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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형집행 재개,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이호중, 서강대 교수, 법학.

사형집행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형집행권을 갖고 있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며칠 전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 시설을 마련하라는 방안까지 주문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쯤에는 3명 정도의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구체적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노의 여론에 편승해 잔혹한 사형집행을 정당화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지극히 위험하다. 이럴 때일수록 과연 사형집행이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형집행과 범죄증가율은 무관

일부 국회의원들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살인 등 강력범죄가 증가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공식통계상 살인범죄의 발생추이를 보면,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첫해인 1998년 966건에서 2008년에는 1120건으로 약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사형이 엄격하게 집행된 과거 10년(88~97년) 동안 살인범죄 증가율이 3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동안 오히려 살인범죄 증가율이 감소한 것이다. 사형을 폐지한 외국에서도 사형제의 폐지로 살인 등 흉악범죄가 급증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사형집행을 재개하는 것이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허구다.

반면, 강력범죄 검거율은 99년 97.4%이던 것이 2008년엔 89.2%까지 떨어졌다. 검거율은 치안상황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이후 많은 국민이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 그 원인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동안 흉악범죄가 급증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찰의 범인 검거활동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결국 사형집행 재개는 관건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도 13년이 흘렀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간의 범죄통계는 우리 사회가 사형제 없이도 안정적이고 성숙한 사회로 성장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작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다른 데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범죄자 개인에 대해 ‘위험한 인물’이라는 비난과 낙인을 가하는 데는 너무나도 익숙해지는 반면, 그러한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누구에게나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을 강요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사회연대성에 기반한 공동체문화가 상실되어 가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에 대한 열망은 특정 범죄자들을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어 사회로부터 영구히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노여론 편승한 국가권력 횡포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치안 강화를 빌미로 범죄자에 대한 가혹한 응징과 통제 정책을 강화하려고 나서는 것이 오늘의 형국이다. 사형집행을 재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런 맥락 속에 놓여 있다. 그래서 필자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겸손함을 잃어버린 국가권력의 횡포를 목격하게 되는 일이다.

인간의 생명과 인권은 아무리 소중하게 다루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타인의 생명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인간이 아니다’ ‘흉악범의 생명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데는 소름이 끼친다. 세상에 존중받지 못할 생명이 있다는 주장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사형 폐지는 생명과 인권의 소중한 가치 앞에서 국가권력의 겸손함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다. 범죄 예방의 효과도 없는 그저 야만적이기만 한 세리머니, 그리고 오만한 국가권력의 횡포, 이것이 사형집행 재개의 본질이다. 잔혹한 한풀이 굿을 진정 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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