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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5 (13:23:42)
이 글은 2007년 9월 1일자로 발간된 <민주법학> 34호, 5-14쪽에 수록된 글입니다.

로스쿨 졸속 추진 유감

김종서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기획위원장, 배재대 교수
kjsminju@gmail.com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로스쿨제도의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이제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되어 그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다시 로스쿨 제도의 도입 자체에 대하여 시시비비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여기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법률가양성제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이러한 중대한 제도 변경을 시도함에 있어서 국회와 정부 등이 보여주고 있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대해서이다.

1. 무책임한 국가

(1) 국회의 졸속
주지하다시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로스쿨법이라 한다)은 7월 3일 자정을 5분 앞두고 상임위원회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국회부의장에 의해 본회의에 직권 상정되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탄생하였다. 바로 여기서부터 졸속은 시작되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로스쿨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할 민생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 빠른 통과를 재촉해 왔다. 그러나 막상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의 부칙에는 그 시행일을 공포 후 2개월이 경과한 날로 정하고 있었다. 실제 이 법률은 7월 27일이 되어서야 공포되었으니, 9월 28일이 되어서야 발효되게 되었다. 그렇게 시급하다고 주장해 온 법률을 왜 공포 즉시 발효하도록 하지 않고 2개월이나 후에 발효하도록 했을까? 직권상정된 법률안에서는 기존 정부법률안의 부칙에 있던 로스쿨 개원 가능시기를 조정했을 뿐, 발효일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회기 만료를 5분 앞두고, 상임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채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켜야 할 정도로 시급하다고 주장했던 법률을 2개월이나 뒤에 시행되도록 한 것은 졸속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것이 한국 입법부의 현주소이다.

(2) 교육부의 무모함
로스쿨법이 심야에 국회를 통과한 직후 교육인적자원부는 로스쿨 추진일정을 담은 준비된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로스쿨 추진과정에 대한 혼선과 졸속입법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로스쿨 추진의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9월 초에 인가신청 공고를 하고, 10월 초에 신청을 접수한다는 것을 골자로, 총 입학정원의 결정과 법학교육위원회를 발족시켜서 인가심사 기준까지 확정하는 일이 9월까지 마무리된다. 그리고 10월에 인가신청 접수를 받아서 현지실사 등을 통하여 2008년 3월에 예비인가를 하고, 이후 계획 내용의 이행 여부 확인을 거쳐 내년 10월 최종인가를 확정하며, 2009년 3월에 로스쿨이 개원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정은 정상적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법률이 9월 28일에 발효하니까!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교육부장관은 법무부장관 및 법원행정처장과의 협의와 대한변호사협회 및 한국법학교수회의 의견수렴을 거쳐서 총입학정원을 확정하고 국회에 보고하는 일을 법률 공포 후 2-3일 안에 완료해야 한다. 법학교육위원회 역시 법률 공포와 동시에 발족되고 발족하자마자 2-3일 이내에 인가기준을 확정해야 한다. 졸속이 아니라 무모하기까지 하다.

교육부의 무모함은 일단 법무부와 법원에 의하여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는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에 로스쿨 입학총정원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두 부서로부터 거절당했다. 주된 이유는 공문 제출보다는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아직 법이 발효되지 않았으므로 교육부의 이런 요청은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보면서 교육부는 이미 사전작업을 다 끝내놓고 구색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즉 사실상 로스쿨의 추진은 정부가 이미 정해 놓은 어떤 수순을 따라 진행되는 것이고, 따라서 많은 대학들은 아예 참여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률이 공포되고 2개월이 지나고서야 발효되게 한 것도 어쩌면 이와 같은 밀실작업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3) 법무부의 음모
한편 지난 7월 25일 법무부는 법조인력정책과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판사․검사․변호사 각 1명, 교육부 공무원 1명, 법학교수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는 “변호사시험법제정 실무위원회”를 구성하여, 변호사시험법안 초안 마련 등을 담당하게 한다고 발표하였다. 법무부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실무위원회는 2007년 12월까지 변호사시험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이 초안에 대한 검토를 거쳐 2008년 6월 변호사시험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로스쿨이 결국 교육을 통하여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인데, 이 시스템은 결국 변호사자격시험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응시자격은 누구에게 줄 것인지, 어떤 과목을 시험과목으로 할 것인지, 시험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격시험으로 할 것인지 정원제 시험으로 할 것인지 등은 로스쿨의 교육과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로스쿨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변호사자격시험의 형식과 내용은 최대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변호사시험법제정 실무위원회”의 명단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이 위원회의 명칭에는 ‘자격’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이것은 말하자면 정원제 시험을 이미 예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아마도 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왜냐 하면 자격시험을 부정하고 현행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시험을 유지하는 것은 곧 로스쿨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거나 최소한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민감한 사항을 다루는 위원회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법무부의 의중일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법무부가 발표한 이 위원회의 향후 작업 일정이다. 초안을 12월에 발표하니, 아마도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일 것이다. 법안을 제출한다는 2008년 6월은 새로운 정부하에서 첫 총선이 실시되고 나서 처음 임시국회가 열리는 시기이다. 다시 말해서 법무부는 변호사시험법을 준비하는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양대 선거와 연결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2. 영향과 대응

