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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8018
2008.04.23 (01:18:06)

4월 22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곽노현 회원의 글입니다.

 

'이재용 시대' 위해 정곡 피한 '삼성 쇄신안'

재벌총수 일가의 배임특권시대 이젠 끝내야


곽노현 방송대 교수 "이건희 퇴진 '구체제' 청산 계기 돼야"



이건희 회장. 그는 미우나 고우나 우리 세대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날강도 귀족' 재벌체제의 대표주자였으며 부패한 구체제의 간판얼굴이었다. 아니, 그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황제'였다. 검찰 등 국가기관과 사회엘리트들을 검은 돈의 환대로 주무르며 치외법권의 특권을 누려왔던 은둔의 황제가 특검의 두 차례 소환조사와 초대형 배임조세포탈 기소 앞에서 두 손 들고 대국민 사죄와 함께 무대 뒤로 불명예 퇴장한 셈이다.


이 회장 개인으로서는 이렇게 물러나는 회한이 어찌 없으랴. 더 펼쳐보고 싶은 꿈이 왜 없으랴. 그에게 밥줄을 의탁했던 삼성 식구들도, 더 잘 사는 꿈의 통로를 발견했던 일반 국민들도, 그의 어두움을 비난해 왔던 비판적 지식인들도 모두 다소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이리라. 그렇기에 물러나는 그에게 돌을 던질 이유는 느끼지 못한다.


다만 이 회장과 가신그룹의 동반퇴진 신공(神功)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삼성판 종합비리 사단을 제공한 3세 불법승계 의지를 버리지 못한 탓에 이 회장 일가의 화근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경영쇄신안에는 이재용 남매가 그룹 차원의 배임범죄의 산물로 특혜 인수해서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배지분과 SDS 지배지분 등 장물성 재산의 처리 방안이 의도적으로 빠져 있다. 이는 이번 삼성쇄신안의 '디테일' 속에 숨겨진 악령이자 여전히 남은 이 회장의 아킬레스건으로서 이 회장 일가와 우리 사회에 앞으로도 두고두고 꺼지지 않을 갈등의 불씨가 될 게 틀림없다.


이건희 퇴진으로 '구체제' 마감해야


아무튼 이번 삼성쇄신안의 참뜻은 에버랜드 지배지분을 밑천 삼아 머지않아 이재용 전무를 삼성그룹의 새 총수로 세우겠다는 뜻인 바, 이건 안 된다. 알량한 공소시효, 조세시효, 소송시효 등 범죄자의 변명 속으로 숨지는 말자.


이재용 전무와 그의 자매들이 오직 부친 이 회장의 권력형 배임범죄 덕에 취득한 계열사 지분재산의 힘으로 전원 우리나라 자본가서열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바로 그 조직적 배임범죄 탓에 이 회장과 가신그룹이 일제히 단죄받은 이 마당에 이재용 남매가 장물성 재산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어떤 정의관념에도 반한다. 국민들과 삼성임직원들이 용납하지 못하고 국제사회가 납득하지 못한다. 글로벌 해법은 단 하나. 깨끗이 포기하고 꿈을 접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곡을 애써 피해간 삼성쇄신안이 '이재용의 삼성을 위한 숨고르기'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은 당연하다.


이 회장의 문책성 퇴진과 삼성의 전략기획실 해체 등 삼성쇄신안은 삼성그룹을 넘어 이 땅에서 황제경영과 배임세습, 그리고 뇌물부패로 얼룩졌던 구체제를 확실하게 마감하는 일대 전기로 승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최대한 직무 및 직업윤리를 위배하며 이 회장 등 재벌일가 봐주기를 거듭해온 관련 국가기관, 친재벌언론, 보수논객,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집단이 이제 거듭나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한 성의있게, 작금의 '날강도귀족 시대'를 끝장내고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새 시대, 나아가서 경제민주화의 새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김용철 양심고백 없었다면 에버랜드 위작 코미디로 끝났을 것


우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지금까지 검찰조직이 저지른 직무유기를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고 현직에 남아 있는 관련 검사들을 특별감찰에 회부하여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없었더라면 경영권 배임상속건은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의 위작(僞作) 코미디로 끝났을 것이 틀림없다.


삼성'떡값'에 길들여진 검찰 상층부는 이 회장을 소환조사할 의지가 전무했다. 지난 10년간 역대 검찰총장 7인은 마치 위험한 폭탄을 돌리듯이 이 회장 소환조사를 미뤘다. 심지어 1심과 2심 재판에서 유죄가 떨어져도 부르지 않았다.


