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토론 마당

로그인 후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한 게시판입니다.
이 게시판은 RSS와 엮인글이 가능합니다.
이 곳의 글은 최근에 변경된 순서로 정렬됩니다.
* 광고성 글은 바로 삭제되며,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글은 삭제 또는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될 수 있습니다.
* 관리자에게 글을 쓸 때, 옵션의 "비밀"을 선택하시면 관리자만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 글을 쓰실 때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주소지 등)이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조회 수 : 8855
2003.07.30 (15:42:22)
한국전쟁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두명, 브루스 커밍스와 박명림이 현재 한반도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군요.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문화일보에서 퍼왔습니다.
-------------------------------------------


<평화캠페인>“부시 재집권땐 대북군사카드 쓸수도”


공영운/rabbit@munhwa.co.kr



한국전쟁 정전 5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교수와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5일 문화일보 초청으로 북핵문제 등 현안을 주제로 대담을 벌였다. 커밍스교수는 한국현대사에 대한 풍부한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한국전쟁의 기원’등을 저술, 한국학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며, 박교수는 외국학자들에 의해 독점되다시피해온 한국전쟁 연구를 독자적 문제의식으로 진행, 평화대안을 제시해온 학자다. 이날 대담은 두 교수의 대화를 기본으로 문화일보 공영운기자가 보충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약 90분간 진행됐다.

◈박명림〓먼저 최근 미국내 상황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하죠. 이라크 바그다드 함락후 4개월여가 지나면서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이 상당히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로 논란이 커지고 있고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9·11이후 미국의 진보세력이 목소리를 거의 못내다가 최근 강경세력에 대항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미 국내정치 상황이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커밍스〓9·11테러 이후 민주당은 부시를 비판하지도 못했습니다. 부시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전이후 WMD도 발견되지 않았고, 매일 미군병사가 1~2명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부시의 지지도는 50%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라크전이 끝나면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민주당이 비판의 계기를 잡은 셈입니다. 부시행정부가 지금 또다른 지역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공영운기자〓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같은 유형의 전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이 크게 높아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대북정책과 대 이라크정책의 접근법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시행정부로 하여금 대 이라크 접근법과 대북 접근법을 달리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입니까.

◈커밍스〓미국내 정치상황이 달라진 것도 요인이지만, 더 기본적인 것은 부시행정부가 이라크를 더 쉽게 봤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험준한 산악지형이고 북한은 매우 군사적으로 무장돼 있습니다. 미국의 어떤 보고서도 6개월 이내에 북한과의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군 10만명과 민간인 수십만명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미군 군사력도 60만명이상 필요합니다. 현재 객관적인 사실은 미국이 3개사단 이상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라크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곳에 군사력이 묶여 있습니다.

◈공〓내년 미국대선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커밍스〓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대선까지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을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좋은 신호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선에서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고 이라크에서 발을 뺄 수 있다면 다시 군사적 선택을 생각할 것이라고 봅니다. 바로 이 점이 북한이 지금 핵이슈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미국내 강온파는.

◈커밍스〓파월 국무장관은 클린턴 행정부시절의 외교적 노력을 계승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시와 럼즈펠드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미 행정부가 심하게 양분돼 있는데 강경세력의 핵심은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입니다. 그들은 집권후 상당기간까지 대북정책에 대한 비전이 없었으며 그때그때 적당히 대처하는 것이었습니다. 95~96년 홍수이후 식량생산이 40%이상 감소한 북한에 대해 동정심을 갖기보다는 선제공격 위협을 공공연히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이슈로 이중게임을 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핵문제는 미 강경파가 유발하고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박〓북한입장에서 핵개발은 단기적으로는 생존전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유리한 전략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게 볼 때 그것은 고립과 봉쇄만 초래할 뿐이며 경제위기를 지속화시킬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인데, 그들이 핵개발 전략을 계속할까요.

