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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790
2004.01.06 (17:38:37)
김대중 전 대통령 새해 인터뷰 전문


[한겨레신문] 2003년 12월 31일 (수) 17:57


[한겨레] 김대중 전 대통령 인터뷰는 2004년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오전 박우정 논설주간, 성한용 정치부장이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가 5층 사무실에서 1시간30여분에 걸쳐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은 새해 덕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또한 우리 나라도 국운 융성해서 국민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단계 전진하기 바랍니다. 또 한겨레가 그동안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신 점 평가하는 바입니다” 인터뷰 내내 김 전 대통령은 늘 메모하고 꼼꼼히 준비하는 예전의 그 모습이었으며, 변함없이 놀라운 기억력을 보여줬다. 이날 인터뷰는 “국내정치 문제는 얘기 안하는게 좋겠다”고 고사해 북핵문제, 남북·한미관계 등에 국한했다.


한겨레(이하 한)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래 벌써 3년 반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남북화해협력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발전했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대북송금 특검은 아마 가장 큰 시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되돌아 볼 때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임기중에 남북관계에서 마무리짓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으실 텐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김) : 먼저 새해를 맞이해 국민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또한 우리 나라도 국운 융성해서 국민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단계 전진하기 바랍니다. 또 한겨레가 그동안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신 점 평가하는 바입니다. 질문하신 데 대해 말씀하면, 남북정상회담은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었으며, 결코 일시적인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후로 여러가지 차질도 있었고 곡절도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크게 바꾸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전쟁 위협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크게 안도를 주고 실제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는 전기가 됐다고 봅니다. 과거 판문점에서 조그마한 총소리가 하나 나도 사재기와 피난을 생각하던 국민들이 그런 일 없이 안심하고 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전쟁 방지와 긴장완화를 위해선 서로 신뢰가 필요하다, 또 신뢰를 갖기 위해선 분명한 입장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얘기했습니다. 당신은 북한을 지배하고, 나는 남한을 대표하는데, 우리가 마음 한번 잘못 먹으면 7천만이 공멸한다. 하지만 우리가 잘하면, 그들을 안전하고 번영의 길로 이끄는 동시에 후손들에게 축복을 줄 것인데, 어느 것을 할 것이냐? 그런 시대 만들려면 북은 남한을 공산화할 생각을 버리고, 우리는 흡수통일할 생각을 버려야 하며, 우리는 능력도 없다고 했습니다. 서로 전쟁반대와 평화적 해결을 다짐해 정상회담에서 신뢰가 상당히 형성됐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통일의 원칙과 방법에 대해서도 합의했습니다. 통일은 평화와 자주의 원칙에 따라서, 방법은 단계적으로 하자. 우리가 하는 평화공존과 교류, 평화통일, 이런 식으로 하자는데 서로 표현 차이가 있다 해도 합의를 이뤘고, 특히 북한은 과거 연방제를 낮은 단계 연방제로 바꿈으로써 사실상 우리 남북연합제 안에 의견을 같이 한 일이 있어서, 그런 점이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해서 관계개선과 공동번영을 이루기로 했는데, 한때 북한이 여기 소극적으로 나와 일이 지연됐으나, 이제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로 남쪽이 자기들을 공격하고 미국 앞잡이가 돼서 북한을 멸망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을 덜었습니다. 그래서 마음놓고 경제개혁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작년 7·1경제관리개선조처 이후 물가, 임금, 환율 등에서 상당히 큰 개혁을 하고 개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또 하나 성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세계에 등장한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여러 얘기 있었습니다. 마약중독자니 알콜중독자니, 여성에 대한 뭐니 많이 있었는데, 비로소 세계 앞에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생생히 그의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북쪽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사람조차 그때까지는 육성으로 들은 것은 ‘위대한 인민군대에 영광있으라’ 이 말 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많은 말을 해서, 세계 사람들도 직접 육성 듣고 인식도 상당히 새롭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일은 김 위원장이 답방 약속을 안지킨 점입니다. 대단히 예의에도 벗어나지만,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 와서 국민들 앞에 직접 말하는 기회가 있었다면, 남북관계의 신뢰와 협력에 획기적인 진전이 되고, 껼逑苾쩜?더 이상 흔들릴 수 없는 계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세계도 큰 지원을 보냈을 것인데 참으로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의됐던 개성공단 건설과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육로관광 등도 조속히 됐으면, 오늘날 남북관계가 더 획기적으로 개선됐을 것이고, 북한경제에도 큰 도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핵문제가 크게 부상된 게 아쉬운 점입니다. 남북관계 해결과 한반도 평화문제 해결은 북미관계 해결 없이 진전할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병행해서 잘돼야 합니다. 그런데 북미관계가 잘 안됐습니다. 클린턴 정부때 상당 수준 진전된게 부시 정부 들어 정책이 달라지며 어려운 장애에 걸려있는데 이게 앞으로 잘 되길 바랍니다.


