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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612
2002.11.14 (10:31:36)
미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가 부시의 한반도 강경책을 통박하였군요.

북한이 한반도에 훈풍이 불기시작하던 1998년 시점에서 농축우라늄 시설을 도입하기로 한 이유에 대한 하나의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막연히 미 강경파가 북한에 대한 전쟁의 가능성을 계속 추진하고 있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며, 또 특히 부시정부가 들어 선 이후의 강경책에 대한 예비적인 준비라는 차원에서 이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커밍스 교수가 하나의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90년대 후반 북한에 대한 장거리 핵공격 모의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새로운 정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부시정부 들어서 공개된 핵태서보고서에 따르면, 그리고 부시정부는 이것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북한을 포함하는 7개의 불량국가에 대하여는 미국이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니까요.

프레시안에서 퍼왔습니다. 요즈음 갈수록 프레시안이라는 새로운 신문이 소중하게 느껴지며, 이른바 quality paper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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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한 방 쏠 줄 모르는 백악관 갱들이···" 
커밍스 교수, 부시행정부 대북정책 맹비난
2002-11-14 오전 9:10:11 



  다음은 최근의 북한 핵위기에 관한 미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칼럼이다. 미국내 최고의 한반도전문가로 평가받는 커밍스 교수는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 최신호(18일자)에 실린 이 칼럼에서 현 부시행정부를 '백악관 갱'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이 동북아 전체를 파괴시킬지도 모를 전쟁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커밍스 교수는 제네바 북미합의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한반도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시도였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하에 북한을 국제사회에 안전하게 편입시킬 수 있었던 이 합의를 부시행정부가 내팽개침으로써 동북아에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네바합의가 파기 운명에 놓인 책임에 대해서는 분명한 평가를 유보한 채 한ㆍ미 양국의 대북포용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98년 북한이 우라늄농축에 나선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 핵과학자들의 잡지인 ‘핵과학자협회지(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2002년 9/10월호에 따르면 미군은 90년대 후반 북한에 대한 장거리 핵공격 모의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엄격하게 말해서 제네바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합의의 정신을 깨뜨린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선제핵공격 전략을 고집하는 한 북한의 입장에도 나름대로의 정당성은 있다고 인정했다.
 
  "북한이 1985년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르면 핵무기의 위협을 받는 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sovereign right)를 갖"고 있으며 "제네바합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도록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 포기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커밍스 교수의 이 칼럼은 북한 핵개발 실상에 대한 미 정부 발표내용을 분석하거나 앞으로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부시행정부의 무모한 일방주의적 군사주의 노선에 대한 개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행정부의 외교노선이 극적이 바뀌지 않는 한 한반도 위기의 해결은 극히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음은 칼럼 전문.
 
  '한반도에서의 대결극(Endgame in Korea)'
 
  15년전 어느 따뜻한 가을날, 필자는 영국의 다큐멘타리 제작자와 함께 평양의 한 호텔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우리의 북한측 ‘접대요원들(counterparts)'은 우리 촬영팀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찍을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와 또다시 ’토론(disscussion)'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이 친구들은 전부가 거짓말쟁이들이야.” 며칠간의 공갈협박, 기만 등 수많은 숨바꼭질 끝에 우리는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북한은 자신들의 것이 아닌 외부의 윤리나, 법, 도덕률 등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모든 국가는 동등하며 국가주권은 침해될 수 없다는 서방측 원리(Western doctrine of the sovereign equality of all nations)이다. 북한은 열정과 기이할 정도의 성실함으로 이 서양산 국제법 원리에 집착하고 있다.
 
  최근의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북한은 1998년경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파키스탄과 거래를 텄다고 한다. 자신들의 미사일 기술을 주는 대신 파키스탄의 우라늄농축 기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다시 전해진 바에 따르면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제조하고 있다는 증거가 지난 여름 언젠가 확보됐다. 북한측의 이같은 노력이 최대한 발휘된다면, 즉 북한측이 확보했다고 전해지는 1천개의 개스원심분리기를 풀가동한다면, 북한은 매년 1,2개의 아주 커다란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제임스 켈리 국무 차관보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초 그가 이같은 북한 핵활동의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측은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적대적 태도를 감추지 않으면서 이를 시인했다고 한다.
 
  10월 19일 미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지난 94년 이후 북한 영변 흑연감속로의 가동을 중단시켜 왔던 북미핵합의가 파기됐다고 말했다. 이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a self-fulfilling prophecy)인데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출범 직후부터 제네바합의는 사문화됐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의 중대한 문제를 풀어보려던 유일한 외교적 노력은 끝장난 것으로 보인다(부시행정부 대변인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제네바합의에 우라늄농축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북한측이 합의의 정신을 위배한 것은 분명하다).
 
  제네바합의는 완벽하게 검증가능한 협약이었다. 이 합의에 따라 5-1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들어있는, 수천개의 폐연료봉이 유엔의 핵사찰 규정에 따라 콘크리트에 봉인돼 있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 제네바합의를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제네바합의가 실제로 파기된 것이라면 북한이 폐연료봉을 끄집어내 더 많은 핵폭탄을 만드는 것을 막을 방도는 없다.
 
