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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의 향후 전망에 대한 생각들

정태욱, 2015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신년 워크숍 발표 원고

I.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 전망

1. 유엔 안보리에서의 처리

지난 해 말, 북한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었습니다. 인권 문제 자체가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원래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분쟁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곳으로 인권은 그 동안 안보리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었고, 다만 국제 평화 내지 무력 충돌과 연결될 때 안건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권 의제가 점점 중요하게 인식되고, 유엔에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는 기구는 안보리밖에 없으므로 인권 의제에 대한 안보리의 역할에 대한 주문과 압박이 날로 증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2000년에 들어서 미얀마, 짐바브웨와 같은 나라의 인권 문제 자체가 안보리에 처음으로 상정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안보리의 의제로 상정된 것은 위 나라들에 이어 세 번 째라고 합니다. 

안보리의 의제 상정은 ‘절차적 문제’라고 하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안보리 총 15개국(상임 이사국 5개국, 비상임이사국 10개국) 가운데 찬성 11개국, 반대 2개국(중국, 러시아), 기권 2개국의 표결로 상정되었습니다. 

이제 북한 인권 문제가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으므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정된 제안서에서는 "유엔 사무국 혹은 유엔 인권최고대표부로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만들라"고 되어 있습니다(SC/11720).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간 이유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강제조치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안보리의 강제조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군사적 강제조치, 둘은 비군사적 강제조치, 셋은 국제형사법정으로의 회부입니다. 군사적 강제조치는 소위 '인도적 개입', 혹은 '보호책임(R2P)의 논리로서 해당국에 직접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엔 자체의 물리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회원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게 되고, 안보리는 그에 대하여 권한을 위임하여 주는 형식이 됩니다. 비군사적 강제조치는 금수, 경제제재, 여행금지 등 각종의 제재조치들이 해당합니다. 이 역시 유엔의 집행기능이 없으므로 각 국의 협조이행에 달려있게 됩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북한 주민 일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제재에는 반대하고 있으며, 특정한 책임자들에 대한 맞춤형 제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국제형사법정에의 회부인데, 현재 가장 크게 논의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현재 국제기구로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존재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조약에 의거한 조직으로 그 조약에 가입되지 않은 나라들에 대하여는 관할권이 없으나, 안보리는 그 강제적 권한으로 어떤 나라의 사건이라도 ICC의 관할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또한 ICC회부가 아니라 안보리가 아예 임시 형사법정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구 유고 전범 재판소의 경우도 그렇고, 르완다 대량학살 사건에 대한 재판소도 그렇게 설치된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하여 이러한 강제조치들을 결정하게 될 것일까? 강제조치들의 결정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안보리 의제 채택에 있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있었듯이 어떤 강제조치의 결정은 내려지기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중국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첫째 북한 인권 문제와 유사한 문제상황에 연관되어 있고(천안문 사태 등과 관련하여 유엔에서 상당한 추궁을 당하여 왔습니다), 둘째 지정학적 위치와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하여 북한 사태에 대하여 신중하게 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유엔안보리가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에 반대하여 왔고, 나아가 인권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도 반대하여 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짐바브웨, 미얀마의 경우에서도 중국은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였고, 이번 안건 상정에서도 중국 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아가 북한 및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상황을 고려할 때, 인권문제가 그러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S/PV.7353). 

다만, 중국의 입장도 교조적인 것은 아니어서 리비아의 경우 '보호책임'에 기한 안보리의 강제조치를 승인하였고, 수단의 경우 그 지도자의 ICC회부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사태의 변화에 따라, 중국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안보리가 개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즉 중국이 더욱 큰 '정치적 카드'를 손에 쥐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인권 문제로 압박하는 것은, 다시 국제사회에 의하여 중국 자신의 인권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리비아나 수단처럼 붕괴되거나 내전 상황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여튼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양국은 인권 개념과 인권체제에서 공유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국제 무대에서 인권 문제에서 중국과 북한의 동조화가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안보리 이외의 유엔 기구에서의 가능성

