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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194 no image 북한 식량난 지속
정태욱
9140 2002-05-14
북한의 식량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예전에 민주법학에 썼던 것처럼 북한의 식량난은 단지 자연재해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예컨대 센의 분석에서와 같은 '권원의 실패'에 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 ---------------------------------------------------- 북한 '먹는 문제' 다시 위기로 치닫나 국제사회의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물량이 전보다 크게 줄면서 북한 식량사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존 파월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지국장은 증언에서 지난 3일 미국 하원 북한인권청문회 증언에서 “세계식량계획은 새로운 지원이 없으면 올해 7~8월부터 (대북 지원) 식량이 바닥난다”며 “당장 5월부터 67만여명의 북한 초·중등학생에 대한 급식을 줄여야 할 처지이며, 35만명의 노인들도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정부가 지난달까지 주민 한사람 당 하루에 300g의 곡물을 배급했는데 이 배급량은 앞으로 200g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난민들조차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가 규정하고 있는 생존에 필요한 1인당 최소 500g의 배급을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 북 주민들의 식량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상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다. 지난해 북한의 작황은 예년에 비해 다소 나은 편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354만t에 이르러 최소 필요양 501만t에 비해 147만t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통일부와 농촌진흥청 등 한국 정부와 기관들은 지난해 곡물생산량은 394만6천t으로 추정하고 필요량 626만t보다 231만4천t이 모자란다고 추산한다. 양쪽의 계산에 차이가 나는 것은 서로 다른 기준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주곡인 쌀 생산량(정곡기준)이 133만9천t과 168만t으로 차이가 난다. 또 세계식량계획이 고구마와 콩류를 생산량에서 제외한 반면, 정부는 이를 포함시킨다. 부족량도 세계식량계획이 한사람 당 하루 458g(1600kcal, 최소 영양권장량)을, 정부는 하루 700g(2450kcal, 정상배급)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부 추정치를 근거로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당국의 공식 배급기준인 ‘22% 절약배급량'을 적용하면 부족량은 93만7천t 수준이다. 정부당국자는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얼마인지는 적용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분명한 것은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에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150만t 남짓일것으로 추산하는데, 북한이 지금까지 상거래와 인도적 지원방식으로 확보한 물량은 96만~126만t 수준이다. 미국(15만6천t), 한국(옥수수 10만t), 핀란드(20만t)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고, 일부는 지원이 완료됐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장쩌민 주석이 방북해 정상회담을 연 뒤 20만t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타이는 지난 3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문 때식량 30만t(4700만 달러 어치)을 신용판매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쌀 5천t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국은 이미 경협추진위 2차회의가 열리면 쌀 30만t을 차관방식으로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식량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올해 식량사정이 예년보다 특별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문제는 북한이 만성적 식량부족상태를 벗어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nomad@hani.co.kr
193 no image 북한 금강산댐, 다시 문제되다.
정태욱
8415 2002-04-30
북한의 금강산댐이 담수를 시작하였는데, 그 안전성에 의심이 간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우리의 평화의 댐도 다시 공사를 속개하고 화천 댐도 보수를 한다고 합니다. 5공화국 시절에 듣던 '수공작전'이 이렇게 '과실'로도 발생할 수 있다니 아이러니이군요. 북한이 남침의 의욕과 능력이 없다고 하여도, 그 무책임과 고루함으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문제까지 간과할 수는 없겠지요. 유일수령체제 하에서 사회 각 부문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 KBS뉴스 2002.04.29 [뉴스 9]금강산댐 올 여름이 고비 ⊙앵커: 이처럼 금강산댐의 안전 상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장마철이 가장 위험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기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담수를 시작한 금강산댐은 올 여름 장마 때 만수위에 도달해 저수량이 10억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금강산댐은 현재 댐 상층부 곳곳이 함몰되고, 보강공사가 진행될 만큼 취약한 상태여서 만수위 때의 압력을 견뎌내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되고 있습니다. 특히 댐 하부에 배수구가 한 개 있을 뿐 갑자기 물이 불었을 때 수위를 조절하는 여수로 시설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원철(연세대 교수): 물이 여유분이 많을 때 빼낼 수 있는 여수로가 없어요. 없는 상태라고 하면 비상시에는 더 위험한 거죠. ⊙기자: 금강산댐은 흙을 쌓아올려 만들었기 때문에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댐 상부의 흙이 물과 함께 씻겨내려가 순식간에 댐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금강산댐이 붕괴될 경우 저수량 3에서 5억톤인 현재 상태에서는 평화의 댐과 화천댐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수위에 이르러 붕괴되면 화천댐의 저수량이 10억톤이 넘는다고 하지만 여름철에는 거의 가득 차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됩니다. 게다가 댐 붕괴에 따른 토사까지 밀려오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상면(서울대 교수): 연쇄적으로 붕괴돼 가지고 한강 본류에도 휘몰아쳐서 수도권 일대에 홍수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기자: 이 때문에 현재 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평화의 댐과 화천댐의 이중 저지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KBS뉴스 이기문입니다. ------------------------------------------------- 북한 금강산댐 안전성 취약한 듯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북한강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북한의 임남댐(일명 금강산댐)은 규모가 소양댐에 육박하고 있으나 여수로가 설치돼 있지 않고 방류구가 작아 일부 누수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강산댐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휴전선 북방 10㎞ 지점에 건설중인 금강산댐 담수지역이 북쪽지역 수㎞에 걸쳐시퍼런 색깔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우리의 사력댐인 소양댐처럼 댐 가운데 진흙을 넣어 만드는 중앙차수벽이나 평화의 댐처럼 콘크리트를 덮어 씌우는 표면차수벽이 설치돼 있지 않아 안전성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갇힌 물이 넘칠 경우 흘려 보내는 여수로가 만들어져 있지 않고 방류구도 1개밖에 없으며 댐 밑으로 일부 물이 흘러나오는 누수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형편이다. 이는 지난 겨울 금강산댐 하류에 위치한 평화의 댐으로 갑자기 많은 물이 밀려오는 기이한 홍수현상이 발생하면서 넓은 모래밭이 만들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사력댐의 경우 댐을 건설한 뒤 조심스럽게 물을 가두는 관행과는 달리 금강산댐은 가물막이 공사 이후 댐을 건설하면서 함께 담수를 병행하는 생소한 공법을취하고 있어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럴 경우 건조기에는 누수나 붕괴로 내려오는 많은 물을 우리측 평화의 댐과 화천댐이 수용할 수 있지만 장마철에는 북한강 하류지역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임남댐 주변에서 바위 등을 발파해 댐을 건설하고 있으며 동해안으로 물길을 돌리기 위한 대량의 물을 가두기 위해서는 댐 높이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력댐은 건설 이후 1-5년 사이가 매우 취약한데 미국 아이다호의 티톤 댐이 지난 1976년 붕괴되는 등 그동안 세계 200여개의 사력댐이 무너진 사례로 볼때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금강산댐의 담수지역은 지난 3월 우리측 최전방에서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진척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남쪽으로 내려오는 물줄기가 사실상 단절되면서 가뭄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남북한이 북한강을 평화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의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금강산댐 전문가들은 "북한의 금강산댐은 일반적인 사력댐과는 달리 여수로가 없고 방류구가 작아 하류로 물을 내려보내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 누수 등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남북한이 임남댐 건설현장을 함께 방문해 안전대책을 세우는 방안도 신뢰확보 차원에서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있음> dmz@yna.co.kr (끝) 송고일 : 20020426 --------------------------------------------------------------- 정부,북한 금강산댐 안정성 문제 협의키로 (경향신문) 북한이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천리 평화의 댐 북쪽 10km 지점 북한강 상류에 건설한 금강산댐의 일부가 함몰되는 등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건설교통부는 29일 “지난해 10월 1차 완공된 금강산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평화의 댐 북쪽 북한강 상류가 메말랐으나 지난 1월 갑자기 대량의 흙탕물이 흘러내려와 인공위성 촬영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금강산댐에서 함몰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건교부에 따르면 함몰 흔적은 댐의 상부 가운데와 오른쪽 2곳 등 모두 3곳에서 발견됐으며, 이같은 함몰로 인해 댐 양쪽을 연결하는 도로도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부처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금강산댐 함몰과 안전성 문제의 상관관계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자원공사가 평화의 댐 보수공사를 하고있는 것으로 이날 확인됐으나 건교부 관계자는 “여름철 우기에 대비한 보강 공사”라며 금강산댐 안전문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건교부는 5월7일 개최될 남북 경협추진위원회에서 금강산댐 안전성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혁기자 hyukk@hk.co.kr
192 no image 미국 달러의 위기
정태욱
8415 2002-04-30
예전부터 저는 미국 경제는 달러화의 가치하락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그것을 막고자하는 것이 미국의 전쟁 책동의 주요한 동기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었습니다만, 미국 달러화의 위기가 실제 상황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에서 퍼왔습니다. -------------------------------------------------------- 달러화 급락··· 세계경제 초비상 국제자본 미국 외면, 9.11때보다 이탈규모 커 2002-04-30 오전 9:56:27 미국 달러화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유지해온 달러화의 시대가 이제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최근 달러화가 급락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미국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증시가 동반급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간단치 않은 동요가 읽히고 있다. 29일(런던 현지시간) 유로화의 대달러 환율은 지난 3개월동안 최저치인 0.902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고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백27.65까지 떨어졌다. 영국의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지난 5개월동안 최저치인 1파운드당 1.4635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모든 주요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달러가 외환시장에서 엔화 등 대외통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의 경우 1백27엔대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본격화된 미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는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약하다'는 표현에 생리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폴 오닐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의 노선은 아직까지 변함없이 '강한 달러'이다. 그러나 정부 의지나 정책보다 무서운 게 '시장의 힘'이다. 최근의 급속한 달러 약세는 시장의 힘이 작동한 결과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미국경제의 취약점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무역적자로 인해 미국 경제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에는 이같은 무역적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외국자본의 유입이 이루어져 강한 달러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이 바뀌었다. 9. 11 테러로 미국경제가 치명타를 입었던 지난 9월에도 미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본이 1백78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지난 1월에는 95억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그 결과 지난 3개월간 무역거래에서 달러화는 3% 평가절하됐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외환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블룸은 29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강한 달러와 약한 달러에 대한 논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달러 약세에 대한 진짜 경보가 울렸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4천억달러 이상 외자유치해야 미국경제 존속 가능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4천1백70억달러(약 5백42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했다. 문제는 앞으로 무역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 비율이 2003년 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의 예상은 더욱 비관적이다. 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는 GDP의 6%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달러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 3년내에 20%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3백15억 달러를 기록, 10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심상치 않다. 미국이 아니라면 연간 4천억달러가 넘는 엄청난 무역적자를 끌고 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전세계 달러 저축액의 10%에 달하는 5천억달러를 해마다 미국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갈수록 힘겨울 수밖에 없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수출을 40% 가량 늘려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를 위해 수출가격을 낮출 경우 달러 가치는 또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며 무역적자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도 보잘것 없고, 투명하지도 못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한 외자 유입에도 최근 비상이 걸렸다. 미국 주식시장이 엔론 사태와 기업들의 수익률 부진으로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국제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와 유럽과 동아시아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시장으로의 자본유입은 미국시장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 증시가 해외 증시에 비해 고평가됐으며, 미 기업들의 분식 회계 등으로 더이상 미국 증시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신흥시장과 상대적으로 건실한 유럽시장 등으로 눈을 돌려 현지 통화를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컨설팅회사 4캐스트는 "한쪽의 자본유입선이 끊기면 그 여파가 다른 쪽으로 급속히 번져가는 것이 지난 몇 년간 파악된 경향"이라며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속히 말라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른 대다수 경제전문가들도 미 경제가 올 1.4분기에 5.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투자지출 증대보다는 주가회복과 재고조정,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은 것이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수익 증대와 연결되지 못했다면서 향후 미국경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 지출은 아직은 활발한 편이나, 1.4분기보다 감소추세에 있다. 미시간대학은 소비심리지수가 지난 3월 95.7에서 93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켰다. 미국GDP도 2.4분기 들어 1992년 이래 최저인 0.1% 증가(연성장률로는 1%)에 그치고 있다. 당초 0.4%라는 예상치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국내기업 투명성 높여 외국자본 유입해야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내에 달러가치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이 현재 상황에서 큰 변동을 원치 않고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도록 공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년간 미국은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이 써왔기에 달러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며 단지 정확히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잘 모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환시장은 분위기가 일단 바뀌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진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볼 때 달러화 급락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미국경제의 위기국면 진입은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일 수 없다. 벌써부터 우리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는 등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기업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미국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국제자금이 우리나라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한국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길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면에서 오너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계열사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LG그룹 계열사간 불투명한 주식매매 행위나, 포스코의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 매입 의혹 같은 불투명성에 대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에서 국제자금이 이탈하는 핵심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엔론사태로 드러난 미국 기업의 불투명성이기 때문이다. 이승선/기자
191 no image 한반도 안보정세와 남북관계- 임동원(2002/4/20)
조진석
10443 2002-04-20
* 다음 글은 미래전략연구원 주최, [미래전략연구원 창립 1주년 기념 <제 13 회 미래전략포럼>]에서 임동원(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 이 발표한 글입니다. 한반도 안보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사회 : 윤영관(연구원장/서울대 사회대 교수) -발제 :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 -토론 : 장원석 (단국대 경상학부 교수) 서주석 (미래전략연구원 남북국제연구위원/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플로어(종합) 토론 : - 언 제 : 2002년 4월 20일(토요일) 15:00- - 어디서 : 매경미디어센터 12층 중강당 - 주 최 : 매일경제신문사/ 미래전략연구원 <발제문> * 한반도 안보정세와 남북관계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 저는 4.3∼4.6간 대통령 특사로서 평양에 다녀 왔습니다. 저의 방북은 햇볕정책이 목표하는 [한반도 평화]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위험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취임과 더불어 대북 화해협력정책 즉 햇볕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정책은 당장 서둘러서 통일을 하자거나 성급하게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햇볕정책은 한편으로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전쟁을 억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하고 교류와 협력하며,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를 지원함으로써 북한이 안심하고 개방하여 시장경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정책입니다. 그렇게하여 서로 적대적 대결관계를 청산하고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며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정책입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북한도 우리의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신뢰를 갖고 호응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남북관계는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대전환을 이루었습니다. 당국간 대화가 활발해지고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이 대폭 증대되었습니다. 북한도 '새로운 사고'를 강조 하며, 국제사회에 참여하고자 노력하는 등 의미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민족내부 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서 국제적 성격이 매우 중요함은 작년에 다시 한번 부각되었습니다. 특히 미북관계가 정체되자 북한은 남북관계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더구나 작년 9월 11일 미국에서의 테러사태는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테러를 뿌리뽑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군사적 조치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되어 있는 상황이고 더구나 내년도에는 핵사찰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여부로 미국과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지도 모를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대화가 단절되어, 신뢰를 쌓는 것은 고사하고 이러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막혀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기지수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군사력의 사용은 곧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위기가 초래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결의를 갖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위기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통해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북한에 대화를 권고하고 촉구하고자 한 것입니다. 지난 2월 20일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지 않고 대화로 현안을 해결하겠다는데 합의했습니다. 이제 북한을 설득하여 대화로 유도해내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특사로 방북하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친서를 통해 그리고 저의 보충설명을 통해 현정세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매우 솔직하게 전달했습니다. 우선 미국의 세계전략이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교적인 비확산 노력(non-proliferation)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군사적 비확산 조치(counter-proliferation)를 취하겠다는 것이며, 북한도 그 대상이 되어 있는 상황을 확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전달했습니다. 과거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미국의 현 정부와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해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현안문제를 해결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매우 긴요함을 설명하고 일본과도 대화를 통해과거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관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진심으로 민족을 염려하는 성심을 갖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현 정세가 대단히 [엄중한 사태]임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김대통령께서 특사를 보내 솔직한 의견을 준데 대해 감사와 함께 동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과의 대화에도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이렇게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축이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국제적 축이 지연됨에 따라 동결되어 있던 남북관계의 축도 다시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쌍방은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이 이러한 합의를 잘 지키고 북한도 관계국과 대화하여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간다면, 한반도 안보위기는 해소되고, 나아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켜 평화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국제냉전이 종식된 지 1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한반도에서는 냉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질서와 국제질서의 부조화는 과거 냉전시대보다도 한반도 안보정세를 오히려 더 불안정하게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들어 최근까지 몇 차례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여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고자 남북간 민족 내부적 노력과 함께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였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북한이 미국, 일본, EU 등 우리의 우방국가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며, 국제경제·금융기구에 가입하여 시장경제에 동참하도록 도와 주고자 했습니다. 남북간에는 햇볕정책, 즉 힘에 의해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를 지키는 정책]과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고자 하는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정책]을 병행 추진했습니다.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과거와는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북한을 불신과 대결의 상대로 보는데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그 대결의 상대인 북한과 화해·협력한다는 것은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이념이 다르고 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서로 다른 두 체제가 협력한다는 것은 대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함께 국제적 지지가 필요하지만 또한 북한의 호응도 필요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대북정책은 [평화를 지키는 정책]이었습니다. 군사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안보를 위해 동원하고 통제할 수 있는 "총력안보태세"로 특징 지울 수 있습니다. 간단 명료하고 국민의 동의도 절대적이었습니다. 북한의 동의나 호응은 필요없었습니다. 그러나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뿌리 깊은 불신과 불안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신과 불안과 함께 안보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만들어 가는 정책]을 병행 추진해야 합니다. 햇볕정책은 싸우지 않고 평화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입니다. 햇볕정책은 유화정책이 아니라 자신감과 힘을 가진 강자만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국제 냉전 종식과 공산권의 붕괴, 그리고 남북간 국력격차의 심화는 우리에게 그러한 힘과 자신감을 갖게 했으며,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반세기 동안이나 반목과 적대 관계로 얼어붙었던 냉전구조를 해체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돌출변수도 있고 우여곡절도 있으며 이겨내야 할 많은 시련과 도전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많은 도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이겨내고 일관되게 평화를 증진시켜 나가야 합니다. 북한도 대결보다는 평화를 원하고 있으며 마침내 세계 조류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 볼 때 남북관계에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교류를 거부했던 남과 북이 총리급회담, 정상회담, 장관급회담과 분야별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진행시켜 왔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고 화해·협력의 실천을 다짐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었습니다. 교역이 시작되고 체육·문화,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관광사업, 경협 등이 추진되었습니다. [하나의 조선]을 주장하며 남과 북이 각기 유엔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던 북한이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했습니다. 비현실적인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대신 남측의 [연합제]안이 현실적 대안임을 인정하고 이를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 하였습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서방국가에 문호를 개방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추구하는 북한은 핵시설을 동결하고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있으며, 미사일 시험발사의 유예를 선언하고 미사일 문제의 협상도 추진해 왔습니다. 미국과 함께 [반테러 공동선언]도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 국제사회의 원조를 수용하면서 북한의 대외 의존도는 높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속도는 느리고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경주되어 왔고 일정한 진전을 이룩한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북한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게 될 것이며 남북관계의 발전도 촉진될 것입니다. 남북간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어 자유로운 왕래가 이루어지고, 경제, 과학기술, 문화예술, 언론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활성화 될 것입니다. 남북경제공동체 건설과 함께 군비통제가 추진되면서 '사실상의 통일상황'이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도 생존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특사방북을 통해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 동안 국제정세 변화에 장고를 거듭했던 북한이 이제 남북간 협력,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우방국들이 북한에게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확신시켜 주면서, 안심하고 개방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고무하며 이끌어 나간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진전이 가능하도록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화해협력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리더쉽을 발휘할 것입니다. 남북간 협력은 이미 합의한 것부터, 쉬운 것부터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간에 합의하고 추진되어 온 사업 중,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 하여, 경의선 철도의 연결, 개성공단 1단계 공사, 금강산 육로관광 추진, 이에 따르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 5개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최선을 다해 가능한 것부터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특성상 군사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문제가 평화와 직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남북관계가 불신과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한이 협력해야 하고 미·일·중·러 등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즉 국제공조도 필수적입니다. 특히 우리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평화는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절실한 목표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임을 거듭 강조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어떠한 도발도 철저히 억제하여 평화를 지키는 한편,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평화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에게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190 no image 베네주엘라 쿠데타의 배후에는 미국이?