한 :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도 큰 변화를 겪은 것 같습니다. 2002년 7월1일 취한 경제관리개선조처는 대표적인 변화로 꼽힙니다. 그동안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찰해오셨을 텐데요, 북한의 변화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측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햇볕정책 자체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목적의식이 강한 정책인데요, 지금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 한국정부와 국제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 : 한마디로 말해 북한은 상당한 변화를 했고, 더 많이 하고자 하는데 지금 북미관계가 잘 안풀려서 그것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대남관계에서도 폐쇄와 적대에서 개방과 협력으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그동안 국민의 정부 이전에 전부 합해 약 200명이었는데, 국민의 정부 들어 9300명으로 늘었습니다. 인적 왕래도 5만3천여명이 방북했고, 금강산 관광으로 50만명이 방문했습니다. 북한사람도 3천명이 남쪽을 방문했습니다. 여하튼 계속적인 것은 아니지만, 철도와 항공, 해운이 다 길이 열렸습니다. 이건 한번 열렸기 때문에 계기가 되면 일상적인 것으로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이 착공돼서 실제적으로 우리가 북한에 투자하고 제품이 돼서 남한에서도 팔고 해외로도 나가면, 북한사람도 세금, 임금, 물자공급 등 여러가지 이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중에 기본적인 것은 북한 사람들의 의식이 상당히 변화됐다는 것입니다. 과거 남한사람은 미제 앞잡이로 북한을 침공하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남한 앞잡이의 ‘수뇌’가 북한 사람 앞에 서서 평화를 지켜나가려 한다고 한 것이 계기기 돼서 많은 왕래가 있었고 비료도 주고 식량도 주고, 그것이 남한에서 온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북한 사람이 남한은 북한 침략할 생각 없다, 남한은 잘 살고 있고, 우리도 빨리 통일 돼서 잘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남한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갖던 데서 이해와 친밀감을 갖는 것으로 변화했습니다.

남한 사람도 북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단적인 것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대구유니버시아드 경기대회입니다. 두 지역이 가장 북한에 대해 불신하는 지역인데, 거기서 국민들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대한 것 보면 공산주의 반대하는 것과 같은 동족 대하는 것을 구별하는 냉정함과 성숙함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이것도 정상회담 큰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에 있어서 작년 7·1조처 통해 가격, 임금, 환율 등에서 개혁을 단행하고, 배급제의 단계적 폐지, 독립채산제와 성과급제 도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으로 발전돼서 여러 제품들이 공산품, 농산품 할 것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 제품도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것이 25년전 중국의 시장개방과 같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자본주의로 가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시장경제는 아니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과거 개방경제로 가고 있습니다. 과거 공산경제는 배급제, 빈곤의 평등 통해 주민 통제하던 데서, 이제는 바뀌고 있습니다. 환경만 좋으면 더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사회는 돈이 힘이다, 돈이 제일이다라는 의식이 북한 사람들 사이에 번져가고 있어 중국 개혁개방의 초기 과정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대외적으로는 서방 국가와 거의 전면적으로 수교했습니다. 안한 곳은 미국, 일본, 프랑스 세곳 뿐입니다. 2001년 서울에서 아셈할 때 내가 얘기해서 영국은 서울에서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었고, 나머지 유럽 나라들도 다 했습니다. 북한은 해외연수와 유학생 등이 매년 증가추세인데, 매년 300명 이상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대외개방을 하더라도 경제개혁을 하려면 대미관계를 개선해서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돈도 빌리고,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해서 과거문제 배상도 받고 해야 되는 것인데, 거기서 더 이상 진전을 못보고 있습니다.