◈커밍스〓북한군부내 장성들이 공산주의자든 아니든 사상과 성격에 관계없이 지금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길은 자명한 것입니다. 부시가 이라크·이란과 함께 자국을 타깃으로 삼고 실제 이라크전을 감행한 상황에서, 유엔이 무슨말을 하든 동맹국들이 어떤 입장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바를 밀어붙이는 그런 특수한 상황 말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박교수의 지적처럼 북한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핵보유가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중국 한국및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과 경제회복의 유일한 해결책이며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갖고 있는 위협의 실체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커밍스〓미국의 어떤 기자가 파월에게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을 때 파월은 “그러면 북한은 연탄재가 될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공격을 하면 스스로가 완전히 파괴당한다는 것을 자신들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들은 상황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견디고 싶어하지 ‘자살자’가 아닙니다. 2002년에 제기돼 지금의 위기로 이어진 이른바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시정부는 공개적으로 이를 우려했습니다. 작년 7월 북한이 우라늄발전소를 건설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을 이용해 한두개 정도의 핵폭탄을 만들려면 매우 복잡하고 긴 과정이 필요하며 실현성에도 의문이 많습니다. 심지어 경수로 발전소를 통해서도 우라늄농축을 할 수 있다는 조나단 폴릭의 연구서가 나오기까지도 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98년 그같은 사실을 알았지만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박〓한국전쟁 정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그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크게 보면 한·미 관계가 지난 50년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왜 평화체제 수립에 실패했고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커밍스〓미국은 1945년 당시에도 세계 최강국이었습니다. 그런데 1000년동안 하나의 국가였던 한국을 아무런 상의도 없이 38선을 경계로 둘로 나눴습니다. 부시행정부가 50년이 지난 지금 당시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대중-클린턴정부는 지난 50년 중 가장 현명한 대북정책을 펼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부시가 김대중정권을 비판하면서부터 한·미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워싱턴에서의 의사결정은 한국민들의 이익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고 그런면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미국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미국은 30년동안 독재정권을 무시하고 방치했습니다. 그런데 2002년 민주적 절차를 거친 노무현정권이 들어섰을 때 부시정권은 그를 환영하고 이해하고 그로부터 배우려하기는 커녕 무시했습니다. 북한핵 위기가 초래된 기본원인도 부시에게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98년에도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을 우려했었습니다. 그러나 99년 클린턴정부가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동의한 후 상황이 매우 진전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부시는 이를 모두 무시하고 북한 공격을 위협함으로써 북측의 도발적인 대응을 야기했습니다.

◈공〓최근 한국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진보·보수간 논쟁이 격심하고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합니다. 노무현정부의 북핵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조언을 한다면.

◈커밍스〓한·미관계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노무현정부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노무현정부는 부시정부에 대해 외교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시정부를 상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프랑스 독일 등도 부시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내의 논쟁은 민주적 논쟁의 과정입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국민들이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감히’ 미국에게 할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관리들이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보십시오. 이는 부시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을 막는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정리〓공영운기자 rabbit@munhwa.co.kr

(기록도움:강지원·박승미 인턴기자)

◈브루스 커밍스〓▲60세 ▲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 ▲노스 웨스턴대 교수 역임 ▲한국전쟁의 기원 1, 2권(1981,1990), 양지의 한국, 평행선 시각 등 저술. 한국전쟁은 기본적으로 식민지 모순이 천연되어 폭발한 내전이라고 보는 ‘수정주의’ 시각에 입각한 연구를 제출해 한국학을 일거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들었다.

올 봄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과 함께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보고서를 공동으로 제출,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명림〓▲40세 ▲연세대학교 교수 ▲고려대학교 정치학 박사 ▲하버드대·옌칭연구소 협동연구학자 역임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 2권(1996), 한국 1950:전쟁과 평화(2002) 등 저술. 커밍스와 달리 한국전쟁을 남북갈등과 국제냉전구조가 착종하여 폭발한 ‘내전적 국제전’으로 봤다. 그는 특히 한국전쟁에 대한 분석에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으로 월봉저작상을 받았다.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일어·중국어·독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