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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032
2002.10.23 (15:10:14)
한반도의 정세가 잘 풀리는가 하였는데, 다시금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물론 북한의 핵개발은 합의 위반이긴 하지만, 제네바 합의의 또 다른 목적인 미국의 적대정책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상의 예비적 수단으로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닙니다.

그리고 핵개발프로그램의 진행이 특별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리영희 선생은 이를 미국의 언론플레이로 한반도의 긴장국면과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술책으로 보고 있더군요.

아래 첫째 기사는 리영희 선생이 미국과 우리 언론을 비판하는 기사를 연합뉴스에서 옮긴 것이구요. 이어서 나오는 글은 제가 오늘 오마이에 올린 것(편집되기 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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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교수, 미 대북정책과 언론보도 맹비난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 원로 언론인 리영희(李泳禧ㆍ73) 한양대  명예교수가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국내 언론의 보도태도를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북한 핵 개발 시인사태 및 언론보도에 관한 긴급토론회'에서  "미국이 이 시점에 북한 핵 관련 성명을 발표한 의도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정세가 자국의 이익과 맞지 않는 상황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영희 명예교수는 지난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일체의 공식활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여름부터 상태가 다소 호전돼 8월 MBC TV 「미디어 비평」과 EBS TV 「지성과의 만남」에 출연했으며 이날 처음으로 공식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토론 전후의 모두발언과 총평을 통해 "지난 94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모든 군사력의 7할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했을 때도 국내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남한 국민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신문의 확장이나  발행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달려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려는 보도태도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17일 핵개발 계획이 알려진 직후 언론보도에 미국의 발표 내용만 있을 뿐 북한의 입장은 빠진 것을 보고 암담함을 느꼈다"고 토로하며 "한반도를  냉전으로 몰고가려는 세력에 대항해 평화 공존과 통일을 이뤄내려면 양심적인  언론인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eeyong@yna.co.kr
(끝)
  2002/10/23 15: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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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며 위험한 호들갑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함으로써 언론들에 난리가 났다. 한반도의 정세가 다시 급박해졌고 우리의 푸른 하늘이 검은 '전운(戰雲)'으로 가리워질 수도 있으니, 중대 국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의 실효(失效)와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전적으로 북한의 교활한 위선과 그에 장단을 맞춘 햇볕정책 때문인 것으로 규정하는 주요 신문들의 논조는 한반도 위기의 진실을 호도하고 대중의 정치적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다. 주요 신문들의 선정적인 대서특필에는 진실과 정의가 아니라 무지와 편견이 넘쳐나고 있으며,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험을 배가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정치 그리고 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한 쟁점이 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와 같은 무책임하고 편파적인 신문 논조와 보도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였다는 북한의 주장은 어째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가? 또한 최후의 자위수단으로 핵에 의존하는 북한 나름의 절박한 사정에 대한 고려는 전혀 불필요한 것인가?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는데, 우리 주요 신문들은 짐짓 그 기사에 대하여 모른 체하고 있다(한겨레신문, 한국일보 그리고 프레시안은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설 등을 통하여 제네바합의의 파기 즉 한반도 평화체제의 교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22일자 조선일보와 대구 매일신문의 사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제네바 합의가 실효(失效)된 책임은 북한에만 있으며 미국은 그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제네바 합의는 단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교환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 특히 북미관계의 정상화라는 보다 커다란 목적의 일환일 따름이다. 제네바 합의는 크게 4가지 항으로 되어 있는데, 제2항은 "양측은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를 추구한다"는 것이고, 제3항은 "양측은 핵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다.

