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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이은희
조회 수 : 8006
2008.01.16 (19:21:57)
                          
중부매일 2008년 1월 15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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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새해가 밝은 지도 열흘이 넘게 지났건만 나는 아직 새해의 결심 하나 변변히 세우지 못했다. 하긴 결심에 앞서 소망이 있어야 할 터인데, 대체 나의 새해소망이 무엇인가 싶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이나 나는 백 살까지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내 삶을 아직 반도 못 산 셈인데, 벌써 뚜렷한 소망 하나 없이 그럭저럭 사는 타성에 젖어들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입학과 졸업이 인생의 매듭이 되어 주었고, 이십대 후반부터의 10년 동안은 결혼과 출산, 취직 등 커다란 개인사들이 매번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해 주었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이후로는 호기심과 기대감마저 무디어진 불감상태에 빠진 듯하다. 바로 이런 걸 두고 조로현상이라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나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이른바 386세대에 공통된 것은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본다.

지난 대선 이후 사람들은 역 세대교체를 이야기한다. 무능한 386세대가 패거리로 활개치던 시대는 가고 전문성을 갖춘 475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386세대는 포스트 386세대나 88만원세대가 보기에는 복 받은 기성세대다. 그들은 실업에 직면하고 있거나 두려워하며 정치적 또는 사회적 관심을 개발할 여유를 갖지 못한 반면, 우리는 민주화 경험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복을 받았다. 빛나는 청춘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던 군사정권 하에서 우리는 '지도자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되어야지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여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고 그 뜻을 이루었다. 또한 취직을 위해 학점관리에 골몰하지도 않았으나 취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이처럼 복을 받은 세대가 어찌하여 무능한 패거리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을까? 우리는 우리가 받은 복을 소중히 여기고 잘 키워서 후배들에게 나누어 줄 책임이 있는데, 이를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에 무어라도 보탰던 우리의 젊은 날은 그저 추억으로 돌리거나 심지어 감출 일이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며 그 시절에 가졌던 여러 지향들이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스스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애써 뜬 정치적·사회적 눈을 감아버렸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꿈이 실현하기 어렵다고 또는 귀찮다고 포기하고 무시하였다. 아직 우리에게 꿈이 있을 때 민주화 경험은 우리 세대 나름의 자긍심과 연대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우리가 꿈을 잃은 이후로 자긍심은 권위의식과 독단으로, 연대의식은 패거리문화로 변질되었다. IMF 위기가 오기 전에 일자리를 선점하여 버는 돈은 사회운동을 후원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사교육비 등으로 과소비되었다.

이제 어린 자녀를 돌보는 부담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났으니 자신을 돌아볼 때도 되었다. 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을 우리 사회에 대한 꿈을 찾아보자. 찾아서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찬찬히 바라보자. 시대가 또는 선배가 강권했던 꿈이었지만 그 꿈이 여전히 어여쁘다 여겨지거든 그것을 나의 새해소망에 끼워주자. 부자가 되고 싶은 꿈, 승진하고 싶은 개인적인 꿈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소망도 간직하자.

소망에는 결심이 따르는 법! 나는 적어도 그 꿈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그 꿈을 실현하고자 힘쓰는 인권운동단체, 사회운동단체에 가입하여 회비 내는 일을 시작하겠다. 그리고 10년을 내다보고 꾸준히 노력하겠다. 민주화운동의 와중에서 학업에 정진하지 못한 것이 우리 세대의 약점임을 인정하고 전문성과 합리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 선배 세대의 연륜과 후배 세대의 개인주의를 포용하여 성숙한 386세대로 거듭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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