  물론 미국은 결코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1957년 아이젠하워 정부는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할 수 있을까를 비밀리에 검토했다. 1953년의 정전협정은 살상능력의 질적 비약을 의미하는, 그러한 대량살상무기의 반입을 금지했는데도 말이다.
 
  당시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는 그 방안을 고민하면서 “우리의 동맹국들이나 유엔에 대해 우리의 행동(핵무기 반입)을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하며 동시에 공개 가능한 공산권측의 정전협정 위반 사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그런 사례는 없었다. 공산군측이 신무기를 들여오기는 했으나 미국 역시 신무기를 도입했으며 (그때까지) 양측의 신무기 도입이 살상능력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워싱턴은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였으며 1958년부터 1991년까지 한반도에 수백발의 핵탄두 로켓, 핵폭탄, 전술핵, 핵지뢰 등을 배치시켰다. 부시 전 대통령이 1991년말 한반도 배치 핵무기를 철수시킨 것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북한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한반도의) 핵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북한이 1998년 농축우라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파키스탄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점으로 보아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98년 2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발표했고,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 결정(99년 5월)을 이끌어낸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그해 가을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가지 그럴듯한 설명은 있다. (핵관련 민간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슨이 ‘핵과학자협회지(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2002년 9/10월호) 폭로한 미 정부 문서들이다. 이 문서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세이무어 존슨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대한 장거리 핵공격을 모의 군사연습을 했다.
 
  제4 비행대대의 F-15E 전폭기들이 북한의 지하시설들을 보호하고 있는 수백개의 가상 콘크리트 구조물을 향해 가짜 BDU-38 핵폭탄을 투하했다는 것이다. 남한에 배치된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한다는 계획이 미 본토로부터의 장거리 핵공격(stand-off nuclear attacks)으로 바뀐 것이다.
 
  (북한의) 지하시설들을 겨냥한 이같은 새 전략은 “위기상황의 조짐이 보이는 즉시(as early in a crisis as possible)” 선제적으로 사용될 계획이라고 크리스텐슨은 강조했다.
 
  1998년 8월 북한은 새로운 3단계 로켓(대포동 미사일)을 일본을 넘어 성층권으로 쏘아올렸다. 대포동 발사 실험은 집권 15주년을 맞는 김정일에 대한 선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었으며, 국가미사일방어망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던 미국내 강경파들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촉매제였다.
 
  이후 클린턴의 (대북) 신외교정책을 위축시키고자 했던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의 강경파들은 잇따라 국방부의 전쟁계획을 외부에 유출시켰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정권 교체(regime change)’로 응징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국가로서의 북한을 파멸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국방부의 한 문민관리가 내가 재직하는 시카고대학에 와서 강연을 했다. 그는 만일 북한이 감히 뭔가 일을 벌이려 한다면 북한의 방방곡곡에서는 “장대한 죽음의 교향곡(magnificent symphony of death)"이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폭력과 함께 북한에 대한 극단적 증오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 한 국가와, 북한의 이해관계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미 국방부내 강경파 및 워싱턴의 전문가 그룹들이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사실 북한은 1989년에 굴복했어야 했다고 말하고 있다(94년 제네바합의에 관한 더러운 진실 하나. 경수로 건설에는 10년이 걸릴 것이며 완공 때쯤에는 남한이 북한을 접수할 것이므로 어떤 합의도 상관없다는 묵계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강경파와는 달리 북한은 자신들의 국익과 관련해 결코 멍청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테이블을 뒤엎어버릴 것이다.
 
  게다가 핵무기에 관한 한 (국제)법은 북한편이다. 북한이 1985년에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르면 핵무기의 위협을 받는 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sovereign right)를 갖는다. 또 제네바합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미국은) 아직 그같은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선제전쟁계획은 핵무기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제공격의 위협을 받고 있는 ‘악의 축’ 국가들 중 하나가 무대 중앙을 선점하고 나서 부시의 공갈협박을 성토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본래 허풍떨기를 좋아하는 나라(미국)가 이제 겨우 국제문제에 발을 들여놓은 어리석은 대통령을 맞아들였다. 지난 50년간의 전쟁에서 단련된 엄혹하고도 쓰라린 현실주의(realism)가 "전세계의 악을 제거하겠다“는 종말론적 이상주의(messianic idealism)와 부딪히고 있다. 총 한 방 제대로 쏠 줄 모르는 백악관의 갱들은 날이 갈수록 동맹국들은 쫓아내는 한편 적들은 늘여가고 있다.
 
  우리는 너무도 빨리 부시행정부가 벌여 놓은 대결극의 종말에 다다랐다. 동아시아의 동맹국과 친구들을 끌어안고, 제네바합의를 완성시키며, 클린턴의 미사일협상을 완수하고, 나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해 향후 북한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기회를 굳이 포기하려는 부시행정부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동북아시아 전체를 파괴할지도 모를 전쟁을 회피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cooler heads)"을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박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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