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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교수님의 법과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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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리적 재판 영화 20편

추리적 재판 영화들 - <검찰측의 증인> 등


<검찰측의 증인Witness for the Prosecution>(1957년)은 추리소설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봉을 차지하는 작품(각주: 최운권 역, 해문출판사, 1988)을 영화화한 것으로서 재판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기묘한 화술로 상대를 압도하는 재판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빌리 와일드Billy Wilder(1906-)가 감독했다.

주정뱅이이지만 노련한 변호사 윌프레드(찰스 로톤) 경은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증거로 삼아 미망인 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타이론 파워)을 무죄로 이끈다. 그러나 무죄 판결 후 그 여인이 피고의 처(마를렌느 디트리히)이고, 그 편지도 진범인 그녀의 남편을 은폐하기 위해 그녀가 조작한 것임을 알게 된다.  

오토 프래민져Otto Preminger(1906-86)가 감독한 <살인의 해부Anatomy of A Murder>(1958년)에서 제임스 스츄어트가 풋내기 변호사로 등장하여 살인사건을 변호한다. 변호사는 아내와 불륜관계를 맺은 남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남편을 <억제할 수 없는 충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하는 이유로 무죄로 이끌어간다. 아카데미 7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으나 <벤허>에 밀려 불운에 그친 작품으로서 추리적 재판 영화로는 수작에 속한다.    

1980년대에 추리적 재판 영화가 붐을 이루었다. 그것은 <톱니바퀴의 칼날The Jagged Edge>(1985년)에 의해 주도되었다. 리차드 마크엔드Richard Marquand(1938-87)가 감독하고 글렌 클로즈가 변호사 테디로 나와, 부인을 죽인 혐의로 기소된 쟈크(제프 브리지스)를 사랑하며 변호한다.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영화의 전형으로서 지적 오락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만이다. 특히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마크엔드의 작품으로 <바늘 구멍Eye of the Needle>(1981년)도 탁월한 심리묘사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스타워즈3: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1985년)이다

글렌 클로즈가 변호사로 등장하여 흥행에 성공한 후 여류 변호사가 등장하는 재판 영화가 유행을 이루게 된다. <리갈 이글>의 데브라 윙거, <빅 이지>의 엘런 버킨, <피고인>의 켈리 맥길리스, <나치 학살>의 리브 울만 등. 최근에도 <애증의 심판Judical Consent>(1994년)에서 보니 베델리아가 불륜을 하는 여변호사로, 또 <순수의 초상Portrait of Innocent>(1996년)에서 제니퍼 그레이가 여성 변호사로 나왔다. 그러나 글렌 클로즈를 제외하고는 변호사로서의 그들의 활약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거의 지게 되어있는 재판의 마지막에서 폴 뉴먼이 <누구의 마음에도 정의는 있다>고 조용히 말하여 승리한다는 <평결>은 앞서도 소개했다. 폴 뉴먼과 자주 공연했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검사로 주연한 <리갈 이글Legal Eagles>(1986)은 그 반대이다. 제목은 <법의 독수리>라는 뜻이나 <미남 변호사>를 말한다. <고스트 버스트Ghostbuster>(1984년), <트윈스Twins>(1988년), <데이브Dave>(1993년), <식스 데이 세븐 나잇>(1998년) 등의 흥행물로 유명한 아이반 라이트먼Ivan Reitman(1946-)이 감독했다.  

사건은 저명한 화가가 딸 첼시의 8세 생일 밤, 자택의 화재로 죽어 그림들도 불에 타 없어진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후 18년이 지나 변호사 로라 켈리(데브라 윙거)가 첼시(다릴 한나)를 데리고 로간(로버트 레드포드)에게 나타난다. 그 딸은 아버지의 그림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딸은 생일에 선물로 받은 것이고 그림에 서명도 있다고 주장한다.

로간은 서명이 있으면 소를 취하하겠다고 약속하고 켈리와 함께 그림의 주인을 찾아가나, 그림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고소도 취하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림의 새 주인을 만나지만 그림에는 서명이 없다. 그 후 두 사람은 과거에 불에 탔다는 그림을 찾고 화가는 살해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림의 새 주인이 살해되고 첼시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로간도 검사직을 물러나 변호사로 켈리와 함께 첼시를 변호한다. 로간은 변호 도중 <유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면서 분위기를 도발한다. 이야기는 파란만장하게 이어지나 더 이상 소개할 필요는 없다. 정통 재판 영화가 아니어서 꼭 권하고 싶은 영화도 아니나, 서스펜스와 미남 미녀 스타를 구경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다.

