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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지난 7월 사법시험법 및 동법시행령 제정안을 발표하였다. 시행시기에 차이는 있으나 그 골격은 정원제 유지, 응시자격 제한(법가대학 졸업 또는 일정 학점 이상 이수), 시험과목의 축소, 외국어 시험에서 영어의 필수화와 공인기관 시험점수로의 대체, 기본과목 비중 확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시험 응시자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어시험과 응시자격 제한이 가장 관심거리이겠으나 사법개혁의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정원제이다. 법무부안은 사법시험은 정원제를 유지하되(선발예정인원이라고 하고 있다)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정원을 결정하며 상한과 하한을 정하는 방법에 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안 제4조). 사법시험관리위원회는 판사 2인, 검사 3인, 변호사 2인, 법학교수 3인, NGO 추천자 1인으로 구성된다(안 제14조).
내용인즉슨 현재와 같이 정원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곧 사법개혁과는 무관하게 사법시험법 제정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원제를 유지하는 데 대한 이유로 법무부가 제시한 것은 "절대점수에 의한 방법으로 선발할 경우 단기적으로 법조인 수급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발상이다.
현재와 같이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측정하는 데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매우 어려운(문제도 어렵고 점수도 박하다) 사법시험을 전제로 할 경우 과연 법무부의 말대로 단기적 수급부족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사법시험을 정원제로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단기적 수급부족의 문제라면 합격자의 하한선을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원제란 곧 상한선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법무부의 안은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을 현재와 마찬가지로 현대판 과거시험으로 남겨 두겠다는 것이다.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시험과목을 법률과목 위주로 구성하며 기본과목의 비중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정원제를 유지하는 한 그것은 자격시험이 아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법무부의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한국법학교수회의 추천으로 참여한 법과대학 교수들 역시 정원제 자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7월 21일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한국법학교수회 추천으로 토론자로 나선 이는 양창수 교수(서울대)와 최봉철 교수(성균관대)였다. 이들 토론자의 초점은 주로 시험과목에 맞추어져 있었으며 정원제 문제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 했다. 양 교수는 선발예정인원의 결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구성을 문제삼으면서 소위 법조삼륜과 법과대학교수의 비율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선발예정인원에 대해서는 그 수를 대통령령으로 못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그치고 있고, 최 교수는 선발예정인원, 즉 정원제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연구회는 줄곧 사법개혁의 초점은 바로 변호사 수의 획기적 증대로 변호사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일단은 사법제도의 봉건성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그 핵심적 방안이 바로 사법시험을 완전한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무부의 사법시험법안과 이에 대해 법과대학 교수들이 표명한 견해는 자격시험의 도입 자체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법무부의 사법시험법안이 사법개혁의 차원이 아니라 주로 법과대학 교수들의 의견을 고려한 사법시험제도의 부분적 합리화라는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시험과목을 축소함으로써 제자들인 법과대학 학생들의 수험조건이 유리해졌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사법시험법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분명한 이상 과연 이것이 사법개혁에 걸맞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따라야 했다. 두 토론자의 의견이 곧 모든 법과대학 교수의 것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법학교수회의 추천을 받은 만큼 상당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법시험의 변호사 자격시험으로의 전환을 통한 사법개혁이라는 연구회의 시각은 크나큰 장벽에 부딪힌 듯이 보인다. 현재대로라면 특별한 이의제기 없이 사법시험관리위원회나 시험과목 등에 대한 약간의 손질을 거쳐 법이 제정될 것으로 보이고, 더군다나 일단 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개정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이란 변호사 자격시험이며 일정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합격할 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사법시험은 의사자격시험과 비슷한 성격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단지 의사자격시험에 비할 만큼의 고도의 기술적 훈련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따라서 자격시험으로의 전환이 전제되는 한 응시자격 제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도 자격시험은커녕 정원제를 골간으로 하여 시험과목 등에 대한 약간의 치장으로 사법시험법이 제정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어떠한 문제제기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바야흐로 사법개혁을 완전히 물건너가게 할 법이 만들어지려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37 Re 1: 오랜만이지만, 잊지않고 있지요
이상영
6603 2001-04-09
36 test
인터넷제국
5461 2001-03-08
Selected 다시 한번 사법개혁에 대하여 -법무부 사법시험법안을 보면서-
김종서
6746 2000-09-07
34 일본기업의 징용자에 대한 법적 책임
이재승
5837 2000-09-04
33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복제
김가람
6196 2000-08-31
32 -아래의 주제에 대해-....전혀 답이 없어서....
김가람
5659 2000-08-31
31 <<이슈>>간통죄의 개폐여부에 대하여- 맑스/사회주의적 접근가능성 여부
김가람
5780 2000-07-13
30 사법개혁과 어떤관계가 있는지요?
소낙비
5766 2000-06-30
29 궁금
소낙비
5480 2000-06-22
28 Re 1: 궁금
익산 김용익
5705 2000-06-29
27 사법개혁의 벼리는 사법시험 폐지이다.
조우영
6249 2000-06-07
26 Re 1: 사법개혁의 벼리는 사법시험 폐지이다.
익산 김용익
5549 2000-06-29
25 새로운 토론마당으로 시작합니다.
최관호
5629 2000-04-07
24 참여연대.....
조우영
5967 2000-04-07
23 인권유린
정창훈
5625 2000-04-07
22 Re 1: 인권유린 --절대반대
익산 김용익
5536 2000-06-29
21 ((수정))사법시험 백과사전(4)---어째서 몹쓸 물건인고?
조우영
5601 2000-04-07
20 사법시험 백과사전(3)---어떻게 쓰이고 있는고?
조우영
6415 2000-04-07
19 사법시험 백과사전(2)---어떻게 생긴 물건인고?
조우영
6754 2000-04-07
18 사법시험 백과사전(1)---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조우영
6879 200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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