더욱이 검찰은 공정위와 국세청이 이미 배임혐의를 파헤쳐서 각각 수백억대의 과징금과 추징금을 물렸던 SDS 헐값발행에 대해 무려 여섯 번이나 무혐의 처리하는 '배째라'식 직무유기의 극치를 보여줬다. 고발사건에 대해서는 외부통제수단이 전무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법에 대한 충성과 국민에 대한 예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 것인데 그만 특검이 등장해서 기소하는 바람에 산통이 깨진 셈이다. 이렇듯 명백한 대형범죄사안을 묵인하고 비호해온 지난 10년간의 정권책임자들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마땅하다.


검찰뿐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이 땅의 재벌총수들은 지배권의 강화 및 세습을 위해 계열사의 부당지원행위, 계열사지분 헐값발행, 불공정주식교환, 해외사채발행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배임범죄 수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다행히 SK, LG, 현대차, 두산, 한화, 대상 등의 경우 빙산의 일각이 알몸으로 드러나 고발과 기소가 잇따랐다.


하지만 국회는 꿈쩍도 않았다. 재벌총수를 위한, 재벌총수에 의한 초대형비리가 하루가 멀게 터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돼도 국회는 현황파악과 입법대책을 위한 공청회나 청문회 한번 열지 않았다. 엄연한 직무유기였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내걸었던 '개혁정권'의 행정부 측 대응도 다르지 않았다. 삼성은 IMF환란 속에서 일사천리로 불법승계구도를 확정해 '국민 정부'의 국민을 우롱했다. 참여정부는 시민참여 외에 삼성의 국정참여도 대폭 늘렸다. 두 정권의 핵심실세는 물론 정권참여 '개혁인사'들도 삼성 등 당시의 재벌비리들을 외면했다.


그 결과 관계기관 합동대책 한번 내놓지 못한 채 사법과정의 미로와 휠체어의 추억 속으로 실종됐다. 검찰, 금감원, 국세청, 공정위가 한 몸이 돼서 종합대책을 내놓는 대신 한 몸이 돼서 '작은 황제들'의 하사품을 즐기고 사외이사직을 탐냈으며 퇴직 후 고위 임원자리를 꿈꿨다. 이런 현상이 계속돼도 정부는 공직자윤리차원에서 특별한 규제를 가하지 않고 방치했다.


공동선 실현에 필요한 귀중한 경험과 지혜 내놓아야


이번 삼성특검 수사결과는 다양한 입법적, 정책적 보완필요를 시사한다. 예컨대, 현행 금융실명제법상 차명허여자와 차명사용자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규정도 없는 점을 고쳐야 한다.


적어도 지배주주가 위장소유와 세금포탈을 위해 휘하의 임직원 기타 특수관계인의 명의를  빌리는 경우에는 양자를 모두 처벌하는 실명제법 개정을 검토할만하다. 또한 배임범죄의 산물로 취득한 주식재산에 대해서는 현금횡령과 같게 취급해서 몰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재벌총수 일가의 배임특권시대를 마감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우리 재벌체제의 비리실태에 뿌리박은 다양한 입법제안이 모색되어야 하겠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국회와 관련부처들이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 아래 지난 10년간의 삼성 기타 재벌비리로 드러난 각종 정책과 입법의 불비와 한계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일대 토론을 시작하는 일이다. 


이러한 토론이 실효성 있는 입법과 정책의 열매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벌그룹과 경영계의 속성을 환히 아는 양식있는 기업인들과 기업전문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집단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재벌관련 업무비중이 높은 법무회계세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자기잇속 때문에 재벌비리를 방조해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분들은 지금부터라도 엄격한 직업윤리에 반해 행동했던 꺼림칙한 경험을 뒤로 하고 다소간 속죄하는 마음으로 공동선 실현에 필요한 귀중한 경험과 지혜를 내놓아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듯 사회각계의 역량을 한데 모아 종합적인 반부패 개혁과제를 수행할 역사적 책무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 지배의 18대 국회에 주어졌다. 어쩌면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이런 역사적 과업을 담당할 적임자일 수도 있다. 적어도 태생과 감성의 현격한 차이로 말미암은 재계의 집단적 사보타지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 그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소중히 여기는 보수적 시민사회가 대운하 프로젝트의 아집을 내려놓고 '역사의 간계'로 자신들이 부여받은 역사적 책무의 이행에 앞장서줄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로 '삼성등 재벌의 불법세습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국가시스템개혁분과 정치행정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처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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