한 : 역시 북미관계가 타결돼야 북한도 개방과 변화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나간다는 얘기신데요.

김 : 내가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얘기했습니다. 당신들에게 두가지가 중요한데, 하나는 안전이고, 하나는 경제 살리는 것이다. 그런데 둘 다 해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김 위원장 본인도 그걸 긍정했습니다. 내가 또 얘기한 게 있습니다. 우리가 같은 민족인데, 남한 경제는 잘 되고 있지만, 당신네는 소련은 망하고 동유럽도 안되고, 길이 없지 않은가. 남한 사람이 한 것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국민도 안심하고 잘 살 수 있지 않은가. 김 위원장과 둘이 의견 일치를 보고, 내가 돌아와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고, 그래서 조명록 부위원장이 미국 가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가고 그렇게 개선 과정을 밟다가 미국이 부시 행정부로 정권교체가 된 것입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할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지금 내가 볼때 한국과 국제사회가 분명히 인식할 점은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북한은 핵을 갖기 보다는 생존의 길을 여는 것을 바라고 있으며, 생존의 길로 가기 위해 핵을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핵을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잘한 일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안심하고 살고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와 한국은 그걸 도와야 합니다. 기회를 주면서 개방을 유도해야지, 봉쇄하면서 개방을 유도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한 :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을 계승해서 평화번영정책을 총체적인 국가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 남북협력관계가 기대만큼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강상태랄까, 답보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또 2004년 남북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그 과정에서 남북 당국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김 :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의 계승을 선언하고,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북한과 합의한 5대 정책이 있습니다.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육로관광, 이산가족 상봉, 군사신뢰구축 등인데, 이것이 조금 지연되기는 했지만, 앞의 4개는 됐고, 군사신뢰구축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참여정부가 지금도 철도도로 연결이나 개성공단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잘한 일이고, 꼭 성공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핵문제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 생각은 다릅니다. 핵문제 해결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발전돼야 하고, 그래서 서로 신뢰 속에서 핵문제도 대화하고 상의하고 해야 합니다. 어떻게든지 한반도는 북과 남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핵문제가 전쟁으로 비화하면 모든 국민이 희생됩니다. 또 핵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역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이 한 역할을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북관계는 평화공존 위에서 적극적으로 힘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핵문제 해결과 남북협력은 병행해서 나가자는 것이고, 핵문제 해결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각적인 설득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북한과 합의해 발표한 핵문제의 당사자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가 주도적 역할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북한과 민족 차원에서, 또 한반도 평화 차원에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신뢰가 구축돼야 합니다.


한 : 방금 말씀은 구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김 : 핵문제 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체 발전을 위해서 양 당사자가 한번 만나야 하고, 또 그렇게 해서 남북 양자가 정상회담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 : 정상회담은 상황이 갖춰져야 하지만 누군가가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북한이 그럴 것 같지는 않고 남쪽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김 : 그것까지는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순서로는 이번에 북한이 와야 합니다. 나와 약속하고 못오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와야 합니다. 내가 장쩌민 중국 주석은 물론 페르손 스웨덴 총리로부터도 그분이 방북하고 와 얘기한 것을 들어도 두 분 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남한 답방이 약속이고 예의 아니냐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권고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은 그 점에서 정상회담에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 : 2003년에는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편 문제 등으로 한미관계가 다소 시련을 겪었습니다. 2004년은 미국이 대선정국에 들어서고 이것이 한반도 상황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미관계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새해 한미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김 :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안보나 외교, 경제, 무역 등 모든 면에서 필수불가결한 우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 있으면 미국에 대해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의견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미국을 적대시하거나 미군 철수하라는 반미로 가서는 안됩니다. 국익에 도움이 안됩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면, 조선왕조 말엽, 한국 둘러싸고 일청전쟁, 일러전쟁에서 일본이 이겼습니다. 일본이 우리를 병탐하려고 하자, 고종황제가 당황해 미국에 도와달라고 밀사를 보냈습니다. 한미수호조약에는 침략 방어에 공조하기로 돼있어 그걸 믿었던 겁니다. 그러나 특사가 가서 미국 대통령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일본과 가쓰라태프트조약을 맺어, 미국은 필리핀, 일본은 한국 차지하기로 밀약하고 있으니 될 리가 없었습니다. 당시엔 우리가 미국 끌어들이려 했는데 미국이 거절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와있는 겁니다.