정태욱
9332 2002-04-16
차베스가 다시 권좌에 복귀했군요.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차베스를 쫓아 낸 군부 쿠데타에 대하여 미국의 개입설이 여기저기서 나온 바 있습니다. 여기 한국일보 기사 두 개를 인용합니다. 추가를 하자면, 차베스를 몰아내고, 새로 옹립된 대통령인 상공회의소 소장이 제일 먼저 취한 조치가 바로 쿠바에 대한 석유원조(싼 값에 판매)를 중단시킨 일이랍니다. 우리의 대선정국에 대한 미국의 모니터링이 본격화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섬뜩합니다. ---------------------------------------------- 베네수엘라 정정 불안 군장성 反美 차베스 하야 촉구·쿠데타設 남미 경제 부정적 영향…美적극개입엔 주저 우고차베스(48)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1998년 취임 이래 줄곧 반미기치를 표방했던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의 아프간대 테러전을 “무고한 양민학살”이라고 공개 비난한 것을 계기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차베스 정권에 대한 미국의 인내력이 한계를 벗어났다는 전망이 무성하다. 베네수엘라에는 쿠데타설등이 나돌고 있고 정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쿠데타설은 표면적으로 군 장성을 비롯한 고급 장교들의 잇단 대통령 하야 촉구에서 비롯됐다. 공군 공수항공단 지휘관인 로만 고메즈 루이즈 장군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차베스는 실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가와 군을 위해 사퇴하라” 고 주장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군 장성으로는 처음인데 앞서 7일에는페드로 소토 대령 등 장교 3 명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한 뒤 대통령궁까지 시위를 벌였다. 차베스가 전통적 우방인 미국을 도외시하고 미국이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이라크, 쿠바, 리비아와 급속히 밀착해 베네수엘라 정국을 극단으로 빠뜨렸다고 군부가 비난하는 데는 미국측과 상당 부분 ‘교감’ 이 있으리라는 분석이 있다. 차베스가 지난 해 10월 숨진 아프간 어린이의 사진을 공개 거론, 미국을 극도로 자극하면서 양국 외교 채널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 사건으로 본국에 소환된도나 리나크 주 베네수엘라 미국 대사는 귀임 후 차베스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라” 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페루리마에서 열리는 안데스 정상회담에 차베스가 참석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최근 “차베스가 일을 수습하지 못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의 중도퇴진 가능성을 거론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야당과 언론에 대한 차베스의 탄압은 민주주의에 위배되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가 확고히 지켜지기를 바란다” 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베스가 미국의 콜롬비아 반(反) 마약정책을 비난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가로 지목했던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함에 따라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이 아프간전쟁을 계기로 차베스 정권과 결별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3대 석유수입국 중 하나이고, 경제가 사실상 붕괴상태인 아르헨티나에 이은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이 남미 경제에 초래할 부정적 파급효과 등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8:38 美, 좌익정권 용납 안할듯 ■차베스 앞날은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의 앞날은 군부간 주도권 다툼의 향배와 미국의 영향력 행사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축출 이틀만에 권좌에 복귀함으로써 군부 일부의 거사는 ‘실패한 쿠데타’가 끝나게 됐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정부는 차베스 정권의 명맥을 이어가면서 이번 사태로 확인된 군부와 중산층의 요구를 수용하는 체질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돌아온 차베스가 권좌에 계속 머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속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의 반(反) 차베스 정서가 변수다. 애리 플라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차베스 정권이 위기를 자초했다”고 밝혀 새로운 군부 세력의 등장을 사실상 승인했다.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단호한 반응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개입했든, 하지 않았든 차베스 정권의 축출을 어느정도 공식화했던 미국으로서는 향후 그가 다시 좌익 정권을 연장하는 상황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 동안 남미 국가들의 대통령궁에 친미 지도자들을 머물게 하려는 노력을 줄기차게 해왔다. 그들이 군인인가, 민간인인가하는 점은 미국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1954년 과테말라의 민선 정부 전복을 위해 우익 쿠데타를 지원했으며, 1973년부터 1990년까지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 정권을 용인해 왔다. 1980년대 니카라과 좌익 반군인 산디니스타에 대항하는 우익 세력을 구축하려는 끝없는 시도는 이란-콘트라 게이트로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남미 좌파의 맹주를 자처하며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 석유를 공급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지도자와도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차베스는 미국의 우선 축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에 매달리고 있는 미국은 자신의 앞마당격인 남미에서의 불안정을 바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차베스는 미국의 세기를 추구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비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입력시간 2002/04/14 19:06
189 no image 미국의 군국주의화?
정태욱
11489 2002-04-16
미국의 군국주의화 - 현 시대 세계의 공안정국화의 본질을 한 마디로 얘기하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그에 관한 또 하나의 유력한 징후를 소개합니다. 미 국방부 전성시대를 예감케합니다. 로마 말기가 곧 군인들의 전성시대였음이 새삼 떠오릅니다. 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 ----------------------------------------------------- 미 국방부 '몸 불리기' 안팎 눈총 편집 2002.04.08(월) 21:08 미국 국방부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조성된 애국주의 분위기를 틈타 권한 비대화를 꾀해 국내외로부터 적잖은 반발을 사고 있다. ◇ 독자적 해외원조=국방부는 불특정 국가·세력에게 군사원조를 할 수 있는 포괄적 예산집행 권한을 줄 것을 최근 의회에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이런 요청은 독자적으로 해외군사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것으로, 모든 해외원조의 예산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방안에 따르면 국방부는 인권·채무불이행·테러지원 등 국무부의 해외원조 제한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원조를 할 수 있으며, 이 돈의 집행에 대해 의회에 사전승인은 물론 사후보고를 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예산집행의 어려움을 겪어 이런 권한 확대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와 의회 관계자들은 “올 회계연도에 국방부가 요구한 금액은 크지 않지만 말썽을 일으킬 선례를 만들까봐 우려된다”며 예산집행의 투명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 기업 인수 사전승인=국방부는 1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국 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정부 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마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외국 업체가 1억달러 이상의 미국 업체를 인수할 때는 미국 해외투자위원회의 승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방부 법안 초안을 입수해 6일 보도했다. 법안은 또 지난 3년 동안 국방부와 1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적이 있는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도 이 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해외투자위원회는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제한할 목적으로 설치된 부처간 위원회다. 국방부는 이 법안을 지난해 9·11 동시다발 테러 직후 제출하려 했으나 막바지 단계에서 좌절됐다. 국방부는 내년 국방관련 법안에 포함될 이 법안에 대해 다른 부처와 협의를 전혀 하지 않아 상무부·재무부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도 “지나치게 포괄적인 합병 조사는 미국이 그동안 유럽연합에 대해 문제삼아 오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중언 기자parkje@hani.co.kr
188 no image 임특사 방북그후(1)- 이종석분석
조진석
9944 2002-04-14
*다음 글은 인터넷신문프레시안에서 퍼 온것입니다. -------------------------------------------------------------------------------------------- "3개월내 남북관계 개선 안되면 2003년 위기 온다" '특사회담의 평가와 향후 과제' - 이종석 박사 2002-04-11 오후 4:56:53 “향후 2-3개월 내에 남북관계가 대화와 협력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월드컵 행사 후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과거보다 더 높은 강도로 복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될 경우 2003년으로 예견되는 한반도 안보위기가 실제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10일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특사회담의 평가와 향후 과제’란 특별정책토론회에서 기조발제자로 나선 세종연구소 이종석 연구위원이 임동원 특사의 방북성과를 평가하며 한 말이다. 이 연구위원은 ‘2003년 한반도 위기론’을 거론한 배경으로 제네바 합의 이행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조기 핵 특별사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시험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북한의 중동미사일 수출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로 북미간에는 공해상에서 미국의 북한 상선 강제수색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 조치가 내려지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위기는 현재 북한이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심각한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이번 임 특사 방북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중재자적 역할이 부각됐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위상을 계속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중재역할이 부각된 이유에 대해 “(북한은)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의 대북 요구수준이 너무 강경해 대화를 통해 기대하는 이익획득의 보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일정하게 완화시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그 일환으로 대북대화를 시도하자 이를 대화로 나올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반도 정세나 남북관계의 진전과 관련한 최대변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라며 그동안 한반도 긴장을 야기시켰던 원인으로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의 등장에 이은 2001년 3월 4차 남북장관급 회담의 연기,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과제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대미협력관계의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특사회담 결과 설명과 북미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임동원 특보 혹은 고위급 인사의 조기 미국방문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정착 위해 미국ㆍ야당의 지지 끌어내야 이 연구위원은 또 회담성과에 대한 국민적 지지확보를 위해 “국민 대다수는 이번 특사회담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이번 성과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야당에 이번 회담의 결과를 성의껏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아울러 남북 국회의원 회담 등을 주선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야당이 일정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이 연구위원의 제안은 “미사일 문제의 경우 클린턴 말기 협상 수준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미국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조건없는 북미대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게 새로운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네바 합의 이행문제는 북한이 현 시점에서 특별사찰을 수용하고 한미일의 전력보상을 교환하는 정치적인 타협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임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제안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특별제언으로 임동원 특사 방북중 북한측의 주장으로 논란이 됐던 “국방백서상의 ‘주적’ 표현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을 삭제하고 94년 이전으로 돌아가자" 그는 현재의 주적 표현이 “북한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라고 해서 그것을 ‘주적’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와, ‘주적’ 표현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른 상황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주적’ 문제는 개념이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라는 것이며 “따라서 공식적 국가문서이며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국방백서’에 ‘주적인 북한’이라는 표현을 명기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말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국어사전에서도 ‘주적’이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다. 굳이 ‘주적’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primary enemy' 혹은 ’main enemy'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전시에 복수의 적을 상대할 때 제1의 적을 부차적인 적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적 표현 삭제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세계 각국의 경우 국방백서에서 대체로 특정국가를 지목하지 않고 ‘위협요인’으로 명기하고 있으며 “북한의 경우도 ‘주적’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은 현재 우리에게 ‘적대적 형제’ 혹은 ‘경계와 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적인 단어로 다가와 있는 만큼 이를 ‘주적’이란 표현으로 담아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해결방안으로 “논리적으로 볼 때 ‘주적’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나 이 문제는 논리와 합리성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까지 확산돼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차라리 논란이 야기되기 전의 ‘국방백서’ 내용으로 돌라가는 편이 차선의 방법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주적' 표현 ‘국방백서’ 창간본인 1988년 말부터 ‘국방백서 1992-1993’ 16쪽에는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적인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경우 적이라는 표현은 살아 있으나 적이 누구인가는 내면적으로 규정할 수 있어도 외형적으로는 익명성을 갖게 되므로 현실적인 국민정서와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양자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영태/기자
187 no image '이행의 시대', 한반도의 선택은?
