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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6.19 (00:00:00)
남북 정상회담과 매향리
                                                                              

임재홍(영남대 교수)

남북정상회담이 6월13일부터 6월15일까지 평양에서 있었다. 정상회담 결과 나온 남북공동선언문은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기초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원히 분단될 것 같은 한반도에도 이제 해빙의 무드가 온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어떠한 구체적인 성과도 가시화된 것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분단과 레드 콤플렉스를 근거로 지난 반세기동안 한반도 남단에서 지배권력을 휘둘러왔던 보수우익집단의 망령을 떨쳐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남북공동선언문의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시대적 목적을 위해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들은 너무나 많다.

합의문에 서명하던 그 정신으로 이제 국내문제에 눈을 돌려 미국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을 회복했으면 한다. 대미관계에서 보이는 비자주성은 실로 하나둘이 아니다. 경제적 문화적 종속뿐아니라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종속되어 있다는 증거들은 숱하다. 정부는 매년 평균 10억 달러어치의 무기와 부품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하고 있다. 군사상 작전통제권은 미국에 있으며, 이 땅에 주둔하는 미군은 수많은 특권과 특혜를 노리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발생한 매향리 사건은 주한미군문제가 현재 진행중이라는 것이며,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향후로도 정부가 자주성을 회복할 수 있는가의 시금석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아쉽게도 정부는 자주성 회복의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질 못했다. 아니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예 없었는지도 모른다.

매향리는 미군이 주둔해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93년 윤금이씨 살해사건으로 주한미군문제는 공론화되었고,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지난 95년이래 한미양국은 7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합의에 실패했어도 주한미군은 버젓이 이 땅에서 활개치고 있고 미군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은 한미행정협정상의 문제이다. 한미행정협정은 양측간의 합의가 있어야만 개정이 가능하다.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은 불평등한 현행 한미행정협정상의 규정에 따른 제반 특혜를 계속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미국측이 개정에 적극적일리 만무하다.

물론 이것은 협정상 존재하는 문제이고 보다 근본적 원인은 남북한 대치상황에 있을 것이다. 보다 정확히 하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려는 지배집단의 현실인식에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탈냉전흐름하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지배집단은 한반도 주변정세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인식하여왔다. 그 결과 전쟁억지력 수단으로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미행정협정에 대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이유였다.

그런데 과연 미군은 누구를 위해 이 땅에 주둔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주한미군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타당하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려져 있다는 병렬적 조건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군대를 파병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의 질서를 확보하려는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목표의 일환일 뿐인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현실의 적 또는 가상 적을 만들어 온 것이다.

따라서 백보를 양보해서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을 인정한다해도, 주한미군의 존재와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존재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한미행정협정의 불평등성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성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이 개정의 업무는 바로 정부의 몫이다.

이제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서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적어도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개정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여야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기를 바란다. 매향리에서 또 다시 미공군의 사격훈련이 재개되어 주민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6월 19일부터 미공군의 사격훈련이 재개된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더욱이 슬픈 일은 이러한 인권회복을 위해 모이는 집회가 원천봉쇄되었다는 점이다. 미군을 위해서 한국정부가 하는 일이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권리마저 침해하는 일인가? 누구의 국가이고 남북공동선언문에서 말한 '자주'란 무슨 의미의 자주이었는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제 정부가 나서서 주권국가임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서 인권을 회복하는 투쟁의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그런 정부에 의해서 추진되는 남북한 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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