동북아정세 보면 다시 한번 세력다툼 조짐이 있는 것을 전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우리에 대해 영토적 야심 가질 수 없습니다. 미국은 또 동북아에 자기네 큰 국익이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여기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 대한 안보지원도 있지만, 차츰 안보지원보다는 자기네 국익 측면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북아 전체의 안정자로서 미국 역할은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말했습니다. 통일 이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에 있어야 하고, 그래서 세력균형 이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발할 줄 알았는데, 그 말을 했더니 “그렇습니다. 만일 미군이 북을 침공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통일 되더라도 있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우리 주위엔 중국도 있고 러시아도 있다, 그런 데서 세력균형 잡기 우해선 미국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내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해줬습니다. 김 위원장도 그런 시야 갖고 있는 것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가 과거 식민지 처참한 생활 했기 때문에 강대국에 대해서 사시적으로 보는 게 있는데, 우리는 한반도 같은 지정학적 위치를 봐야 합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4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외교를 잘해야 합니다. 조선왕조도 외교 잘못해 망친 것이 많습니다. 당시 독일 공사가 일러전쟁 전에 러시아 막기 위해 한반도 중립화하자고 했고 일본도 찬성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반대했습니다. 청국을 대국으로 받드는데, 어떻게 그러느냐고 대신들이 반대했습니다. 외교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화 시대, 더구나 동북아에서 다 힘을 갖는 강대국들이 주위 있어 외교 대해 각별한 관심 가져야 합니다. 결국은 세력균형이 관건이고, 외국을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도 자기 이익 때문에 와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우리가 주인이 되야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기본조건입니다. 클린턴 대통령과 얘기할 때도 클린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는 당신이 앞장서시오. 우리는 햇볕정책 전면적 지지하니 도와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습니다. 부시 대통령도 클린턴과 정책은 다르지만, 2001년 미국 갔을 때 부시 대통령과 합의한 공동발표문이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지지한다, 북한 대표는 남한 방문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의 대북정책 지지하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정책 이끌면 우리는 지지한다’고 공문서로 받았습니다. 이렇게 돼야 합니다. 미국과 잘한다는 것은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 돼야 합니다. 다만 지정학적 위치로 봐서 우리 안전 위해선 미국 지지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32년전인 1971년 대선 출마때 ‘4대국 한반도 평화보장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4대국이라는 것에 남북 합치면 지금의 6자회담이 됩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국제적으로 미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와 협력 하면서 국익 도움되게 활용하도록 국민 지혜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외교에 대한 관심이 적습니다.

미국 선거는 근본적으로 보면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북한 핵에 대해선 반대합니다. 민주당도 북핵 때문에 공격하려고까지 했습니다. 동북아에서 미국 권익을 지키기 위해선 한반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도 같습니다. 다만 북한과 관계 풀어가는 데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차이가 있습니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현재 정책이 계속될 것이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북미대화가 더 무게중심 가지고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클린턴 정부때 합의된 것도 상당히 되살아날 것이라고 봅니다.


한 :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외교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한쪽에선 굴욕외교니, 사대주의적이니 하는 비난을 하고, 한쪽에선 동맹관계를 훼손한다고 비난합니다. 임기중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를 모두 상대하며 한미관계를 이끌었던 경험에 비춰 어떤 평가와 처방을 내리겠습니까?

김 : 내가 미리 말씀했는데, 국내정치 문제는 얘기 안하는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미정책을 저자세라고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대미관계에서 참 어려운 환경에 있습니다. 그런 데서 굉장히 우리 입장 세우려고 고심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그 반증으로는 요즘 한미관계가 좀 껄끄러워지고 있는 것도 우리 입장을 세우려고 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합니다. 난 아직 노 대통령 정책을 대미종속으로 단언하기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 : 한미관계에서 외교형식이나 스타일이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다 보니 실제 내용과 형식 상의 괴리가 드러나는 점도 그런 평가를 부르는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 : 그러니까, 한미관계에서 원칙을 세우고, 세우면 일관되게 가야 합니다. 아까 말씀하다시피, 미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맹방입니다. 그러나 비판할 점은 비판하고 할 말 있으면 해야 한다는 원칙, 핵도 핵은 절대 안된다, 핵문제 해결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해야지, 그 외의 군사력 사용 등은 우리 민족의 생존문제라 안된다는 원칙을 세우면 일관되게 밀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노 정권이 그런 방향으로 가주기 바라고, 가리라 믿습니다.