조진석
8864 2002-04-14
* 다음 글은 인터넷신문프레시안에서 퍼 온 것입니다. 기사가 나온 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일독의 가치가 있는 글이어서 올립니다. 임동원특사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2년 후반기~ 2003년 위기설을 설득력있게 얘기해주는 증거가 아닐까요. ---------------------------------------------------------------------------------------------- '이행의 시대'··· 한반도의 선택은? <전문가 좌담> 김민웅(재미 언론인) 서동만(상지대 교수)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002-03-20 오전 10:09:51 9.11 이후 노골화된 미 부시행정부의 일방적 군사패권주의 노선으로 기존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90년대 이후 어렵사리 이룩해온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도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행보와 한반도 주변 열강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열강들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른바 이행의 시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국제 및 북한 문제 전문가인 김민웅 박사(재미 언론인) 서동만 교수(상지대 교수)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모시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를 점검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좌담은 18일 오전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1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좌담 기록 전문. 편집자 왼쪽으로부터 김민웅 박사(재미 언론인), 서동만 교수(상지대),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냉전이 끝난 10여년전부터 전환기, 이행의 시대 등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9.11 이후 미국의 행보,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이나 중국의 반응을 점검해 보고 남북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좌담회의 취지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이며 고압적 태도에 대해 북한에서는 제네바 협약 파기 위협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미국 세계전략의 변화상을 점검해보고 중국, 일본의 대응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흔들리는 미국의 지도력 김민웅: 최근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상당히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미국의 국제적인 위치가 고립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것은 미국이 부시 정권 이후, 그리고 9.11 이후에 겨냥했던 논리와는 역설적이게도 모순 되는 내용들이다. 위험, 고립 이 두 고리를 짚어보면 그 모순의 실체가 드러난다. 악의 축 발언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는 위험하다. 그러니까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 연대하자.'라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는 반대로 국제사회가 '미국이 상당히 위험하다. 미국과 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강공으로 문제를 풀려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세계 전체의 지배질서를 다잡아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국제사회가 이에 순응하지 않고 도리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초강대국 차원에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정면으로 뚜렷한 반대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미국이 지난 냉전시대부터 유지해온 지배질서, 제국주의적 지배질서가 해체, 교체의 과정에 급속하게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행, 교체라는 말은 10여년전부터 운위되어 왔는데 여전히 이 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행의 조짐이 60년말, 70년대초에 드러났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그러한 경향이 보다 뚜렷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세계지배질서가 <제국의 해체>란 형태로 아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군사력, 경제력의 급속한 퇴조는 아니지만 이데올로기적, 문화적인 영향력에서는 상당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부시의 방한 때 국내에서 일어난 반미라는 형태의 저항운동은 이런 추세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남쪽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유럽의 반발 등 전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미국의 위상은 분명히 꺾어지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맥락 속에서 미국에 대한 한국 주민들의 자세 또한 엄청난 격변을 겪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냉전이라는 형태로 제약되어 왔던 남북의 국제적 행동반경이 이제는 상당히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안심할 것은 아니다. 지난번 부시 방한 과정에서 악의 축 발언과 관련하여 전술적 후퇴가 보이기는 했으나 전략적인 본질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칫하면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패권전략이 좌절할 가능성을 보게 되었기에 그에 대해서 좀더 치밀한 방법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부시 정부의 등장과 지금 진행되는 일이 미국이 유지해왔던 체제 자체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지배엘리트들의 위기의식이 증폭되었고 이러한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반동적 폭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동적 폭력체제가 장기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위력적 영향력을 가지고 희생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분명하게 마련돼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강공정책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김민웅 박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위험한 나라이면서 고립돼 있다는 말은 미국이 군사력, 경제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른바 그람시의 헤게모니적 측면에서는, 즉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측면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하겠다. 지금 미국이 강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남북의 행동반경이 작은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공간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희생이 따를 수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아프간 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은 군사주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일본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일본, 정치군사력의 약세가 경제침체 초래했다고 인식 서동만: 클린턴하고 부시하고 연속성이 있다. 그러나 분명히 전환이 있다. 9.11 테러 이전하고 이후가 다르고 9.11 테러의 원인적인 측면에서는 부시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9.11 이후에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돼가고 있다는 측면이 커졌다. 이처럼 새로운 질서의 형성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견해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 전세계적으로 이념적인 대립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군수산업의 이해관계라는 것이 국지적인 측면이 강하고 미국 국내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전세계질서 형성력을 가진 변화냐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중간 선거도 있고. 다만 전세계질서 형성력은 아니더라도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은 크고, 한반도, 북한에 대한 파급력은 더욱 엄청나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세계질서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제하에서 말하겠다. 일본과 관련해서 어떻게 보느냐인데 일본 역시 굉장히 전환기다. 특히 국내적으로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10여년간은 엄청난 체제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경제개혁, 과거 80년대까지 유지돼왔던 정치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국면이다. 이것이 미국 부시정부의 정책과 맞물려있는 측면이 있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반성도 있고 완전히 전환해 나가겠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부시의 정책 못지않게 일본의 변화, 즉 국내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해서 심각하게 봐야한다. 다만 전략적 측면에서 군사력 확대라는 기조는 정해졌다. 또 하나는 정치적, 군사적 측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경제적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상당히 공유가 되어가고 있다. 클린턴 정부때 엔화의 아시아 기축통화 시도가 있었는데,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견제로 안됐다. 그러면서 이것이 새로운 시도다. 클린턴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 경제적 이해관계와 군사안보적 이해관계를 분리시켜서 대응했다. 군사안보적으로는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한 반면,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견제했다. 일본의 독자세력화를 철저하게 견제했다. 98년도 클린턴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중국을 방문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재팬 패싱(Japan Passing), 또는 재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두들기기)이라는 얘기도 한참 나돌았고. 그런 연장선에서 한국에 있어서 남북 화해협력 공간도 열린 측면이 있다. 그런데 부시정부 들어서면서 미국은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분야에서도 일본과 손을 잡는다는 전략을 택한 것 같다. 고이즈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도 거기에 따라가고 있고. 고이즈미, "김대중 대통령을 어렵게 해선 안 돼" 그러나 일본도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부시 3개국 방문 때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시의 한반도 정책에 관련해서 보조를 맞춘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일치하는 측면도 있지만 악의 축 발언 등 한반도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이종석: 실제 고이즈미 총리가 부시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어렵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동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일치하지만 적어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이즈미가 일본의 역할은 다르다고 얘기했다. 그런 면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월드컵 국면까지는 김대중 정부쪽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세계화시킬 만한 이벤트, 즉 월드컵ㆍ아리랑축전 등을 좔 활용할 필요가 있다"(서동만 교수)ⓒ프레시안 일방적 군사패권주의로 치닫는 부시, 미 국내엔 견제세력 없어 이종석: 부시 등장이 국제질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먼저 말하는 것이 좋겠다. 부시의 등장, 특히 9.11 이후의 부시 대외정책 노선은 냉전체제 이후에 국제질서 성격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희망적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냉전이 해체됐을 때 우린 이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했다. 하나는 상호의존이라는 관점에서 단 하나의 시장경제로의 통합이라는 세계화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1초다강적인 국제질서 성격을 얘기했다.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과 그와 연결되는 지역적 다강이 있어서 미국이 이들을 이끌어서 국제 협력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었다. 물론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어떻게 나가느냐에 따라서 국제정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일탈의 위험성을 안고 있었지만 미국이 국가이익상 1초 다강적인 국제질서가 파괴되거나 일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서방이 사회주의 붕괴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했을 때, 대칭점을 이룬 두개 진영에서 한 진영이 붕괴했을 때 나머지 체제도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상식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붕괴는 마치 씨름선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리며 자신도 넘어져야 하는 것처럼 대칭에 있던 기존의 자본주의 입장에서도 자칫 비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 적대세력에 대해서 유기적인 포용력을 발휘함으로써 국제협력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희망적으로 후자의 얘기를 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의 대외정책은 국제적 지도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국제협력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부시 등장 이후에는 일국적 국가이익이 대단히 앞서서 제기되고 이것이 9.11 테러 사태 이후 군사 패권주의로까지 확장되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을 제어할 힘이 미국 사회 내에 일정하게 있다고 보았는데 9.11 이후 나온 호전적 국가주의, 애국주의가 결국은 일국적인 군사패권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자체기능을 대단히 약화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질서가 상당히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는 미국 내에서 자체동력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럽연합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중국, 러시아에서 상당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현재 국제질서는 클린턴 시절에 만들어 놓은 세계화의 신화 그 자체를 미국이 스스로 깨면서 일국주의로 나가는 경향이 세계 도처에서 분쟁과 갈등, 군사주의적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한반도에서 2003년 위기가 나도는 것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해결을 위한 협상의 길이 안 보이고 군사노선이 오히려 큰 길로 보여지기 때문에 2003년 위기라는 용어를 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미중 갈등, 대만의 독립국가 이행이 고비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어떤 입장으로 바라보는가가 중요하다. 중국은 지금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이 최대 국가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안정과 지역정세의 안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탈냉전 이후 일련의 세계적 경향을 다극적화와 협력의 방향에서 해석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에 일격을 당한 것이 99년 유고에서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하는 사건이었고 부시가 당선되면서 중국 견제가 노골화되면서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꼈다. 미사일방어망(MD) 문제 등으로 중국이 견제되면서 이 노선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국제질서의 움직임이 다극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일국적 패권주의 추세가 훨씬 강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 남북대화조차도 잘 안된다면 내년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이종석 박사) ⓒ프레시안 그 후 9.11이 터졌다. 9.11을 보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은 그들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과 협조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국 지도부도 티벳 등 소수민족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이를 진압하기 위한 명분으로 궁극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원했던 것은 테러사태 자체가 과거 MD 반대론자들이 얘기한 것처럼 MD 추구가 대단히 무모하다는 것을 미국 지도부에게 설득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중국은 9.11을 계기로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 MD 정책이 약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9.11 직후에 미국이 국제협력을 강화시켜 나가니까 일국화 경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한두달 지나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다. MD 추진을 포함한 모든 국제질서를 관장하는 데 미국의 군사주의가 강화되면서 중국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금 중국은 9.11 테러에 대한 일정정도의 자기기대를 접으면서 결국 기대했던 다극주의적 질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군사력 강화에 비중을 두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경제발전이 절대적인 국가목표라는 점을 인식하고, 다른 한편 미국의 압도적인 힘을 의식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정면도전하기보다는 미국의 방향을 비판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국 미국이 군사패권주의를 지속하는 한 중미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이 군사적 갈등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대만의 독립국가 이행에 행동이 나오면 중국은 군사적 조치까지 고려할 것이고, 이때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동북아에서 군사적 갈등까지 갈 것인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명한 것은 정치적 갈등이 높아져 있다. 그리고 갈등의 가능성은 상당히 많고 이것이 한반도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미국의 정책이나 태도가 클린턴과 부시 사이에서 단절이냐 연속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단절을 느끼게 된다. 클린턴 당시 북미간 수교까지 거론되다가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나온 이후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어떻게 될지, 부시 방한 이후에는 남북관계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북미관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김민웅: 그 얘기에 앞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사이에는 연속성과 일정정도의 차이가 공존한다는 점, 분명하다. 그런데 사실 만약 냉전 지형이 확고해 있을 때라면 부시가 이렇게 나와도 단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시기에 탈냉전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우리의 의식도 많이 변했고, 그러다 보니까 부시정권이 레이건, 제1부시정권 등 과거 요소를 복구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94년에는 우리도 모르게 전쟁이 일어날 뻔도 했고 클린턴 정부시절에 북한과의 관계를 정비하고 시작한 것도 북한 붕괴를 전제로 형성한 것이었다. 클린턴 정부 말기에 가서는 북한이 자연 소멸되지 않겠구나, 라는 판단이 서면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일정한 우호관계로의 전환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부시정권 하에서는 "붕괴 안돼? 무슨 소리야. 밟으면 붕괴된다"는 인식으로 돌아선 결과가 대북 적대정책의 강화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이러한 미국의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미국 내부의 밀어붙이는 힘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이건 시대 말기에 세계가 탈냉전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방식에서 군사주의라는 방식을 통해 공연히 군비를 지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자본이 직접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주도하의 자본의 국제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고 지배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소위 삼각위원회가 주도권을 잡아가는 시기였다. 즉 레이건 시대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본의 직접지배 한계에 부딪혀-아시아금융위기ㆍ엔론도산 등 1기 부시정권은 이러한 전환의 시기에 등장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요청과는 달리 군사주의 노선을 여전히 견지하는 입장에 섰다. 말하자면 1기 부시정권은 레이건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그러다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이 당시 대세는 자본의 직접지배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쪽 입장을 대변하던 클린턴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일정한 지분을 인정하면서 미국의 막강한 초국적 자본주의 주도권 하에서 제국주의 세력의 동맹체제라고 할 수 있는 삼각위원회 시스템을 끌고 왔다. 그런 방식으로 클린턴 시기의 미국이 문제를 풀면서 소위 세계화라는 대세를 형성했다. 그런데 이것이 10여년을 거치면서 역동성을 상실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 내 엔론사태, 아르헨티나 사태 등 자본의 직접지배가 일정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러면서 도전은 4가지 방향에서 왔다. 유럽의 경제, 정치적 통합과 독자 세력화, 냉전시대의 적이었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일정한 긴장관계, 이슬람권의 단합, 제3세계의 저항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반세계화 운동이 상당히 중요한 세계적 도전으로 등장했다. 결국 탈냉전 시기에는 군사적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자본의 직접관리를 선택했는데, 10여년을 거치면서 자본의 직접관리 또한 한계와 심각한 동요와 압박이 일어났다. 그래서 군사주의 노선이 강력하게 시도되었고 이에 따라 삼각위원회 시스템을 일정정도 포기하고 자본과 군사력의 동맹체제가 반동적으로 복구된 것이 미국의 현 부시정권 하의 시스템이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른바 냉전시대의 구호였던 "현존하는 위협(Present Danger)"을 강조하면서 시스템을 이끌어가고 있다. 부시정권의 등장은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주도력, 생명력에 심각한 위기에서 발생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서, 자본주의적 지배력이 약화된 것에 대한 군사적 응급 내지는 비상체제의 형성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북미관계를 보자. 클린턴 시대에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클린턴이 상당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나중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그 이유는 남북화해를 통해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자본의 전면적인 지배 통로가 뚫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용인했다. 지금은 입장이 달라져서 그러한 기대를 전제하지 않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서 군사주의 노선이 전면에 등장했고 군사주의 노선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서 적대적인 노선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유지라는 보다 급박한 문제해결이 관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동북아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단기적으로 일본에서 이 노선에 동조하지 않고 있고, 중국도 민감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자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시 정권으로 대변되는 강경 시스템을 선택을 했는데, 이것이 아프간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를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세계적 반성이 일어나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자세에 대해서 만만치 않은 견제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이 북한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이런 것들이 북한과 미국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장기적인 희망을 낳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 상존 그러나 매우 우려되는 것은 과거 미국의 외교사, 전사(戰史)를 보면 미국은 전쟁을 일단 일으키고 이를 정치협상으로 풀어가는 패턴을 보여 왔는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한반도 상황에서 가령 동해에 미 함대가 떠서 단기간 동안 북한에 대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핵전쟁 보고서에서도 나와 있듯이 이런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력에서도 한계가 있다. 미국과의 핵전쟁을 불사하고라도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를 발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정치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군사적 타격은 가해진 뒤이고 그러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 만큼의 기득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전쟁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반 테러 전쟁이 미국의 패권전략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중국의 경우는 국가적인 목표를 위해 지역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적인 반기를 들지 않았다. 국지전쟁이 발발했다 해도 중국으로서는 일차적으로는 지역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적다. 미국은 이를 겨냥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감행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강공정책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고 나서 국제적인 협상을 통해 수습하고, 전쟁을 통해서 보다 증대된 기득권을 동북아에서 관철해 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려다. 부시 정권의 성품이나 자세를 봐서도 일방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시 정권의 전쟁관은 적으로 상정한 상대의 <국가 소멸>이다. 그럴 경우 아프간 문제 처리방식처럼 한반도 문제를 처리한다면 우리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있다. 한반도는 미 세계전략의 수단에 불과 서동만: 두가지 측면에서 보고 싶다. 미국의 이해관계라는 것은 다양하다. 금융자본, 군사자본, IT산업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문제에서도 미국 내에서도 일정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미국 내에서도 일정한 견제가 있다. 이것은 한반도에서도 나타난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을 하니까 주가 폭락이 있었다. 한국의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의 36%가 외국자본이다. 이는 월가 자본에게는 타격이다. 이렇게 한반도에서도 반드시 군사적 이해관계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미국 내에서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세계전략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 주식시장이나 이런 것은 별것 아니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한반도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측면이 있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한반도가 중요한 의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한국과의 협의 없이, 기존의 한반도 정책을 무시하고 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우려된다. 한반도 정책이 있을 때는 조정이 될 수 있지만 외교정책에서 사라져버릴 때, 세계전략의 수단이 될 때가 우려스럽다. 김민웅: 미국이 한반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기에서 제기된다고 하겠다. 미국에게 한반도 자체로서 얻어지는 가치가 일정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한반도는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의 측면에서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해도 어디까지나 대중국 전략의 종속변수다. 테러전쟁을 빌미로 필리핀으로 재입성을 하려는 이유도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목표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도 대 중국 포위전략의 근거지를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중립화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등장한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북한이 적어도 미국에 적대하지 않는 정도에서 문제를 풀려 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그 자체를 전제하지 않는다. 