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자신이 맡아 진행 중인 재판의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소속 A모 판사의 허위 공판 조서 작성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신들을 허위 공판 조서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돼 온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재판을 담당한 A 판사가 그간의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해 자신들은 물론 법관 스스로 법과 국민 전체를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판조서에는 법정에서 진행된 사실만 기록되어야 한다. 하지만 A 판사는 공판 심리 중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을 공판조서에 허위로 기록했으며, 누락 또는 허위 작성된 부분이 무려 6군데나 된다”며 문제가 된 항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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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판사 규탄 기자회견. ⓒ뉴스한국
공판조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 피고인 사이에 오간 모든 신문과 답변을 사실적으로 작성하는 기록이다.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절대적 증명력(신빙성)을 인정받는다.
따라서 이를 임의로 작성하는 것은 형법, 형사소송법 등 각종 법률을 위반하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표방하는 ‘공판 중심주의(재판과정의 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공판정에서 이뤄진 심증만으로 심판하는 것)’에 반하는 행위다.
공판조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형법 제227조(허위공문서 작성죄), 형법 제225조(공문서 위조/변조죄), 형사소송법 제56조(공판조서의 증명력), 형사소송법 제311조(법원 또는 법관의 조서), 형사소송법 제48조(조서의 작성방식), 형사소송법 제51조(공판조서의 기재요건), 형사소송법 제54조(공판조서의 정리 등)에 위배된다.
취임 직후부터 공판 중심주의를 강조해 온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관이 판결로 말한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법원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재판을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하려면 법정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판 진행과정과 이를 담은 공판조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올해 초에는 전체 사법부를 대표해 “사법부가 인권을 보장하고 법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바로 서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조계의 정화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폐단에 따른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이때, 현직 판사의 공판조서 허위작성 의혹 제기에 따른 국민의 사법 불신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