한 : 용산기지 이전문제 등 주한미군 재편은 2004년 이후에도 한반도 안보질서와 관련해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보수층들은 안보불안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를 포함한 용산기지의 전면이전과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 : 첫째 미군 사령부 얘기인데, 미군 사령부는 뿌리를 올라가면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자리입니다. 치욕의 장소입니다. 독립국가에서 외국군대 사령부가 수도에 한복판에 있다는 것은 민족자존을 위해서나 실제적인 국가 독립성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요. 2사단 문제는 지금은 전략전술이 크게 바뀌었고 무기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6·25때는 북한이 미사일도 없었고, 북한 미사일이 부산 가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일본까지 갑니다. 미국의 장거리 대응 무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발전했습니다. 나는 군사전문가가 아니라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군사적 관점에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로 내려가는 것이 군사적으로 크게 변화된 상황에서 큰 문제냐, 아니면 지금 군사체계에서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냐 이게 중요합니다. 또 우리 국군의 전력이 핵무기 등을 빼면 재래식 무기에선 북한보다 우세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미국도 자기 국익과 정책이 있으니, 그것과 우리 안보 고려해 실질적으로 군사전문가가 판단해서 그것을 갖고 얘기 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한 : 일부에선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주한미군 후방 배치를 오히려 대북 선제공격을 위한 조처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 : 두가지로 나눠서 얘기해야 합니다. 북한이 남침했을 때 지금 미군의 후방 이동이 전술전략적으로 불리한가, 그래도 대응할 수 있느냐는 점을 갖고 먼저 얘기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미국이 선제공격 할 때 우리가 용인할 것인가, 무력 갖고 하면 동의 안할 것인가를 말해야 합니다. 선제공격은 군대를 휴전선에 놔두고도 꼭 못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은 원칙 가지고 대응할 문제입니다.

한 : 군사적 관점에서 볼 문제지, 정치적으로나 다른 의도로 봐선 안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김 : 예, 그리고 한반도 안보문제는 미국과 긴밀하게 서로 협의하고 공동의 결론 도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 전임 대통령으서 말씀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라크 파병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만약 재임중에 파병 문제가 제기됐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김 : 비서관을 통해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번엔 남북문제를 중심으로 하고, 다음에 얘기할 수 있도록 하시지요.


한 : 알겠습니다. 그럼 북핵과 6자회담 문제로 들어가겠습니다. 임기 후반에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임동원 특사 파견 등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협상을 풀어가려는 구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이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데 6자회담을 통한 해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있습니다만, 어떤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보시는지요. 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김 : 임기말에 특사를 보내 핵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권고하려 했는데, 결국 약속과 달리 김 위원장을 못만나 성과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그때만이 아니라 6·15 방북때도 김 위원장에게 문서로 이런 핵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해결돼야만 남북관계도 원만하게 진전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나는 북한의 강경정책, 또 핵개발, 이런 것이 그쪽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한-미-일의 강경파를 부추기고 온건파를 좌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남한 내에서도 퍼주기니, 끌려다니기니 얼마나 비난받고 했습니까. 지금 일본이 급격하게 군사대국을 지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것도 일본이 북한 핵이나 납치문제를 최대로 이용하고 있는 점에서 결국 일본 강경세력을 지원하는 결과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남쪽에 대해선 전보다 유연하고, 협력적 태도로 나오고 있어 잘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긴 해도. 북은 더 한층 협력하기 바랍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할 일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이고, 북한 경제 살리는 일도 그렇습니다.