미중 담합의 가능성-대만과 한반도 맞바꾸기 또 중국과의 경쟁관계는 미국의 시스템을 세계적 차원에서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 말 것이냐에서 긴장된 도전을 뜻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뛰어넘어서 미국의 지정학적 관리체제로 볼 때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전략상의 강공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전쟁이 아닌 방식을 통해서 중국과 미국이 담합을 해서 영향력을 분산, 행사할 수 있는 완충지역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이종석: 중국과 미국이 담합할 가능성을 전혀 상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의 일정한 합의를 볼 수 있다면 그 댓가로 한반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이해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얘기가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으로서는 대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문제를 쉽사리 포기하기 어렵다. 미국이 대만에서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적 이익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담합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미국의 대만 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적 가능성은 높지 않아고 볼 수 있다 . 현실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주의깊게 봐야 할 필요는 있다.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 희박 북미관계 전망에서 공이 북한 코트에 넘어와 있다고들 말하는데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게 공을 불완전하게 던졌다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대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조건을 제시했다면 괜찮지만 끊임없이 대화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대북불신감을 조성하니까 공을 던진 것은 맞지만 불완전하게 던진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북미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어둡게 보는 편이다. 미국이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이 대화를 위해 미국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은 평화, 안정, 그리고 제반 경제 주체들의 이익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추상적 이익이다. 즉 미국의 국가이익을 떠나서 인류의 공공적 이익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북미대화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측 동력이 약하다. 또 북한이 위기의식을 극적으로 반전시켜 평화적 자세로 나올 수 있는 체제의 융통성과 유연성이 협소하고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응이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적시에 나오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북미관계 파탄을 막는 3가지 요인-남북대화ㆍ국제여론ㆍ국내여론 따라서 북미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관적이다. 단지 북미관계에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남북대화가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이 워낙 고강도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미국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조금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훨씬 쉽다. 따라서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중요한 변수다. 부시가 한국을 방문해서 이산가족을 얘기하고 도라산 역을 방문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한반도, 특히 북한 문제를 볼 때 공식적으로는 세계전략과 함께 한반도에 사는 주민의 이익을 중시하겠다는 것을 어쨌든 몸으로 보여주었다. 남북대화가 잘 되고 이산가족이 만나게 되면 부시는 이것을 북한의 변화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물론 이것도 조만간 돼야 한다. 또 하나는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등 주변국가들의 경계와 비판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당사국이자 동맹국인 한국내 여론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한국 내 여론이 대단히 분열된 상황에서는 힘을 받지 못한다. 공화당 정권은 강경정권이지만 동맹국 중시정책을 쓰기 때문에 동맹국 내부에서의 시민사회, 정부의 여론이 중요하다. 이점에서 아직까지 정치권에서의 분열이 되도록 빨리 정리될 필요가 있다. 결국 북미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가능성, 궁극적으로는 전쟁까지를 포함한,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쟁으로 가기까지에는 어려운 조건이 있다. 전쟁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고 본다. 지금 미국내 미사일과 핵에 대한 인식은 깡패국가라고 지명한 나라들이 핵이나 미사일을 강화한다고 보여지면 이를 실체적인 위기로 받아들이고 공화당, 민주당 관계없이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이에 대한 제재에 면허장을 발급해주는 상황이다. 예컨대 만약 미국 군부가 강경한 입장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북한 화물선을 공해상에서 강제 검색한다면 이것은 전쟁으로 가는 아주 심각한 중간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리 지적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북미관계에서 자체내 동력은 크지 않다. 따라서 주변의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 미국의 대북 강경론이 실체화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 그 부분을 경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면 외교에 의한 '한반도 문제의 세계화' 긴요 서동만: 한반도 문제가 남북간의 화해협력 국면에서 북미 대립국면으로 갈 것인가 하는 기로에 있고 그로 갈 위험성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거와 비교를 해보면 북미간에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런 면에서 남북화해 구도의 측면에서 이를 견제해 낼 수 있는 전면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를 세계화시키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국면이다. 북미간 사건이 터지는 구도를 바꾸어 놓은 것은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 경의선 복원, 금강산 사업 등으로 휴전체제를 변경시켜나가면서 클린턴도 변화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북이 움직여가니까 클린턴도 움직였다. 그런 정도의 전면화가 있지 않으면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내에서 국지화 돼버리면 북미간의 문제로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남한의 기조가 변하면 93, 94년으로 되돌아간다. 결국 방법은 남북관계에서 세계화시킬만한 이벤트, 즉 월드컵, 아리랑축전 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총력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정부, 국민, 한반도 전체가 총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하다. 김민웅: 해상에서 배와 관련한 사건은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역사적 패턴이다. 그러나 사건이 터졌어도 그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관계와 역량이 있으면 위기의 요인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위기 자체가 될 수 없다. 김영남 사건(미국을 방문하는 김영남 북한 국가주석을 미국 관리가 독일 공항에서 지나치게 검색함으로써 방미를 무산시킴), 제네바 협약 직후 휴전선 부근 미 헬리콥터 격추 사건 등에서처럼 문제를 풀겠다는 방향으로 일정한 대세를 형성하면 사건이 일어나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과연 6.15 남북공동성명을 지지하나 그렇게 볼 때 한반도 문제를 세계화해야 한다는 얘기는 한반도 문제를 좌우하는 공간에서 미국의 전쟁정책이 갖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있다. 이를 위해 유럽과의 연대, 일본과 러시아, 중국의 입장을 이런 쪽으로 끌고 나올 수 있는 전면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는 아리랑 축전과 월드컵을 명확하게 이어나가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것은 호기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두 가지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 부시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시와 각료들은 한반도의 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김대중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외교적인 수사로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는 밝혔지만 6.15 남북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말은 한번도 없었다. 6.15 공동성명은 남과 북이 함께 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북에 일정한 여지를 주는 작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강력하게 제시돼야 한다. 햇볕정책 지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햇볕정책 성과가 6.15 공동성명으로 나타났고 이 성명이야말로 한반도 문제해결의 기조, 출발선이라는 의미를 미국이 인정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미국의 전쟁정책 영역이 상당히 최소화 될 수 있다. 6.15 공동성명의 전제가 상대방 체제에 대한 인정과 향후의 점진적 결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전쟁정책의 전제는 상대방 체제는 인정하지 않고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매우 다르다. 미국의 전쟁정책을 추진하는 전제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주한미군 문제 이슈화 해야 또 하나는 정치권 일부와 일부 사회운동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 문제를 좀더 전면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미군의 역할, 미군의 철수, 미군 기지의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사회화, 여론화해야 한다. 이번 부시발언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이 느낀 가장 중요한 위협의 내용은 한반도 민족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북이 아니라 미국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군사정책에 따라서 한반도 주민의 명운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미군이라는 것이다. 전시작전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 주민들이 대부분의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일차적인 수행기관은 미군이기 때문에 미군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정리해내야 한다. 미군의 문제, 미군의 지위, 철수 문제를 좀더 강력하게 광범위하게 제기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모순이니까,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평화시스템으로의 교체에 중요한 작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통일의 전제인 평화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는 노력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올 상반기중 남북대화 진전돼야 이종석: 단기적으로 본다면 위기와 관련해서 내년이 매우 중요하다. 2003년은 제네바합의에 의해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완공시켜 주기로 한 해이며,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기간이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지금은 내년의 전조다. 올해 상반기에 남북대화조차도 잘 안된다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 부시가 한국에 와서 전달한 메시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자기의 세계전략인 군사주의를 조금 유보하고 김 대통령의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 기간은 월드컵이 끝나는 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만약 남북관계에 일정한 변화가 없으면 부시는 보다 강경하게 옛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한국정부는 막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의 축 발언 사태는 한반도에서 제3의 위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제1의 위기가 93, 94년이라면 제2의 위기는 금창리 핵시설 논란,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98, 99년이었다. 과거의 위기는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정한 관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관계설정도 어려운 상태다. 부시가 9.11 이후 호전적 상황, 군사주의적 정책이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해결이라는 낙관적인 측면만 볼 수 없다. 미사일 문제, 핵문제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조정이 되어 있지 않다. 결국 2003년은 방치하면 우리가 위기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차단 노력이다. 우선적으로는 핵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결국은 북한이 전력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2백만KW의 전력손실보상을 남북관계에서 풀어주고, 대신 북한은 미국의 특별사찰 요구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발생할 경수로 추가비용은 일본이나 주변국가들이 책임을 져주는 등 새로운 역할분담의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 그런 논의가 시작되려면 다른 방법 없다. 남북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북한이 여기서 어물쩍거리면 아무것도 안된다. 한반도의 위기와 관련해서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를 북한이 모색해야 한다. 상호 의사타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돌파구는 대북 전력지원, 또는 김정일 답방 김민웅: 남북관계에서 연결고리는 에너지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결정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와 함께 김 위원장의 남쪽 방문도 중요한 계기다. 그 문제가 적극적으로 주선돼야 한다. 또 월드컵과 함께 우리나라의 정치일정에 대선이 겹쳐있다. 2003년 한반도 위기에 대한 준비기간의 의미를 갖는다. 대선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정책화 할 것인가가 논의돼야 한다. 대미 관계에서 우리 사회 여론이 미국의 정책 내용을 바꾸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 점에서 지난 시기 클린턴 정부와 북한이 올브라이트 방북 이후에 전개해 냈던 것은 양자 사이의 적대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과거청산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 문제, 핵문제 이것들을 하나씩 풀면 그 토대위에서 우호관계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적대관계를 우호관계로 바꾸겠다는, 상호 입장의 기본을 바꾼 이후에 서로에게 위협이 없으니까 이 문제는 보다 여유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방식의 변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대적 관계를 우호적 관계로 바꾸자는 정치적 청산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 고리의 실질적 관건의 하나가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에 있어서 주장되어야 할 중요한 개념은 다시 말해 바로 이 적대적 관계를 우호적 관계로 바꾸는 일괄적인 정치적 청산이다. 관계전환이 확보가 되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은 부차적 문제로 전환될 수 있고 보다 중요한 공동의 목표와 이해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협상의 과정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난이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클린턴 시절의 대북관계에서 가장 경하할 대목은 정치적 청산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본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거론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정치적 청산의 고리를 만드는 작업이 최대의 화두가 돼야 한다. 4자회담도 재가동할 필요 있어 서동만: 두 분 말씀에 동감하고 더불어 한반도에너지기구(KEDO)를 견지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북미간 협상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협상 채널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군사행동을 서로 자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4자회담을 다시 가동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북미협상은 어렵지만 4자회담은 공식성을 가지고 있고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나 미국도 이를 안 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는 KEDO 사업을 견지해야 하고 재래식 군사문제는 4자회담을 통해 제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남북간의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제2차 정상회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남북간 긴장완화, 신뢰구축의 차원에서 경의선 사업을 전개시켜 나가야 한다. 월드컵행사 등으로 세계적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의선타고 김정일 위원장이 오면 제일 좋다. 이종석: 답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호문제다. 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가 중요하다. 둘째는 전력 등의 문제에 대한 남측의 결단도 필요하다. 한가지 기대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 극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남 관계 일군들의 위상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김용순이 작년 내내 보이지 않다가 올해 2월 28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3월 11일 김정일 위원장의 인민군 시찰에 현지 동행했다. 금강산 사업이 낙하되고 북한이 요구하던 전력지원 요구가 거부되면서 김정일로부터 상당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용순이 최근에 나타난 것은 북에서 그의 위상이 복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남북대화에 대한 김정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낳게 한다. 그러나 한미 합동군사훈련, 즉 RSOI, 독수리 훈련 등 네거티브한 이벤트 등이 3월 하순에 예정돼 있어 어려움이 있다. 서동만: 또 하나 변수로 북한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차기정권이 어떠할 것이냐이다. 김대중 정부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경의선, 개성공단, 금강산 육로가 가능하고 김정일 서울방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정부에서 열어놓은 것이 차기정권에서 반전돼 버리면 거꾸로 차기정권의 강경노선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즉 남북간 화해협력이 아니라 강경정책, 군사행동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김민웅: 그러니까 관계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적대적인 상황을 철회하라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요구다. 이러한 북한 입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도 미국의 적대적 전쟁정책을 최소화해내고 내부에서 김정일 서울방문의 의미를 부각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상황을 풀 수 있는 보다 우호적이고 유리한 환경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대북ㆍ대미 등 외교정책에 대한 내실있는 합의 이뤄내야 프레시안: 말이 나왔지만 차기정권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선과정에서 한반도문제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보면 미국이 위험스럽다는 것은 미국이 클린턴의 5, 6년 행보를 부시정권이 순식간에 180도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2차대전 이후 대외정책에 관한한 초당적 합의를 지킨다는 오랜 전통을 깬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도자 개인의 철학과 입장에 따라 대북정책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김민웅: 그 얘기를 하기 전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그동안 보여 왔던 대미자세에 대해 이러저러한 비판이 있었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도, 의제 설정 의 수순을 밟으면서 후보자들 각자의 대외정책상의 입장과 정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어화 되어야 한다. 이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디제이 정책을 지지한다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이 있지만 사실 디제이의 대북정책에도 약점이 존재한다. 다음 시기에는 그 약점들을 보완하고 극복하는 내용들이 좀더 충실하게 채워져야 한다. 그런데 이들 후보들은 그냥 우리는 현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고 일관하고 있는데 그래서는 불안하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미국문제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 후보가 그것을 자기의 정책으로 공유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아무래도 부시정권과 상당한 동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약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만약 이회창 총재가 대선후보가 되고 집권까지 하게 됐다고 할지라도 대북 대미 정책상의 평화주의와 자주성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요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기가 노선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또 모두의 합의이기 때문에 그것을 거스르면서 지금까지의 발언해왔던 자세를 고수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 보다 신랄한 비판이 한쪽에 있어야 되고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중 약점을 정리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역대 집권자 가운데에서 그래도 김 대통령이 대미 자세에서 일정하게 자주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느냐고 한다. 부분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만족의 정도에서 볼 때는 적극적으로 맞다고 보기에는 쉽지 않다. 이는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는 대미 인식에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고 국가 영역 자체의 제약에서 나오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번 부시 방한과정에서 한국사회가 보였던 대미 자세의 변화, 변화가 미친 영향을 증거로 본다면 자주적 영역을 확대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 문제를 정치인들이 특히, 언론인들이 정교화 해내어 정치권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분위기로 압박해 나가는 것 이 필요하다. 부시 방한, 한반도평화와 국가주체성에 대한 시민적 합의 형성의 계기 이종석: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이 어떻게 보면 정치사회에서는 갈라진 입장들이 나왔다. 시민사회 대응에서는 스스로 깨닫고 정리할 수 있는 게 있었지만 한반도의 평화문제 즉,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국가 주체성,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점에서 평화와 국가주체성, 이 2가지가 악의 축 발언 이후 한국사회에서 특히 젊은 세대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기성세대에게는 미약했던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통일의식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의식의 형성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직까지 우리 정치사회에서 이런 것을 받아들일 만한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여전히 우리 사회적인 일반적인 관성과 분위기는 냉전적 기류를 안고 있었고 그런 것들이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에 상승적 요소로 작용하고, 사실 김대중 정부가 냉전 해체사고와 정책지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부딪혀온 것이 크다. 그 부딪혀 온 과정이 지역갈등 구조가 그런 것들과 결합돼서 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건, 누가 지도자가 되건 이젠 새로운 한반도에서 평화 구조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 또 가급적이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드러내고 우리의 이익 속에서 미국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발언권 신장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 역시 남북대화가 이뤄져야지만 그것이 실증화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역행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보아도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서동만: 덧붙이자면 전적으로 시민사회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선거국면에서는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색깔논쟁이나 이런 부분에서 견제를 해야 되지만 분명한 반대가 있어야 되고, 남남 분열 의식으로 가지 않도록 하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견인 노력도 중요하다. 또한 남북관계를 경제적 이해관계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되어야 일반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 경제관계 이해관계로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민웅: 가시적이고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작업들이 요청이 되면서, 이와 동시에 추상적인 논의가 될 지라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얘기해야 된다. 평화의 문제라든가 국가주체 문제라든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을 반성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지를 심도 있게 제기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가치논쟁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가 해체되면 이번에는 중국에 붙자는 사대주의적 심리가 발동한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문제가 있지만 중국이 앞으로 미래 인류를 위해서 제기할 가치나 사상이 있는가를 돌아보면, 사실 회의적이다. 아프가니스탄문제를 처리하는 방식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한반도 내에서 나름대로 창출해 내야 하는 삶의 스타일, 내용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함께 제기해 나갈 때 그때에 이것이 장기적인 사고의 관성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소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박인규/기자, 임경구/기자
186 no image 임특사방북시 남북간의 갈등(1)- '주적논란'
조진석
8914 2002-04-06