앞서 본 바와 같이 북한 인권 문제가 안보리에서 유의미한 결론이 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보리가 아닌 다른 유엔 기구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보다 좋은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 예상됩니다. 북한은 사실 그 동안 유엔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하여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권문제는 북한이 언급하는 것조차 달갑지 않은 주제이고, 또 유엔에서의 인권 문제제기가 실질적으로는 어떠한 영향도 없이, 결국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막상 인권 문제가 '반인도적 범죄'의 문제로 확장되어, 강제조치가 가능한 안보리에도 상정되고, 국제형사법정회부의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대응전략을 바꾸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예컨대 ‘정치범 수용소의 유일한 탈출자’로서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신동혁씨의 정체를 폭로하기도 하고,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기도 하고, 외교 사절을 유엔과 유럽에 파견하여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게 하는 등 변화를 보였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안보리 이외의 다른 유엔 인권기구의 활동여지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 유엔 인권이사회와 특별보고관

인권이사회는 유엔에서 인권 관련 주무기관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북한 인권조사위원회의 설립을 결의한 주체이기도 합니다. 인권이사회는 그 전신인 인권위원회 시절부터 벌써 10년이 넘게 북한인권에 대한 결의안을 계속 채택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절차인 북한 인권 보고관의 임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모든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하여도 '보편적 정례검토'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북한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을 배격하여 왔고, 따라서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특별보고관도 인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인권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고, 최고통치자의 국제형사법정 회부가 논의되면서 북한은 변화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에게 결의안 초안에 나와 있는 최고통치자의 국제형사법정 회부 문장을 삭제해 준다면, 그의 방북을 허용하고 인권문제에 대하여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15293&LangID=E).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인 다루스만은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으로 원래 인도네시아는 북한에 대하여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국가입니다. 그리고 다루스만 자신도 북한에 대하여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http://38north.org/2014/12/cchung120314/). 또한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의 북한 인권보고서가 탈북자들의 과거 여러 비참한 상황에 대한 증언들을 거의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보고관이 방북하여도 현재 북한에서 새롭게 더 나쁜 것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특별보고관의 방북 절차는 결국 초청 국가와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진행될 것이므로 공세적으로 북한 인권을 탐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요컨대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면 특별보고관의 방북이 북한에게 반드시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특별보고관의 방북이 바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도 안보리에서의 논의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사태의 추이를 좀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년 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예컨대 안보리가 결의안 채택을 부결시키든지,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하는 쪽으로 간다면, 그러한 결정의 반대급부로서 북한은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는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2)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서울의 현장사무소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원래 인권문제에 대한 공개적 비난보다 비공개적이며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기구입니다. 2003년 이전까지는 북한은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접촉을 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2003년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북한은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의 연결도 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계속된 요청과 제안에도 북한은 응답을 하지 않았고, 마침내 인권최고대표인 필레이가 신동혁 등 탈북자를 공개적으로 만나기에 이르렀고, 이후 북한 인권 문제는 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강경발언을 하게 됩니다. 결국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에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임 인권최고대표인 제이드 알 후세인도 역시 그와 같은 강경한 태도를 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주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가 해당국가의 인권증진을 위한 기술적 협력이라고 할 때, 북한 인권 문제에서 인권최고대표의 역할은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 제2차 보편적 정례검토 회의에서 북한 관리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의 기술적 협력에 대하여 관심을 표명하기도 하였고, 또 앞서 언급한 다루스만 특별보고관과의 만남에서도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합니다(http://38north.org/2014/12/cchung120314/).

