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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789
2010.04.04 (12:16:19)

<사진=학생주도 토론수업>

 

이번 학기로 10학기째 강의한다.

강의 처음 무렵의 당혹감을 잊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아주 간단한 질문을 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칠판을 등지고 기다렸다. 2,3분의 침묵이 흘렀다.
어느 학생이 손을 비스듬히 들고 물었다.
"교수님 틀려도 돼요?"

어느 학기에는 한 학기 동안에 한 학생도 질문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질문이 있으면 강의가 끝난 뒤 다가와 직접 묻거나 이메일로 물었다.
참 이상했다.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기말고사 답안지에 답이 나왔다.
수업시간에 어느 학생이 질문하면 뒤에서 "야 깝치지 마"라고 한다고 했다.

이것이 다 학점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데 6학기가 걸렸다.

처음에는 사다리타기 스무고개식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어느 학생은 대답을 기피했다. 한학기 내내 질문을 거듭해 학기 말에 대답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질문은 거의 절대로 하지 않았다.

6학기 째 개강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수업을 주입식으로 할까요, 토론식으로 할까요?"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토론식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 학기까지 학생들이 대답도 질문도 잘 하지 않아 수업을 이끌기가 힘들었다. 나 자신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간 낭비다. 이번 학기부터는 학생들이 주도하여 수업을 진행하여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3,4학년들은 교수의 말대로 하라고 했다.
그런데 2학년 학생이 "안된다, 지금까지  토론식으로 수업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난감했다.
그래서 "대학생의 교육권은 학생, 학부모, 교수의 3자에게 나뉘어있다. 교수는 학생주도 토론수업을 하자는데 학생은 반대한다. 지금 여기서 당장 가정의 교육권자인 어머니에게 핸드폰으로 물어보자. 다수결로 정하자"고 해서
겨우 학생주도의 토론수업을 도입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개강에 앞서 한 달 전에 학생주도 토론수업 방법을 이메일로 알렸다.
http://stip.or.kr/bbs/board.php?bo_table=haksul&wr_id=22

수강신청 고치는 기간에 절반의 학생이 나가고 3분의 2 학생이 새로 들어와 물갈이했다. 
배짱있는 학생은 들어어고 학점 걱정되는 학생은 나갔다. 
강의계획서를 학생들과 3주동안 토론하며 수정했다.
학생들의 취미 지향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여 조를 짰다.
각 조는 각 주의 토론 주제 가운데 하고 싶은 것을 골랐다.

<사진=핀란드의 교실>

학기 초에 김예슬 학생이 자퇴했다.
대학이 분주해졌다.
대학마다 교육권 회복이 학생회의 주제다.
교육권의 내용은 등록금 인하이다.
엄밀하게 말해 교육권에 접근할 권리이다.
본격적인 교육권, 학습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말했다.
"학생의 꿈, 전공, 사회의 현실을 조화시켜 하고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잘하게 하려면 학생주도의 토론수업을 도입해야 한다. 수업당 학생수도 25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 김예슬 학생이 느끼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강사는 교원지위가 없어 자신의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없다. 중앙대에서 총장이 여학생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강내희 전임교수와 진중권 강사가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강사만 잘렸다.

또 이것은 전임교수에게도 해당한다. 전임교수는 임금만 몰아 받는 것이 아니라 강사가 교원일 경우 해야 할 일까지 몰아하기 때문에 연구 강의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전임교수는 학부, 대학원, 특수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수십명의 석사 박사 학위논문을 지도하고, 보직과 각종 회의를 하고, 강연 기고하고, 의무 논문을 쓰고, 심지어 학생을 끌어오고 취직시키고, 연구과제와 돈을 끌어와야 한다. 결국 이런 부담이 독이되고 부메랑으로 돌아와 서강대 이성익 교수가 자살했다.

학생은 교실에서 주입식 교육을 거부하고 토론식 수업을 요구하자, 
학생회는 총장과 국회에게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의결을 요구하자"고 했다.

학생들은 "토론식 부담은 부담돼요."
학생회는 "강사가 싸우지 않는데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싸우자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미화원처럼 나서 싸우면 도울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어제 국회 건너 농성장 앞에서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등록금 인하 촉구와 대학의 기업식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김예슬 학생이 나와 발언했지만 주입식 교육의 거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지식사회의 대학이 산업사회의 옷을 벗는 데는 좀 더 생각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이 주입식 교육을 거부할 수 있느냐?
전임교수가 일 독점에서 해방하자 할 수 있느냐?
강사가 노예 같은 삶을 거부할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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