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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20080616]긴급토론회-양현아

고영남

조회 수 : 6204

2008.06.23 (14: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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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아 교수, 낡은 틀과 생활정치 간 ‘문명 충돌’
ㆍ차이와 공공성의 새로운 공간

환경, 소비, 교육 등 정치적이지 않았던 이슈들이 정치화되고 있다. 기성의 정치영역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해서 개개인의 생활문제로 환원되기 어려운 ‘제3영역’이 정치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정치적인 것의 의미와 공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사회운동의 핵이 일상생활 세계와 생활 정치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집회의 집합적 목소리는 단지 생활세계의 체계 잠식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기성의 ‘정치적인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 의사를 ‘대의한다는 것’의 제도적 틀에 대한 문제제기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촛불시위는 1회의 국민투표를 통한 선출 방식, 정치인과 행정관료들에 의해 ‘위임된’ 정치 의제 설정과 정치 방식과 시민 영역 간의 괴리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사회운동은 우선 탈중심화되고 개인화됐다. 더 직접적이고 스스로 주체를 형성하며 내가 운동하고, 교육되고, 느끼고, 바꾼다. 또다른 특징은 그 다원성, 복수성에 있다. 운동 아젠다 간의 위계가 정해지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연대를 할 수는 있으나 고정적이지 않다. 여기서의 철학은 통일이 아니라, 다양성과 관용이다. 어머니들과 유모차 부대가 거리로 나왔고 ‘촛불소녀’도 등장했다. 그들의 소수자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기존의 공간에서 표출하지 못했던 상징과 언어들을 토해내고 있다. 촛불집회는 즐기는 것이 저항과 어우러지며, 시위와 운동이 문화창조의 공간과 중첩된다.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 안에서의 문명 충돌을 보여준다. 현정부에 대한 시각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관계, 한국인의 정체성과 같은 국제관계에 대한 시각 차이를 내장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미래(혹은 세계 속의 한국)를 전망하기 위해 회피할 수 없는 쟁점이 부상한 것이다. 이때 요청되는 것은 차이에 대한 인정과 관용, 공생이다. 새로운 운동들은 제도정치로 환원되거나 다 수렴되지 않고 제도정치에 대한 도전과 상상력을 주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제도정치와도 탈구되어선 안된다.

특히 현재 한국의 사태는 제도정치의 대의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구태의연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국민소환제, 더 빈번한 국민투표제, 특히 다양한 연령과 젠더, 계층의 제도정치의 참여 등과 같은 숙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양현아 교수 | 서울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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