아울러 금년 봄 예정으로 서울에 설치될 '현장사무소''가 주목을 끕니다. 이는 결국 유엔인권최고대표부의 산하 사무소로 이해됩니다. 이 현장사무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북한 인권 문제의 전개방향이 정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그 현장 사무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조사위위원회는 그  활동이 연장되지 않고, 종결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조사위원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자신들의 사명, 즉 북한 최고통치자의 형사적 단죄를 달성할 기구로서 '현장사무소'를 제안하였고, 그것이 수용되어 서울에 설치키고 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안보리에서의 논의는 바로 유엔 최고대표부 및 유엔 사무국의 역할에 맡겨질 것인데, 그 핵심은 서울 현장사무소에서의 조사 결과와 보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현장사무소의 인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들의 기본 관점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활동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수행될지에 따라 북한 인권문제의 향후 전개양상이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무소가 기본적으로는 북한 최고통치자의 형사책임 추궁의 조사를 지속하는 목적을 만들어졌지만,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동시에 북한과의 인권적 협력과 인권대화를 언급하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인권최고대표의 임무 또한 인권개선의 기술적 지원과 협력입니다. 따라서 그 현장사무소의 가능성은 복합적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긴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조사의 엄밀성과 공정성이라는 차원에서 정치범 수용소의 유일한 탈출자인 신동혁, 그리고 최근 탈북의 '아이돌'로 떠오른 '박연미'의 문제점들(http://thediplomat.com/2014/12/the-strange-tale-of-yeonmi-park/) 등에 대하여도 조사할 수 있다면, 그 현장사무소는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주요한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유엔 총회와 국제사법재판소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안보리에서 지지부진하게 전개될 경우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나라들은 다시 유엔 총회와 심지어 국제사법재판소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즉 안보리의 ICC 회부 결정이 어려워지고, 다른 임시 국제형사법정을 세우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유엔 총회 스스로 그와 같은 형사법정을 세우는 일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엔총회가 그와 같은 권능이 있는지는 의심스럽고, 아직 그러한 선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 형사재판소의 경우는 그 나라가 동의하여 설치된 예이므로 현재 북한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별도의 형사법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를 원용하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국가 대 국가의 분쟁을 다루는 사법기구인데, 특정의 문제에 대하여 유엔총회는 국제사법재판소에게 '권고적 의견'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즉 유엔 총회는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해 북한 인권 상황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엄밀한 증거에 의하여 절차를 진행하는 사법기구라고 할 때, 현재의 북한 인권조사위원회의 조사와 같은 정도의 간접적인 조사만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한 북한인권 문제의 단죄는 그 증거조사의 어려움 때문에라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

II. 북한 인권법 전망

1. 현황

주지하듯이 2004년 미국이 북한 인권법을 제정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북한 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05년 17대 국회에서 김문수 의원이 처음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한 이후 매 회기 다수의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이 제출된 바 있습니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에서는 여러 건의 북한 인권법안을 제출하였고, 마침내 김영우 의원 대표발의인 법안으로 통일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심재권 의원 대표발의로 최초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양 법안은 지난 해 11월 소관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부에서 공청회까지 마쳤는데, 이후 입법절차의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하여 그 법안을 '신속처리절차' 대상법안으로 할 뜻을 표명하였습니다. 신속처리절차란 새로 개정된 국회법(소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3/5 혹은 상임위원회 재적의원 3/5의 찬성이 있으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고, 그렇게 지정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바로 다음 입법절차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것으로 간주하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9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다음 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를 말합니다(법 제85조의2). 

