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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770
2001.06.07 (16:27:03)
미국 강경파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북미 간의 대화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기사입니다.

이럴수록 민족공조가 절실한데, 북은 남을 믿고, 남은 북의 개방을 도와주어야 할 것인데, 우리의 수구냉전세력은 계속 불신과 반목만을 키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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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강경책' 밝힌 부시 대통령
'대화 재개'는 비난 피하기 위한 제스쳐

정욱식 기자 civil@peacekorea.org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일 4개월여에 걸친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를 마치고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밝힌 주요 의제를 검토해보면 '과연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는 대북 정책 재검토 절차를 완료했으며, 나는 미국의 국가안보팀에 북한과 광범위한 의제를 놓고 진지한 협의를 하도록 지시했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침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출범 이후 줄곧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부시 행정부가 대화 방침을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강조점을 둔 대화 의제는 우려했던 것처럼 북한이 수용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어, 북한이 대화를 수용할지, 그리고 대화를 하더라도 양국간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의 무장해제 추진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이 북한과 협의할 내용은 핵 계획 동결에 관한 기본 합의의 이행을 개선하는 문제를 포함해 미사일 계획의 검증가능한 억제, 미사일 수출 금지, 재래식 군사력 태세 등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것은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재래식 전력까지 의제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무장해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두 가지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부시 행정부는 유사시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군 및 군사자산의 피해를 거의 없애겠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게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한두 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의 보유 가능성 △주일미군과 태평양 배치 미 해군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및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 가능성 △주한미군 및 군사 자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박격포 전력 등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위협을 없애기 위해 △북한의 과거 핵활동에 대한 사찰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 수출문제 해결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화력 후방 배치 및 점진적인 폐기 등을 북미대화의 핵심적인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전략은 북미간의 군사력에 있어서 북한에게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어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수용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북폭을 억제할 수단을 거의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화의 재개가 북미관계의 정상화보다는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지루한 교착상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대화 결렬돼도 손해볼 것 없어'

부시 행정부의 또 다른 의도는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것에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본질을 분석할 때,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의 MD에 대한 강한 집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안보 관리들과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MD를 밀어붙이기 위해 '북한위협론'을 한껏 부풀려 왔고, 이러한 경향은 남북한의 화해가 진전된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명분이 약한 MD를 강행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는 쉽게 북한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시 행정부로서는 일단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해 미국 내와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면서도, MD의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 협상 타결에는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시간을 끌면서 MD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올려놓거나 '북한위협론'이 없어도 MD 추진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 들 때까지 북미관계는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냉전주의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대북협상에 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조건부 관계 개선

부시 대통령은 또한 "만약 북한이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인민들을 돕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한편 기타 정치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이라며 조건부 관계 개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클린턴 행정부의 포괄적 접근과는 차이가 있다. 포괄적 접근이 주요 현안들의 일괄타결을 추구한 방식이었다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핵, 미사일, 재래식 전력 등 하나하나 문제해결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북한의 요구 사항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그 동안 "악행을 보상할 수 없다"며 북한이 핵, 미사일을 포기하더라도 이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부시의 성명에서도 대북 제재 '해제'가 아닌 '완화'라는 표현을 쓴 것을 비롯해 체제안전보장이나 무기 포기에 따른 보상 방침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을 알 수 있다.

한미간의 '합의' 사항인가?

문제는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지난 3월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일련의 한,미,일 대화를 통해 도출된 합의 사항인지의 여부이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 행정부는 최근 이러한 검토 내용을 맹방인 한국 및 일본과 함께 논의했다", "이러한 내용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함께 논의했던 것이다"는 표현을 쓰며 "김대통령과 함께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적어도 부시가 밝힌 내용이 한미간의 합의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부시의 대북정책은 '대화 재개'라는 형식을 제외하고는 그 내용에 있어서 김대중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그 동안 미국 정부에게 △제네바 합의 준수 △대북경제재제 '해제' △한미간의 역할 분담 △주요 현안의 일괄타결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기본 합의의 이행을 개선하는 문제를 포함"함으로써 사실상 제네바 합의 '수정'을 추진하고, 현시점에서 대북제재 '해제'는 물론 '완화'하지도 않을 것이며, 북한의 재래식 무기까지 의제에 포함함으로써 대북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및 한미공조 방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사실상' 대북강경책에 대해 협상 당사자인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며, 한미간의 정책 혼선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자명해진 이상, 남한이 추구해온 한미공조나 북한이 고집해온 북미대화 우선 전략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001/06/07 오전 11:50:17
ⓒ 2001 OhmyNews 

정욱식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통일-평화문제 담당기자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네트워크>(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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