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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24 (00:00:00)
조용한 교정에서 학생들을 생각한다


이 은 희(충북대학교 전임감사)



이제 대학은 계절수업도 끝나고 진짜 방학에 들어갔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교정은 방학이면 매우 조용하다. 많은 학생들이 고향으로 또는 서울로 떠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가는 학생들은 쉬러 가는 것이지만 서울로 가는 학생들은 공부하러 간다. 그들이 자기 학교를 놔두고 서울로 가는 이유는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니기 위해서이다. 학원에 다니면서 취직공부를 한다.  

대학입학이 많은 고등학생들의 당면목표이듯 취직은 많은 대학생들의 당면목표이다.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지방대 학생들은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선배들의 모습을 볼 때 지방대 출신이라는 성분이 취직에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지방대출신의 설움을 극복하고 당당히 취업'하기 위해서는 '학업에 정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인용부호에 들어 있는 문구는 충북대학교 홈페이지의 여론광장에 2000년 7월 19일에 실린 것이다.) 과연 학업에 정진하는 지방대학생들은 학업에 정진하지 않는 중앙대학생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취업할 수 있을 것인가?

기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지방대학생들은 학업에 정진한다 해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앙대학생들에게 뒤진다.

첫째, 지방대학생들은 중앙대학생들보다 견문이 좁다. 지방은 서울에 비해 보고 들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해외연수의 경력이 가산요소라면 서울연수의 경력은 기본요소이다.  

둘째, 지방국립대학생들은 중앙대학생들보다 집안의 재력이 나쁘다. 지방국립대에 들어갈 수능성적이면 서울소재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을 터인데도 지방국립대에 진학한 것을 보면 그 집안의 재력이 변변치 않다. 집안의 재력이 변변치 않다는 것은 그 지원자가 취업한 후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인맥이 변변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보험모집인이나 자동차영업사원도 그 첫 고객은 친척이기 십상이다).

이처럼 취업은 성적순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대학생들은 성적이라도 올리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취업은 성적순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방대학생들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방대학생들이 중앙대학생들보다 견문이 좁다는 말은 필자의 귀에는 지방대학생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잘 터득하지 못했다는 말로 들린다. 서울뺀질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사람들은 경쟁에 익숙해진다. 인구밀도가 적은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보다 느긋하다. 느긋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일하는 것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일하는 것이 더 창조적이다.

또한 집안에 재력이 없어 지방에 '눌러 앉은' 학생에게 취업단계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를 야기하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그 사회를 병들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정말 조용한 이 교정이 방학에도 활기가 있는 교정이 되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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