(1) 부작용
현재 각 대학들은 지난해에 발간된 인가기준연구보고서 한 권을 바이블 삼아, 교육부에서 내 놓는 각종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인가신청 준비에 목을 매고 있다. 이른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배경의 법률전문가를 교육을 통하여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 추진 과정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관료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당장 이러한 졸속입법과 무모함의 가장 파괴적인 영향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전국 법과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수쟁탈전’으로 나타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사대란’이라 할 만하다.

개강을 눈앞에 두었거나 이미 개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로스쿨을 유치하려는 대학들 간에 교수 빼가기가 전국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사회에서 교수 빼가기는 역시 서울대에서 시작된다. 학벌사회에서 서열이 높은 학교들에 우수 교수를 빼앗긴 학교들은 후순위 대학들에서 교수들을 약탈해오고, 교수의 추가 확보에 실패한 수도권 대학들은 지방대학 교수 사냥에 나서며, 지방에서도 학벌순(이것은 곧 로스쿨인가가능성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으로 뺏고 빼앗기는 쟁탈전이 일어난다. <민주법학> 34호의 필자들 중에도 투고 시점과 발간 시점의 소속이 다른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상황은 최소한 인가신청 접수시점까지, 더 멀리는 예비인가, 더 나아가 최종인가가 날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아마도 현재의 로스쿨 추진과정이, 로스쿨 인가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형 법과대학들이 전문대학원 체제 구축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는 교육부의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피해는 누가 보는가? 물론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교수들이 갑자기 자리를 옮기므로 학생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서 강의를 듣게 되는데, 이들 새로운 교수 또는 강사들은 강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학교를 옮겨서 강의를 하는 사람도, 학교를 옮긴 교수 대신에 강의를 맡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2007년 2학기의 법과대학 학생들은 전국에서 가장 큰 교육적 손실을 입는 피해자들이다. 로스쿨을 유치하려는 대학들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들 대학에서는 전체 교수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한 수많은 작업들에 동원되고 있으므로, 이들 교수들은 거의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하며, 따라서 좋은 수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래저래 학생들만 희생되고 있다.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위하여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 법학도들의 희생이라니, 이 무슨 비극적 코미디인가?

게다가 입학총정원을 몇 명으로 할지, 대학별 정원은 몇 명으로 할지, 그래서 도대체 몇 개의 대학에 로스쿨 인가를 내 줄지, 또 어느 시점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인가절차를 진행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즉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각 대학들이 경쟁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니 모든 대학들이 잠정적 인가기준에 의거하여 모든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는다는 것을 목표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각 대학은 무한경쟁의 도가니 속으로 밀려들어가 거의 무한정의 배팅을 하고 있다. 그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다른 교육활동을 위하여 투입된다면 참으로 놀라운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세상에 이런 낭비가 없다.

(2) 기이한 침묵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로스쿨 추진과정에 대하여 누구도 문제삼지 않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기이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던 사람들, 단체들이, 버젓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광경들 앞에서도, 쥐죽은 듯 고요하다.

처음부터 로스쿨 도입을 적극 주장해 왔던 참여연대는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을 뿐 추진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끼고 있고, 사법개혁국민연대도 해산을 하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어떤 논평도 발표한 바 없이 이미 손을 뗀 듯이 보인다. 그렇다고 언론사들이 이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로스쿨을 적극 추진하는 대학들에 대한 소개 기사는 눈에 띄어도 현재의 무모하고 한심한 추진과정에 대하여 비판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밖의 시민단체나 인권사회단체들은 아프가니스탄 피랍소식, 대통령후보경선, 남북정상회담 등 연일 계속되는 굵직굵직한 이슈들에 치여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는 눈길을 돌릴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정부는 분명히 잘못을 했고 막무가내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이를 비판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꼴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논하기 전에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다. 누구도 정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정파나 집단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정부권력의 위법, 부당한 행사라고 하더라도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현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3) 우리의 입장
우리가 이 논평을 발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눈감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법률가양성제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이러한 중대한 제도 변경을 시도함에 있어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오만방자함, 무모함, 졸속성 등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작동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과 국가의 권력남용에 과감히 메스를 대고자 이 논평을 발표한다. 아무도 이 논평에 동의하지 않고, 단 하나의 단체도 우리와 연대하지 않으며, 아무도 로스쿨 추진과정에서의 정부 독주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현실에 눈감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누구도 이에 대해 아무 문제 제기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발딛고 사는 대한민국이란 땅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울 것이기에,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을 각오하고 이 논평을 쓴다.