제2항과 관련하여,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못한 것이 단지 북한의 배타성 때문인가? 북한이 주한미군의 장기적 주둔을 용인하고 북미 간에 전면적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얻어낸 미 대통령의 방북의 약속이 이후에 어떻게 무산되었는가? 조선일보 권경복 기자는 제네바 합의사항인 북미 간의 연락사무소 개설이 북한이 '평양 시내에 미국인들이 활보하게 할 수는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불이행되었다고 썼는데, 이는 무지하고도 유치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북 핵사찰 거부 ... 경수로 지연... 8년간 합의이행상태 '수준미달'"이라는 기사의 제목도 북한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지우는 지극히 편파적인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은 2000년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할 당시만 하여도 연락사무소를 넘어서 대표부를 두려고 생각하였으며, 이는 당시 클린턴 정부의 대북조정관인 셔먼의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북미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2000년 북미 공동성명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제3항과 관련하여, 한반도가 아직 핵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단지 북한의 핵프로그램 때문인가? 대구의 매일신문 사설을 비롯하여 우리의 주요 신문들은 북한의 핵개발은 1992년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의 공동선언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미국의 핵잠수함이 한반도 근해에서 군사훈련 중이라는 소식은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다. 10월 2일 미국의 공격용 핵잠수함이 한미 간 해상 합동훈련 중에 어선과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주요 신문들은 그것을 다만 작은 기사로 처리할 뿐 그 중차대한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설사 남한 땅의 핵무기는 모두 철수되었다는 주장을 믿는다고 하여도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핵폭격기들이 발진하고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 핵잠수함이 기동하고 있는 데다가, 한미연합사의 기본 작전계획(5027-98)이 선제공격에 의한 북한 전역의 점령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본적 군사전략이 핵선제공격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과연 북한에게만 핵무장해제를 요구하고 비핵화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상서로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불길하고도 위험한 일이며, 한반도의 비핵화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후 사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올바른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우리는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째서 자신의 명운을 걸고 핵무기의 개발에 나섰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운운하며, 베트남이 공산화되는 상황에서 지척에 적을 두고 있는 국가 책임자가 느끼는 절박한 위기감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어쩌면 90년대 북한의 상황이 꼭 그와 같을지 모른다. 아니 체제의 붕괴와 막강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생각하면 북한의 처지는 더욱 심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의 피해의식은 점점 날카로워지는데, 미국의 강경 군사전략은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 바로 여기에 한반도 위기의 핵심이 놓여 있다. 제네바 합의의 파기 운운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제네바 합의의 효력은 여전히 유보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네바 합의 파기론은 그 합의가 성사된 직후부터 북한측만이 아니라 미국의 강경파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합의가 성사된 직후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40년 만에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승리를 거두면서 대북 강경파들은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주장하는 등 대북 압박을 계속하여 왔다. 1999년 슐레진저 전 미국방장관이 상원의 청문회에서 증언한 바와 같이 미국 강경파는 제네바 합의에 대한 실천에 관심을 두기보다 북한의 조기붕괴를 기대하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당시 남한의 김영삼 정부도 북한 조기 붕괴의 가설 하에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였으며, 미국의 군사전략에 보조를 맞추듯이 북한을 새삼스럽게 주적으로 명시하였다. 나아가 클린턴 정부가 대북 유화노선으로 바뀌는 상황에서도 1996년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을 기화로 북한의 추가도발 시 남한 자체적인 보복공격을 생각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돈 오버도퍼, {두개의 한국}, 2002).

김대중 정부가 들어 선 이후에도 한반도의 상황은 좀처럼 국면전환을 이루지 못하였다. 예컨대 1998년 이른바 금창리 지하시설을 둘러싸고 북미 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어 제네바합의는 파기될 운명으로 이해되었으며, 남한 해군은 1999년 서해 상에서 6.25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벌어진 남북 정규군 간의 전투에서 월등한 화력으로 승리를 거두고 이른바 연평해전이라 하며 자축하였다.

우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두려움을 품고, 금년 6월 서해 상에서의 북한의 무단한 공격에 분노하며, 이제 밝혀진 바처럼 또 다른 핵개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었음에 충격을 받지만, 북한이 느끼는 두려움은 어쩌면 우리보다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등은 그러한 생존의 위협에 대한 나름의 대처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의 비밀스런 핵 개발은 제네바 합의의 위반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나, 제네바 합의 이후 한반도 정세의 전개과정을 보면, 북한을 전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그 우려하는 핵 등 모든 안보상의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신의없는 자의 뻔뻔한 주장이라고 타기할 수만도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 체제의 안녕과 핵의 위험을 교환하자는 것이 제네바 합의의 근본 목적이라고 할 때, 북한의 주장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현재 미국의 부시 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공격적이며 이미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여 준 선전포고를 해 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와 관련하여 햇볕정책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우리는 그것이 한반도의 위기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즉 햇볕정책의 기본적 의의는 한반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우선 신뢰를 회복하여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다시 불거진 북핵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은 햇볕정책의 재검토가 아니라 오히려 햇볕정책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다시 한 번 한반도에 평화의 축을 형성하고 북한 강경파와 미국의 강경파에게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때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하고 미국과 타협의 용의를 비친 것과 미국이 비록 제네바 합의의 파기로 간주하면서도 평화적 해법을 천명한 것은 오히려 햇볕정책의 성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악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상황을 보다 악화시키고 불신을 깊게 하기보다 상호 간에 형평에 맞는 해결의 기대를 잃지 않고 대화를 통한 타결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 평화를 보전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 대한 비난과 조롱을 낙으로 삼고, 햇볕정책의 파탄에 쾌재를 부르는 언론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보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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