6자회담 핵문제는 북미간에 당사자가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해결방안도 아주 간단합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대북 안전보장하고, 국제사회 진출하도록 하면 해결됩니다. 그것도 서로 불신이 있으니, 네가 먼저 해라는 식으로 서로 먼저하라고 하면 끝이 없습니다. 동시에 약속해서 점진적으로 병행하면 됩니다. 핵과 안전보장을 맞바꾸면서 동시 합의하고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미간에는 핵만이 아니라 미사일, 생화학 및 재래식 무기, 인권문제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푸는데 첫째가 핵이니까 핵을 풀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 핵에 대해선 철저한 검증 약속 받고, 어기면 응징해야 한다는 것을 6자회담에서 합의해야 합니다. 북에 대해서도 생존권 보장하고, 국제사회 진출을 확실히 보장해야 합니다. 양자가 하면 제일 좋은데, 6자가 됐으니, 6자에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6자속에서도 핵심은 북미관계입니다. 북미관계가 영 안되면, 6자회담 했으니, 나머지 4국이 조정안을 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제3자적 입장에서 공정한 안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한일은 미국과 관계 좋고, 중러는 북한과 좋으니까, 이 4자가 조정안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한 : 조정안은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요.

김 : 북한은 핵을 의심의 여지없이 포기하고, 검증받고, 미국은 북한 생존 보장하고, 군사적 안전 보장하고, 국제사회 진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 집행단계에서 한쪽이 어기면 어떡하느냐 하는데, 그런 것을 4개국이 공동으로 어기지 않도록 한다든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조정안도 내고 이행에 대해서 보장도 하고, 이러면 북한이 이행 안하면 중러가 앞장서서 해결하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6자회담의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 안을 가지고 설득을 하고, 우선 양자가 잘 합의하도록 권고하다가 안되면 4자가 안을 가지고 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6자회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난 71년 대선에서 4대국 한반도 평화보장안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소련이 한반도 평화보장해야 한다고 했더니, 박정희 후보가 나한테 중국과 소련은 우리 적인데, 우리 적한테 보장은 뭐냐 그러더군요. 그래서 적이니까 보장하지, 내 편이면 보장할 필요 없지 않냐고 했습니다. 이게 잘 돼 6자회담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평화보장 이런 것을 공동으로 보장하는 그런 협의체로 나가면 한반도는 안정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 :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북미에 맡길 것이 아니라, 4개국 조정안을 만들어서 보장하는 형식도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김 :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조언과 관련해선, 나는 대통령으로 있을 때도 부시 대통령과 여러번 대북관계, 핵문제 등 협의했고, 작년 10월 로스카보스에서도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했고. 그렇게 합의 받았습니다. 그래서 난 부시 대통령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계속 표명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일부 강경세력은 선제공격이니 여러 얘기하고 있는데, 그건 우리 한국민이 절대 바라지 않는 바이니까, 부시 대통령이 초심을 변치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 안전보장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해줘야 합니다. 불침공, 불전복, 불제재 이런 것을 해주는 것입니다. 북한은 약자고, 미국은 강자입니다. 약자가 강자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두려움을 없애줘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핵을 결정적으로 포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공산정권 특성을 보면, 봉쇄하거나 압박 가해서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소련은 개방을 유도 하니까 총 한방 안쓰고도 하루아침에 붕괴했습니다. 중국도 봉쇄정책 펴도 아무 변화 없었지만, 닉슨이 찾아가서 마오쩌뚱 주석을 만나고 나서 변화 시작했습니다. 쿠바는 50년 동안 봉쇄해도 변화가 없습니다.

공산국가는 독재체제 유지 위해선 강박감을 줘야 하고, 그건 외부 위협입니다. 북한은 못사는 건 미국이 봉쇄해서 그렇다며 “남한 봐라 봉쇄 안하니 잘산다”고 남한 잘사는 것까지 이용합니다. 공산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소리만 들으니 그렇게 안 믿을수가 없습니다. 강경정책은 공산주의에 대해선 역사적으로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부시 대통령한테도 다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선 지금 과감한 핵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미국하고 맞서는 것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면 그건 지금 미국이 안듣게 돼있습니다. 지금 아프간이나 이라크 현실 봤지 않습니까. 요새 리비아나 이란이 결국 양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제정세로도 지금 상황이 안좋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전에 해결해야 합니다. 그걸 놓치면, 그 다음에는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한 : 더 강압적 방식을 동원할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김 : 선거도 없고 하니까요. 물론 앞으로 이라크 사태가 어떻게 되는가도 변수지만, 그런 변수 바라지 말고 북한이 핵포기 하기로 했으면, 세계 앞에 의심없이 포기한다고 선언해주고, 그 대신 당신네가 우리한테 내줄 것 내달라고 나가야 합니다. 만일 안내주면, 그 말까진 할 것 없겠습니다. 그랬을 때 4개국도 지지하고, 세계가 다 지지할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세계의 동정입니다. 동정을 잃었습니다. 핵문제 관련해선 중국도 강력히 비판합니다. 장쩌민 주석이 이 얘기하면서 크게 우려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물론 지지 안합니다. 유럽연합(EU)이 북한에 대해서 상당히 돕다가. 결의까지 해서 응징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북한이 좋은 환경에 있는게 아닙니다. 여기서 탈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북한이 주도권 갖고 핵포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일본 납치 문제도 (일본이) 5사람 가족 돌려받았으면 자식들 돌려받는 것도 (북한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머지 행방불명자도 납득가게 설명해야 합니다. 인권문제라 당연히 해야 합니다. 이것 때문에 일본 얼마나 여론이 악화됐습니까. 북한에 대해 호의적 태도 취했던 정당이 몰락한 것 보세요. 일본 문제도 사람 몇사람 잡고 있으면 뭐합니까. 물론 북한도 할 말 있고 억을한 것 압니다. 알지만, 지금 북한 입장이 그렇게 탈출해 나가야 합니다.