다음 글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www.pressian.com>에서 퍼 온 것입니다. -------------------------------------------------------------------------------------------------- '주적' 표현, 과연 필요한가 "차라리 93년 이전 국방백서로 돌아가자" 2002-04-04 오후 7:47:00 북한을 방문중인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북한의 '주적론' 철회 요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4일 오전 북한의 중앙방송이 (주적론 철회 요구 등) 남북특사간 회담 내용을 일부 공개하자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다소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북측 대표단이 '주적론'을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방송은 "우리측은 남측이 역사적인 평양상봉 때 주적론이라는 것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하고도 계속 그것을 제창하면서 전쟁소동을 일으키는 데 대하여 엄중시하고 6.15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근본입장부터 바꿀 데 대해서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한 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 때 '남북이 앞으로 서로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기로 논의한 바 있'을 뿐 주적론 철회를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평양을 방문중인 한국대표단은 이같은 북한측 요구에 대해 양측간 군사적 신뢰구축 토대 마련을 위해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어쨌거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임동원 특사는 '주적론' 문제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태도에 빚은 한반도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을 찾은 그가 '주적론'이란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그러면 '주적론'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가. 전문가들은 '주적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정부의 공식문서(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의 군사력이 한국의 안보에 최대 위협이라는 사실은 남한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북한이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 연합군사력을 자신의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을 정부 공식문서에 명기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북한=주적'이란 표현이 국방백서에 등장한 것은 남북기본합의가 이루어지고도 4년여가 지난 1995년의 일이다. 북한전문가인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5년 이전까지 정부 공식문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1994년 3월 북한핵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판문점회담에서 북한측 대표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국민들의 대북감정이 고조되면서 95년 처음으로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의 두 정상이 서로 얼싸안고 화해와 협력을 이루자고 약속까지 한 마당에 과연 '주적' 표현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남과 북의 관계는 어느 한 쪽이 죽어야 상대편이 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통해 모두가 사는 상생의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석 박사는 '주적' 표현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로 대략 다음 3가지를 꼽는다(별첨 자료 참조). 첫째, 탈냉전 이후 특정국가를 적으로 표현하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대만의 경우 중국을 '주요적인(主要敵人)으로 표현한다가 1980년대부터 '최대 위협'으로 표현을 바꿨으며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도 시리아, 레바논을 적대국으로 간주하지만 공식문서에는 명기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경우도 '주적'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형법에 '적'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해석상 이는 미국과 한국이겠지만 그 익명성 때문에 딱 집어서 그렇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둘째, 굳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비태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방백서 전체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다는 것을 명시적ㆍ묵시적으로 전제하고 씌어져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의 발전을 고려해 북한에 대한 이중적 인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적' 표현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북한은 우리에게 '적대적 형제' 또는 '경계와 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인식으로 다가와 있는데 이 미묘한 이중성을 '주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적론'의 문제는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 안보태세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시키지 않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표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종석 박사는 한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1993년 이전의 국방백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별첨 이종석 박사 논문중 제3안). <국방백서 1992-1993>에서는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적인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국방부는 '주적' 표현을 고집하는 국내 일부 보수세력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지난 해 국방백서 개정을 올해로 미루었다. 그러나 우리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전쟁이나 대결에 의한 북한 붕괴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주적' 표현의 개정 문제는 전향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주적' 표현을 놓고 남과 북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한반도의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종석 박사가 지난 해 세종연구소가 발행하는 <정세와 정책> 11월호에 발표한 <'주적' 표현의 재검토 필요성과 개선 방향> 전문이다. '주적' 표현의 재검토 필요성과 개선 방향 1. '주적' 표현의 연혁과 문제의 발생 "북한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실존하는 최대의 위협 요소이다. 국군은 북한을 비롯한 어떠한 외부세력의 침략으로부터도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국민이라면 이 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이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공유해 온 인식이었으며, 남북화해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이러한 인식과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서, 북한을 공개적으로 '적'이라고 특별히 명시(明示)하여 주의를 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논리와 상황에 맞지 않을 뿐더러 전략적인 면에서도 스스로 운용의 폭을 좁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안보의 증진은 물리적인 대북 억지력의 증강과 동시에 북한의 호전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화해협력정책을 통하여 성취되는데, 북한을 '적'으로 명시하는 경우, 후자의 전략 운용의 폭을 크게 좁히게 된다. 이 '적'과 관련한 논란은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표현하면서 발생하였다. 한국 국방사(國防史)에서 '주적'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였다. 1972년 말에 정부가 국방목표를 설정할 때만 해도 ꡒ적ꡓ 또는 ꡒ주적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1년에 와서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로 규정하였으며, 이에 근거해서 1988년에 <국방백서>가 최초로 발간될 때,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때의 적은 해석상 북한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직접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익명성(匿名性)의 '묘미'가 있었다. 그런데 1994년 3월 국방부는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이는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에게 소련이라는 동맹국의 상실과 중국과의 동맹관계 약화를 안겨 주었다)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제반 안보정세의 변화에 따라 국방목표를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로 위협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부분 수정하면서 '적'이라는 용어를 삭제하였다. 이를 정치권, 언론 등에서는 '북한=적'의 등식을 없앤 것으로 인식하고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특히 1994년 3월은 북핵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판문점 회담에서 북한측 대표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국민의 대북감정이 격앙되어 있던 때라 이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된 측면이 있었다. 결국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으로 '주적' 표현이 명시되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국방력의 현격한 열세와 경제력 격차도 드러나지 않았을 때도 사용하지 않았던 '주적' 표현이 국군의 괄목할 만한 전력 신장이 이루어지고,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30배에 달하며, 사회주의가 몰락한 상황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는 어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주적' 표현을 두고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라고 해서 그것을 '주적'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다. 즉 논리적, 보편적 차원에서 '주적'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6.15 공동선언 이후 만들어진 <국방백서 2000>에 이 용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자, 북한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화해하자고 해서 휴전선을 뚫어 철도ㆍ도로를 연결하면서도 공공연히 우리를 주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인가" 하고 강하게 반발하며 남북간의 군사회담을 지연시키는 중요한 구실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즉, '주적' 표현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른 상황 변화를 담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소모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 '주적' 표현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주적' 표현의 재검토 필요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적 개념'이라는 용어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적 개념'이라는 말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못하며,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개념'이란 어떤 사물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국방백서>상의 <주적>과 관련해서 문제시하는 것은 '개념'이 아니라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인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 아닌가' 하는 판단이 '인식'이며,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 '표현'인 것이다. 즉, 오늘날 '주적' 문제의 핵심은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표현'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인식과 관련하여 다양한 입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대체로 북한이 우리의 최대 위협요소임과 동시에 화해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성을 지닌 대상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물론 군사 안보적 관점에서는 이 위협요소라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이 위협요소를 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세변화를 반영해서 주요 경계대상 정도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북한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아직 우리와 대치하고 있으며, 우리를 파괴할 충분한 군사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이 남북 화해협력을 원하면서도 아직 북한을 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군의 입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마 이러한 대북인식이 '북은 우리의 형제이며 협력 파트너'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신뢰구축이 현재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표현'이다. 과연 공식적 국가문서이며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국방백서>에 '주적인 북한'이라는 표현을 명기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주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첫째, '주적'이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우리의 대중용 국어사전에서도 '주적'이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다. 굳이 '주적(主敵)'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primary enemy' 혹은 'main enemy'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전시에 복수의 적을 상대할 때 제1의 적을 부차적인 적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정전상태는 지속되고 있으나 실제상의 전시상태가 아니며, 부차적인 적을 규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주적'이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비합리적인 표현이다. 둘째, '주적'은 보편적이지 못한 표현이다. 냉전시대에 일부국가에서 '적'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탈냉전 후 이 표현은 사라졌다. 대신에 세계 각 나라들은 국방백서에서 대체로 특정국가를 지목하지 않고 '위협요인'으로 명기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만의 경우는 중국을 '주요적인(主要敵人)'으로 표현하다가 1980년대부터 '최대위협'으로 표시를 변경하였으며, 이스라엘은 시리아, 레바논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나 공식문서에는 명기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경우 실제적으로 미국을 적으로 보고 있으며, 남한도 여전히 적대세력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주적'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형법에 '적'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해석상은 미국과 남한이겠으나 그 익명성 때문에 명증하게 그렇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셋째,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비태세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주적' 용어를 빼도 <국방백서>에서의 북한의 위협 강조는 훼손되지 않는다. '주적' 표현과 상관없이 <국방백서>는 이미 북한을 적 혹은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상정하여 기술하고 있다. 즉 <국방백서>의 편제를 보면 제1부 3장(북한정세 및 군사위협); 제2부 1장(국방정책의 기본방향); 제2부 3장(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 등이 모두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다는 것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전제하고 서술된 부분들이다. 그리고 제2부 제2장 3절(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명시된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튼튼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처럼 사실상 우리의 <국방백서>는 도처에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적' 용어가 사용된 제2부 제1장에서도 구성상 제1절(국가목표와 안보정책)과 2절(대북정책)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점을 천명했기 때문에 굳이 제3절 1의 국방목표 부연 설명과정에서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인 위협뿐만 아니라-"는 식으로 '주적'을 명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넷째, 남북관계의 발전을 고려한 북한에 대한 이중적 인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적' 표현을 국가 수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북한은 우리에게 '적대적 형제' 혹은 '경계와 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적인 인식으로 다가와 있는데, 이를 '주적'이라는 표현으로 담아 낼 수는 없다. 비록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른 속도나 넓은 폭은 아니지만, 6.15 공동선언 이후 북한의 모습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남북의 군사적 대결선에 파열구를 내고 철도, 도로를 연결하며, 민족복리를 위해 남북경제공동체구성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주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3. '주적' 표현의 개선방향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국방백서>에 나타난 '주적' 관련 논쟁은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라고 본다. 인식론적으로 볼 때, 군인들에게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상대방 전투병력은 전시에는 적이며 평시에는 위협요소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형식상으로는 정전상태이며, 실제상으로는 비전쟁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상태로 인한 긴장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으나, 아직 적대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논리적 차원을 떠나서 작전 현장에서는 '적'이라는 표현이 비공식적으로 쓰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평시 혹은 비전시(非戰時)에 공식적 차원에서 '주적'이나 특정국가를 지칭해서 '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비전략적인 사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화해협력하자는 상황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주적'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에 관련 부문의 표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국방백서>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다음의 3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① 제1안: '주적' 용어의 삭제와 표현 보완 현재의 <국방백서 2000>을 보면, 국방 목표를 규정하고, 이를 부연설명하는 과정에서 "첫째,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함은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인 군사위협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든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을 말한다."(53쪽)로 되어 있다. 여기서 이 문장을 〈첫째, --라함은 우리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해치거나 생존권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외부의 군사적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도 국가를 보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을 말한다〉는 식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② 제2안: 부연설명 방식의 변경 기존의 부연설명은 국방목표의 어구를 동어반복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결국 중언부언의 느낌을 주고 있다. 따라서 어구 설명식이 아니라 국방목표가 제시되는 논리적, 현실적 배경(이유)을 밝히는 것으로 내용을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주적'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다. ③ 제3안: 익명의 '적' 표현 사용(93년 이전 <국방백서>로 회귀) 현재 상황에서 '주적' 문제는 논리와 합리성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까지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상황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합리적 전략선택의 눈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앞에서 제시한 1, 2안처럼 '주적' 표현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논란이 야기되기 전의 <국방백서>의 내용으로 돌아가는 편이 그나마 차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국방백서 1992~1993>에서는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적인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16쪽)로 규정하고,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는 자유민주의 이념하의 국가보위와 영구적 독립보존이라는 국가목표를 군사적 측면에서 방위하는 것이며"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이 내용을 수용해서 국방목표는 그대로 두고 기존의 관련 부분 부연설명을 〈첫째, --라함은 우리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해치거나 생존권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외부의 군사적 위협이나 敵으로부터도 국가를 보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을 말한다〉로 개정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적이 누구인가는 내면적으로 규정할 수 있어도, 외형적으로는 익명성을 갖게 되므로 현실적인 국민정서와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양자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4. 한국 안보태세의 방향 오늘날 '주적' 문제는 자체의 합리성과 적실성 여부를 떠나서, 그 개선이 마치 정부의 안보의지를 떠보는 시험장처럼 되었다. 뜨거운 사회적 논쟁과 정치권에서의 갈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안보의 합리적 운영의 문제이지, 결코 정쟁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어떤 정당이 국정을 운영해도 합리적 안보와 효율적인 대북정책 구사를 위해서는 이 문제가 넘어야 할 벽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제 '주적' 표현 문제는 재검토할 시점에 왔으며, 어떤 형식이든 고쳐 나가야 한다고 본다. 만약 '주적' 표현의 변경을 안보의식의 취약으로 비난한다면, 1994년 문민정부시절 '적' 표현을 삭제했던 국방수뇌부는 안보태세가 해이한 인물들이 된다. 아마 이렇게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안보 '합리성' 제고의 문제를 마치 애국심의 부족이나 안보 해이론자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편 국방부에서 발간하는 <국방백서>는 우리 군의 군사적 안보태세를 보여 주는 문헌인 동시에 정부의 안보관계의 대표적인 공식문서이며 외교 문서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만큼 그 내용은 확고한 안보의지와 안보 능력배양의 프로그램을 담되,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주적' 표현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앞으로 발간될 <국방백서>에서 고려해야 할 재검토 사항을 몇 가지 추가로 첨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구체적인 전략이나 전력(戰力) 부문을 상술하는 것이 필요한지 검토가 요구된다. 이러한 형식은 상대방(즉, 북한)에게 우리가 지닌 자신에 대한 인식과 정보 수준을 보여 주게 된다. 따라서 이는 <국방백서>가 밝힌 대북인식과 정보가 정확하다면 북한의 전략전술 변화의 자료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며, 우리의 대북인식과 정보에 오류가 있다면 그 자체로서 북측에 이용될 소지가 크다. 둘째, <국방백서>가 비공개문서가 아닌 상황에서 우리의 국방전략과 전력을 어느 정도나 노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국방백서』는 이와 관련해서 적정점을 지키고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국방백서> 상의 우리의 국방태세 및 전력현황이 기존 국방부의 비밀등급과 관련해서 부정합(不整合)한 점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최근 미국의 테러참사가 보여 주듯이 테러 등 새로운 안보 위협요소에 대비하는 부분이 강화되어야 한다. 안보는 공기와 같은 존재다.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나, 공기가 없어지면 생명체가 죽는 것처럼, 안보가 위태로우면 국가주권이 상실될 수 있다. 바로 이 안보를 지키는 원동력이 탈냉전, 사회주의의 몰락, 북한의 체제위기와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새로운 안보정세에 직면하여 이제는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 아니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개개의 군 지휘관과 장병이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국가를 보위할 때 안보는 참으로 증진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장병이 조국의 방선(防線)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이유가 '내가 사는 공동체가 소중히 가꾸고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으로 될 수 있도록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성의 눈을 뜨고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인규/기자
185 no image Re 1: 미국의 주적은?
정태욱
10976 2002-04-09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주적론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적개념이 세계 어떤 나라도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이며, 또 우리 나라에서도 북-미 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된 이후인 1995년에 도입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장군들이 최근들어 미국의 주적으로 북한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기 미 국방부 부장관 월포이츠의 발언과 태평양사령관 블레어의 작년의 발언들을 소개합니다. 우리 국방부의 주적개념은 바로 그러한 미국의 군사정책의 연장선에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북한의 항의는 남한이 미국의 군사적 긴장고조의 책동에 왜 그냥 따라가는가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군의 존재를 완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북아의 평화유지, 즉 미군이 그를 위한 균형추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더 한심한 것은 작년 남북의 국방부 장관회담이 결국 주적론 공방으로 결렬되고 말았는데, 그와 관련하여 나타난 한나라당의 행태입니다. 당시 한화갑 의원은 주적론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에 대해 이회창 총재, 권철현 대변인 등의 반응은 정말 한심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권철현 대변인은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주적론을 옹호하였답니다. 이에 대하여도 관련기사를 아래에 인용하여 놓았습니다. 다시 한 번 명백히 합시다. 주적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있는 개념이며, 우리는 그 주적론에 부하뇌동할 것이 아니라, 그 양자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국민들 상호간의 신뢰를 도모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입니다. ---------------------------------------------- 미 국방부 부장관 "미국의 주적은 북한" (작년 7월 얘기이며, 중앙일보에서 퍼왔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최대의 군사적 위협으로 보고있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29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타임스는 월포위츠 부장관이 전날 CNN방송에 출연, 장래 미국의 최대 군사적 위협으로 북한과 이라크를 꼽고 "전쟁이 내일 한국과 이라크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그러나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패배시켰음을 들어 이라크보다는 북한을 더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하고 "우리는 북한의 엄청난재래식 위협과 맞닥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도 가까운 장래에 일촉즉발의 상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말하고 "이라크는 여전히 강한 세력으로 미국이 그곳에 없다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내일이라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가 있을 것"이라며 미군의 중동 주둔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라크와 이미 전쟁을 치렀으므로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있다고말하고 걸프전 당시 후세인 대통령의 능력을 과대평가했으나 유일한 예외는 "미국이초보 단계인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걸프전 종전 후 10여년만에 미국이 스커드 미사일을 막아낼 방법을"드디어 개발했다"며 "이제는 대륙간 사정 거리를 갖고 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월포위츠 장관은 ▲임전 태세 훈련 ▲기반시설 개선 ▲군인 처우 개선 ▲미사일방어망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 국방 정책으로 제시하고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 묶여 있는 한 가장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를 실현시킬 이들 과업의 수행이 제한될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기사 입력시간 : 2001.07.30 09:06 -------------------------------------- "북한은 美 제1주적 충돌가능성은 낮아" (작년 3월 얘기이며, 한국일보에서 퍼왔습니다.) 방한 블레어 美태평양사령관 데니스 블레어 미태평양사령관은 20일 "북한은 미국의 '제1의 주적'이나 한미 양국 동맹이 강력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서울을 방문중인 블레어 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중화기등을 전진배치해 단시간에 공격에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이 전진 배치한 군사력의 변화를 통한 비무장 지대 일원의 긴장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한반도 외에 일본 본토 전역을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고 오키나와와 괌도 특수전 부대를 이용해 공격할 수 있다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 능력을 평가했으나 북한 스스로도 미국에 군사적으로 대적할 수 없음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국 대리대사는 "북한을 제1의 주적으로 간주한 블레어 장군의 발언은 북한의 위협을 분명히 설명한 것"이라고 말하고 "휴전선 너머를 바라볼 때 북한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2001/03/20 22:25 ------------------------------ "主敵개념 명시는 역사 역행하는일" 한화갑, 국방委서 지적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의원이 20일 국회 국방위에서 '주적 개념' 논란과 관련, 주적을 북한으로 명시했을 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한 의원은 "89년부터 94년까지 발간된 국방백서에는 적이라는 표현만 있지 북한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다"며 "남북간 대결과 반목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도 공표하지 않았던 주적 개념을 명시하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일 주적이 존재한다면 부적(副敵)도 존재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주적이면 주변국은 당연히 부적이 되는데 그렇다면 부적을 순번으로 매기고 나열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이어 "누군가를 주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상호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주적 개념을 명시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반발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간 군사대립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군대의 과녁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주력부대를 휴전선 일대에 배치하는 상황에서 주적 개념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삭제 주장은 튼튼한 안보에 기초한 대북정책이라는 현정부 기본방침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입력시간 2001/02/20 19:07 ------------------------------ 이총재 "우리軍 주적은 北"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7일 "우리 군의 '주적'은 북한이라는 관념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경기도 육군 ○○부대를 방문,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대응태세를 공고히 해줄 것을 주문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군의 존재이유에 언급, "대화 상대방으로서 북한의 실체를 너무 크게 보아 적성단체로서의 실체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 상대, 군사적 대치의 상대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남북한의 '이중적 구조'에 유념해야 한다"며 군의 확고한 대북 대응태세를 당부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입력시간 2000/12/27 18:49 -------------------------- 야 `주적개념 변경' 요구 비판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한나라당은 12일 북한이 제5차 남북 경의선 군사 실무회담에서 북한 노동당과 북한군을 주적(主敵)으로 하는 우리의 주적개념을 바꿀 것을 요구한데 대해 "우리 군의 사기와 존립목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겠다는 의도" 라면서 이에 대한 정부측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주적개념 변경 문제야말로 남북간 절대 상호주의에 입각해 해결돼야 할 문제"라면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답방을 성사 시키기 위해 초조해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압박해 따낼 수 있는 것은 따내겠다는 속 셈"이라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또 "우리가 주적개념을 포기하면 그들은 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공산당의 합법화도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의 우방인 미국 역시 현정권의 대북정책 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단호한 입장표명과 대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 다. cbr@yna.co.kr (끝) [◀ 이전화면] 송고일 : 20010212