<포위된 사랑Love on the Run>(1990년)은 여자 변호사가 탈옥수를 사랑하여 탈옥시키고 함께 도주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졸작이다. 알렉 볼드윈 주연으로 볼 필요가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 수준인 (1991년)는 아내의 살인범으로 미국을 떠들석하게 한 심슨 살인사건의 이야기이다.  

역시 시시한 <내 사촌 비니My Cousin Vinny>(1991년)는 희극적인 재판 영화이다. 시골 청년이 UCLA의 장학생으로 뽑혀 학교로 가던 중 식료품 가게에 들렀다가 점원 살해 혐의로 체포된다. 그가 의뢰한 변호사는 사촌인 빌(조 페시)이나 그는 변호사가 된지 6주밖에 안된 신출내기. 그러나 자동차에 훤한 애인을 증인으로 세워 사촌의 차가 강도살인에 사용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여 무죄를 얻어낸다. 같은 감독이 만든 <트라이얼 쇼Trial And Error>(1997년) 역시 친척을 변호하는 사기꾼 같은 변호사 이야기이다. 이런 영화들을 법을 비판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영화라고 하는 분석이 있음을 우리는 앞서 보았으나, 나는 그런 비판은커녕 재판 영화로서도 그다지 깊이가 없는 얼치기 코메디 정도로 본다.

우리 나라에도 최근 재판 코미디 영화가 상영되었다. <박대박>(1997년)이 그것이다. 법대를 나온 양영철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와 그 아버지인 판사의 이야기이나 유감스럽게도 전혀 우습지 않다.

액션적 법정 영화들

<의혹Presumed Innocent>(1990년)은 자신의 정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검사(해리슨 포드)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만, 결국 그 부인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베스트 셀러였던 스코트 터로우 원작(각주: 정성호 역. 태성출판사, 1991)을 알란 파큘러Allan Pakula(1928-98)가 감독한 영화인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로 넘쳐난다. 뒤에서 소개하지만 파큘러는 워트게이트 사건을 다룬 <대통령의 음모>(1976년)나 케네디 암살 사건을 다룬 <암살단>, 그리고 <소피의 선택> 등으로 탁월한 성격 묘사와 사회 비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의혹>은 평범한 작품에 불과하다.  

터로우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출신인 죤 그리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시드니 폴락Sidney Pollack(1934-) 감독의 <야망의 함정The Firm>(1993년)은 청년 변호사 탐 크루즈가 정의의 사도로 싸운다는 전형적인 법정 액션물이다. 폴락이 로버트 레드포드를 주연으로 하여 만든 <추억Way We Were>(1973년),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1985년) 보다는 못하지만 미국 법률회사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수작이다.  

<펠리칸 프리브Pelican Brief>(1993년)도 같은 작가의 원작을 알란 파큘라 감독이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 주연으로 만든 영화이다. 대법관이 연쇄 살해 당하는 사건이 터지자 뉴올리언즈 법대생인 다비쇼는 두 법관이 환경 보호 문제를 중시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암살 배후를 추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FBI가 수사를 개시하자 사건에 연루된 변호사와 다비쇼의 연인이 살해되고 다비쇼도 킬러에게 쫒기게 된다. <의혹>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수준의 작품이다. 이 영화를 권력 기관의 야망에 대한 도전이라는 식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으나 의문이다.  

조엘 슈마허Joel Schmacher(1939-) 감독의 <의뢰인Client>(1994년)은 변호사의 자살을 목격한 소년이 2달러를 들고 찾아간 여변호사(수잔 서랜던)의 모험을 묘사한다. 죤 그리샴 원작의 이 영화를 꼭 법정 영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사실은 액션 영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역시 조엘 슈마허 감독이 그리샴의 원작(각주: 신동욱 역, 공간문학사, 1992)을 영화화한 <타임 투 킬A Time to Kill>(1996년)은 매튜 맥커너히와 산드라 블록이 각각, 백인 건달들에게 딸이 강간 살해당하자 그들을 법정에서 쏘아죽인 흑인 아버지를 변호하는 변호사와 그를 돕는 법대 여학생을 연기한다. 그러나 재판 장면은 상당히 싱겁다. 살인이 명백하여 유죄가 확실한 사건이나,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눈을 감고서 백인 소녀가 죽었다고 상상해 보라고 하여 무죄 평결을 얻어낸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샴 원작으로 크리스 오도넬과 진 핵크만이 나오는 <챔버The Chamber>(1996년)도 마찬가지로 싱겁다.