그러나 새로 개정된 국회법은 그와 같은 신속처리절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위 '필리버스터'라고 하여 ‘무제한토론’의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법 제106조의2). 본회의에서 소수파는 다수파의 일방적 입법절차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으로 맞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수파가 그 토론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5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신속처리절차는 그와 같은 필리버스터라는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쉽게 강행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새누리당의 유기준 외교통상위 상임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신속처리절차' 방안에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표하였습니다. 야당의 반대는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생각들이 있어 새누리 당이 자신의 북한인권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새누리 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법안의 절충 가능성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대표 발의의 북한 인권법안은 기존의 새누리 당 법안의 주된 내용인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아울러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를 기본으로 하되 추가적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의 규정을 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인권재단은 사실상 대북 인권단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할 때,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 및 '기획탈북'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법이 아닌가하는 비판이 있고, 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 인권 침해를 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서, 북한 체제 붕괴를 대비하거나 붕괴를 조장하는 의미가 있어 남북의 대립과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도 그 내용을 보면 인도적 지원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에 대한 '투명성과 검증'을 강조하고 심지어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에 대하여도 그와 같은 기준을 요구하여 전체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제한할 수 있는 법으로 기능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새정치연합 심재원 의원 대표발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은 북한 인권문제의 접근방법에서 기본적으로 남북 대화와 협력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적정한, 안정적인 수행을 강조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새누리당의 주장인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문제는 기존 통일부의 소관업무와의 겹치는 부분을 감안하여 통일부의 직제를 확대 조정하여 수용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남북대화와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은 충분하게 제시되지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양 당 법안을 비교할 때, 상호 보충되는 면이 있어, 절충의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남북 인권대화의 제도적 틀을 갖추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북한인권재단과 대북인권활동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위상 내지 명칭 등을 변경하면서, 양 법안을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꼭 그렇게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법안이 아니라고 하여도,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북한인권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의 부담을 안고 있다고 할 때, 어떤 식으로 절충적인 법안이 새롭게 제시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울에 설치될 유엔의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에 그와 협조하며, 그 활동을 옳게 안내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현장사무소가 단지 북한 인권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의 자료 조사를 위한 사무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인권 지원에 대한 기술적 협력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남북 제도적 협력의 틀이 속히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예전의 남북 기본합의서와 같이 인권협력에 대한 남북공동위원회의 구성을 목표로 우리 정부 내에 '인권제도교류협력위원회(가칭)' 같은 것이 구성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위원회의 위원장은 통일부장관이 맡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여 이를테면 북한의 인사들을 초청하여 남쪽의 행형제도와 시설을 소개하는 것부터 남북 인권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남북 협력의 분위기를 마련하면서 서울에 설치되는 유엔 현장사무소가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기술 협력의 창구가 될 수 있도록 견인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인권제도교류협력위원회'는 그와 함께 설치될 수도 있는 북한인권재단의 방향성을 생각할 때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새누리당의 안에서 북한인권재단은 통일부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은행 같은 독립법인이 아닌 이상 모든 법인은 주무관청의 감독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이 결국 정부관련 대북 조직이 될 것이라고 할 때, 그 상위 조직인 통일부 혹은 '인권제도교류협력위원회'에서 대북 인권 정책의 흐름을 적절하게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인권재단이 대북 전단살포 단체를 지원하거나 기획탈북브로커들을 지원하는 기구가 될지, 아니면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거점 기구가 될지, 북한인권재단의 성격은 결국 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의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대북 전단살포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북한 인권법