184 no image [분석] 임동원 특사 방북성과와 향후 과제들
조진석
8931 2002-04-06
* 다음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퍼 온 것입니다. -----------------------------------------------------------------------------------------------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갈등 [분석] 임동원 특사 방북성과와 향후 과제들 정욱식 기자 civil@peacekorea.org 지난 4월 3일부터 3박4일간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나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하고 돌아왔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경의선 철도 연결, 경제협력추진위 개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를 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반년만에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남북관계 정상화 조짐과 함께 북미, 북일 회담 재개 가능성도 현실화됨으로써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임동원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한간에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도출하고 이상가족 상봉 및 경제협력추진위 개최 등은 구체적인 일정까지 잡음으로써, 한반도 정세 호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 위기 예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과 함께, 미진한 부분을 점검하고 그 대비책을 세우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갈등 이번 임 특사의 방북을 통해 남북관계의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임 특사도 6일 오전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주적론 철회 문제와 함께 "가장 큰 쟁점 사항은 민족공조냐, 외세와의 공조냐, 양자 택일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 가지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남한이 외세공조에 비중을 두면서 6.15 공동선언 정신을 저버리고 있다는 북한 측의 문제제기에 대해 "민족 공조냐, 국제공조냐의 문제는 양자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한미일 3국 공조는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조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측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이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합의 사항을 도출한 것은 정세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을 공유하면서,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갈등은 천천히 풀어가기로 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 사이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갈등은 결국 남북한 모두의 노력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북한이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남한의 한반도 군사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남한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갈등에 있어서 남북한 모두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반도 위기 예방을 위한 '과제들' 이번 임 특사의 방북 결과를 볼 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방북 전에 '남북관계 정상화'와 함께 강조했던 '한반도 위기 예방'을 위한 성과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단 임 특사가 공개한 내용을 놓고 볼 때, 한반도 위기의 핵심적인 문제인 핵, 미사일 문제는 한미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이상의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 특사가 "핵사찰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북측의) 입장은 없었고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한반도 위기 예방을 위해 남북한이 할 수 있는 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주적론의 우선적인 철회를, 남한은 군사적 신뢰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은 공동보도문에서 "쌍방은 남북 군사당국자 사이의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언급함으로써,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군사적 신뢰구축 및 긴장완화 방안과 북한측이 요구한 주적론 철회를 함께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5월에 발표 예정인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또 주적으로 명시되고 이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남북한은 상호간의 군사적 우려 사항을 함께 해소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국방백서 발표에 앞서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여기서 상호간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예방적' 조치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특사 회담에 앞서 남북한이 모두 강조했던 한반도 위기 예방을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인 핵,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남북한이 어떠한 비전을 가꾸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남북한 사이에 첨예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민족공조냐, 국제공조냐의 갈등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문제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임동원 특보의 방북을 통한 특사 회담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언제든지 대북강경책 및 포용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다시 드러낼 것이다. 특히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대북지원이 계속될 경우, 임 특사 방북 직전에 금강산 관광 대금의 군사비 전용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딴지를 걸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가 틈만 나면 "우리는 북한을 돕고 있는데, 북한은 국민들을 굶기면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팔아왔다"고 비난해온 것도 향후 정세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미국측에서 북한 위협을 제기하면 남한의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이를 침소봉대하면서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어왔던 것 역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록 제한적인 수준이더라도 남한과 초보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및 긴장완화 조치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함께, 미국 및 일본과의 대화에도 적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자세에 비판만을 할 것이 아니라, 역으로 현안이 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 북한측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북한측의 자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남한측의 노력 역시 절실하다. 정부 스스로 강조하는 것처럼 국제공조가 민족공조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국제공조의 틀과 내용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그 동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북미간의 사안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남한 역시 중요한 당사자라는 인식하에,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 제시와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월 9일부터 도쿄에서는 대북정책 조정감독그룹(TCOG) 회의가 열린다. 임 특사의 방북 이후 첫 '국제공조' 회의라는 점에서, 북미, 북일간 대화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남한 정부는 이 회의에서 이번 특사 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부시 행정부에게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또한 부시 행정부가 강하게 제기해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중재안을 만들어 이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 때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는 적지 않은 해결책이 나온 상황이고, 이를 무시한 쪽은 부시 행정부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클린턴 행정부 때의 협상안을 놓고 부시 행정부와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남한은 이번 TCOG 회의에서 클린턴 행정부 때의 협상안 및 북한의 요구안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듣고,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민족공조와 국제공조는 조화로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한반도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공조'에 중대한 첫걸음을 내딛은 현시점에서, 남북한 모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제공조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2002/04/06 오후 3:50:30 ⓒ 2002 OhmyNews
183 no image 2002년 4월 6일 오전 11시 <남북공동보도문>
조진석
12787 2002-04-06
< 특사 방북, 공동보도문 전문 > 지난 3일부터 방북했던 임동원(林東源) 특사일행은 6일 오전 11시 남북한 합의에 따라 방북성과를 담은 공동보도문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공동보도문 전문. 『남측의 요청에 따라 2002년 4월 3일부터 5일까지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인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하여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였다. 체류기간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용순 비서 사이에 회담이 있었다. 이 과정에 쌍방은 최근 조성된 한반도정세와 민족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제반문제들에 대하여 폭넓게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쌍방은 역사적인 6.15 남북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부합되게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긴장상태가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2.쌍방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나라의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에 따라 그동안 일시 동결되었던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기로 하였다. 3.쌍방은 남북 사이의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아래 동부에서 새로 동해선 철도 및 도로를, 서부에서 서울-신의주 사이의 철도 및 문산-개성 사이의 도로를 빨리 연결하기로 하였다. 4.쌍방은 남북사이의 대화와 협력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①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를 5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철도와 도로연결,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방지대책 등을 토의하기 위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아래 실무협의회들을 가동하기로 하였다. ②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2차 당국사이의 회담을 6월 11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③제4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사업을 4월 28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④북측은 이미 합의한 경제시찰단을 5월중에 남측에 보내기로 하였다. ⑤쌍방은 이상의 합의사항들이 이행되고 진척되는데 따라 제7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5.쌍방은 남북 군사당국자 사이의 회담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6.쌍방은 동포애와 인도주의, 상부상조의 원칙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하였다. 2002년 4월 5일 평양』 [연합=권경복기자] 2002. 04. 06
182 no image Re 1: 임동원 특사, 귀환 추가보고
조진석
9708 2002-04-06
임동원 특사, 귀환 추가보고 2002-04-06 김치관 기자 (tongil@tongilnews.com) 임동원 특사는 공동보도문 발표를 마치고 "평양에서 발표하는 문안 중에는 우리의 문항과 약간 다른 문안이 있는데 편의주의에 입각한 것이라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고 귀환 추가보고를 했다. 다음은 귀환 추가보고 전문이다. 『추가해서 제가 몇 가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국제정세와 한반도 긴장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야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권고에 동감을 표했습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새 정부와는 새 접근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도 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뉴욕에서 접촉을 개시하였으며 미국의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제의를 수용할 것을 권고한 우리의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케도와의 협의도 재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가 곧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하면서 미국과 민간차원에서의 교류도 재개할 것임을 시사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일본과의 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하였습니다. 김 대통령께서 과거문제가 현재와 미래를 옭아매는 사슬이 되어서는 안되며 이러한 차원에서 행방불명자 문제를 조속히 처리하여 일본과 관계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데 대해 김 위원장은 일본적십자사와 곧 적십자회담을 개최할 뜻이 있음을 언급하는 등 일본과의 대화재개에 관심을 표명하였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공동보도문에 있는 사항이 중요하게 논의되었고 사실상 김정일 위원장께서 결단을 모두 내렸습니다. 그외 여러분이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문제도 논의되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울을 방문하고 싶고 김대중대통령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는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당국자들은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그동안 비료와 식량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의 뜻을 여러번 표시했으며 북한인민들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년에도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식량과 비료를 지원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나는 북측의 요청을 정부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평양방문을 통해서 북한도 긴장조성을 원치 않으며 우리와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6.15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나갈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김대중대통령의 임기 이후에도 우리측에서 6.15공동선언을 계속 준수하고 이행해주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노력할 필요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귀환보고를 마치고 질문이 있으면 지금 받도록 하겠습니다.』
181 no image Re 2: 임동원 특사 기자회견 일문일답
조진석
9890 2002-04-06
임동원 특사 기자회견 일문일답 2002-04-06 북한, `국제정세 심각성 잘 알고 있어` 김치관 기자 (tongil@tongilnews.com) 6일 오전 11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임동원 특사가 남북회담사무국 3층에서 북측과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추가보고에 이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임동원 특사는 북측이 "국제정세 문제에 대해 심각성은 대단히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하고 공동보도문에 합의된 내용들이 "실천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서가 없었나. ■ 서면으로 친서는 없었다. 구두로 모든 것을 김 대통령님께 전해달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 일정이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늦어졌는데 가장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 민족공조냐 외세와의 공조냐 양자택일 해야되지 않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리고 주적론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쟁점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공조냐 또는 국제공제냐 하는 문제는 양자 대립이 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한미일 3국 공조는 북한이 미국, 일본과 관계개선을 하고 국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공조며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평화공조다. 그러기 때문에 민족공조와 외세와의 공조가 모순 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양립될 수 있는 것이고, 마땅히 양립되고 상호보완적으로 나가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주적론 문제는 남북 군사당국자회담을 열어서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요지로 대처했다. □ 방북길에 앞서 미국과 일본의 메세지를 전달한다고 했는데 메세지는 어떤 내용인지,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 메세지 내용은 서두에서 말씀드린 보고내용 속에 대충 다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추측할 수 있다. 그 메시지 내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외교 관례상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분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응도 제가 일부러 공동보도문을 낭독해 드리고 난 다음에 북한이 어떻게 하겠다 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성에 대해 북측이 어떻게 진단을 내리고 어느 정도 대책을 세우고 있었는지와 핵사찰 문제에 대해서 북이 어떤 태도였나. ■ 국제정세 문제에 대해 심각성은 대단히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북한이 특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할 때에 논의할 문제를 두 가지 문제를 밝혔는데 그중 하나가 `민족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를 논의하기 위하여`로 표현되어 있는 것은 이미 공개된 바와 같은데 상당히 엄중한 사태로 보고 있다. 핵사찰, 대량살상, 미사일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서 다 솔직하게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핵사찰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북측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또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을 수용한다든지 언제쯤이 된다는지 하는 이야기는 없었는지와 그레그 전대사가 방북할 시기는 언제쯤이 될지 이야기가 없었나. ■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논의해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본다. 그레그 대사는 아마 지금쯤 평양에 들어갔지 않은가. 날짜가 이미 공개가 된 것으로 안다.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어제 아니면 오늘 아닌가 싶다. □ 개성공단 건설이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어 있는데 전력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북측의 전력지원 요청은 없었나. ■ 개성공단은 북한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고 다른 인프라스트럭쳐(사회간접시설)들이 상당히 열악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평양이다, 신의주다, 원산이다 들어가서 경제활동 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판문점에 인접한 지역에 남한기업 전용공단을 건설해서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양질의 노동력을 결합시켜서 경쟁력 있는 물품을 만들어 수출하자는데 목적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전력이고 가스다. 이것은 남쪽에서 연결해서 우리 공단에 공급해 준다는 개념이 전제가 돼서 성립된 계획이다. 이 전력은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인들에게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 아리랑행사와 월드컵과 관련해서 북측이 고위급 교차방문이라든지 아리랑축제 때 우리 관광객들이 대거 가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있었나. ■ 아리랑과 월드컵 문제는 많은 언론이 예측보도를 했지만 저는 아리랑이라는 말과 월드컵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돌아와서 제 자신 의아하게 생각한다. □ 경의선 건설공사에서 군사보장합의서 교환이 관심사인데 공동보도문에 빨리 연결한다고 만 되어 있고, 군사당국자회담도 재개한다고 만 되어 있는데 군사당국자회담의 구체적 급(級)과 시기는? ■ 군사보장합의서 발효하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군사회담의 급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측은 국방장관회담을 제의했다. 북측도 제2차 국방장관회담을 할 예정이었는데 작년 들어 사태가 악화됨으로 인해 못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그런데 이것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하는 것은 별도로 논의가 될 것이다. 이번에 가서 한 것은 큰 테두리 속에서의 원칙적인 방향, 이런 것들을 주로 이야기하는 도중에 일부는 구체적인 합의까지 나온 것으로 이해해 달라. □ 납치 사건을 언급하셨는데 김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지. ■ `납치는 한 적이 없다`, `납치자란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방불명자 문제라면 그것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언제 납치한 적이 있느냐`, `납치는 하지 않았다`, `납치한 것이 아니다`, `납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이야기했다. □ 이산가족 금강산 방문 절차에 관해서 논의가 됐는지 아니면 추가로 적십자회담이 이후 열리나. ■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절차 문제는 적절한 채널을 통해 논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지난번에 모든 것이 합의되었다가 중단된 것을 재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한 절차상의 문제만 논의하면 즉각 실행에 들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 이번에 좋은 합의를 해왔는데 국민들이 생각하기를 그동안 여러 차례 좋은 합의들이 있었지만 번번이 이행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왔다. 이번에는 분명하게 합의를 이행할 수 있는 보장 장치나 복안을 가지고 있나. ■ 이것은 실천이 되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 서로 불신하면서 의심만 갖고 있으면 될 일도 안된다.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된다. 실천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여러분이 지켜봐 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바란다.
180 no image [펌] 임동원 특사, 돈 좀 쓰시지오
조진석
8126 2002-04-02
* 다음 글은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에서 퍼 온 것입니다. ------------------------------------------------------------------------------------------------------- 임동원 특사, 돈 좀 쓰십시오 유시민의 시사카페 <9> 2002-04-01 오전 9:34:48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 9일에 무너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담벼락을 실제로 철거하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렸다. 그날 무너진 것은 사실 베를린장벽이 아니다. 독일민주공화국(동독) 주민들에 대한 독일연방공화국(서독) 방문 규제였을 뿐이다. 이 규제의 종식과 더불어 동독 체제도 종말을 고했다. 보수를 자처하는 몇몇 정치인들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지연시킴으로써 민족 통일을 저해했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독일식 흡수통일이야말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통일이라고 믿는다. 에너지와 식량을 지원하고 금강산 관광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대북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것도 다 이런 생각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예컨대 이런 시나리오다. 독재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인민들이 봉기를 일으켜 김정일 정권이 통제력을 상실한다. 정권의 붕괴는 행정조직의 마비를 불러와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식량배급 시스템이 무너진다. 평안도와 함경도 북부 지역 인민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몰려간다. 평양 이남 지역 인민들은 밥과 자유를 찾아 걸어서 또는 배를 타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향한다. 다음에 일어날 사태는 둘 가운데 하나다. 첫째 남행길을 가로막은 군 병력과 인민들이 유혈충돌을 벌이는 경우. 비무장지대 북측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무력충돌이 벌어져 전쟁이 터질 것이다. 둘째는 북한군이 인민들의 남행을 방치하는 경우다. 이것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휴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북한 인민들의 남하를 막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모두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휴전선 이북에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 정권이 '국가를 참칭'하면서 그곳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체제가 무너진다면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북한 인민들도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바 '거주 이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와 군대는 군말 없이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체제 붕괴와 흡수통일을 원하는 자칭 보수 정치인들에게 물어보자. 서울특별시는 노숙자가 1천명만 거리를 배회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취약한 도시다. 당신이 서울시장이라면 예컨대 10만명의 탈북 동포들을 어떻게 먹이고 입히고 재울 생각인가. 당신이 노동부장관이라면 이미 2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노동자에다 또 수십만명의 탈북 주민들이 밀려들 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노동시장의 대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작정인가. 당신이 교육부장관이라면 그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을 도대체 어디에서 교육할 계획인가. 북한의 일당독재체제를 비난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달리 없다. 입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걱정하는 데는 한푼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 것이 애국이라면 애국하지 못할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북한 체제 붕괴와 흡수통일이 몰고 올 수많은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모든 종류의 대북지원을 김정일 정권을 돕는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칭 애국자가 할 짓이 아니다. 북한의 기본질서는 중앙통제식 계획경제와 일당독재정치다. 소련에서 동독까지 사회주의 국가들이 모두 똑같이 하다 망한 후로는 대외교역이 거의 끊어진 폐쇄형 국민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해서 자기 발로 일어설 수 없는 사회다. 내버려두면 무너지고 도와주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그런 체제다. 임동원 특사가 며칠 후면 평양에 간다. 임 특사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반도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돈을 좀 넉넉하게 쓰면 잘 될 것이다. F-15K라는 구닥다리 비행기를 '차세대 전투기'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사주면서까지 부시의 비위를 달랬는데, 북측의 신뢰를 얻는 비용이 설마 그보다 많기야 하겠는가. 유시민/시사평론가
