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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10 (00:00:00)
토니 블레어의 아이와 우리 어머니

김민배 (인하대 법대 교수)

토니 블레어는 현직 영국 총리이다. 우리 나라의 총리라는 직함이 갖는 세월의 무게 때문일까. 영국 총리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새삼스럽다. '다우닝가 10번지'를 상징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4번째 아이인 레오를 안고 있는 40대 후반의 총리부부를 볼 수 있다. 2억 원을 제의했다는 사진 값을 마다하고, 무료로 배포했다는 이 사진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자식과 가족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그래 총리니까 애를 낳아도 걱정이 없겠지. 옥스퍼드 법대를 나온 변호사이니 먹고 살 걱정도 교육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남편도 육아휴가를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다. 삼칠도 안되어 농사일을 위해 들판으로 나갔던 우리 어머니들에 비하면 이들 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가 공식일정을 연기하거나 불참하면서 영국 국민들에게 보여 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육아휴가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까지 4번째 아기를 통해 알리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목표로 내세운 영국식 복지국가모델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붕괴된 후 파생된 문제를 복지국가 모델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것이리라. 그리고 그 해결방안은 국가보다 가족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있다. 그는 가족공동체야말로 사회문제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그는 영국의 '공적생활 기준에 관한 위원회'(이른바 Nolan Report)가 제시한 공직자의 공적 생활원칙 가운데 전통적 가치의 중시와 회복을 주장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와 '가족의 가치(Family Values)'를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기본과 가족의 가치를 다시 강조하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돈과 성공이라는 허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말로는 21세기이지만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이념도 가치도 사라지고 있다. 엉성한 개혁 프로그램이 오히려 지켜야할 전통과 권위까지 파괴하는 악순환은 가족공동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가정의 달을 만들고, 가정의 달을 강조하지만 정작 무너져 가는 가족 공동체를 보면서 우리들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자신의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남편과 자식의 성공을 묵묵히 뒷바라지 해온 아내와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은 이제 설자리가 없다. 오히려 성공시대를 꿈꾸면서 살아 온 여성들이 화려한 갈채를 받고 있다. 전업주부라는 말이 어느새 여성에게는 무능의 상징이자 가족을 짓누르는 대명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이유가 무엇이었던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이 무너지면서 공동체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일파만파다. 법이나 제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하는 블레어를 칭송하는 영국사회를 보면서 그 보다 백 배나 더 훌륭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그러한 우리의 어머니들을 성공과 무능의 이분법으로 낙인찍는 사회의 앞날을 걱정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켜온 우리 어머니들이야말로 모든 희망의 원천이자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영국사회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실천하는 영국 총리를 보면서 되묻는다. 우리는 언제쯤 가족의 가치와 가족공동체가 지닌 소중함을 깨달을까. 복지국가의 이름을 맹신하는 제도물신주의의 허상을 깨닫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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