가장 최근의 그리샴 원작 영화는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1925-)이 감독하고, 케네스 브래너가 주연한 <진저브래드맨>(1998년)이다. 브래너가 연기하는 변호사는 닳고 닳은 자로서 광신적으로 딸을 스토킹하는 아버지와 대결하게 된다. 그리샴의 영화가 다 그렇듯이 스릴러적이나, 알트만은 나름으로 작가영화를 만들고자 하여 그 어느 것도 아닌 얼치기가 되어 버렸다. 알트만은 흔히 미국 작가 영화를 대표한다고도 평가되고, 특히 <야전병원 매쉬M.A.S.H.>는 군대를 풍자한 반전영화로서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진저브래드맨>에서 받은 것은 감동이 아니라 <잰 체하는 멍청이>라는 일부의 혹평(각주: 로빈 후드, 이순진 역,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 시각과언어, 1994, 43쪽)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브라이던 깁슨 감독, 데미 무어 주연의 <주어러Juror>(1996년)은 배심원을 말하는 것으로서, 마피아 보스 살인 혐의 사건 재판의 배심원을 맡은 데미 무어의 활극을 그린 액션 영화로서 그렇고 그렇다.  

<알렉 볼드윈의 컨페션The Confession>(1998년)은 <타임 투 킬>과 이야기가 유사하다. 병든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나 의사와 간호사의 태만으로 아들이 죽자, 아버지(벤 킹슬리)는 그들을 살해하고 자수한다.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 사장이 차기 검사장 후보인 로이(알렉 볼드윈)에게 변호를 의뢰하면서 아버지를 정신이상으로 만들어 무죄를 끌어내기를 부탁한다.  

윌 스미스가 쫓기는 변호사로 등장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1998년)는 국가 권력이 도청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변호사와 국회의원이 등장하나 법정 영화는 아니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시드니 폴락의 <코드네임 콘돌Three Days of Condor>(1975년)이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화Conversation>(1974년)을 화려한 테크놀로지로 치장한 작품이라는 냄새가 짙다.  

로스쿨을 볼 수 있는 영화들

미국의 법과대학은 우리와 달리 일반 대학을 나온 학사들이 입학하는 3년의 석사과정이다. 따라서 4년제 학사과정에는 법과대학이 없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채택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모의법정Listen to Me>(1989년)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법과대학 간의 모의 재판, 즉 무트Moot 경연을 다룬 것이다. 무명의 시골 대학이 미국 최고의 하버드 법대팀을 이긴다는 뻔한 스토리이나 미국 법과대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무트를 중심으로 한 토론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법과대학은 교육에서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국 로스쿨을 볼 수 있는 일반 영화로는 하버드 로스쿨을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Love Story>(1970년)와 그 속편인 <올리버 스토리Oliver Story>(1977년)(각주: 홍성표 역, 범우사, 1977)가 있다. <펠리칸 브리프>도 로스쿨 학생인 줄리아 로버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로스쿨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전해준다.