179 no image [논쟁]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진석
9828 2002-04-02
* 다음 글은 <인터넷 조선일보> 04.02(화) 18:54에서 퍼 온 글입니다. 저는 '한국의 짝사랑, 미국'이라는 글을 몇 일전에 쓴 적이 있는데 여러 분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시는 지요? ------------------------------------------------------------------------------------------------ [지식인 사회, 이것이 이슈다] <4> 韓-美관계 이호재교수 "짝사랑 끝내고 대등한 관계를" 이수훈교수 "反美 드러내면 국익에 도움안돼"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오늘날 한반도에 사는 사람에게 이 질문은 마치 세계관의 축약처럼 빗겨갈 수 없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몸은 친미(親美)적이지만 의식은 반미(反美)적인 이중성도 있다. 6·25 전쟁 때 우리를 지켜주고 경제발전을 지원해준 ‘혈맹(血盟)’이라는 전통적 인식에 잇달아 의문이 제기되면서 남북한의 화해를 가로막는 ‘외세’라는 새로운 관점이 최근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격변의 연속이었던 한국사의 전개 과정에 미국은 지원자였는가, 아니면 방해자였는가? 동북아 국제정치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호재(李昊宰) 전 고려대교수와 세계체제론 전문가인 이수훈(李洙勳) 경남대교수가 한미관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짚어보는 격론을 벌였다. ( 편집자 ) ▲사진설명 : 이호재 교수 ▲이호재=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도둑맞고,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른 것과 관련, 우리 사회에 반미(反美) 감정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유일한 패권 국가인 미국에 저항하는 흐름은 전세계적이고, 한국의 경우 그렇게 심각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동안 맹목적인 친미주의가 강해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조차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동아시아 정책에 대해 우리 나름의 입장이나 정책을 모색하려는 시도까지 반미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수훈=동계올림픽 사건은 미국이 지난해 9·11 테러 사건 이후 여유를 잃고 사회 전반이 얼어붙어서 좁은 의미의 애국주의가 팽배한데 따른 부정적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나 정부가 이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언론도 이를 부추긴 느낌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대북한 강경정책에 대해 우리 사회에 많은 불만이 있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대한 대응이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한미관계를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라 성찰과 성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호재=양국이 국교를 맺은 이래 한국은 일방적으로 미국을 짝사랑해 왔습니다. 개화기에는 문명의 전달자,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의 지원자로 생각했고 해방 후에는 국가 건설의 후원자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나 일본 중심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한국은 종속 변수로 간주했을 뿐입니다. 한국의 경제개발이나 민주화도 미국이 의도한 결과라기보다는 우연하게 만들어진 부산물이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국의 성장은 미국의 덕을 입은 것이 아니고 우리의 노력이 컸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진설명 : 이수훈 교수 ▲이수훈=한국의 독립은 미국이 주도한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였습니다. 주어진 독립이기 에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이 개입함으로써 한국은 미국 헤게모니의 주변국이 됐습니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게 군사·경제 원조와 시장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베풀었고 이를 통해 수출지향적인 발전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한국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과시하기 위해 채택한 전시장이었기에 이점이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호재=해방 후 한미관계는 그 이전 한중관계에 비견될만큼 한국에게 절대적인 비중을 지녔습니다. 그것은 비교적 성공한 편이었고 우리가 얻는 것도 많지만 그 결과는 미국의 선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북한처럼 한미관계를 오로지 주체성이나 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맞지 않지만, 한미관계가 군정으로 시작됐고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를 받았기 때문에 불평등하고 어느 부분 종속 관계에 이르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수훈=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실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평등이나 비대칭은 불가피했지만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통제하는 종속·지배 상태까지는 아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불평등이나 비대칭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련의 위성국이 된 북한이나 동구 국가들에 비하면 미국의 주변 지역으로 통합된 것이 그나마 나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호재=우리는 정치·경제 뿐 아니라 가치관,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미국의 영향 하에 있고 특히 지도자들은 유학이나 연수를 통해 미국의 강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정체성을 유지하고 우리 문화를 세계화하는 면에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가치관을 배우는 것은 이미 충분하며 그런 점에서 최근의 조기 유학 바람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수훈=저는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성이 강한 허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미국에 유학해서 지식은 배워왔지만 미국의 진정한 장점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도덕이나 윤리에 바탕한 실용주의 등 미국의 깊이 있는 가치나 정신을 제대로 도입했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조기 유학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데 대한 일종의 반사 작용으로 현재로서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이호재=탈냉전시대에 기존의 한미관계 모델은 맞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등한 관계로 넘어가고 다른 국가들과의 다원적 관계에 방해가 되지 않게 만드느냐가 과제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한국을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종속 변수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북한 정책도 핵·미사일 문제등 자기 입장에서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수훈=미국의 패권적 행동에 대한 비판은 옳지만 한반도 상황에서는 좀 더 실리적으로 대응하고 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80년대 후반 시장개방 압력으로 반미 감정이 표출됐을 때 결과적으로 이득 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열어주고 외교협상에도 손해가 됐습니다. ▲이호재=지금은 미래 지향적인 한미관계를 개척하는 노력이 양쪽 모두 필요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독립변수로 생각해서 동북아 평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도 미국만 따라가면 된다는 맹목적 친미에 자족하지 말고 각 분야에서 적극적인 비전을 미국에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이수훈=미국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상태에서는 실력차를 줄이고 실익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 사회의 잘못에 대해서 미국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한미관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 통합을 이룰 때 가능합니다. ( 李先敏기자 smlee@chosun.com ) ●이호재 교수 △1937년 부산 출생 △미국 콜로라도 애덤스대·시카고대 대학원 졸업, 고려대 정치학 박사 △외국어대 교수·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회 회장 역임 △저서 ‘한국 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 ‘새로운 한민족 외교’ ‘통일한국과 동북아 5개국 체제’ 등 ●이수훈 교수 △1954년 경남 창원 출생 △부산대·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 졸업(사회학 박사)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 기획실장· 한국비교사회학회 회장 역임 △ 저서 ‘세계체제론’ ‘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 등
178 no image [펌]한반도 안보걱정 씻어내라
조진석
14148 2002-04-02
* 다음 글은 <인터넷 동아일보> 2002/04/02 18:40에서 퍼 온 것입니다. ------------------------------------------------------------------------------------------------ [시론]서동만/한반도 안보걱정 씻어내라-임특사 방북에 부쳐 한때 평화가 정착되는 듯 보였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 샤론 정부의 강경 노선이 근본 원인이긴 해도 역시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이 이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도 재작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제 전쟁 위협은 없을 듯이 보였지만 이번 중동 사태를 바라볼 때 결코 남의 일일 수 없음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 향한 평화메세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있고 나서 그 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일단 수습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을 것임을 확인하고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였다. 이는 당분간 북-미간에 긴장은 고조되지 않을 테니까 남북이 힘이 있으면 대화를 해보라는 의사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 고이즈미 정부도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직접 동조하지는 않는 자세를 취했고, 북한은 이에 답하듯이 납치 의혹 사건 해결에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도 한일 월드컵 행사와 북한의 아리랑 축전에 중국 관광객들을 보낼 방침이다. 한일 월드컵 행사를 둘러싸고 한-일-중 사이에 교감이 생기고 있으며 북한은 이에 적극 호응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월드컵 행사는 일회적인 것이며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미국의 보고서가 알려짐으로써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 동결 의무 이행에 대해 더 이상 확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을 해상에서 임검 내지 나포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과거 핵 사찰을 위한 협의가 올 8월부터는 개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미국은 분명 무언가 목적지를 향해 한 발씩 착착 나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동원 특사의 방북은 이러한 한반도 정세에 위기가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우선 남북은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북-미 관계에서 올 수도 있는 긴장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적인 평화 이벤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은 월드컵 행사와 아리랑 축전을 연계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이다. 남쪽에 온 전 세계의 월드컵 관광객들, 그리고 남쪽의 관광객들이 대거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북측은 그 전에 월드컵 경기에 전 세계의 이목을 끌 만한 경축사절단을 보낼 뜻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 동안 한반도를 지배하던 비관적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착공, 금강산 관광 활성화 등의 합의 사항을 실천해 가기 위한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 사업 하나 하나가 남북 관계에는 모두 획기적인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제2차 정상회담 정도의 어지간한 것이 아니면 북-미간의 향후 위기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미국의 세계 전략과 직결된 것이며 이는 어정쩡한 남북대화 수준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일차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 북-미 관계에 임하는 남북의 의지를 함께 표명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적 수단을 써서는 결코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력 불사용 원칙 확인을▼ 94년 미국의 북폭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개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비록 김일성 주석 사망과 조문 파동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무산되었으나 이 경험은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이미 남북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앞에 약속한 일이다. 미국의 강경 정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전 세계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제2차 정상회담만큼 확실한 수단이 어디에 있겠는가. 서동만 상지대 교수·국제정치학
177 no image [보고서] 미국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와 우리의 대응 (요약)
조진석
10871 2002-04-02
* 다음 글은 미래전략연구원에서 퍼 온 것입니다. ----------------------------------------------------------------------------------------------- 미국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와 우리의 대응 저자 이상현 출처 미래전략연구원 발간일 2002/04/02 출간형태 보고서 종류 논 단 -2002 『핵태세 검토 보고서』의 배경 -2002 NPR 상세분석 -NPR은 새로운 핵태세를 의미하는가? -NPR과 한반도: 우리의 대응 이번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의 주요 내용은 대체로 다음 두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핵위협의 다변화에 따른 핵 선제사용 가능성 선언이다. 냉전시대 미국 핵전략의 핵심은 유럽에 대한 구소련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NPR은 핵 사용 대상 목표로 중국, 러시아, 이라크, 이란, 북한, 리비아, 시리아 등 7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예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의 남한 공격이며, 이 외에도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 중국과 대만간 분쟁, 이라크가 이스라엘 또는 인근국가들 공격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 기존의 핵억지 전략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핵무기 사용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즉, 재래식 무기로 파괴할 수 없는 목표물이나 핵,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전장상황에 적절한 소형 전술핵무기―예를 들면 동굴이나 벙커 파괴용―의 개발 가능성을 비춤으로써 기존 억지 위주의 핵전략에서 적극적 핵사용 전략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 것이다. 이번 NPR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핵의 사용이나 사용 대상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군사전략이란 기본적으로 적이 누구인지를 상정하고 수립되기 마련이다. 사실 러시아도 미국과 비슷하게 몇몇 주적을 염두에 두고 핵전략을 수립하는 면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번 NPR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다음의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비핵국을 공격 대상에 포함하고, 그 결과 핵금기(Nuclear Taboo)라는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라크, 이란, 북한, 리비아, 시리아 7개국 중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모두 비핵국이다. 둘째, 미국 스스로 금지하고 있는 핵실험을 재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핵 비확산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NPR은 현재 전세계 70개국에 약 10,000개의 지하시설이 있으며, 이들 중 약 1,400개가 지휘벙커, 미사일, 생화학, 핵무기 제조 및 비축용 시설을 갖춘 ‘전략적’ 목표라고 지적하면서 이들 지하동굴이나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자신은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NPT 조약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176 no image [보고서] 주권의 불완전성과 동북아 지역주의
조진석
8511 2002-04-02
* 다음 글은 미래전략연구원(http://www.kifs.org)에서 퍼 온 것입니다. 제 목: 주권의 불완전성과 동북아 지역주의 저 자 : 이 근 출처 : 미래전략연구원 발간일: 2002/03/28 출간형태: 보고서 종 류: 이슈와 대안 주권의 불완전성과 동북아 지역주의 이근 (미래전략연구원 세계화연구위원/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코이즈미 수상의 한국 방문으로 최근 한-일 FTA에 관한 논의가 다시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만일 이 논의가 ASEAN + 3의 차원으로 넓혀지면, 이는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혹은 동북아의 지역주의 문제로까지 연결될 것이다. FTA와 지역경제공동체(앞으로는 간략하게 지역주의라고 부르겠음)는 참여국간에 경제적인 가치 창출의 크기를 불려서 나누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분배의 문제이며 분배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다. 즉 누가, 무엇을, 얼마나 더, 어떠한 방식으로 갖느냐의 문제(who gets what and how?)를 참여국 정부가 함께 풀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FTA와 지역주의는 경제적인 접근 못지 않게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일 FTA의 장기적인 비전에 포함되는 동북아 지역주의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왜 근원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웠는지를 국제정치적인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동북아의 주권문제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기왕의 논의를 재구성하여 동북아 지역주의 논의에서 간과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주권문제의 시각에서 동북아 지역주의를 보게 되면 역설적으로 한-일 간의 협력이 동북아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용이하고 또 필요하다는 함의가 도출된다. 1. 지역주의 형성과 동북아 지역주의 부재에 대한 기존의 논의 우선 동아시아에서 왜 지역주의가 형성되지 못 했는가를 설명하는 기왕의 논의를 비판하기 위하여 이에 관한 국제정치학 이론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냉전이후 지역주의가 생겨나는 원인에 관한 국제정치학적 분석은, 그 원인을 국가간의 힘의 관계변화 혹은 변화가능성에서 찾는 현실주의적 시각과, 특정 산업이나 국가정책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의 여부를 보는 다원적 자유주의적인 시각, 같은 자유주의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가간 상호의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할 기능적 필요에서 그 원인을 찾는 기능주의적 시각, 그리고 지역을 어떻게 국가들이 인식하고 있는가에 관한 구성주의적 시각이 있다. 이러한 국제정치학적 논의는 유럽에서의 유럽공동체와 유럽연합의 형성 및 강화, 그리고 미주지역에서의 자유무역협정 등에 관하여 심도 있는 이론적 논쟁을 이끌었고, 그 와중에서 왜 아시아에는 제도화를 추구하는 지역주의가 약한가에 관한 이론적 논의들도 제기되었다. 동아시아에는 왜 지역주의가 약한가에 관한 이론적 논의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기 위해서, 우선 각각의 국제정치학적 시각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설명들을 요약해 본다. 우선 현실주의 시각에서는 국가가 항상 보다 강한 국가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므로 지역주의가 중요한 현상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힘의 관계가 지역주의의 등장을 방해하지 않거나 혹은 지역주의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주의는 국가의 안전과 생존이 항상 불안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지역주의가 국가의 주권을 상당히 포기하는 지역협력체로 나가는 경우, 즉 지역협력의 제도화의 수준이 국가의 주권적 결정을 상당히 제약하는 초국가적인 수준으로 발전하는 경우 그러한 지역주의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략 두 부류의 지역주의에 관한 현실주의의 논의를 냉전이후 지역주의의 부흥과 관련하여 간략히 정리해 보면 크게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우선 냉전이후 지역주의는 양극체제라는 초강대국간의 냉전구조 속에 매몰되어 있던 지역의 실체가 양극체제라는 거대한 구조물 (super power overlay)이 제거되면서 다시 표면에 부상하는 것으로 본다. 즉,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지역이라는 실체가 “동-서”라는 진영 안에서 잠자고 있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다시 깨어난 것으로 보는데, 그래서 지역주의는 냉전 종식과 함께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부흥하기 시작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왜 수 많은 지역 중에서 특정한 몇 개의 지역에서만 지역주의가 더욱 강하게 제도화되는지에 대하여 설명을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포괄하여 지역주의의 등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현실주의 이론은 지역 패권국의 존재 유무에서 지역주의의 제도화 정도를 찾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지역에 패권국이 존재할 경우 그 패권국에 의해 지역주의가 주도되고,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론에 의하면 유럽의 독일, 미주의 미국을 중심으로 지역주의가 생겨났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이론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경제적 차원에서 패권국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이나 미국에 비하여 뒤지지 않는데 아시아에서 지역주의 제도화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현실주의적 설명으로 국가간 “상대적 힘의 격차 전환” (relative disparity shift)의 가설이 있다. 쉽게 풀어 본다면 이 가설은 힘이 약한 국가들이 강대국과의 힘의 격차가 미래에 더욱 크게 변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으면 이들 약소국의 반대로 지역협력의 제도화가 어렵다는 주장이며, 아시아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NAFTA의 경우 지역협력의 제도화의 틀 안에서 대외 신뢰도를 높여 경제성장을 통하여 오히려 미국과의 상대적 힘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계산한 멕시코가 이에 참여했다는 설명이 있으며, 유럽의 경우에도 독일의 독주를 막고자 프랑스와 다른 유럽국가가 유럽연합을 전략적으로 지지했다는 설명이 있듯이 이 가설도 멕시코와 프랑스의 구체적인 정책 선택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모든 현실주의적 설명은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가 그룹으로 뭉치는 현상은 인정하나, 그 현상이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초국가적 기구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유주의적 설명은 규모의 경제(Increasing Returns to Scale: IRS)를 가지고 있는 산업간에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활발한 지역에서 이들 산업의 로비 결과 합리적인 정부가 일정 크기의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차원에서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이론과, 국내 이익집단의 연합 (domestic coalition)에 의해 형성된 정책의 선호도가 지역 국가들 간에 수렴하는 경우 지역주의의 제도화가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큰 틀에서 보면 자유주의에 속하는 기능주의적 설명은 지역 국가들 간에 상호의존이 심화되면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제도를 만들어 협력을 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설명은 매우 설득력 있게 특정 지역간 지역협력의 제도화 정도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으나 왜 산업 내 무역과 상호의존이 특정지역에서만 집중되고 있으며 또 아시아의 경우 상호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의 노력이 강하지 못하였는가에 대하여 침묵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유주의적 설명과 현실주의적 설명이 반드시 서로 대립적인 설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냉전기간 중 적대적 진영 간에 상호의존이 강하게 생겨나지 못하였고, 이들간에 정책적 선호도가 수렴하지 못하였던 것을 참고한다면, 근원적인 안보불안이 상호의존의 심화 자체를 한계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실주의와 자유주의를 서로 보완하여 볼 때, 안보 불안의 상대적 부재와 국가간의 상호 수용성(acceptability)의 정도가 상호의존의 정도를 설명하고, 그 상호의존이 특정 산업간에 산업 내 무역을 중심으로 생겨나면 지역주의의 제도화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이론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즉 현실주의와 자유주의는 서로 배타적인 이론이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설명의 순서에서 다른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문제영역의 이론이라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구성주의적 설명은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여 지역주의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가능케 한다. 즉 지역주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왜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의가 형성되고 있는가를 밝혀야 하며, 그러려면 지역(region)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주의적 설명은 지역의 구성문제(construction of region)와 지역의 구성원들이 같은 지역에 속한다는 지역의 공동체 의식(we feeling)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지역은 다양한 국가와 그룹의 역사적, 문화적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어졌고, 각 국가의 구성원이 같은 지역에 속하고 있다는 공동의 의식 (we feeling)을 특정한 지리적 경계 내에서 공유할 때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지역이 있어야 지역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주의적 시각은 지역이란 역사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국가들의 전략적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정책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의 각 이론적 논의를 정리해 보면 지역주의 형성의 시간적, 공간적 순서가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 나타나며, 각 이론은 서로 보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역주의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구성주의에서 말하는 지역의 구성이 먼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지역 내에서 자유주의가 말하는 산업 내 무역을 포함한 상호의존의 심화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주의에서 말하는 안보불안의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어 있어야 한다. 