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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503
2002.11.30 (09:58:41)
다음은 최근의 미군 솔리건 소장의 불량한 발언에 대하여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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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남북의 연결을 방해하지 말라


정태욱 기자 tuchung@yumail.ac.kr 

솔리건 소장은 28일 서울 용산기지에서 열린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MDL(군사분계선) 통과는 반드시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MDL을 넘으려면 버스 운전자라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솔리건 소장은 나아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이르면 다음주에 지뢰 제거가 끝난 뒤 철도 도로 연결 작업이 시작될 때 작업의 차질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사는 정전협정 이행을 강조할 따름이지 남북경제 교류를 방해할 의도는 없다"는 단서를 붙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2/11/28)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하여 이미 북한과 유엔사(그 실체는 미군) 간에는 합의서가 채택된 바 있다. 경의선에 대해서는 이미 2000년 11월에 그리고 동해선에 대해서는 금년 9월에 합의되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역시 금년 9월 17일 남북간에 역사적인 군사보장합의서가 채택되고 군 당국간의 직통전화가 최초로 개설되었다.

솔리건 소장은 바로 금년 9월 합의서 채택을 이끌어 낸 유엔사와 북한 간의 장성급 회담의 유엔사 대표였는데, 당시에 솔리건은 "역사적으로 의의있는 합의서에 서명해 기쁘다"고 하고, 유엔사의 관할권에 대하여는 "공사장 출입 인원과 장비 등을 남측으로부터 통보받게 된다"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연합뉴스 2002/09/12) 그런데 이제 새삼스럽게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나서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경의선과 동해선 및 도로연결에 관해 이루어진 북한과 미군 그리고 남북 군 당국간의 일련의 합의와 관계개선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증진시키는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으며, 순조로운 연결공사와 그에 연계되어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의 특구지정은 핵파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에 낙관을 갖게 하는 중요한 근거였다. 하지만 이제 미군의 문제제기로 인하여 상황은 달라진 것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의한 관할권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처럼 엄격한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은 북한은 물론이려니와 우리 군당국으로서도 아주 의외의 일이었다. 우리 군은 인원교환의 경우 남북 간에 명단을 주고받아 처리하고, 이어서 유엔사에 통보하는 것으로 족한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군 솔리건 소장의 애초의 발언에서도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군은 유엔사의 허가권은 북한과의 합의로서 포괄적으로 남북에 위임된 것이고, 유엔사의 관할권은 다만 남측으로부터 통보 받는 정도의 것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해석은 철도 도로 연결에 관한 북한과 유엔사 간의 합의와 남북의 군사보장합의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내세우고 있는데, 정전협정의 목적은 적대행위를 방지하고 평화를 확립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휴전 이후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며 남북을 잇는 사업을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정전협정의 취지에 오히려 부합하는 것이다.

유엔사가 관할권을 주장하여, 인원 물자의 이동에 관한 개별적인 승인권을 주장한다면, 남과 북이 체결한 군사보장합의서 제1조 2항 즉 "남북관리구역들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실무적 문제들은 남과 북이 협의 처리한다"는 규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남과 북이 체결한 군사보장합의서는 바로 유엔사와 북한간의 합의에 입각한 것이며, 유엔사는 지금까지 그러한 남북 군사보장합의서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상급의 관할권을 내세우는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듯이, 여기에는 미군 당국의 특별한 의지가 개입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남북 철도 도로 연결에 대하여 미군 당국은 이미 10월부터 우려를 표명하는 등, 우리 군에 간섭해 왔다는 것은 바로 조선일보가 확인해 주고 있다.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의 10월 30일자 기사를 보자.

유 기자는 "유엔사(미군)측이 최근 북한군의 경의선 지뢰제거 공사 진척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 측 공사 속도를 늦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이에 국방부는 '북측이 오히려 우리보다 공사속도가 빠르다'고 반박해 한·미 간에 미묘한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였고, 이어서 "미군측은 비공식적으로는 최근 불거진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의선·동해선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연합사의 한 장성은 '라포트 사령관이 미 국방부로부터 경의선 문제 등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조선일보의 논조는 그 전통대로 북한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며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이 지체되는 책임을 북한에 넘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유엔사와의 실무적 절차 문제를 트집 잡아 경의선과 동해선의 지뢰 제거 작업을 중단시키면서 한편으로는 금강산 관광특구를 지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치졸한 행태다."([사설] '지뢰'와 '금강산', 北의 두 얼굴 (2002.11.25)]

한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의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11월 20일 경의선과 동해선의 연결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유엔사는 이번에 불거진 지뢰제거의 검증작업에 관해서는 남측으로부터 명단을 통보받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하여 일단 우리 측의 입장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유엔사는 여전히 승인 개념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이번이 유일한 예외라는 단서를 붙였다.

앞으로 모든 인원 물자의 월경 시에 유엔사가 북한으로부터 직접 통보 받고 허가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이다. 처음에 소개한 '버스 기사까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솔리건 소장의 기자회견은 그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군은 어째서 말로는 철도 연결과 남북의 교류를 환영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방해를 하는가? 유엔사는 북한이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앞서 얘기하였듯이 정전협정은 평화를 위한 것이고 따라서 남북간에 그리고 북미간에 평화가 진척되면 정전협정은 그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게 되어 있는 운명이다. 따라서 걱정해야 할 것은 정전협정의 무력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미국은 우리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다. 강경파가 주도하는 현재의 미국은 한반도 특히 북미 간에는 평화의 진척은 없고 오히려 군사적 대립이 첨예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에 좋은 일을 하고 미군의 존재가치를 약화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군을 여전히 자신들의 영역 하에 두고, 북한과의 대립관계를 지속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한반도가 전쟁상태에 있음을 말해주는 정전협정은 계속 건재해야 하는 것이다.

역시 결론은 한반도의 진실이다. 전쟁과 평화에 관한 한반도의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그것이 오직 북한의 침략위협에서 비롯하는가? 그렇다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며, 미국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북한의 주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1994년 남한과 미국의 강경책과 북한의 고집이 맞서 한반도가 전쟁의 불구덩이로 떨어질 뻔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아직도 북한 책임만을 거론해야 하는가?

미국의 강경파에 대한 비난은 그것이 설사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에 험담을 한 대가로 독일의 법무부장관과 캐나다의 총리보좌관이 결국 옷을 벗지 않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오직 북한에서만 나오고, 북한에 동조하는 얘기는 설사 그것이 한반도의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이적행위가 된다고 하는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국 강경파와 국가보안법에 편승하는 국내의 보수세력이 우리 나라를, 특히 언론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 의해 저당잡혀 있는 한반도의 반쪽의 진실이 광명을 보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의 정상화는 요원할 따름이다. 첨가하자면 이는 소파의 개정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02/11/29 오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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