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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5287
2008.06.23 (14: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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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지나치게 신화화” “참여의 즐거움 보여줘”
ㆍ박상훈-하승우 박사의 ‘촛불집회’ 논쟁

촛불집회에서 국정 운영의 실마리를 얻어야 할 쪽은 이명박 정부만이 아니다. 진보진영 역시 이 국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경향신문, 진보신당 주최로 17일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시국 대토론회 제2차 ‘촛불집회와 진보정당의 과제’에서 이에 대한 열띤 논의가 오갔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현연 성공회대 연구교수의 사회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팀장이 참여했다. 특히 참여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의 관계, 촛불집회 앞날, 진보 정당의 과제 등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이날 토론 가운데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와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사이의 논쟁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모두 정치학 박사이지만, 민주주의를 보는 견해의 차이로 첨예한 논쟁점이 형성됐다.

박상훈 대표는 촛불집회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신화화됐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그는 “여러 시위 아이디어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사회운동 속에서 발전해왔고 이번 시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이번 시위의 새로움을 과장하는 해석은 그간 사회운동의 다양한 시도와 발전에 대해 접촉의 기회를 갖지 못한 중산층 엘리트 지식인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에 많이 참여하게 하기 위해 온건하고 평온한 논의를 많이 했는데, 그 논의들이 다소 실제 현상들을 과장하게 하고 한국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 하는 논의는 실종된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촛불의 위대함만 얘기할 경우 우리가 개선해야 할 여러 과제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촛불집회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나머지 ‘조·중·동의 시각에서 공격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억압자의 시선과 검열 권력이 전도된 형태로 재생산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승우 교수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서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성인 남성에 밀려 국가적인 사안에서 정치적인 주체가 되지 못했던 여성과 청소년이 “주체로 나서 ‘시민되기’를 체험했고, 능동적인 참여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깨달아 이제 사람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쇠고기 이슈가 대운하, 민영화, 공영방송 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사람들이 학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그 학습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으며 그것은 ‘신자유주의 그 너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촛불집회는 목적을 실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기가 시민으로 거듭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스스로 결정해보겠다고 하는 3가지 ‘참여’의 층위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두 사람의 민주주의 이해의 다름에서 왔다. 박 대표는 “실망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얘기되는 ‘새로운 민주주의’나 ‘직접민주주의’ 등은 현실이 될 수 없는 ‘낭만적 정치관’ ‘복고주의’에 기초한다”고 봤다. 그는 “레닌이 구상한 사회주의 정체 역시 대의민주주의였고, 실제 실현된 소비에트 역시 발칸 문제에서 인종, 민족, 언어, 종교적 대표성을 해결하려는 자유주의자들의 구상에 기반했다”며 “현실의 민주주의는 모두 대표를 뽑고 그에게 책임을 묻는 대의민주주의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시민의 위대성을 수백만번 말해도 현실의 정치적 대표체제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제대로 대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지금같이 하층배제적이고 상층편향적인 민주주의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촛불집회에 나타난 민주적 열망을 어떻게 정당체제를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확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직접’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주의를 얘기할 때 늘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직접은 은유적 표현이다. 결정이 내려질 때 누군가가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관심있으면 나도 가서 말해야겠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을 불러모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그런 결정들에 대해 내가 복종하지 않을 수 있고 권력의 문제가 드러나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으며, 설령 문제가 없다 해도 그 권력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서 우리가 권력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부에 권력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부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직접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대표는 “정당성을 갖지 못한 채 강제력으로 유지되는 권위주의에서 정권퇴진 운동이 갖는 정당성과는 달리,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주적 선거의 결과로 선출된 대통령을 운동을 통해 물러나게 할 경우 이에 대한 반작용은 매우 클 수 있다”며 “운동은 자발적 항의의 표출이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활력있게 만들 수는 있지만, 정치체제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국민적 위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논쟁은 한국 민주주의를 보는 눈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촛불집회로 한국 사회 내의 구조와 제도로서 정치의 보수성이 해체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과 91년의 5월 정국, 97년 총파업, 2000년 촛불정국, 2004년 탄핵정국 등 대규모 운동의 개입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정치의 세계는 계속해서 보수적 독점체제의 지속으로 나타난 것을 예로 들었다. 박 대표는 이를 “광범한 대중적 참여와 운동의 시기에는 어떤 변화라도 가능할 것 같은 집합적 열망의 분출이 일순간 국면을 휩쓸다가도, 어느 순간 상황은 종결되고 탈동원화와 일상화의 주기로 돌아가 버린다”고 해석했다. 결국 “반정치적 열정과 도덕적 호소로 운동의 지속만 강조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론과 생활정치를 개념적으로 불러들인다 해도” 그 열기가 정당체제로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이미 그 판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독점체제는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당을 잘 만들어 촛불집회에조차 못나오는 비정규직 등 사회 소외계층이 정당에 들어와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이 너무 지난하기 때문에 운동처럼 화끈하게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민주화가 진행되면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하 교수는 “서구 민주주의 이론을 우리 사회에 단순 대입할 필요가 없다”며 “촛불집회라는 특이한 현상을 경험한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 이론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당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목표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정치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면, 그건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정치 자체에 대해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촛불의 앞날에 대한 해답도 달랐다. 박 대표는 “지금 사태가 어디로 귀착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 그리고 민주주의 틀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방도를 찾기 어렵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야당 하나, 책임감 있는 정치지도자 한 명 없기 때문”이라며 “현실의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을 비판하고 대안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반면 하 교수는 “국민투표나 등원정치는 그 전제가 적절한 타협에 있는 만큼 촛불집회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진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번 집회에서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음이 드러났다”며 “기본적으로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가치를 공유할 건지 이제는 진보진영도 학습을 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은시위할 시간도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실제 촛불시위에 나올 시간도 없었다. 비정규직의 실제 참여는 많지 않았다.” (박상훈 대표, 촛불집회를 중산층 중심으로 해석하면서 현 사회에서 더 시급한 과제를 억압했다는 취지)

“촛불시위는 진보정치세력 전체의 지도력 부재가 다 드러난 사건이다. 촛불 대중에 대한 찬양으로만 흐르면 자신이 왜 무능했는지 답이 안 나온다. 그렇게 되면 대중은 다시 보수로 회귀한다.” (조국 교수, 촛불에서 주목할 점을 지적하며)

“촛불집회 하고 싶다는 사람 왜 말리냐. 말릴 필요 없다. 체력 달리면 정당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승우 교수, 촛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발언 도중)

“다음 아고라에 가면 여당이 진보신당이다. 넷정치를 활성화시켜서 확대하면 인터넷의 정부가 생길 수도 있다.” (정태인 교수, 진보정당 과제 발언)

“진보신당에 맞아죽을 각오로 말씀드리면 변혁의지 버리고 집권의지 가져라.” (정태인 교수, 진보정당 과제를 주문하며)

<손제민·이지선·임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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