즉 국가간에 상호인정과 수용의 정도가 커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예를 들어 미국과 캐나다의 상호관계, 북구 유럽 국가들 간의 상호관계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호수용과 인정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국가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주권정체성” (sovereignty identity)의 공유라는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찾는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뒤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서 눈을 아시아로 돌려본다. 위의 지역주의에 관한 일반적 국제정치학의 논의에서 유추해 보면, 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우선 같은 지역에 속해 있다는 인식을 가진 국가들로 지역이 형성되지 못하였고, 안보 불안과 국가 간의 우호와 수용의 정도가 약하여 상호의존이 심화되지 못했고, 또 최근 증대되는 상호의존이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있는 IRS 산업간의 산업 내 무역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지지 못하여 국가간의 정책 선호도가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기왕의 아시아 지역주의의 부재를 논하는 다양한 설명들이다. 즉 (1) 1945년 이후 공통의 외부위협이 존재하지 않았고, 즉 내부간의 위협이 더욱 컸고, (2) 종교적, 정치적, 인구적, 경제적 다양성이 심했으며, 즉 공통의 지역의식이 공유되지 않았고, (3) 같은 지역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국가간의 노력의 역사가 짧다는 데에서 아시아 지역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원인을 찾고 있다. 또한 역내 낮은 수준의 상호의존, 커다란 경제적 격차, 냉전적 잔재 등이 지역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로 제시된다. 이러한 모든 이유들은 앞에서 이론적으로 종합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의 종합 안에는 아시아에서만 발견되는 아시아적 특성, 특히 동북아시아의 특성이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 물론 이러한 동북아시아의 고유한 특성이 아시아 지역주의가 발달하지 못하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 글에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안보불안이 왜 아시아에서 국가들 간에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가를 설명하는 보다 근원적인 설명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미래의 상대적 힘의 격차 전환 가능성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건 구조적으로 안보불안이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 존재한다면, 상호의존 자체가 증대되기 힘들 것이며, 그러한 경우 지역협력의 제도화의 필요성이 거론될 이유 조차 없다. 따라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안보불안의 보다 근원적 요인을 밝히게 되면 왜 동북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발달하기 힘든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해답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근원적 요인을 제거해 나가면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상호의존을 증대시켜 나간다면, 동북아시아에서도 지역주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정책적 함의가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북아시아에서만 발견되는 고유한 특성이란 무엇일까? 2. 동북아시아 지역주의 부재에 관한 대안적 설명: 주권의 문제 2차 대전 이후 동북아시아에는 근원적으로 근대국가의 주권문제가 항상 존재해 왔다. 이러한 주권의 문제는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안보적 불안과 위험성을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심화시키는 그러한 효과를 낳는다. 즉 주권의 문제가 해결되어 있는, 다시 말하면 국제적 혹은 지역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받아들이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에는 국가의 안보적 불안과 위험성의 정도가 매우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를 아시아를 중심으로 좀 더 부연해 보면 다음과 같다. 2차 대전 이후 중국, 한국, 일본, 북한, 대만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나름대로 정상적인 주권을 보유한 정상국가의 지위를 가져보지 못하였다. 그 단적인 사실이 바로 분단국가의 존재와 군사주권의 상실이다. 한반도는 둘로 나뉘어진 분단국가로 존재하고 있고, 중국도 본토와 대만이라는 실질적으로 두개의 나뉘어진 국가로 존재하고 있으며, 일본도 군사주권을 크게 상실한 비정상국가이다. 이러한 불완전한 주권은 미-소간의 이해구조와 갈등구조에서 탄생하였는데, 이들이 이러한 분단과 불완전한 주권관계를 이들의 이해에 맞추어 관리하여 왔기 때문에 사실 상 동북아, 혹은 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형성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인, 혹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미국과 소련, 현재로서는 주로 미국의 이익이다. 즉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불완전한 주권관계를 미국이 중심이 되어 풀어주지 않으면 아시아 지역주의는 형성되기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미국의 이익과 아시아 지역주의가 배치된다면 아시아의 지역주의 출현가능성이 매우 약하게 된다.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불완전한 주권관계를 극복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체적인 노력을 억제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북아에서 정상적인 주권국가가 없다는 사실은 바로 이들 국가의 안보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따라서 그것이 이 지역의 주권관계를 관리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있는 이유이다. 사실 미국은 이러한 비정상 주권국가의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여 동북아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즉 비정상 주권국가의 존재, 그로 인한 안보불안, 그러한 비정상 주권국가간의 구조적 안보불안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의 영향력 혹은 압력이 동북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형성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논리적으로 자세히 전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분단국가는 매우 독특한 안보 동학을 갖게 된다. 분단국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 합쳐야 하는 정치적 유인이 있으며, 그 합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할 때 상당한 안보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즉 두 개의 분단국가가 하나의 완전한 주권국가가 되고자 할 때 그들이 어떠한 정치, 경제체제 하에서 통일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각기 국내의 이해당사자나 그룹간의 권력과 이익의 분배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상당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경우에는 그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과 대만의 경우 서로 정치, 경제 체제가 상이하고, 통일의 주도권과 정통성을 서로 주장하고 있으며, 두 개의 주권국가가 성립되는 것을 정치적으로 허용하기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요컨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두 개의 상이한 정치체제가 대립하고 있어 둘 간의 통합을 향한, 혹은 중국의 통합과 이에 대응한 대만의 독립이라는 서로 대치되는 동학이 존재한다. (물론 두개의 정상적인 주권국가를 인정할 수 있는 국내정치, 경제적 분위기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러한 동학은 심각한 안보 불안이 항상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체제와 정통성을 주장하는 둘로 분단되어 있어 항상 각기 원하는 방식으로 합치고자 하는 동학이 존재하며, 그로 인해 한반도에서도 항상 긴장이 존재한다. 분단에서 통일로의 과정이 서로 협력을 통하여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으나 무력을 독점한 상이한 정부 간에 힘과 이익을 재배분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군사적 긴장을 동반하게 되며 따라서 통일이라는 미래에 대하여 항상 안보불안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미래의 안보불안이 현재의 지역협력의 제도화에 장애가 된다는 현실주의적 설명과 연결될 수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는 분단국가는 아니지만 자체적인 정규 군사력 보유를 헌법 상으로 제한하고 있어 완전한 주권국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비정상국가는 자체 군사방어의 능력에 대하여 항상 불안감을 갖게 되어 대신 안보를 지원해 주는 국가에 대하여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헌법개정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국내 및 국제정치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에도 정상적인 주권국가가 아닌 이상 미래의 안보불안에 대하여 매우 자유롭지 못하며, 따라서 안보우산을 제공해 주는 미국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지역협력의 제도화와 관련하여 두 가지의 함의를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일본이 현실주의 시각에서 말하는 지역패권국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의 영향력이 지역협력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군사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의존적인, 즉 완전한 주권국가라고 볼 수 없고, 대만도 방위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분단관리와 주권관계 관리와 관련하여 미국의 영향력은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다고 하겠다. 미래의 안보불안은 기본적으로 동북아의 불완전한 주권국가간의 상호의존관계를 심화시키는데 장애의 요인이 되는데, 예컨대 남북한 간에 상호의존이 심화되기 어렵고, 중국과 대만간에 상호의존이 심화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에도 보다 주권적으로 의존적인 미국과의 상호의존 심화에 힘을 쏟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동북아는 스스로 또 상호간에 정상적인 국가로서 인식, 인정하는 국가간의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주권적으로 인정하는데 불완전한 그러한 주권정체성(sovereignty identity)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로 구성된 지역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구조 내에서는 상호의존의 심화와, 지역패권국의 등장, 그리고 협력의 제도화의 필요성 등이 원천적으로 생겨나기 어렵다. 즉 역설적으로 주권의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어야, 다시 말하자면 서로의 존재를 상호간에 확실히 인정하고 있어야만, 국가가 지역주의를 통하여 주권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정당한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서로 믿고 협력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국가들 간에 주권문제를 해결하자는 논의가 포함되지 않는 지역협력의 논의는 매우 허망한 논의가 아닐 수 없으며 유럽과 미국의 수준으로 지역협력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동북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주권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여야만 한다. 현실주의적 설명인 안보불안의 해소, 지역패권국의 존재, 자유주의적인 설명인 산업간 이익의 수렴구조, 기능적 필요, 구성주의적 설명인 지역의 구성 등이 불완전한 주권정체성의 문제로 인하여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3.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의 가능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북아의 지역주의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국가들끼리 동북아시아라는 같은 지역에 속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때 탄탄한 출발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과 북한, 중국과 대만, 한국과 대만, 일본과 대만, 일본과 북한, 대만과 북한의 경우에는 서로의 존재를 정상적인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경우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은 정상적인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은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간의 관계를 보게 되면, 가장 상호간의 존재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동북아 국가에 대한 상호 인정의 면에서 이해가 엇갈리지 않는 교집합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이다. 즉 북한에 대한 인식, 대만에 대한 인식, 중국에 대한 인식, 상호간에 대한 인식이 주권정체성의 면에서 거의 동일한 유일한 동북아시아의 두 개의 국가이다. 안보적 위협의 면에서도 사실 한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하고 있고, 일본도 한국 통일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양국간의 상호의존도의 증가—특히 시민사회의 레벨에서--를 본다면 그 우려의 정도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같은 미국과의 동맹체제 안에 있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양국간 안보적 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 간에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정도가 강화되고 있으나 북한의 존재에 대한 인정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다른 두 나라와 차이를 보이고 있어 미묘한 주권정체성의 차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ASEAN + 3라는 지역구도에서 한,중,일 삼국 중 한국과 일본간의 “지역적 거리”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그나마 한-일 간에 초보적으로라도 FTA가 논의될 수 있는 국제정치적인 배경이다. 사실 동북아 혹은 동아시아 지역주의가 보다 발전하여 아시아 시장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간의 거리만큼, 다른 역내 국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장애는 주권정체성의 확립문제와 더불어 일본의 정상국가화 문제와 미국의 역할이다. 미국은 만일 동아시아의 지역주의가 미국의 국제경쟁력에 위협을 미치는 배타적인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면 이에 대한 상당한 견제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은 동북아의 불완전한 주권의 구조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안보라는 논리로 미국을 배제하는 지역주의 형성을 막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끌어나가려 한다면 미국 문제가 항상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서로에 대한 수용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즉 분단국가간의 주권의 문제와 정상국가화 되는 일본의 신뢰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현실적, 이상적 수단이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면서도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동아시아 내부에서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정책적으로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정책집행자의 용단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것을 기존의 틀에서 해 보았지만 잘 안되었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이 국가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2002년 3월 28일 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전략연구원>
175 no image [펌] '한반도 위기' 일으키는 조기 핵사찰
조진석
12213 2002-04-01
* 다음 글은 <오마이뉴스 2002/03/31 오전 2:39:55>에서 퍼 온 글입니다. ---------------------------------------------------------------------------------------------------- '한반도 위기' 일으키는 조기 핵사찰 북한 핵 문제와 특사 방북 (1) 김정환 기자 skywalker@kbs.co.kr '2003년 위기'라는 유령이 한반도를 떠돌고 있습니다. 근거는 대략 두 가지로, 2003년을 '목표 연도'(Target Year)로 한 경수로(LWR, Light Water Reactor) 건설 사업의 지연과 핵 사찰을 둘러싼 북-미 갈등과, 대포동을 비롯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가 역시 2003년까지라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북한 핵 사찰 문제와 이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대북 특사 파견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먼저 살펴봐야 할 문제로,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계속 압박하고 있는 북한 핵에 대한 조기사찰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조기 핵 사찰'은 지난해 3월 부시 행정부의 등장 이후, 보수적인 두뇌 집단(Think Tank)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제기됐다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떠오른 문제입니다. 부시 행정부와 IAEA는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규명하기 위한 사찰에 3~4년이 걸린다며, 올해 안, 늦어도 내년에는 영변의 핵시설들에 대한 사찰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주장은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를 짙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외교 관계가 없는 북한과 미국이, 그나마 외교 관계에 준하는 약속을 맺고 지난 94년 서명한 제네바 기본 합의서(Agreed Framework, 이하 AF로 약칭). AF에 따라 북한은 일체의 핵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은 총 발전량 2000MWe 규모의 경수로 2기를 책임지고 북한에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경수로 완공 전까지 해마다 최대 50만톤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 나라는, '경제적, 정치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를 추구'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문제의 핵 사찰은 어떻게 규정돼 있는가? AF 4조 3항을 보면, '경수로 사업의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 그러나 주요 핵심 부품의 인도 이전에 북한은 북한 내 모든 핵물질에 관한 최초보고서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관련하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를 거쳐 IAEA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포함하여 IAEA 안전조치협정(INFCIRC/403)을 완전히 이행한다'(When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LWR project is completed, but before delivery of key nuclear components, the DPRK will come into full compliance with its safeguards agreement with the IAEA (INFCIRC/403), including taking all steps that may be deemed necessary by the IAEA, following consultations with the Agency with regard to verifying the accuracy and completeness of the DPRK's initial report on all nuclear material in the DPRK.)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규정이,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 그러나 주요 핵심 부품의 인도 이전에'로, '북한 핵 사찰은 이 기간에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당 부분'과 '주요 핵심 부품'은 무엇이고, '완료될 때'와 '인도 이전'은 언제일까? 1995년 12월에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맺은 '공급 협정'은 '제4부속서'에서,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를 다음의 8단계가 끝난 시점으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1.경수로 사업을 위한 계약의 체결 2.부지준비 완료·굴착·경수로사업 건설지원에 필요한 시설의 완료, 3.선정된 부지에 대한 발전소 초기 설계의 완료, 4.사업 계획과 일정에 규정된 바에 따라 경수로발전소 1호기의 주요 원자로기기의 사양서 작성 및 제작, 5.사업 계획과 일정에 따른 터빈과 발전기를 포함한 경수로 1호기의 주요 비핵부품 인도, 6.사업계획과 일정에 규정된 단계에 부합되는 경수로 1호기 터빈용 건물과 기타 부속 건물의 건설, 7.핵증기 공급계통의 기기를 설치할 수 있는 단계까지의 경수로 1호기 원자로 건물과 격납 구조물의 건설, 8.사업공정에 따른 경수로 2호기의 토목공사와 기기제작 및 인도' '주요 핵심 부품'으로는 '원자로 용기, 원자로 용기 내부 구조물, 제어봉 집합체 및 구동 장치, 중성자원, 증기 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핵연료 집합체' 등이 있으며, '상당 부분'이 완료된 지 3개월 뒤에 인도됩니다. 경수로 공사와 관련해 살펴보면, 북한과 미국은 AF에 2003년을 '목표 연도'(Target Year)로 한다고 했지만, 지난해 2월 KEDO와 한전의 주계약(TKC, Turn Key Contract)이 체결돼 9월 북한의 건설 허가가 떨어져 본관 기초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재의 진척 상황을 볼 때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9년 경수로 사업지원기획단에 작성한 '경수로사업 추진 현황'을 보면, 오는 2008년초가 돼야 1호기가 준공됩니다. 더욱이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1호기 준공 시점을 2009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두 경우 모두, 경수로 사업이 외부의 변수없이 착착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완료되는 시점은 각각 2004년 봄과 2005년 2월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요 핵심 부품'의 인도 시점으로는 각각 2004년 상반기와 2005년 5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 핵에 대한 IAEA의 사찰이 언제쯤 착수돼야 하는지 명확해졌지요? 경수로 사업이 아무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해도 2004년 봄이나 2005년 5월에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즉 북한에 대해 올해 안, 늦어도 내년에는 핵 사찰을 받으라는 미국의 주장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강도적 주장'인 것입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과거 핵 규명'은 시간과의 싸움 여기서 조기 핵 사찰을 밀어붙이는 미국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조기 핵 사찰의 근거로 먼저 핵 사찰을 위한 기간과 절차를 내세웁니다. 현재 IAEA는 북한 핵 사찰에 3~4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검증 범위를 북한과 정하는데 몇 달, 사찰 장비들을 만들어 설치하는데 1년, 실제 핵 사찰에 2~3년, 최종 보고서 작성에 몇 달은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기술이 필요한 '주요 핵심부품'을 북한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북-미간 '원자력 협력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여기에 또 1년 정도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이 '원자력 협력협정' 체결 조건으로 IAEA 일반 핵사찰 수용을 반드시 요구하는 점은 커다란 걸림돌입니다. '협정'이 체결되면 이번에는 각각 3개월과 6개월 정도 걸리는 미 의회의 승인과 미 원자력 규제위원회(NRC)의 원자력 기기 수출 면허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IAEA의 핵 사찰에 3~4년, 경수로 건설을 위한 미국의 법적 행정적 절차에 2년 정도 소요되는데, 특히 핵 사찰(일반 사찰)을 전제로 하는 '북-미 원자력 협력협정' 체결은 또다른 난제인 것입니다. 즉 IAEA가 2004년이나 2005년 사찰에 착수하면, 빨라야 2007년이나 2009년에 끝나게 되며, 미국의 국내 절차를 감안하면 경수로 1호기의 가동은 2010년을 넘기게 됩니다. 미국은 이런 점을 내세워 조기 핵 사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조기 핵 사찰의 다른 근거는, 북한의 과거 핵 규명입니다. 이 부분이 더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데, 북한은 1992년 5월 IAEA에 제출한 '최초 보고서'(initial report)에서, 1990년 5MWe 실험용 원자로에서 1회에 걸쳐 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신고했지만, IAEA는 1992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시 사찰과 일반사찰에서는 수 차례에 걸쳐 보다 많은 양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불일치가 1994년,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간 북 핵 문제의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AF에 서명한 것은 두 가지 목적입니다. 첫째는 현재와 미래 핵 동결, 둘째는 과거 핵 규명으로, 첫 번째 목적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핵과 관련해서는 이미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 시점에서 10년이 지났는데, 더 이상 늦추면 늦출수록, 과거 핵을 밝히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 핵 사찰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같이 북한과 미국의 주장이, 나름의 논리를 지니고 있지만,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태도입니다. 적어도 북한은 현재까지 모든 핵 활동을 동결하고 핵 물질의 추가 생산을 중단하는 등 AF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AF의 약속대로 '완전한 국교 정상화'는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대통령과 국무부, 국방부의 매파들이 기회만 나면 "북한이 제네바 핵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든가, "북한이 제네바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증을 거부한다"느니 하면서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근 AF의 파기 우려와 그에 따른 '한반도 위기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특사 방북, '한반도 위기' 예방해야 이제 북 핵 문제의 해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4월 3일 방북하게 될 임동원 특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부터 중요합니다. '우리측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이번 방북 기간에 임동원 특사는 '한반도 긴장조성을 예방하며, 6.15 공동선언을 준수하고 남북간 합의사항 이행 문제 등 제반 현안에 관해 남북 최고당국자간의 폭넓은 의견교환을' 임무로 하게 됩니다. 아주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특사 방북이 우리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한반도 긴장 조성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의제라는 점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는 '2003년 한반도 위기론'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를 북한과 논의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북한 핵'과 '북한 미사일' 문제가 이제까지 북-미 관계 속에서 다뤄졌던 것을 고려하면, 임동원 특사가 북한에 어떤 제안을 내놓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이 문제의 또다른 축인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정직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시 행정부의 조기 핵 사찰 정책을 그대로 수용해 북한을 압박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오히려 북한이 조기 핵 사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 전환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9.11'이라는 달라진 현실을 인식해, 조기 핵 사찰 수용을 북-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도록 아낌없이 조언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는 카드는, 현재 미국이 제공하고 있는 중유 이외에 추가로 전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 안은 새로운 것이 아닌데, 지난해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가, 미국의 심각한 반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전력을 제공할 경우, 경수로 사업의 이점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북한의 조기 핵 사찰 수용과 그에 따른 과거 핵 규명이 가능해진다면, 그다지 나쁜 거래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전력 지원의 방법으로는 남한의 전력을 직접 보내기보다는 비용과 효율을 고려해 석탄 제공과, 북한 발전 설비의 긴급 보수 등이 적절할 것입니다. '기술적인 핵 사찰'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셀리그 해리슨이 제안했듯이, 8단계로 나눠져 있는 '상당 부분'에 맞춰 핵 사찰을 단계별로 실시하는 것입니다. 즉 핵 사찰을 8단계로 나눠 '상당 부분'의 각 단계가 끝날 때 실시하면, 조기 사찰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필수적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제동을 걸어, AF에서 약속한대로 '대사급'으로의 '국교 정상화'를 촉구해야 합니다. 체제 생존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바보짓을 하지 말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칼자루를 쥔 미국에 의해 구석으로 몰려 있고, 그만큼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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