존 제이 오스본의 원작(각주: 구희서 역, 일월서각, 1978. 속편은 하버드 공부벌레와 킹스필드 교수, 이상락 역, 일월서각, 1986; 공부벌레들의 출세 작전, 일월서각, 김성태 역, 1986)을 영화화한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Paper Chase>(1973년)은 텔레비젼 연속 드라마로 우리 나라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고 영화화되기도 했으나, 비디오는 없다. 강한 카리스마의 킹스필드 교수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는 명문 법대생들의 방황과 고민을 나름대로 표현했으나, 1978년에 텔레비젼 시리즈물로 방영되면서는 공부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만이 그려져 당시 레이건 정부의 보수적성에 반발하는 대학가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고, 우리 나라에서 1980년대 초엽에 방영되었을 때는 그런 의도가 더욱 강했던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잠깐 최근 우리 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국식 로스쿨 도입문제를 생각해보자.  매년 각 대학별로 학력고사 성적이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법과대학에 들어온다. 그들의 희망은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법률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들은 사법시험을 공부해야 한다. 그 사법시험은 각종 법학 과목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법시험은 우리 나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엄청나게 어려운 시험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법과대학 졸업생들은 법률가가 되지 못하여 법과대학에서 공부한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매년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법과대학에 들어와 법률가가 되고자 하여 법학을 공부하는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시험은 우리 보다는 훨씬 쉬워서 대부분의 법과대학 졸업생들이 법률가가 된다. 대학에서 공부한 것을 제대로 써먹는다는 점에서 외국 제도가 훨씬 우수하다. 따라서 우리의 제도도 그렇게 바뀌는 것이 옳다.    

바꾸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이다. 법과대학을 이대로 둔다면 시험제도를 바꾸어 대량의 합격자를 내야 하고, 시험제도를 이대로 둔다면 법과대학 학생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간도 있을 수 있다. 법과대학을 반 정도로 줄이거나 학생수를 줄이고, 시험 합격자도 두 배 이상으로 늘이는 것이다. 나는 이 중간 방법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것은 엉뚱하게도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 즉 약 100개의 법과대학이나 법학과 중에서 우수한 몇 개를 로스쿨로 바꾸자는 것이다. 법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모두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느 대학이나 법학과가 입학 성적이 가장 높은 편이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몇 개의 소위 일류대학의 학생만 성적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대학에만 법과대학을 두자는 것이 지금 논의되는 로스쿨안의 기본 취지이다.

물론 로스쿨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법과대학이 로스쿨인데, 이는 법과대학 아닌 일반 대학 졸업자들이 입학하여 법학을 3년간 배우는 것이다.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대학 공부 4년에 다시 3년을 공부해야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오래 많이 공부해서 나쁠 것이야 없다. 그러나 법률가를 그렇게 힘들여 양성하는 나라는 세상에서 미국뿐이다. 세상에서 제일 부자 나라인 미국다운 이야기이다.

미국에서는 법학만이 아니라 경영학, 신학, 의학 등도 그렇게 공부하도록 되어 있다. 그 중에서 의학은 우리 나라에서도 6년제로 해서 그 비슷하게 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부족하다고 해서 4+3이라는 로스쿨안과 함께 4+4라는 의과대학 재편안이 나왔다. 일반대학 졸업자를 4년간 의학을 공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경영학이나 신학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그쪽의 미국 영향도 대단한데 왜 없는지 모르겠다.

의과대학이야 그동안 극히 제한된 학생을 뽑아 4년간 의학 교육을 해왔고 대부분이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문제가 없으나, 법과대학은 약 100개의 대학에서 매년 1만명의 학생을 배출하는데 극소수 대학에 로스쿨을 만든다면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 법학과와 학생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로스쿨안에는 그런 곳은 법무사 등의 교육을 담당하게 하자고 하나 법무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결국 그 졸업자들은 로스쿨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법률가가 되기 위해 이중, 삼중의 과정만 만드는 셈이 되고, 법학교육은 7년제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최장의 법학교육을 시키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문제를 살펴 보아야 한다. 우선 나는 법학교육에 7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학이란 그렇게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사실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지도 않다. 법학이란 기본적으로 어떤 다툼에 어떤 법을 적용하는 기술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컴퓨터의 키보드 같은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가져야 될 가치판단의 능력이다. 그런데 그 판단 능력은 법학이라는 기술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이 다루는 여러 사회현상에 대한 공부로부터 얻어질 수 있다.

미국식 로스쿨은 그런 취지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공대를 졸업한 학생이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과대학에서는 법학 이전에 여러 인문 사회과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적어도 2년간은 그런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2년은 법적용 기술로서의 법학을 공부하면 된다. 공부가 더욱 필요하면 다시 2년간 대학원에서 공부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현행 학제를 그대로 인정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행 사법시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1년에 시험 합격자를 2, 3천명 수준으로 올려 합격률을 높이고, 학생수도 학교별로 상당히 감축하거나 학교 자체를 없애는 것을 전제로 한다.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7-1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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