3. 과제와 비판

교육부가 발표한 9월 초 공고, 10월 초 인가신청 접수라는 애초의 일정은 법률의 공포가 7월 27일에 이루어짐으로써 이미 불가능해졌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가신청 시기를 늦추거나 아니면 로스쿨 개원 시기 자체를 늦추는 것이다.

로스쿨 개원 시기를 그대로 둔 채 인가신청 시기만 늦추는 경우에는, 현지실사와 예비선정 등 전반적인 일정이 모두 늦춰지게 되므로 개원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해진다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법무부의 변호사시험법 제정 일정을 아울러 감안하면, 변호사시험법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게 된다. 가장 빨리 잡아서 변호사시험법 초안을 기준으로 각 대학이 교육과정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가신청 시기는 초안발표시점으로부터 3개월 정도 후인 2008년 3월 정도가 적절할 것이고, 이는 교육부 발표일정보다 약 6개월 가량 지연된 일정이다. 만약 변호사시험법안의 제출 및 통과를 기다릴 경우에는 일정은 다시 6개월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로스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단순히 인가신청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는 안되며, 로스쿨 개원 시기 자체를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로스쿨의 개원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 내지 1년 이상 늦추어져야 한다. 즉 개원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2009년 9월이후여야 하고, 특별한 학제 개편이 없다면 2010년 3월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예정대로 2009년 3월에 로스쿨이 개원하게 된다면 졸속 운영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아직 로스쿨 개원 일정의 연기에 대해서 교육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로스쿨이 대단히 우수한 법률가양성체제라는 교육부의 입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로스쿨 설립 추진과정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법학교수회나 법과대학장협의회와 같이 법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의 조직이라면, 이러한 과정이 결국 로스쿨의 졸속도입이란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교육부가 제시한 이러한 일정 자체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법학교수단체들은 이에 대해 눈감고 있다. 특히 법학교수들의 대표단체라 할 한국법학교수회는 법무부나 법원행정처와는 달리, 법적 근거도 없이 요구된 교육부의 의견 요청에 대해 입학총정원 3,200명이라는 의견을 제출하기까지 하였다. 더구나 그동안 한국법학교수회는 변호사 3,000명 배출을 위하여 로스쿨 입학총정원 4,000명을 주장해 오지 않았는가? 왜 갑자기 슬그머니 800명을 줄였는가? 이것이 정부가 보기에 웬만큼 입학총정원을 줄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법학교수회를 과연 대한민국 법학교수들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문제에 대한 각 대학 교수들의 이해관계는 매우 다르므로, 이들 교수단체가 모든 교수들의 입장을 수렴하여 어떤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각 대학의 상이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교수단체들이 지금 이 단계에서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이 분명히 있으며,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절차 자체를 단호히 거부하고 로스쿨의 제도적 성공을 위하여 보다 면밀한 준비과정을 갖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할 것은 서울대 등 주요 대형 법과대학들의 이기적 태도이다. 이들 대학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대학별 정원 제한을 없애거나 대폭 상향조정하라는 주장을 한 것과 다른 대학들에서 교수들을 빼감으로써 전국적인 교수쟁탈전을 야기한 것 이 두 가지이다. 현재와 같은 정부의 무책임이 방치되고 있는 데에는 로스쿨 최우선순위로 여겨지는 이들 대형 법과대학들의 특권의식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반드시 지적해 두어야겠다.

지금은 연구보고서 하나에 목을 맬 때가 아니다. 9월 28일 발효되는 법에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법학교육위원회가 구성되도록, 이 위원회에서 완전히 개방된 절차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도출해내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과대학들의, 법학교수들의 합의된 의견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시급할 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09년 3월에 로스쿨을 개원하는 일이 아니라 적정한 절차에 따라서 인가기준을 확정하고, 그렇게 마련된 인가기준에 따라 대학들이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준비를 하여 로스쿨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교육부는 현재와 같은 로스쿨 추진방식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교육부가 이제부터 할 일은 새로 도입될 로스쿨 제도가 진정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법률가양성시스템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정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일이다.
교육부로 하여금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인가기준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확정된 인가기준에 따라 대학들이 최소한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로스쿨의 개원 일정을 최소한 6개월 내지 1년 이상 연장하도록 촉구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법과대학 교수들이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법학교수들의 대표단체인 한국법학교수회가 이와 같은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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