대북 전단살포가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여러 유인동기가 있겠지만, 저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북 전단살포가 실제로 북한 인권개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군의 대응사격을 초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인근 주민들이 반대시위에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우리 경찰이 전단살포를 제지한 바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소송에서 정부의 제지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나서서 전단살포의 단체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체가 다시 미국의 단체와 함께 기습적으로 전단을 살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며, 그것을 금지시킬 권한은 정부에게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상당히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그토록 중시하는 정부도 아니고, 또 실제로 대북 전단 살포에 큰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 심지어 비록 제1심 판결이지만, 그에 대한 제지가 적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도 있었는데,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면서 또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자유북한연합(대표 박상학)과 함께 대북 전단살포에 나선 미국의 단체는 Human Rights Foundation입니다. 2005년에 창립된 단체로, 폐쇄된 독재국가 주민들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는 단체라고 합니다. 이들은 일찍이 2009년부터 북한인권을 위하여 활동을 해 왔으며, Olso Freedom Forum을 주최하기도 하고, 특히 실리콘 밸리에 북한 정보망 침투를 위한 '해커들의 대회(hackathon)을 열기도하는 등(http://blogs.wsj.com/korearealtime/2014/08/05/silicon-valley-hackers-take-on-north-korea/) 상당히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은 풍선전단 날리기 행사를 한 후 바로 자신들의 사이트에 그에 관한 보고를 올렸는데, 우리 정부가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제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면서(http://humanrightsfoundation.org/news/hrf-balloon-launches-into-north-korea-will-proceed-despite-death-threats-00418)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앞으로 무인 헬리콥터(드론)을 이용하여 전단을 살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단체만이 아니라 G.W.부시 전 대통령이 세운 '부시 대통령 센터'의 부시 연구소(Bush Institute)에서도 같은 방침을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시 연구소는 금년 1월 7일 <Light through the Darkness>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여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행동 전략을 발표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예로 "전단 살포에 무인기를 사용하는 방안과 위성에 기반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을 찾아내기 위한 정보통신기술 경진대회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었습니다(http://www.voakorea.com/content/article/2590669.html).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유통을 인권증진으로 강조하는 이와 같은 흐름에서 중요한 이정표는 아마도 2004년의 미국 북한인권법이 아닌가 합니다. 북한인권법은 SEC 102에서 북한의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의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년 200만 달러,  SEC 104에서는 라디오 수신기 살포 등 북한 정부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정보유통의 증진 활동에 역시 매년 2백만 달러, SEC 203에서는 탈북자를 지원하는 활동에 매년 2천만 달러를 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2012년 개정법률인 북한인권법 재승인법률에서는 탈북자 지원 액수가 매년 5백만 달러로 축소됨). 

저는 북한인권법에 의한 재정지원이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맥락에서 미국 정부 및 관변 재단, 민간 재단 등에서 우리의 대북인권단체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원이 있는 것은 확인되고 있습니다. 2009년 미 국무부는 자유북한방송에 30만 달러,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20만 달러, '탈북여성인권여대'에 30만 달러,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 3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http://www.rfa.org/korean/in_focus/human_rights_defector/money_aid-04172009162550.html).

또한 미국의 가치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체인 NED 역시 우리나라 대북인권단체들에게 재정지원을 해 오고 있습니다. NED는 2011 회계년도에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15개 민간단체들에게 145만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인권시민연합'에 31만달러, '열린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조선방송' 등 대북 매체들에게 총 49만 5천달러, '데일리 NK'에 14만 5천 달러, 'NK 지식인 연대'에 12만 달러, 그리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에 4만 5천 달러, 미국의 국제민간기업센터(CIPE)에 7만 9천 달러를 지원했다고 합니다(http://www.voakorea.com/content/ned---145--139536183/1346652.html).

대북전단살포 등의 공세적 대북 인권 활동은 바로 이처럼 미국의 대북 인권 정책에서 기원한 것이고, 또 미국의 인권단체들이 직접 주도하기도 하고, 또 우리 대북인권단체들은 그들과 함께 또 그들의 지원을 의식하면서 수행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 이렇게 미국이 개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그러한 활동을 제어하는 데에 그토록 신중하고 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의 핵심은 북한인권재단입니다. 새누리 당 북한인권법안에서 스스로 제시한 재정 소요치를 보면 5년간 소요되는 1361억 여원 가운데 북한인권재단 비용이 1317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예산 책정은 미국의 북한인권법 및 기타 미국 쪽의 재정지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에서도 우리 대북인권단체들을 저렇게 지원하는데,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잘못하면 대북인권정책을 미국의 정책에 내 맡기는 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 정작 당사자는 우리인데, 우리의 관점과 문제의식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정권 붕괴, 체제교체의 논리에 그저 휩쓸려 가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북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은 우리나라의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기준에 따라 지원해 주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인권단체들에 대한 과도한 정부지원은 오히려 그 단체들의 정부의존성을 키우고, 따라서 북한 문제에서 시민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가 대북인권단체들에 특별한 지원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미국 주도의 대북인권정책을 우리 정부 주도로 바꾸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예컨대 미국 쪽의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들의 경우는 우리 정부 혹은 우리 북한인권재단의 지원을 받는 데에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북한인권법이 의미가 있다면, 이 땅에서 미국의 기준에 의하여 전개되는 대북인권행동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 한반도에 적합한 대북인권정책을 세우는, 우리의 표준을 우리 책임 하에 정립하는 그런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지점에서 우리 시민사회가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III. 북한과의 인권 대화의 전망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북한과의 인권대화와 협력에 대한 권고가 있습니다. 그 보고서가 전체적으로는 북한 책임자에 대한 국제형사법적 제재에 촛점이 모아져 있긴 하지만, 남북 간의 단계별 인권대화도 권고하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과 함께 인권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음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 정치대화까지 권유하고 있습니다.

