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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967
2003.09.09 (09:46:24)
* 북한응원단이 돌아간지 벌써 10일이나 지났지만, 지난 28일에 있었던 일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바로보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늦게나마 글을 올립니다. 주체사상의 구성에 대한 얘기보다는 주체사상의 '형성'과 '유지'와 관련해서, 대외관계를 중심으로 적었습니다. 남북관계의 '상식'을 중언부언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아래 글은 영대신문 2003년 9월 8일자에 쓴 글입니다.


북한응원단을 위한 변명

지난 유니버시아드 기간동안 세계의 젊은이가 대구에 모여서, 실력을 겨루고, 서로 좀더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은 대회의 참가 여부부터 초미의 관심사였고, 그들이 나타나는 경기장은 언론의 취재열기와 시민들의 관심으로 뜨거웠다. 그만큼 북한선수단, 특히 북한응원단을 분단의 '특수한 관계'속에서 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들이 미녀응원단이라는 점도 시민들이 좀더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일 것이다.
 
지난 몇 일간의 남북공동응원은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달 28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을 북한응원단이 철거한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까워 보이던 남북의 거리는 멀어 보이고, 이러한 행동을 한 북한응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한 언론에서도 이것을 해프닝, 사건으로 표현하면서 문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몇 몇 논객들은 이것을 북한체제와 북한응원단을 비판하기 위한 논거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비난과 비판에 앞서서 우리는 몇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한다.
첫 번째로는 남북이 지난 56년 동안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왔다는 점(異體相存), 두 번째로는 남한이 북한을 이해할 수 없는 만큼, 북한이 남한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易地思之), 세 번째로는 서로가 이해 못할 존재라고 비판하는 분단의 구조에서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통일은 이루어진다는 점(存異求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이런 몇 가지 점을 생각하면서, 북한응원단의 행동을 북한체제의 형성 및 유지와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1950년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와 남한과의 체제경쟁, 그리고 불확실한 사회주의연대속에서 살아왔다. 북한은 남한과 일본, 특히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항상 위협하고, 붕괴를 노리고 있다는 '상시포위심리'에 사로잡혀 있다. 피해에 기반을 둔 심리구조는 내부 정치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일원적인 정치구조와 전인민의 단결을 강조하는 정치체제를 형성했다. 또한 사회주의국가사이에서 있었던 '스탈린평가논쟁'과 '교조주의-수정주의논쟁', 그리고 '개혁·개방논쟁'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주체세력'에게 국가운영의 정당성을 한층 더 부여했다. 북한체제를 규정짓는 수령중심의 유일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권의 붕괴위협과 사회주의국가사이의 갈등 속에서 형상화된 것이다. 또한 이 체제는 북한인민들의 동의에 기반을 둔 것이며, 그 중심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라는 국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핵심이 김일성과 김정일이며, 이들이 있기에 인민이 생존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수령중심의 유일체제는 우리가 선과 악, 혹은 좋아함과 싫어함으로 평가하는 것과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북한인민의 지지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념해야한다. 또한 북한응원단의 행동이 우리가 보기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난과 비판을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역사와 사회구조 속에서 나온 것임을 인식해야한다. 그리고 서로를 한 층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촉진해야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탈분단과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과 평화교육이 초, 중, 고, 대학, 시민교육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한다.

결코, 북한응원단의 행동은 해프닝이나 사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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