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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220
2000.06.26 (00:00:00)
또 다시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 나서자

김순태(한국방송대 교수)


아직도 그 때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순안비행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보여지는 한 장면 한 장면 모두가 놀랍고도 감동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희귀한 역사의 현장을 보았다. 언론들도 수 십 번씩 같은 장면을 되풀이하여 보여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떠한 픽션보다 현실이 더욱더 드라마틱하다는 말이 저절로 실감이 갔다. 과연 어떤 영화 어떤 소설도 이처럼 우리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준 적은 없었을 것이다. 지구상의 사실상 유일한 적인 북한 아니 '반국가단체', 김대통령이 소총에 대검까지 꽂은 그 반국가단체의 '병력들'을 사열하고 '반국가단체의 수괴'와 함께 같은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일 뿐 아니라 아이러니의 극치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으니 언제이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보여질 것은 당연히 예상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공항에서 두 손을 마주 잡는 장면은 남한의 거의 모든 국민을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남한의 거의 모든 국민이 통일열기에 휩싸여 있는 듯 했고 언론도 또한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남한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숱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찬양.고무에 해당하는 표현들이 난무했고, 대학가에서는 심지어 인공기 게양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슬퍼렇던 공안당국도 여기에 칼을 뽑지 못하고, 속만 끓였다. 물론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공안당국과 국가보안법이 국민의 노도와 같은 통일의 열망 앞에서 맥을 쓰지 못했다고 느껴진다. 국가보안법은 반북이데올로기에 입각해 있고 이 반북이데올로기가 무너지면 국가보안법도(뒤에서 언급하듯이 여기서는 그 명칭이 국가보안법으로 되어 있는 법률을 가리킴)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싶다.

통일의 열망이 들끓고 있는 즈음에 우리는(민주법연은) 무엇을 할 것인가? 55년 전 민중의 의지와 노력과는 무관하게 외세에 의해 느닷없이 '해방'을 맞은 것을 한스러워 하였듯이, 이제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의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지배세력이 주도하여 통일의 길을 연다면 우리 민중의 앞날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민중이 통일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할 때이다. 통일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연다고 할 때 그 핵심과제는 민주화일 것이다. 자주.민주.통일은 밀접불가분한 하나이며 따라서 이 땅의 민주화 없이는 통일도 공염불일 뿐만 아니라 설령 민주화 없는 통일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 민중에게 별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남한 민중의 민주화는 남북 상호주의에 입각할 문제도 아니다. 옳은 일은 당연히 할 일이지 이웃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중의 민주화운동은 물론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다만 통일의 열망이 끓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전술.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을 짚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민주화를 실천하는 일에는 수많은 일이 있을 것이고, 이는 노동자와 진보적 연구자들이 분업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하겠지만, 적어도 민주법연이 우선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는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 나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의 열기를 업고 다시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일부에서는 국민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의 경우 정상회담이 있은지 20년만에 통일이 된 점에 비추어 보지 않더라도, 하루 아침에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리는 없고 앞으로 풀어야 할 크고 작은 과제가 산적해있으니 그러한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되찾은 냉정은 다시 국가보안법에 활기를 되찾아주는 일로 연결될까 우려된다. 따라서 그 냉정이란 조급함을 억누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이고, 6.15의 감동과 통일의 열기는 계속해서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앞으로 있을 8.15 이산가족 만남의 장은 이를 이어 나가는데 훌륭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진보법연구자의 과제는 남는다. 자본주의사회 지배계급의 자유와 이익을 보장하고자 하는 법률은 자본주의국가 어디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다만 그 구체적 내용과 적용양상이 사상의 보유 그 자체를 처벌하고 온통 불명확한 개념으로 채워진 이 땅의 국가보안법처럼 노골적이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을 가진 법률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철폐는 냉전종식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또한 민주변혁의 상징이자 그 단초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요컨대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은 이 땅의 (그 이름이 무엇이든 막론하고) 모든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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