1. 유럽과 북한의 인권대화의 가능성

1) 중국의 경우와의 비교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인권유린국으로 낙인찍혔고, 유럽은 유엔 무대, 특히 유엔인권위원회(현 인권이사회의 전신)에서 중국 인권에 대한 결의문 채택을 위한 시도가 줄기차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부터 1997년까지 계속된 시도에서 한번도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중국은 안건 제출 자체를 막는 '부동의(no action)' 결의안을 제출하고 인권위원회 다수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 냈습니다. 중국은 유엔에서의 수세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1995년부터 유럽국가들과 인권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유럽국가들의 유엔 무대에서의 인권규탄 시도를 무력화하고자 하였습니다. 

결국 유럽연합은 1997년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최후의 안건 상정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더 이상 중국 인권문제를 EU국가들이 공동으로 유엔에 상정하는 일은 없도록 하고, 대신 중국과 인권대화를 진행하기로 정책을 변경합니다. 미국은 1999년에도 폴란드와 함께 중국 인권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중국의 부동의 제안에 의하여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하였습니다. 유럽은 이후 매년 두 차례 씩 정기적으로 중국과의 인권대화를 진행하였는데, 2012년 현재 31차 대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의 경우는 그와 반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럽은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2001년에 시작하였고, 2002년에도 계속되었으나, 2003년 유럽이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대북인권규탄 결의안을 제출하자 북한은 유럽과의 인권대화를 중단하게 됩니다. 유럽은 중국에 대하여는 먼저 유엔에서의 규탄 결의안을 시도하다가 이후에 인권대화로 나아갔다면, 북한에 대하여는 먼저 인권대화를 시도하다가 유엔에서의 규탄 결의안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중국에 대하여는 1995년 이후 현재까지 거의 매년 두 차례 정기적인 인권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북한과는 단지 2년 동안 두 차례의 대화만 진행해보고 인권대화 카드를 유보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인권대화에 대하여 유럽 내에서는 점차 무용론과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유럽과의 인권대화를 진행하면서 나름 인권정책의 진전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치범을 석방하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수용시설 접근을 허용하고, 유엔인권최고대표, 자의적 구금 방지 워킹 그룹, 고문에 대한 인권특별보고관 등의 방문을 허용한 바도 있다고 합니다(http://38north.org/2014/12/cchung120314/). 

2) 최근 북한 노동당 국제문제 비서 강석주의 유럽 방문

지난 2014년 9월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인 강석주가 유럽을 방문하였습니다. 주지하듯이 강석주는 미국과의 1994년 제네바합의를 이끌어 낸 북한 외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해외 방문은 주목할만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석주는 뷔르셀에서 EU 인권 특별대표인 Stavros Lambrinidis를 만나 유럽과의 인권대화를 재개하는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고 합니다(http://38north.org/2014/12/cchung120314/). 강석주는 람브리니디스에게 북한 방문을 공식 초청하였고, EU도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에 대하여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http://www.voanews.com/content/european-union-pyongyang-north-korea-human-rights-invitation/2535976.html).