북한은 또 7천만 전민족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만일 핵전쟁으로 나가면 7천만 공멸합니다. 남한에 원자력발전소 13개나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이 떨어지면 남한 전역 초토화되고, 그러면 미국이 북한은 놔두겠습니까. 한반도가 다 없어집니다. 21세기 살아남지 못합니다. 민족 전체에 대한 책임은 남한 정부도 있고 북한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핵문제 갖고 하는 것은 그 처지는 이해하지만, 절대로 세계 지지, 동정받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없고 조건도 불리하니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그걸 갖고 세계의 동정과 지지 받아서 미국 일부 강경세력을 극복해야 합니다.


한 : 앞서는 북한과 미국 사이 핵문제와 안전보장은 단계적으로 동시 이행하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고, 지금은 북한이 먼저 선핵포기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들리는데요.

김 : 핵포기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철저한 검증받겠다고 공식으로 선언하고, 그러면서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한발 더 나가서 얘기하는 것입니다.


한 : 핵포기 선언을 먼저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북한은 미국이 불가침 보장을 하면 핵포기를 한다는 입장입니다만.

김 : 이제는 먼저 어떻게 하면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지금 포기하겠다 이겁니다. 그러니 미국도 핵포기하면 대가 구체적으로 내놓는다고 했으니 내놓는 것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라고 해야 합니다. 현단계에서 핵 동결시키고 그렇게 하겠다, 발가벗고 다 내놓을 테니, 당신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하라는 것이고, 그게 6자회담에서 해결돼야 합니다.


한 : 미국이 호응해오면 좋은데, 미국은 선언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해야 상응한 조처 취한다는 것이라, 과연 받아들일 지 의문이지만, 돌파구가 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 그래서 4개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4개국이 양쪽에 공평한 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핵포기 한다 해도 실제 포기하냐, 숨기고 또 하는 것 아니냐, 그전에 제네바 포기했는데, 숨어서 핵 발전시키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의심을 안줘야 합니다.


한 :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중국의 역할 증대가 북핵문제 해결에서 갖는 의미와 이 흐름이 앞으로 동북아질서 형성과정에 끼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러시아와 일본도 6자회담 틀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이런 강대국들의 각축을 우리는 어떻게 보고 대응해야 하겠습니까? 한국외교가 나아갈 큰 방향에 대한 얘기가 되겠습니다.

