등 국제적 이슈와 재래식 군사력 같은 한반도 이슈를 뒤섞어 놨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金〓부시는 성명을 통해 김정일에게 세가지 미끼를 던졌다. 북한이 미사일 등에 성의를 보일 경우 북한주민의 생활 향상, 경제제재 완화, 정치관계 개선을 하겠다고 했다. 과연 평양이 워싱턴이 던진 미끼를 물 것 같은가.

▶張〓평양이 이번 성명에 대해 반응 자체를 자제하거나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미관계는 평양에 대한 워싱턴의 정치적 수요보다 평양 쪽의 수요가 훨씬 더 크다. 따라서 북한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성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 을 보일 것이다.

▶金〓부시의 북.미대화 재개 성명으로 공은 일단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미관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려나갈 것으로 전망하는가.


▶宋〓북한 특유의 자존심 외교를 감안할 때 평양은 당분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시혜(施惠) 로 대화가 재개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북한은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이다. 초기엔 뉴욕에서 북.미 실무접촉 수준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金〓남북대화는 지난 3월 남북 장관급회담이 연기된 이래 중단된 상태다. 북.미대화 재개 방침에 따라 남북대화도 재개될 것으로 보는가.

▶宋〓남북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관계를 남북대화 중단의 명분으로 활용해왔는데 이제 그런 명분이 사라졌지만, 이것이 바로 남북대화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기대해선 곤란하다. 우선 북측이 남측에 원하는 것은 추가 식량지원, 50만㎾의 전력지원 등이다. 이는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력지원의 경우 50만㎾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7천억원이 소요되고 변전소에서 전력을 연결하려 해도 2~3년 걸린다. 따라서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실질적인 교류.협력 수준의 대화가 재개될 것 같지 않다. 북한도 지난 1년간의 남북교류에 따른 개방 여파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평양이 북.미대화에 주력하고 남북대화는 북.미관계 진전에 따라 그때그때 조절하려 할 것이다.

▶張〓북한이 오히려 북.미대화를 원활히 하기 위해 남북대화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나올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서울이 북측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실리 보따리가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뭔가 줄 수 있더라도 국내정치 상황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金〓남북대화가 재개된다고 전제할 때 과연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성사될 것으로 보는가.

▶宋〓김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려면 남북간에는 비공개 접촉을 통해 2차 정상회담 합의문을 둘러싼 절충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합의문에 남북 불가침 조항 등을 담고 싶을 텐데, 과연 북측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합의할지 의문이다.

▶張〓金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본다.

金위원장이 서울에 오기 힘든 요인도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서울에 올 수도 있다. 그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서울행을 결심할 수 있는 것이다. 환영인파 같은 의전(儀典) 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 오고 싶으면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방문처럼 조용히 오는 방법도 있다. 또 파격을 좋아하는 그의 정치스타일도 감안해야 한다. 북한은 내년에 치러질 남한의 대선(大選) 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金〓부시 성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입장이 별로 반영된 것 같지 않다. 한.미관계에서 보완할 점은.

▶宋〓한.미공조가 잘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과 워싱턴간에 큰 시각차가 있다. 부시는 '회의주의' 라는 프리즘을 통해 북한문제를 보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검증.상호주의 같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북한 변화론' 이라는 안경을 쓰고 북한 문제를 접근한다. 이같은 대북관의 차이가 정책에 반영되면 엄청난 격차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미가 고집을 내세우지 말고 한발짝씩 물러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張〓미국이 한국에 주문하는 것은 '남북대화도 어디까지나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진행하라' 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한.미동맹의 이익과 민족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의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미동맹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미국도 우리의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지나치게 일극주의(一極主義) 적인 정책을 한국에 강요해선 곤란하다.

▶金〓감사합니다.

정리〓이동현.최원기 기자 <leehido@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참석자>

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
장달중 서울대 교수
사회 : 김영희 본사 대기자

입력시간: 2001. 06.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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