현재 북한의 인권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정치범수용소'인데, 북한은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쩌면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통하여 가장 정치색이 적은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수용소 시설 방문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2012년 현재 세계 97개국에서 수용시설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http://38north.org/2014/12/cchung120314/). 그리고 북한도 일찍이 1995년 국제 엠네스티의 북한 방문을 허용하고 사리원 교화소를 보여준 바도 있습니다.

2. 남북 인권대화의 가능성

1) 인권대화의 의의

지금까지 남북의 교류와 협력에서 인권이 의제로 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남북 사이에 가장 포괄적인 교류협력 합의였던 남북 기본합의서에서도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내부 문제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고, 비방과 중상 그리고 체제 전복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된 바 있습니다(동 합의서 제1조 내지 4조). 현재도 박근혜 대통령의 제의에 대하여 북한은 지난 1월 7일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하여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제도통일, 체제대결'에 매달릴 작정인가'라고 묻고 있습니다(http://www.yonhapnews.co.kr/northkorea/2015/01/08/1801000000AKR20150108000300014.HTML).

그동안 남북의 인권대화는 특히 북한에서는 금기시되어 온 문제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인권문제가 벌써 국제무대에서 안보리에까지 상정되었습니다. 남한도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인권문제의 안보리 의제상정에 적극 찬성하였습니다. 벌써 수 년 째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계속 채택하는 데에 우리 정부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제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꺼내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북한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 그리고 평화 공존의 기본적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평화통일의 헌법적 원칙이면서 또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기본적 인권에도 부합니다. 나아가 남북 간에 그러한 합의의 전통이 있습니다. 박정희 정부 때의 7.4 공동선언에서도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적 대단결’을 모색한다는 합의가 있었고, 김대중 정부 때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에서도 그러한 취지는 계속되어 왔던 것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의 목표는 북한을 우리와 같은 체제로 만드는 것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예컨대 북한이 중국 정도의 체제로 이행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인권 개선의 큰 성과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의 대북인권정책은 인권의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를 기준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에 다당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그리고 외국의 대중문화까지 포함한 언론개방을 주문한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서도 남북 인권대화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민족 대단결은 물론이고, 북한인권 문제의 국제화에 대응하여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라는 관점을 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즉 북한으로서도 남북 인권대화를 통하여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논의의 프레임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권대화는 여러 단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언급한 단계별 인권대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최고위급 회담에서 인권대화를 할 수도 있고, 민간 차원에서의 인권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에 순수한 시민사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학술교류의 차원에서 인권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용은 우리 정부가 부담하면서 그 기획을 유엔 등 국제기구에 위탁하여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북한의 ‘인권연구협회’와 우리의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화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북 인권대화이지만, 동북아인권협의체의 틀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언급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추진 주체로 적격일 수 있는데, 현재 그 위상이 많이 추락하여 아쉬움이 큽니다. 동북아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그에 관한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 한반도 인권 공동선언(가칭)

1992년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놀라운 기록이었습니다. 이후 전개 양상은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결과를 낳았습니다만, 그러한 기록은 언제나 한반도 비핵평화의 이정표로 기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남북의 공동선언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기본합의서도 당시로서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비록 인권문제는 의제로 삼지 않았지만, '남북 주민의 자유 왕래와 접촉의 실현'까지 합의되었습니다(동 합의서 제17조). 