김 : 중국이 이번에 한 역할은 상당히 중요한 영향 끼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6 珉릿施【?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중국은 큰 역할 한 것이 되고, 더구나 중국은 날로 성장하는 경제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중국은 동북아에서 상당히 영향력 강화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 대한 여러 가지 생각도 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당분간 자기 나라의 개발 발전에 몰두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핵전쟁 일어나서 경제개혁 좌절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핵문제는 한반도 문제인 동시에 중국의 문제입니다. 북핵을 방치하면 대만, 일본, 남한이 핵 갖는 것도 큰일인 것입니다. 동북아 유일 핵보유국으로 있고 싶어합니다. 그런 다각적인 이해관계가 여기 걸려있습니다. 중국은 이번에 북핵문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성공했을 때 상당히 큰 영향력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지금 동쪽에 중점 두고 있고, 일본은 국력에 상응하는 군사력 가지려고, 개헌론까지 나오는 상태입니다. 자위대를 정규 군대로 하자는 논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에 상당히 긴장하면서 대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나는 남북간에 대립 최소화하고 서로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안정을 지켜서 강대국 개입 구실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미국을 붙들고 있어서, 4자 상호균형을 맞추는 외교력을 펼쳐야 합니다. 미국이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일본, 러시아의 동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한 :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북정상회담과 월드컵 4강 신화 등 신명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여러 가지로 우울하고 답답한 분위기가 강한 듯 합니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한마디 전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김 : 21세기는 아시다시피 세계화 시대고, 모든 나라들이 세계 속에서 무한경쟁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세계에서 가장 좋고 싼 것을 만들어내야 성공할 수 있고, 2등은 소용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 영토국가 시대에서 지금은 세계화 시대로 변했다는 것을 먼저 알고, 세계속의 한국, 세계속의 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살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화라는 것이 일거에 오는 것은 아니고,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는데 당장에는 3개 블럭으로 힘이 나눠질 것으로 봅니다.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동아시아인데, 동아시아가 제일 정리가 덜 돼 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지금 가장 경제가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반세기 또는 30년 안에 미국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인도도 급속히 경제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동아시아는 저력이 있습니다. 1820년 무렵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가 세계 27%, 인도가 14%, 영국이 5%였습니다.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물결을 탔고, 영국에서 독일, 일본 등이 배워 세계를 제패하고 그런 시대가 왔습니다. 과거 역사적 저력이 아시아에 있습니다. 지금 지식기반경제시대가 돼서 아시아처럼 지적 전통이 강하고, 교육수준 높은 나라가 21세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지정학적으로 미-일-중-러 4대국 사이에 있어, 안보문제와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도 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적으로 1, 2등을 다투는 국가로 등장하고, 일본이 세계 2위 경제대국입니다. 우리가 좋은 여건 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 또 하나은 북한 통해 유라시아대륙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남쪽은 반도도 아니고 섬도 아닙니다. 육지로 대륙에 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걸 해결해야 합니다. 철도·도로 통해 중국 오지 대륙까지 가고, 파리 런던까지 가는, 그러면 일본이 우리에게 연결되게 됩니다. 일본은 철도 통해 가는 게 훨씬 안전하고 시간도 적게 듭니다. 둘 사이 해저터널을 연결하고 그래서 우리가 동북아물류의 중심이 되면 보험, 금융, 관광 모두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산업혁명을 한 영국같이 일거에 세계적으로 큰 번영 누리는 국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은 그런 소질이 있습니다. 21세기는 사람의 세기입니다. 얼마나 우수한 사람 많은가가 중요합니다. 한국사람은 지적 전통이 강하고 교육수준 높고 문화적으로도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사람 성질 급한 것이 결점이라 했는데, 컴퓨터시대 되니까 이게 장점이 됐습니다. 우리 전도가 아주 양양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월가 사람들도 한국은 아주 큰 기회 맞이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좋은 기회를 국내에서 한국 자신이 망치고 있다고 할까, 잘 이해못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안정 속에서 기술 개발, 생산성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 그것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중산층 몰락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빈곤층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것 해내면, 안정속에서 경제발전 해나가고, 그러면 우수한 인적 능력은 주위에 있는 좋은 시장을 잘 활용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하기에 달렸습니다. 시대적 변화, 한국 시대가 오고있다는 것을 안다면 거기 적응하는 우리 자세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해낸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참으로 영광의 내일을 물려주고 국운융성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 퇴임 뒤에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평화특사로서 미국과 북한 사이 중재역할을 하실 용의가 없으신지요? 또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임기중 남북관계 전개과정에 대해 최고책임자로서 직접 역사적인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습니다. 계획이 있으신지요?

김 : 난 현실 정치에서도 떠났고, 은퇴했고, 건강도 별로 안좋고 하니까, 모든 일은 맡은 분들이 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재임중에 직접 평양 방문해서 길을 연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현 정부와 여러분들이 하시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마음만은 거기 대해서 관심 갖고 협력할 것입니다. 정치, 이런 것은 관여안하고, 물론 전직 대통령이 국정 대해 조언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관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담/박우정 논설주간, 정리/강태호,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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