당시 북한 통치자 김일성은 남북 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상당 부분 남측의 희망대로 체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은 당시 회담 실무자들을 대대적으로 치하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북 정상회담까지 언급되었습니다. 현재 남북 모두에게 관계개선이 절실하고 어떤 돌파구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공동선언의 내용일 것입니다. 첫째 한반도 인권 공동선언으로서 기본적으로 평화 혹은 평화적 생존권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의 상황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입장에도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인권의 정신 그리고 우리 평화통일의 헌법적 원리에 비추어도 당연한 것입니다. 둘째,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승인,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보편적 원칙에 대한 준수에 대한 천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유엔의 회원국이며, 주요한 국제인권규약의 가입국이기도 합니다. 유엔의 '보편적 정례검토'에도 계속 응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세계인권선언의 기본 정신에 대한 동의는 북한으로서의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남북 간의 인권관의 차이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우려하는 흡수통일에 대한 답변이 될 것이며, 동시에 공존과 관용이라는 인권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은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의 선언의 문언을 활용해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넷째, 남북 인권에 대한 교류 협력의 제도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기술적 협력을 원용하는 규정해 두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숙련된 제3자의 매개와 조정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그러한 제3자의 관여가 인권대화의 지속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인권법이 제정된다면, 그와 같은 한반도 인권 공동선언과 인권제도협력 공동위원회 그리고 인권대화를 지향하면서 제정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IV. 맺음말 - 한반도 평화와 인권

북한인권문제의 정치화는 피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북한인권 문제제기는 북한 정권 붕괴와 체제교체의 방안으로 활용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오는 시기에 그리고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체제 혹은 정치 위기를 겪었습니다. 사람들은 동독이 그렇게 쉽게 붕괴할지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더 취약한 북한은 더욱 쉽게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의 대규모 기아사태와 탈북 사태가 야기되면서 미국의 대북 강경세력은 동독의 붕괴과정, 즉 체코 등의 국경개방에 따른 동독주민의 대량 이탈로 인한 체제 몰락의 선례를 떠올렸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네오콘의 주요 씽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의 에버슈타트 같은 이는 '김정-호네커'라고 하여 대량 탈북사태를 이용한 북한 정권 붕괴 전략을 주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위기를 넘기고 존속하였습니다. 

이후 김정일의 중병을 얻게 되면서 북한 위기설은 다시 확산되었습니다. 김정은으로 권력승계가 이루어졌지만, 그 안정성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정성택의 처형은 그 불안정성의 단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최고통치자를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자로 규정하고 국제형사법정에 피의자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을 국제형사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반인도적 범죄의 선고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 내외부에서 북한체제에 대한 부정과 도전을 정당화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중세 시대 교황이 왕을 파문함으로써 주민들의 반란을 정당화했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체제가 정말 붕괴한다면 이미 한반도의 평화는 상실된 것이고 평화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흡수통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도 리비아의 경우 이미 통치질서가 와해된 상황에서는 소위 '보호책임'을 인정하여 유엔의 인도적 개입에 찬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존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붕괴시키려는 것은 오히려 평화의 파괴 행위이며, 그것은 인권 상황의 개선보다는 악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북한 김정은 체제는 벌써 3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체제는 붕괴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암스트롱 교수도 북한 체제의 지속성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전쟁을 겪었고, 아직 평화상태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서 시금한 과제는 바로 전쟁상태의 종결과 평화관계의 회복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인권적으로도 절대적인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도 한반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역사적 책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한반도 분단과 전쟁입니다. 물론 그 보고서에서는 그러한 책임에 기하여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하고 북한 인권유린의 책임자를 국제사회에서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제사회의 한반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바로 평화의 정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한은 미국에 대하여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핵실험 중단의 용의를 표명하였습니다. 미국은 그 제안을 또 하나의 '암묵적 협박'이라면서 간단히 배척하였습니다. 그러나 1991년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배경에는 바로 당시 대규모의 한미 군사훈련이었언 '팀 스피리트' 훈련의 중단이라는 배경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도한 한미군사훈련 자체가 사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유엔헌장의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인권 문제 제기가 북한 체제의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인권을 북한 체제 약화와 붕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평화에 대한 강조가 북한 체제의 존속에 기여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마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권 운동은 궁극적인 이상향을 지향하지만, 궁극적 이상향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은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 걸음에 그 목표에 도달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과거 및 현재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시정해 나가고, 현재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방지하면서 나아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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